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작은 프랑스' 퀘벡에서 맛본 프랑스 전통 요리
캐나다 퀘벡의 6번째 여행 마지막 날에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폭설을 동반한 강풍주의보로 시내 전망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급하게 주변의 퀘벡 맛집을 알아본 결과 선택한 곳이 크레페 전문점
크레페(Crepe)가 뭐지?
크레페는 프랑스 요리 중 얇게 구운 팬케이크의 일종으로,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Bretagne)에서 빵을 구울만큼 밀이 충분히 자라지 않아 빵 대신에 구워 먹었던 것이 프랑스 각지로 퍼진 것인데요. 현재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지요.
크레페는 잘못된 발음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crepe를 크레페라고 발음하지만, 실은 틀린 발음입니다. 영어에서 단어 끝에 오는 'e'가 '에' 발음이 나지 않으면서 앞에 있는 모음을 길게 발음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Date를 데테, 또는 데트라고 하지 않고 데이트라고 발음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이지요. 영어 crepe는 주로 '크레이프'라고 발음하고, 프랑스어 crêpe는 '크레프'라고 발음합니다. 영어, 프랑스어 모두 p발음이 약하게 들려 크레입, 크렙으로 들립니다. 복수일 경우에는 크레입스, 크렙스라고 발음합니다.
Casse-Crepe Breton의 위치
레스토랑은 <도깨비>의 촬영지이자 퀘벡 여행의 배꼽에 해당하는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Fairmont Le Château Frontenac)에서 도보로 9분 거리,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Basilica of Quebec City)과 크리스마스 가게(Boutique de Noël)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Le Casse-Crêpe Breton 또는 1136 Rue Saint-Jean, Québec City로 검색하면 됩니다.
레스토랑 분위기
밖에서 보이는 크기에 비해 테이블 개수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레스토랑 1/3 크기의 주방이 둥근 bar 형태로 홀 중앙에 돌출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오후 3시 즈음에 갔는데도 20분을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크레이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문을 열자마자 크레이프를 만드는 공간이 바로 보입니다. 크레이프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사람을 크레페리(creperie)라고 하는데요. 크레페리뿐만 아니라 직원들 모두 어찌나 예쁘던지, 여자인 저도 자꾸 훔쳐보고 있더라구요>.< 크레이프의 팬케이크는 원형판에 반죽을 부운 후 T자 모양의 나무 도구로 아주 얇게 펴서 앞뒤로 굽습니다.
돌로 된 벽에 메탈을 활용한 그림과 철사로 만든 다양한 사람 형상이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앉았던 자리예요. 2월에 갔는데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었는데, 레스토랑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려서 어색하지 않았어요. 캐나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통 1월 첫째 주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거두는데, 퀘벡에서는 2월인데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크레이프(crepes) 주문하는 법
북미 레스토랑에서는 메뉴를 정하기 전에 음료부터 주문하고 음식이 오기 전에 서빙받습니다. Casse-Crepe Breton에서는 생과일 밀크셰이크가 가장 유명하고, 수제 커피, 수제 맥주, 와인도 인기 많은 것 같아요. 저희는 뉴욕에서 먹었던 쉑쉑버거(SHAKE SHACK)와 밀크셰이크의 조합을 다시 기대하며 딸기와 체리 밀크셰이크로 택했어요.
북미에서 피자의 도우와 토핑을 골라 주문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팬케이크의 종류(밀가루/메밀가루)를 선택한 뒤, 속 내용물의 종류를 선택합니다. 원하는 종류를 원하는 대로 추가해 넣을 수 있어요. 각 재료당 정해진 금액이 있습니다.
속재료에 따라 과일, 생크림, 잼, 시럽 등으로 속을 채우는 디저트용 크레이프(sweet crepe)와 육류, 해산물, 달걀 치즈, 버섯, 채소 등으로 속을 채우는 식사용 크레이프(savory crepe)로 크게 나뉩니다. 디저트로 먹을지 식사로 먹을지 정해 속에 넣을 재료를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하면 되겠네요. 낱개로 선택할 수도 있고, 콤비네이션 피자처럼 재료가 이미 조합된 메뉴 중에서 고를 수도 있습니다.
크레이프의 팬케이크는 프랑스 전통 방식에 따라 하얀 밀가루(white wheat)와 메밀가루(buckwheat)로 만든 것 중에서 고를 수 있어요. 하얀 밀가루로 만든 팬케이크는 설탕이 들어가 단맛이 살짝 나고, 메밀가루로 만든 팬케이크는 설탕을 넣지 않아 담백한 맛이 나며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적당합니다. 메밀가루 팬케이크가 1달러 더 비쌌어요.
주문한 음식들
저희는 실패를 맛보기 싫어서 추천 재료로 조합된 식사용 크레이프를 골랐어요. 제가 고른 크레이프는 하얀 밀가루 팬케이크에 햄, 아스파라거스, 스위스 치즈, 베샤멜(bechamel) 소스가 들어갔어요. 일단 팬케이크의 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서 굉장히 맛있었어요. 토르티야와 또 다른 질감이더군요. 속 재료와 함께 우유, 밀가루, 버터로 걸쭉하게 만든 베샤멜 소스가 들어갔는데도 아스파라거스가 느끼함을 다 잡아줘서 정말 맛있었어요.
남편이 고른 크레이프는 하얀 밀가루 팬케이크에 로스트비프, 양파, 버섯, 스위스 치즈가 들어갔어요. 맛을 보고 싶어 조금 잘라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양파를 좋아하는데도 양파향이 워낙 강해서 고기 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어요. 게다가 양파맛이 강하게 나는데도 느끼해서 밀크셰이크보다는 커피가 더 생각나는 조합이었네요. 서양인 입맛에는 맞을 듯합니다.
딸은 평소에 토르티야나 크레이프의 팬케이크 질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베이글 샌드위치를 선택했어요. 샌드위치 역시 속 재료도 택할 수 있어 딸은 로스트비프를 시켰는데 매우 특별한 맛은 아니었어요.
솔직한 총평
맛: 크레이프 전문점 중에서 손꼽히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여행객뿐만 아니라,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도 호평이 많은 곳이었어요. 바로 만든 팬케이크의 식감이 매우 좋았고, 속 재료를 기호에 따라 넣을 수 있어 좋았어요. 식사용 크레이프는 브런치로 먹기에 딱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크레이프를 즐겨 드셨던 분이라면 한국 크레이프 전문점의 비쥬얼은 아니어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맛있게 먹었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로 특별한 수준은 아닙니다.
가격: 퀘벡은 매년 600만 명이 관광객이 모이는 인기 있는 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가격대가 캐나다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하지만 이곳은 올드 퀘벡의 중심부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서 큰 부담이 없었어요. 저희(3인)는 밀크셰이크 3잔, 크레이프 2개, 샌드위치 1개에 15% 팁을 포함해서 45달러(약 4만 원)를 냈습니다. 올드 퀘벡에서는 이 정도면 저렴하게 먹은 편이네요.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맛있는 레스토랑이 분명 맞습니다.
서비스: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직원들의 친절을 손꼽은 후기가 꽤 많았어요. 저희 테이블을 맡은 직원이 주문과 다른 서빙을 3차례나 해서 여러 차례 재주문 후 기다려야 했어요. 하지만 바로 사과하고 빠르게 대처해서 잠시 불편했을 뿐 불쾌하지는 않았네요.
캐나다 퀘벡에서 크레이프를 드시고 싶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곳이네요. 캐나다 퀘벡 출신의 전 프로게이머이자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기욤 패트리가 추천한 퀘벡 전통 요리 푸틴(poutine) 맛집 <La Chic Shack>도 함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캐나다 퀘벡 여행 팁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오늘도 든든한 식사로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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