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 파티 매너와 우리네 뒷마당 이야기

바비큐의 시즌인 여름도 이젠 슬슬 물러가기 시작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이주에 한 번꼴로 바비큐를 하는데요. 종종 이웃이나 지인을 초대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소소하지만 우리네 백야드에서의 바비큐 파티 모습을 올려보기 전에 바비큐 파티 매너를 소개해볼까요? 다들 그러셨겠지만, 저 역시 어릴 적부터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식사 예절에 대해서 귀가 아프도록 들었는데요.^^;;

하지만 바비큐 파티 매너에 대해서는 들으실 일이 거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비큐 파티를 열거나 초대받을 때를 위해서 미리 숙지해두시면, 파티를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함께 살펴볼까요?

 

백야드 파티에 초대받을시 지키면 좋은 매너- "I'm a guest."

 

바비큐 그릴에 손대지 마세요!

한국에서는 호스트, 제일 어린 사람, 혹은 고기를 잘 굽는 사람 중에서 그릴을 담당하는 융통성이 있지만, 북미에서 그릴은 온전하게 호스트의 영역입니다. 요청 없이 그릴을 다루거나 요리에 간섭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두시면 좋겠네요.

 

빈 손으로 가지 마세요! 본인이 마실 술은 직접 준비하세요.

캐네디언들은 손님 초대받을 시 무리한 선물을 하지 않습니다. 빈손으로 가도 무례하지 않으며, 가져가더라도 $10 내외의 소소한 선물을 가져옵니다. 예를 들면, 손비누, 작은 꽃 화분, 티매트, 향초 등으로요.

하지만 백야드 파티 초대를 받으셨다면, 무언가를 들고 가시기를 권유해드리고 싶네요. 기본적으로 사 가야 할 것은 자신이 마실 술입니다. 저희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예외이지만, 대부분 백야드의 파티에서는 가볍게 술을 즐깁니다. 호스트가 기본적으로 준비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적으로 마실 술은 개인이 사서 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자기가 마실 술만 사 가지고 오셔도 절대 이상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마실 술에 1~2개 더 준비해 가져오셔도 됩니다. 다만, 전체가 나눠 먹을 술을 사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더치페이의 개념입니다. 

혹은 사이드로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요리나 바비큐에 필요한 소스 및 허브 등을 사 오셔도 센스만점의 선물이 됩니다. 과한 선물보다는 정성 있는 선물이면 충분해요^^

 

파티의 흐름에 대해 간섭하지 마세요!

크나 작으나 파티를 여는 호스트는 충분히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스트레스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겠지요. 예를 들면 바비큐 그릴에 문제가 있어서 애를 쓰고 있더라도, 호스트가 묻거나 요청하기 전에는 절대 나서지 마세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좋지만, 요청도 없이 그릴을 작동하는 법을 설명하시거나 혹은 더 나은 파티상 차림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행동은 상대방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요.

백야드 파티로 초대할시 지키면 좋은 매너- "I'm a host(hostess)."

 

바비큐 그릴의 청결을 체크하세요.

저희는 기름이 많은 삼겹살과 양념이 묻은 LA갈비를 주로 굽다 보니, 그릴 판을 세제로 닦습니다만, 대부분 사람은 그릴을 씻지 않고, 열로 고기 잔여분을 태운 후, 쇠솔로 긁어냅니다. 어떤 방법이 되었든지 손님 오시기 전 그릴의 청결함은 필수이겠지요.

 

그릴의 가스 혹은 숯이 충분한지 체크하세요.

고기를 굽다가 그릴의 불이 꺼지면 당황스럽겠지요. 충분히 준비해둬서 먹는 즐거움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겠지요^^

 

채식주의자가 있다면?

바비큐의 주메뉴는 주로 고기입니다. 그러므로 채식주의자가 있는지 미리 체크해 보셔야 합니다. 미리 알 수 없다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준비해두세요. 채소 외 버섯이나 치즈를 더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채소나 채소 요리는 다른 게스트들에게도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사이드 메뉴입니다.

그 외에도 손님 중에 알러지가 있는지 체크해보시는 것도 현명한 파티 준비입니다.

 

이웃집을 초대해야 하나? 

고기 굽는 냄새가 이웃집으로 솔솔~? 백야드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이웃집을 초대해야 하거나 음식을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파티가 끝나는 시간이 오후 9시를 넘어서거나, 소음이 다소 있는 분위기가 될 것 같으면 미리 이웃집에 양해를 구하시면 더 좋겠지요?^^

 

먹기 위해서 모이는 게 아니다?

캐네디언의 크고 작은 파티에 다니다 보면, 먹고 끝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도리어 액티비티가 주가 되고, 음식은 서브로 되는 분위기가 더 많습니다. 게스트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혹은 먹고 난 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하시면, 몸도 마음도 즐거운 성공적인 파티가 될 수 있겠네요^^ 

 

그럼 소소했지만, 나름 즐거웠던 저희집 뒷마당에서의 즐거운 파티 이야기를 풀어볼까요?^^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입니다. 캐네디언 주택의 뒷마당은 대체로 각종 나무와 꽃, 야외 가구 등으로 무척 멋스럽습니다만^^;;저희 집 뒷마당은 참 겸손합니다. 그래도 파티 못할 이유 없지요^^ 즐거운 추억을 쌓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나름 패턴지를 활용해 배너를 만들어 야외용 파라솔에 달아봤는데, 끈이 짧아서 제가 생각했던 모양은 안 나왔네요^^;; 제가 봐도 뭔가 어설픕니다.ㅎㅎㅎㅎ 

 

그래도 컨셉은 맞춘다고, 음식 테이블에도 배너를 달아봤습니다. 

 

화분과 꽃은 없지만, 채소는 있어요^^ 저희 집 작은 텃밭에 깻잎, 쑥갓, 돌나물, 미나리, 고추, 토마토 등을 키우고 있어요.

 


텃밭의 처음 모습이 궁금하시나요? 올봄에 올린 이전글에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인 삼겹살입니다. 2~3년 전부터는 서양 마트에서도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기름 부위가 많고 껍질까지 함께 있어서, 삼겹살은 여전히 한인 마트에서 사 먹고 있습니다. 구울 때 양념하는 것보다, 미리 해놓은 것이 더 맛있어서 양념을 미리 해두었습니다. 통후추 간 것, 소금, 허브 몇 종류를 뿌려 구우면, 고기 씹을 때 간이 안까지 배여 있어 맛있어요.  

 

나름 제일 맛있는 소시지를 사서 미리 칼집을 넣어 준비했습니다. 어린 손님도 있어서, 핫도그를 찾을 것 같아 핫도그 빵도 함께 준비했네요.

 

주메뉴는 LA갈비와 삼겹살이었는데요. LA갈비를 사정상 준비하지 못했습니다ㅠ 그래서 급하게 집에 있는 재료를 총동원해 닭가슴살 꼬치를 준비해 보았네요. LA갈비 사는 건 복불복인가, 먹기 쉽지 않네요-- ;;

 

바비큐 메뉴에 빠질 수 없죠? 옥수수도 포일로 싸서 그릴에 들어갈 준비를 미리 해두었습니다.

 

핫도그를 위한 피클들이에요. 왼쪽부터 무 피클, 고추 피클, 오이 피클입니다. 용기는요 Glass Jar Drinking Cup으로 쨈 병을 컵으로 활용한 아이템입니다. 대부분 일반 머그잔 사이즈인데요, 이건 소주컵보다 약간 큰 귀여운 사이즈입니다. 다운타운에 나갔다가 이 아이들을 본 순간 어찌나 귀엽던지>.< 잘 모셔와서 파티 날 첫 개시를 했네요. 컵 표면에 LOVE, LIFE, LAUGH, LIVE 등 L자로 시작하는 기분 좋은 단어들이 적혀있답니다.

 

사이드 메뉴입니다. 그럴싸한 건 없지만, 모두 홈메이드예요^^ 비트 무피클, 오이 피클, 무 생채, 무 생강 피클 그리고 쌈장까지 여름 내내 만들어 먹는 음식들이네요. 

 


보라색 피클이 보이시나요? 비트로 색을 낸 무피클입니다. 초간단 레시피는 아래에 있습니다^^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 양송이버섯을 편마늘과 함께 볶은 올리브유에 볶은 후, 소금, 통후추 간 것, 허브로 양념한 버섯채소볶음입니다. 균형적인 식단을 위해서 준비한 사이드 메뉴이지만, 고기보인 저는 밥, 반찬은 뒤로 밀어놓고 주로 고기만 먹습니다^^;; 일종의 손님접대용 사이드 메뉴이지요ㅎㅎㅎ

 

fruit punch라고 일종의 화채라고 하면 될까요?ㅎ 저는 얼린 과일 주스 엑기스와 사이다를 섞었고, 레몬을 띄웠습니다. 원래는 로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 딸기 등 베리 종류를 넣곤 하는데, 오늘은 어린 손님들이 많아서 과일은 넣지 않고, 깔끔하게 과일주스 엑기스를 넣었네요. 

 

일회용품을 어마어마하게 쓰는 북미이지만, 저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백야드 파티 땐 일회용품을 씁니다^^;;

 

디저트 메뉴입니다. 하나씩 볼까요?

 

1인분씩 담아져 있는 작은 사이즈의 칩스입니다. 매운 나초맛부터 한국에서도 즐겨 먹었던 프링글스와 치토스까지ㅎㅎ 손님들의 취향을 알 수 없어 골고루 준비해보았습니다.

 

음료수입니다. 콜라, 주스, 스프라이트, 사이다, 생수 등을 얼음과 함께 담아 두었습니다.

CANADA DRY라고 쓰인 캔이 보이시죠? 진저 에일(ginger ale)의 일종으로 생강 맛을 첨가한 탄산음료입니다. 그런데 생강 맛은 나지 않되, 끝 맛이 무척 깔끔합니다. 주방 세정제의 대표 대명사가 퐁퐁이 되었듯이, 진저 에일의 대표 대명사가 CANADA DRY입니다.  

복숭아가 그려진 것은 우리나라 2% 음료수와 거의 흡사합니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저한테는 딱 맞는 수분섭취 음료이에요^^;; 

 

과일을 준비했습니다. 캐네디언들은 식후에 과일을 먹지 않고, 식사 전후 혹은 티타임에 과일을 먹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인도 함께 모이는 자리이기에 과일을 준비해보았네요. 로즈베리, 망고, 포도, 오렌지를 준비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화채(fruit punch) 아니냐구요?ㅎㅎ 실은 과일을 넣은 젤리입니다^^ 과일이 여기에 들어가 있으므로, fruit punch에 과일을 넣지 않고 주스 엑기스만 넣었답니다^^

 


젤리 만들기 어렵지 않습니다^^ 5분만 투자하시면, 눈과 입이 즐겁습니다. 레시피는 아래에 있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초대한 손님이 삼겹살을 묵직하게 또 들고 오셔서 고기를 실컷 먹었네요.

 

노릇노릇 잘 구워지고 있습니다. 쇠고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오늘 스테이크나 LA갈비가 없어 조금 섭섭했습니다만,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지는 모습을 보니 또 위로가 되었네요ㅎㅎㅎ

 

제가 사랑하는 꼬마 아기씨^^ 저희 딸에게는 비밀입니다만, 솔직히 저희 딸보다 더 이쁩니다^^;;; 해먹(hammock)에 앉아, 그네 놀이하네요ㅎㅎ 그러다가 한번 떨어져서^^;; 한바탕 울기도 했지요.

 

삼겹살과 소시지가 그새 다 구워졌습니다. 하..사진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오늘 저녁 메뉴를 급 변경해야하나 고민이 됩니다^^;;

 

먹기 전에 기도손!^^ 감사의 기도를 게스트 중 제일 어른이 되신 분께 부탁했습니다.

 

삼겹살과 소시지를 먹는 동안, 그릴에는 닭가슴살 꼬치구이가 올라갔습니다. 저희는 캠핑 다닐 의향으로 작은 사이즈 이동형 그릴을 샀는데요. 포부는 좋았으나, 한 번도 캠핑을 간 적이 없다는^^;;;; 근처 비치에 2번 정도 들고가서 고기 구워 먹고 왔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가격이 같은 좀 더 큰 사이즈의 그릴을 살 걸 후회가 됩니다. 그럼 빠른 속도로 고기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ㅎㅎㅎ다 아시겠지만, 고기는 먹다가 끊기면, 기다리는 사이 포만감이 느껴져 그 이후는 맛없어집니다. - -;;;

 

밑간은 한 상태에서 그릴에 올렸고, 바비큐 소스를 덧발라서 구웠습니다. 

 

노릇노릇 잘 구워졌네요. 꼬치구이시 주의점은 꼬치를 꿰는 막대기가 불에 그슬려 부서질 수가 있습니다. 음식을 꿰기 전에, 물에 30분정도 담가서 해주시면, 막대기안의 수분 때문에 막대기가 타거나 부서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닭가슴살도 채소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꼬치구이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함께한 캐네디언 분들도 맛있다고 여러 개 드셔서, 급하게 만드느라 살짝 긴장했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고기를 휩쓸고 난 후, 아이스크림을 시작으로 디저트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고기를 먹고 나서는 달달한 것을 먹어줘야 합니다. 저는 아이스크림 대신에 아이스 커피를 마셨네요^^ 고기 후에 먹는 커피가 진리입니다^^

 

아이스크림과 과일, 젤리 등을 먹는 동안에도 그릴은 옥수수를 품고 쉬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옥수수가 정말 맛있게 구워졌습니다^0^ 윤기가 좔좔 흐르네요.

 

옥수수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바로 버터입니다. 뜨거운 기운이 있을 때, 버터에 문질러서 먹으면 맛이 최강!>.< 버터를 발라서 굽는 것보다, 굽고 나서 바르는 것이 더 맛있어요^^  저는 옥수수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 옥수수를 1개 반이나 먹었어요. 살찐다고 밥도 안 먹고 고기만 먹어놓고는...옥수수로 제 배에 탄수화물을 차곡차곡 쌓았네요.

 

배가 불러 다들 여기저기 흩어져서ㅎㅎ 잠시 쉬다가, 아이들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야구공 캐치도 하고~

 

럭비도 하다가, 형제의 난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형제자매가 없는 저희 딸은 과격한 몸싸움에 눈치 보는 중입니다ㅋㅋㅋㅋㅋ

 

몇몇은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오신 캐네디언 부부는 자신이 사는 도시의 유래를 이야기해주셔서,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도시의 역사도 알게 되어 좋더라구요. 

 

여러 가지 공으로 다양하게 잘 놉니다ㅎㅎㅎ

 

공놀이에 재미를 못 느낀 꼬마 아가씨는 엄마의 선글라스를 가져와 패션모델 놀이 중입니다. 

 

음료수를 담은 볼에서 꺼내온 얼음조각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동생의 옷 속에 넣어주는 형의 센스! 형제의 난에 진 형의 복수입니다.ㅋㅋㅋ

 

캐네디언 할머니께서 공을 정말 잘 차셔서 놀랬습니다.^^

 

우리의 뒷마당에서 열린 파티는 4시간 동안 이어졌고, 이후 농촌마을 연례 축제까지 함께 다녀와 하루를 정말 즐겁게 보냈네요. 

뒷마당에서의 유쾌한 만남을 통해 외로움은 덜어내고, 따뜻함은 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뛰어봅니다^^ 이게 바로 인생의 행복 아닐까요?^^  

 

조금은 긴장이 되는 주말입니다. 뒤숭숭한 뉴스가 사라지고, 평온한 앞 날이 되길 바래봅니다.

 


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