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바닷가재 해물탕 레시피
서쪽에는 태평양, 동쪽에는 대서양이 흐르고 전 세계 민물의 9%를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이지만, 정작 캐나다인은 해산물을 즐겨 먹지 않는데요. 먹는 종류도 바닷가재, 연어, 참치, 새우 등 몇 가지에 한정돼 있으며 거의 대부분 냉동 또는 통조림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어선을 둔 작은아빠와 물질을 하시는 작은엄마 덕분에 어릴 적부터 전복, 문어 등 갖은 해산물을 즐겨 먹어온 저였기에 캐나다 이민 10년 내내 가장 그리운 음식은 엄마표 밑반찬과 함께 바다향이 가득한 해산물 요리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 전 서양 마트에서 문어, 그것도 냉동하지 않은 문어를 발견했어요. 캐나다 한국 마트나 캐나다 중국 마트에서는 종종 봤지만, 서양 마트에서는 처음 본 것 같아요. 반가움에 고민할 것도 없이 딱 2팩뿐이었던 문어를 모두 집어 들었고, 그 옆에 반값 세일 중이었던 바닷가재까지 함께 사와 해물탕을 끓였어요. 그래서 오늘은 캐나다에서 끓여본 해물탕 레시피 나눔 하고자 합니다.
1. 해산물 준비 및 문어와 바닷가재 손질하는 법
- 해산물 재료: 문어 小 1마리, 바닷가재 꼬리 小 2마리, 홍합 2줌, 새우 1줌
서양 마트에서 사온 문어 1마리, 랍스터 2마리, 새우, 한국 마트에서 사온 홍합으로 해물탕에 들어갈 해산물을 준비했어요. 문어와 랍스터의 크기는 작았지만 부부가 한 끼 식사로 먹기에 딱 좋은 크기였고, 게다가 50% 세일 중이어서 가격이 매우 착했네요. 손만 한 바닷가재 꼬리 하나에 약 2,500원 정도였어요.
문어 손질은 오징어 다듬는 것처럼 머리 부분에 가위집을 한 번 넣어 뒤집은 후 내장과 눈을 깨끗하게 제거하세요. 머리와 다리 사이에 있는 입도 제거해주세요. 밀가루 1~2 큰 술을 뿌려 빨판과 내장 등에 붙은 이물질에 밀가루가 달라붙게 한 후 흐르는 물에 비벼서 2번 씻어 주세요. 한 번 더 깨끗하게 씻고 싶다면 굵은소금을 뿌려 비빈 후 헹구면 됩니다.
바닷가재는 꼬리 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손질이 쉬웠어요. 흐르는 물에 칫솔로 구석구석 문질러서 이물질을 제거했어요. 바닷가재는 껍질과 살이 잘 분리되지 않아 살이 으스러지기 쉽기 때문에 껍질째 요리하거나 데친 후 껍질을 벗기는 것이 좋아요. 국물 요리의 진한 맛을 위해 껍질째 사용했습니다. 랍스터 이외에도 캐나다에서 꼭 먹어야할 지역 특산물 12가지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2. 채소 준비
- 해산물 재료: 양파 1개, 당근 1/2개, 호박 1/2개, 무 1/4개, 파 2개, (양송이) 버섯 1~2줌, 고추 약간
채소는 따로 사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활용했어요. 좋아하는 채소 위주로 준비하면 될 것 같아요. 2차로 칼국수를 먹을 예정이어서 칼국수 면도 준비했습니다.
보통 해물탕에 들어가는 채소는 나박 썰어 냄비에 눕혀 담지만, 저는 세워서 담는 편이라서 세워 담았을 때 전골냄비의 2/3 높이에 닿을 정도로 길쭉하게 썰었어요.
3. 해물탕 양념 만들기
- 해물탕(3인분) 양념: 고춧가루 2큰술, 고추장 1큰술, 된장 1/2큰술, 액젓 1큰술, 청주(미림)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생강 1/2작은술
해물탕의 맛은 해산물의 신선함과 양념장에 달려 있는 듯해요. 양념 비율을 '고춧가루:고추장:된장=4:2:1'으로 양념장을 만들면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간은 액젓으로 보면 끝맛이 깔끔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 좋으며, 만약 액젓이 싫다면 국간장으로 대체하면 됩니다. 해산물에 생강즙 또는 생강가루를 넣으면 비린내도 잡아주고 감칠맛이 나서 좋습니다. 저는 칼칼한 맛을 좋아해 굵은 고춧가루 1.5큰술, 청량 고춧가루 0.5큰술을 섞어 사용했어요.
4. 해산물과 채소 냄비에 담기
25.5cm 크기의 전골냄비에 재료를 모두 담았어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최고라고 눈으로 먹는 맛도 있기 때문에 예쁘게 담으면 좋은 것 같아요.
냄비에 담는 요령은 모든 재료를 퍼즐을 맞추듯이 빈 공백 없이 끼워서 담아야 육수를 넣고 끓일 때 재료가 흩어지지 않아 모양이 예쁘게 유지가 되어요. 호박, 양파, 대파처럼 가벼운 채소는 길쭉하게 썰어 세워 담으면 많은 양을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끓인 후에도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 좋아요. 문어의 모양을 살리기 위해 무만 문어 밑에 깔았어요.
5. 육수와 양념장 넣고 끓이기
육수 5컵과 양념장을 넣었어요. 멸치 다시마 채소 육수를 항상 끓여 두기 때문에 냉장고에 있던 것을 사용했어요. 평소에 육수 만들 때 국멸치, 디포리, 다시마에 한 주 동안 재료 손질할 때마다 남는 채소 자투리를 얼려 놨다가 함께 넣어요. 이번 주에는 양배추, 당근, 무, 양파가 남아 함께 넣어 끊였어요.
해물탕은 식탁에서 끓이면서 먹어야 제맛 같아요. 특히, 재료를 한꺼번에 담아 동시에 끓이기 때문에 익은 재료부터 하나씩 꺼내서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6. 밑반찬 및 소스 준비하기
조갯살과 새우가 5분 이내에 익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밑반찬과 소스를 빠르게 준비했어요. 밑반찬은 깍두기, 숙주나물, 미니 오이로 간단하게 준비했습니다. 오이에 파마산 치즈 가루를 뿌린 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어요. 소스는 스윗 칠리소스, 핫 소스, 초고추장, 와사비 간장을 준비했어요. 저는 해산물 그대로의 맛과 향을 좋아해서 소스 없이 먹는 편인데, 남편은 평소 찍먹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다양하게 준비해 봤어요.
7. 해산물부터 먹기
냄비에 재료를 꼼꼼하게 심었더니(!) 팔팔 끓어도 대부분의 재료가 듬직하게 제자리를 지켜주고 있었어요.
문어는 젓가락으로 가장 두꺼운 부분을 찔렀을 때 부듣럽게 쑤욱 들어가면 다 익은 거예요. 문어의 크기에 따라 6~15분 정도 걸리는데, 제가 산 문어는 작은 크기라서 6~7분 만에 다 익었어요.
해산물만 모아 그릇에 담았어요. 너무 푹 익히면 재료가 질겨지기 때문에 익는 동시에 바로 먹는 것이 좋아요. 채소는 칼국수와 먹을 때 먹기 위해 남겨 뒀어요. 향긋한 바다 내음이 가득한 문어를 얼마 만에 먹어보는지 씹는 내내 행복감이 입안 가득 채워지더라구요.
손만 한 바닷가재라서 껍질을 벗기고 나니 손바닥만 한 길이의 살이 나오더라구요. 양은 많지 않았지만 쫄깃하니 정말 맛있었어요. 바닷가재 꼬리 껍질을 벗기는 방법은 꼬리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 후, 둥그렇게 휘어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 가위를 넣어 껍질을 자르면 살을 쉽게 발라낼 수 있어요.
8. 칼국수 끓여 먹기
해산물을 먹는 동안 냄비에 육수를 더 붓고 냄비에 덜 담은 채소 자투리와 칼국수 면발을 넣고 끓였어요. 면발은 찬물에 2번 정도 헹궈서 넣어 주세요. 간은 액젓 또는 국간장으로 보면 됩니다.
진한 육수에 채소 가득한 칼국수 한 그릇이 뚝딱 나왔어요. 남편이 제 바닷가재 껍질 벗겨 주느라 정작 본인은 바닷가재 맛을 미처 보지 못해 뒤늦게 칼국수 면과 함께 먹더라구요.^^;
실은 문어 사온 밤에 해물탕 끓일 다음날까지 기다릴 수 없어 조금 더 큰 한 마리는 숙회로 바로 해 먹었어요. 평소에 커피 외엔 야식을 거의 안 먹는 편인데 마치 하루의 첫 끼를 밤늦게서야 챙겨 먹는 것처럼 정말 맛있게 먹었네요.ㅎㅎ
캐나다 친구들 중 연어, 참치, 새우 외의 해산물은 전혀 먹지 않은 친구들이 꽤 많아 30살이 넘어서 바닷가재를 처음 먹어봤다며 SNS에 자랑하는 친구도 있고, 저희 집에서 접대한 홍합 요리로 생애 처음 홍합을 맛봤다면서 신기해하는 친구도 있어요. 하지만, 신선한 해산물을 즐겨 먹고 자란 저로서는 바다 향이 전혀 나지 않은 캐나다의 냉동 해산물이 이민 생활 내내 마냥 아쉬웠는데요. 며칠 전 득템한 신선한 문어 두 마리로 겨울마다 감기처럼 찾아오는 향수병을 조금 씻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먹는 내내 바다맛 난다!, 맛있다!, 행복해!를 연발하는 제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행복은 정말 사소한 것, 특히 맛있는 음식에서 온다는 진리를 또 느꼈네요.ㅎㅎㅎ 2017년이 다 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맛있는 식사로 진한 행복을 느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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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헉... 허어... 허... 허허허허...
이번글은 진짜 감탄사 밖에 안나오네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문어, 낙지 등의 두족류 해산물에 그리움은 저도 큰데....이걸보니 확 와닿네요... ㅠ_ㅠ
그런데 저는 밴쿠버라 그나마 해산물이 좀 흔한데
계신곳은 새우 연어 외에 안먹어보고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니 이건 정말 의외네요...
땅이 워낙 커서 내륙 안쪽의 사람들은 냉동류만 접하게 되니 더욱 그런것 같아 새삼 캐나다의 크기가 실감나기도 합니다 ㄷㄷㄷ
홍합은 저도 먹고 싶은데
이곳은 홍합의 가격이 엄청나서... 엄두가 안나는데 왠지 도전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맞아요. 무를 당근찜처럼 쪄서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제까지 사이드 메뉴로 무 사용한 가정은 딱 한 곳 뿐이었어요. 정말 잘 안 먹더라구요. 서양마트에 파는 차이니즈 무는 이상하게 조리하면 질겨서 잘 안 씹혀지더라구요 - -; 그래서 육수용으로만 쓰거나 아예 안 사거나 그래요. 몬트리올에서 사온 무 반 박스를 반가움에 후다닥 요리해 다 먹어서....다시 사야해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몬트리올에 놀러갈까말까 백만번째 고민중입니댱! ㅋ 암튼 오늘 sword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신 듯 하네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기운 쭈욱~ 이어지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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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향 나는 신선한 해물 요리를 드셨군요?
그런데 캐나다 인들은 해산물을 즐겨 먹지는 않는군요? 먹더라도 한정된 것들이군요?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ㅇ ㅔ 신선한 바다향 가득한 해물들로 요리를 하셔서 옛날 생각이 나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포스트 너무 잘 읽고 갑니다.
따뜻한 성탄절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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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 이건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이에요!!! 아직 전 식사전인데 ㅎㅎ 급 허기가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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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탕에 바다가재라니... ㅋㅋㅋ
조개나 생선, 그리고 문어면 완전 풍족한데...
바다가재라니.. 바다가재라니.. ㅋㅋㅋ
꽃게도 아니고 바다가재... ㅋㅋㅋ 스케일!!! -
외국에서 먹으니 더욱 맛나게 보입니다.
제가 어릴적에는 말린문어만 먹어보았지 요즘 처럼 생문어는
먹어보질 못했지요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 -
와! 맛있는 해물탕을..^^
신선한 문어 득템하신거 축하드려야 하나요? ㅎㅎ
문어숙회는 우리식구들이 다 좋아하는건데 요즘 문어가 너무 비싸져서 명절 차례상에 올리기도 어렵네요.
홍합은 싸고 흔해서 가끔 시원한 홍합탕을 끓이지요.
문어 덕분에 향수가 좀 가셨다니 다행이네요.^^ -
해물탕 너무 맛있어보여요. 군침을 삼켰네요. 저도 바닷가에 사서 소고기보다 해산물을 엄청 좋아하네요. 타국에서 고향 음식이 그리울 듯 해요. 꾹 누르고 갑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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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탕에 칼국수까지....완전 최고의 메뉴이군요~^^
한국 시간으로는 크리스마스 이브 밤시간인데 다시 배가 고파지는듯 합니다~^^
크리스마스, 행복한 시간 맞이하세요~^^ -
생각이 나지만, 언제든 해먹을 수 없는 먹거리를 만나게되는 건 꽤나 설레는 일인 것 같아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조금은 덜어줄 멋진 음식이네요.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왔어요. 그곳에도 몇 시간 후면 오겠지요. ㅎㅎ
행복하고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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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세프님의 멋진 요리와 또 레시피까지 공개를
하셨네요
저도 어제 메기매운탕을 먹었습니다만
이국에서 이렇게 만드신 해물탕,,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나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행복하게 보내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와~ 해산물 좋아하는 저로썬... 달려가 바로 식탁에 앉고 싶어집니다.
브리스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신 것 같네요. 남은 한해도 잘 마무리 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