캐나다 회식에서 캐나다인의 성향이 보인다!
캐나다 이민 생활이 벌써 11년이 되어가네요. 단기 거주를 위해 입국했다가 이렇게 오래 눌러 앉을 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여러 인간관계과 다양한 상황을 통해 캐나다의 문화와 캐나다인의 성향을 조금씩 이해해가면서 내가 태어나고 자라지 않은 생소한 나라에서 날마다 적응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캐나다의 회식 문화를 통해 캐나다인의 성향을 나눔 하고자 해요.
회식은 언제 하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근무 시간이 끝난 이후에 회식을 하는 편인데요. 근래에는 야간 시간대의 회식을 지양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들었어요. 캐나다에서의 대부분의 회식은 근무시간에 이뤄지며 주로 점심시간에 해요.
점심 문화도 조금 다른데요. 우리나라의 직장인은 주로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간대에 구내식당이나 주변 식당에서 식사하는 반면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이나 테이크아웃한 간단한 음식을 정해진 시간 없이 자신의 책상에서 먹는 편이에요. 그래서 회식하는 날 만큼은 평소와 달리 동료와 함께 점심 먹는 날인 셈이지요.
저녁 회식에는 이유가 있다?
캐나다는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가족 문화가 매우 발달한 편이어서 저녁 회식을 지양하는 편이에요. 특히 주말 회식은 가족을 동반한 회식이 아닌 이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종종 평일 야간에 회식이 있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에는 음식 위주의 회식이 아닌, 특정한 장소에서 특별한 액티비티를 하기 위함이에요.
우리나라에서의 야간 회식은 주로 1차 음식점, 2차 노래방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 편인데요. 캐나다에서의 야간 회식은 코미디쇼, 공연, 아이스하키 경기 등 야간의 특정 시간에 하는 액티비티를 함께 참여하기 위해 하는 편이에요. 저녁 회식을 하기 위해 야간 액티비티를 선택한다라기보다는 함께 할 액티비티가 야간 시간대에 하기 때문에 저녁 회식이 있는 셈이지요. 주간에 할 수 있는 볼링장, 방탈출까페 등은 근무 시간 중에 다녀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볼링장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회식 주요 메뉴는 뭔가요?
간단한 회식일 경우에는 회사로 음식을 배달받아 함께 먹어요. 격려 차원에서 하기도 하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거나 동료가 퇴직할 때 하기도 해요. 가장 대중적인 회식 배달 음식은 피자인데요. 개인의 다양한 식성을 고려해 여러 종류의 피자를 주문해 나눠 먹으며, 경우에 따라 중국 요리, 그릭 요리 등 캐나다 내에서 대중적인 이국 음식을 먹기도 해요. 또는 회사 근처의 식당으로 함께 이동해 먹기도 합니다. 세계 음식이 다 모인 캐나다 쇼핑몰 푸드코트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연말에는 회사에서 팟락(포트락)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Potluck 파티는 개인마다 음식을 1가지씩 준비해와 함께 나눠 먹는 식사를 말해요. 파티가 끝나고 자신이 준비한 음식이 남은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참석 인원이 조금씩 나눠 집으로 가져간다면, 북미에서는 음식을 가져간 사람이 자신의 남은 음식을 가져갑니다. 정이 없다라기보다는 음식을 가져간 사람이 자신의 남은 음식을 가져가고 싶거나 또는 음식을 나누고자 하는 상대방이 원치 않을 시 거절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서로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아주 친한 사이일 경우 의사를 물어본 후 나누기도 합니다. 서양인의 입맛에도 딱 맞는 한국 팟락 요리, 새우 소불고기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연말에 하는 회식일 경우 고급 레스토랑에서 개별적으로 주문한 음식 또는 코스 요리를 먹습니다. 점심시간에 하는 일반적인 회식이 아니기에 맥주, 와인, 칵테일 등 알코올 또한 음식과 함께 제공됩니다. 사진은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부부 동반 회식으로 먹었던 1인 80달러 코스 중 일부 요리예요.
참석을 꼭 해야 하나요?
회식의 참석 여부에 대해 강요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친목 도모가 주목적이다 보니 함께 하기를 독려합니다. 참석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지 않을 경우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허락받기보다는 참석하는 동료에게 자신의 불참에 대해 알려주는 정도예요.
술을 마셔야 하나요?
술을 판매하는 곳에서 회식할 경우 술을 권유하거나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아요. 이런 음주 문화는 남에게 약간의 부담이나 피해를 절대 주고 싶어하지 않은 캐나다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또한, 캐나다 음주 문화가 폭음보다는 집이나 음식점에서 1~2잔의 알코올을 음료처럼 즐겨 마시는 성향이라서 상대방과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해요. 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주류판매법 및 음주 문화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무슨 대화를 하나요?
북미에서는 가급적이면 정치, 종교에 관한 대화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상대방에게 암묵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예민한 대화 주제에 속합니다. 대부분 회사 프로젝트, 영화, 스포츠, 쇼핑, 먹거리, 지역 및 세계 주요 뉴스, 일상적인 가정사나 근황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만, 출신 학교, 나이, 이성친구, 가족 구성원 등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무례하게 여길 수 있어요. 대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유도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ㅎㅎㅎ 본인이 말하기를 원한다면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 교제 횟수, 혼외 임신, 동거, 이혼 등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범죄 경력까지- -; 상대방이 어떤 리액션을 보여야 할지 난감할 만큼 스스럼없이 표출하기도 해요.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예민하되 자신을 향한 상대방의 시각에 크게 구애받지 않은 모습은 가끔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북미에서 묻지 않아야 할 질문 10가지 및 취업 면접관이 물어보면 안되는 질문 10가지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가족 동반 회식이 있나요?
연말이 되면 가족 동반 회식이 있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날짜, 장소 등 직원의 선호도를 파악한 후 개인 및 가족 스케쥴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도록 1~2개월 전에 미리 알려줍니다. 가족 동반 회식일 경우에는 회식 장소의 단체 예약이 필수이기 때문에 RSVP(참석 여부에 대한 회답)를 정해진 기한 내에 반드시 해야 합니다. 장소는 주로 캐네디언 레스토랑에서 많이 하며 특정인이 주도를 하거나 서로를 소개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참석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동선 내에서 자유롭게 친교를 맺는 분위기예요.
가족 동반 여행이 있나요?
가족 동반 여행은 흔치 않지만 있기는 합니다. 남편의 첫 직장이었던 회사는 북미 내 지점 수는 꽤 있는 편이지만 각 지점은 소수 인원으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당시 15명의 직원이 가족 전체를 동반하여 총 60여 명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2박 3일 동안 다녀왔어요. 교통수단, 숙박, 식사, 액티비티까지 전부 최고급으로 제공받아 즐겁게 놀다 왔네요. 나이아가라 폭포의 최고 전망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동료 간의 사교모임 회식이 있나요?
앞에서 언급한 회식들은 모두 회사 복지 차원에서의 회식인데요. 회사 내 사교모임 차원에서의 회식도 있습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 내에서는 밴드, 자원봉사,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의 클럽이 있어 자체적으로 회식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 내 사교모임에 참석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클럽 활동만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번 액티비티와 회식이 연달아 이어지지 않아요. 또는 가족이 없는 싱글끼리 모여서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스포츠 액티비티, 외식 등을 함께 즐기기도 해요.
회식비는 어떻게 하나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회식은 모두 회사에서 지불합니다. 회식 시간에 볼링장, 방탈출까페 등 액티비티를 할 경우 음식값과 액티비티 활동비를 함께 지급하며 우승자 상품까지 준비해주기도 해요. 회사 소속 사교 모임 또는 개인의 친교 목적으로 동료와 함께 음식점을 갈 시에는 참석 인원이 더치페이합니다. 다만, 생일자가 있는 경우 나머지 참석 인원이 선물 대신 생일자의 음식값을 대신 지불해주기도 해요. 한국과 달리 한 사람이 전체의 식비를 지불하는 경우는 전혀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인 순회는 이뤄지지 않아요. 이번에 내가 음식값을 냈으니 다음번에는 대접받겠지라고 기대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지난주에 남편 회사 소속 4개의 밴드 클럽이 아프리카와 지역 푸드뱅크를 위한 기부 공연을 연다고 해서 다녀왔는데요. 공연도 보고 기부도 하며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친목을 도모할 수 있어 좋았어요. 회사 차원의 회식이 아닌 사교 클럽의 기부 공연이었기에 음식값, 공연 참석비, 기부금 모두 개인적으로 지불했어요. 북미 레스토랑에서 하지 않는 7가지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캐나다 회식 문화를 보면, 캐나다인의 성향이 보입니다. 자신의 사생활과 의사를 존중받은 만큼 상대방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성향이 회식 문화에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나눔과 도움을 가르치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상대방에게 아주 작은 피해라도 주지 않기 위해 공중 에티켓을 혹독하게 가르칩니다. 얼핏 보면 친한 사이에서도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예의를 갖추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개인 성향을 최대한으로 존중받는다는 점에서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서로를 향한 직설적인 표현이나 간섭, 강요 등이 적다 보니 사소한 오해나 말다툼이 생길 기회도 적어 건강한 인간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 같구요. 각 문화마다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지만, 이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또한, 모든 부분이 부족하기에 한국을 빛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사는 공간 내에서라도 저로 인하여 한국인의 이미지를 망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노력할 뿐이지요. 이외에도 5가지 쉬운 영어로 알아보는 서양의 기본 매너 및 캐나다 테이블 매너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회식 문화를 흥미롭게 보셨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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