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로 차린 손님 초대 요리
12년 전에 선생님과 학생 사이로 만난 아이가 어느덧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해 가정을 이뤘는데, 미국 여행 도중에 캐나다에 들려 얼굴을 보러 오겠다며 연락이 왔어요. 반가운 마음에 덥석 환영한 후 나중에서야 오는 방법을 물어보니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해 반나절을 보내다가 다시 8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저희가 사는 오타와에 오겠다는 거예요. 무리한 일정에 걱정 반, 미안함 반이 되어 여행도 할 겸 버스를 덜 타도 되는 몬트리올에서 마중 나가 함께 여행을 한 후 집으로 오기로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저녁 식사 테이블을 미리 세팅해놓고 몬트리올을 향해 출발했네요.
몬트리올에 가는 길에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캐나다 흰기러기 떼를 만나는 선물을 받았네요.
몬트리올 시외 터미널에서 10년 만에 남편과 함께 짠! 하고 나타나 보고 싶었다며 훌쩍거리는데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요. 하루 내내 몬트리올 명소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2시간 30분을 다시 달려 집으로 왔어요.
오랜만에 만났기에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지만, 여행 후 돌아와 늦은 시각에 요리하기 시작하면 저녁 식사가 더 늦어질 것 같아서 짧은 시간에 요리가 완성되는 바비큐로 메뉴를 정했어요. 오후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뒷마당의 그릴을 사용해서 이웃집에 살짝 미안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니 이해해주리라 믿으며 남편에게 바비큐를 부탁했네요.
캐나다에서 꼭 먹어야 할 앨버타산 트리플 A 등급 쇠고기예요. 전날 미리 밑간해서 숙성해 그릴로 구웠어요. 캐나다에서는 광우병 검사를 위해 무작위로 착출된 일부의 소만 검사하지 않고, 도축하려는 모든 소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기 때문에 매우 안전해요.
캐나다에서 꼭 먹어야 할 특산물 중 하나인 캐나다 연어도 구웠어요. 캐나다에서 연어가 많이 잡히지만, 가격은 한 마리에 3만 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연어를 그릴에 바로 구우면 껍질이 들러붙고 생선 살은 흩날리기 쉬워요. 그래서 물에 담가둔 젖은 나무판자에 연어를 올려 판자째 구웠어요. 덕분에 판자 테두리만 타고, 연어는 형태가 유지된 채 촉촉하게 잘 익었네요.
다른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연어를 20분 이상 익히면, 살이 부서지고 수분이 다 날아가 맛이 없어요. 크기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껍질이 밑으로 두고 뒤집지 않은 상태에서 16~18분 구워야 가장 적당해요. 허브와 밑간이 잘 배여서 맛있게 먹었어요. 평소에도 연어를 무척 좋아한다며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더라구요.
아스파라거스 보관법부터 쉽게 데치는 법과 5가지 요리법까지 대공개
아스파라거스도 밑간 한 후, 바비큐로 구웠어요. 아스파라거스는 살짝 아삭한 식감이 살아야 맛있는데, 제가 음식 차리는 동안 남편이 진하게 구워내 아쉬웠어요. 후추와 파마산 치즈로 마무리를 했어요.
알감자, 양파, 버섯도 허브와 소금으로 밑간 한 후, 바비큐로 구웠어요. 바비큐로 메인 요리 2가지와 사이드 요리 2가지를 한 번에 완성하니 빠른 시간에 상을 차릴 수 있어 좋았어요.
늦은 시각인지라 국을 끓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전날 밤에 오이, 사과, 미역을 넣고 미리 만들어둔 냉국을 꺼냈어요.
한국에서 흔하게 먹지 않은 방울 양배추(Brussels sprout), 적색 치커리(Radicchio), 케일에 토마토, 말린 크랜베리, 치즈, 견과류를 넣어 샐러드를 준비했어요.
가운데 홈을 파낸 오이에 칵테일 새우, 오일과 허브로 밑간한 페타 치즈, 고추 젤리를 얹어 핑거푸드도 만들었어요. 매콤 달콤한 고추 젤리(Hot pepper Jelly)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깻잎 장아찌, 고추 장아찌, 배추김치 밑반찬도 꺼냈네요.
각종 과일 주스 원액을 얼려 만든 칵테일입니다.
전날 밤에 바비큐 소스에 양파, 사과, 마늘 등을 갈아 숙성시킨 소스도 끓여 완성했어요. 해주고 싶은 요리가 참 많았는데 장거리 여행 후 급하게 차린 상이라 이것저것 아쉬움이 남았어요
치즈 케이크, 마카롱, 초콜릿 입힌 화이트 슈를 디저트로 준비해, 식사 후 네스프레소 커피와 함께 먹었네요.
동생 부부가 2층에서 샤워하는 40여 분 동안, 남편은 뒷마당에서 바비큐하고 저는 안에서 상을 차려 빠른 시간에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어요. 식사 후 밀린 수다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네요.
인천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과 캐나다 몬트리올을 거쳐 오타와에 오기까지 2일 넘는 동안 제대로 씻거나 눕지도 못하며 애써준 덕분에 저희 가족도 즐거운 추억을 얻을 수 있어 고마웠네요. 다음날 오타와 시내 투어를 마친 후 다시 미국 뉴욕을 향해 가게 되어 많이 아쉬웠지만, 어리게만 느꼈던 동생이 어느새 가정을 이뤄 서로 존중하면서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했어요. 10년 동안 살면서 같은 자리에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잦건만, 이별은 언제나 적응이 되지 않네요. 그래도 또 이렇게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요. 소중한 인연이 잊혀지고 닳아지지 않게 조금 더 부지런을 떨면서 인연의 끈을 단단하게 붙들어야겠어요. 즐거운 만남이 가득한 5월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유쾌한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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