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채소를 심게 된 감개무량한 순간!

저희 집 뒷마당에 아주 귀여운- -; 텃밭이 있답니다. 제가 남푠을 조르고 졸라서 만든 귀여운 사이즈의 텃밭이죠. 이왕 삽질해주는 거 조금 더해줘서 텃밭을 널찍하게 해주면 좋으려만, 남푠은 저의 간절한 바램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본인은 못 먹는 잔디를 보는 것이 더 뿌듯하대요 - -; 암튼 이 작은 텃밭에 2년 전부터 부추, 깻잎, 쑥갓, 상추을 심어놓고 농부 예행연습을 했죠! 저는 서울은 아니지만, 광역시에서 자랐기에 주변에서 텃밭 볼 일이 없어서, 이런 부분은 완전 쑥맥이에요^^;;

 

반면,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저보다 텃밭이 훨씬 친숙하죠. 시댁 옆에 텃밭이 있거든요. 이웃분들에게 빌려주시기도 하시고, 집에서 드실 채소는 키우기도 하시고 그러는 곳인데요. 본인은 어렸을 적에 놀다가 배고프거나 입이 심심하면 텃밭에서 무, 고구마, 가지, 오 뽑아 먹고 그랬대요.- -;; 왜 시부모님께서 과자 사먹는 거 싫어하셨어? 그랬더니, 슈퍼 갈려면 자전거타고 한참 가야한대요^^;; 저랑 1년 차이인데, 살아온 환경은 정말 달라서 들을 때마다 아빠의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신기해요ㅋㅋㅋ

 

캐나다 오타와에는 한인 마트가 한 곳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수요가 많지 않다보니, 한국 채소가 넉넉치 않아요. 갈 때마다 배추와 무는 있지만, 깻잎, 고추, 마늘쫑, 쑥갓 이런 한국 채소들은 토론토에서 물건이 들어온 날 외에는 좀처럼 보기 좀 힘들답니다. 그래서 저희도 토론토 이모님댁에서 2년 전에 깻잎, 부추, 쑥갓 모종을 얻어다가 심기 시작했네요. 깻잎은 키우기 수월하고, 번식도 잘 한다고 그러더니 정말 잘 자라줘서, 백야드에서 바베큐할 때 뜯어서 쌈으로 먹고, 깻잎 김치도 해먹고, 파전이나 샐러드, 무침요리에도 넣어 먹고 두루두루 잘 활용했네요. 그러고보니, 제 남푠은 제가 해준 깻잎 들어간 요리는 정말 잘 먹으면서 왜 궁시렁거렸던 거얌

올해는 정말 감사하게도 몇 달전에 알게 된 한인 분이 모종을 많이 나눔 해주셨어요>.< 완전 황금알 낳는 거위 들고 온 기분을 아실련가요?ㅎㅎ 돈나물, 미나리, 머위 모종에 꽃 모종까지 나눔해주셨어요. 거기다가 얼마전에 슈퍼푸드로 잘 알려진 토마토 모종도 사놓은 것이 있어서, 남푠님 옆구리 살살 찔러주고, 시원스레 등 긁어줘서 텃밭으로 모셔다 드렸네요. 계속 미루더니만, 손에 삽을 고이 쥐어드리니,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제 키만큼 쌓인 눈으로 딱딱해진 텃밭을 삽으로 퍼서 일궈내고, 비료와 흙을 더 뿌리고 다진 후, 모종을 하나 둘 씩 심어나가네요.

 


아침 먹자마자, 소화하러 텃밭에 나간 남푠입니다ㅋㅋ모자이크로 가릴만큼 눈부신 미남은 아니구요, 씻지도 않구 나가서, 체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ㅋㅋ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돈나물이에요. 이제 막 싹이 나와 자란 모종을 얻어와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두빛을 발하고 있네요. 하~이뽀라! 잘 키워서 얼른 먹어줘야겠어요>.<

 


이건 한국 미나리에요. 이 모종을 받고 제일 감격스러웠답니다. 한인 분들은 한국 미나리 대신에, 캐나다 마트에서 물냉이(Watercress)를 사서 대신 사용하더라구요. 모양이 미나리와 비슷하기 하나, 미나리 향과는 정말 달라요. 한국의 미나리 향은 전혀 없고...음, 중국의 독특한 향을 내는 고수와 비슷한 향이 나서, 좀처럼 사지 않게 되더라구요. 한국 미나리도 얼른 키워서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상상만 해도 벌써 좋다능>.< 

 


이건 머위 모종이에요. 머위도 쑥쑥 키워서, 머위대 볶음도 해먹고, 머위쌈도 먹고 싶네요. >.<

 


요건 캐나다 마트에서 모셔온 방울 토마토 모종이에요. 방울 토마토는 여기서는 grape tomatoes, cherry tomatoes 등 종자에 따라 다르게 부릅니다. 토마토는 처음 심어본 거라, 예행연습할 겸 모종 6개만 사왔어요. 토마토가 키우기 쉬운 채소 중 하나라고 하던데, 수확률이 좋으면 내년에 텃밭을 더 넓혀달라구 해야겠어요. 해줄까요?ㅎㅎ 좋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 계속 미루면서 안해주더니만, 막상 일이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농부의 아들이다, 봐,이건 아무나 할 줄 아는 게 아니야." 라면서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 ;; 남편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본연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ㅋㅋ

 


이건 2년전에 토론토 시이모님 댁에서 모셔온 깻잎이에요. 깻잎 키우는 법은 확실히 터득한 것 같아요. 터득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조금 민망할만큼 혼자서 잘 자랐지만요ㅋㅋ깻잎을 따고 가을 즈음되면 꽃이 피어 진 후 씨앗을 맺더라구요. 그 때 바람에 씨앗이 텃밭에 자연스레 떨어지도록 뒀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깻잎대만 잘라서 버리시거나 잘라서 그대로 덮어주셔도 좋구요. 만약 깻잎 씨앗을 따로 모으고 싶으시다면, 포대자루에 깻잎 줄기를 길게 잘라서 털어낸 후,  씨앗을 모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되어요. 의외로 냉장실보다 온도변화가 적은 냉동실 보관이 종자의 변질 없이 발아율이 젤 높다고 합니다^^ 올해는 깻잎 모종이 조금 덜 나와서, 사진속의 싹 옆에다가 냉동실에 보관해 둔 씨앗을 더 뿌려주라고~~~~남편에게 부탁했어요ㅋㅋㅋ

 


올해는 부추의 출발이 좋아보입니다!^^ 재작년만 해도 비실비실하더니, 정착이 되었는지 좀 컸더라구요. 내일 바베큐할 때 사용하면 딱 좋은 길이로 자랐네요.

 


이제 제자리를 다 잡아서, 무럭무럭 자라라고 물 주고 있어요. 저는 옆에서 수다떨고, 사진찍고ㅋㅋ 맬 이랬으면 좋겠네요ㅎㅎ

 


깻잎 모종들이에요. 작은 싹들이 보이시나요? 한국은 진즉 싹이 나와서 한창 자라고 있을테지만, 캐나다는 5월이 되어서야 초봄 기운이 도니, 이제서야 한발 늦게 싹이 나오네요.

 


토마토, 부추, 머위, 미나리, 돈나물이 심어진 부분이에요. 생각보다 빨리 옆으로 퍼진다고 하니, 저 곳에 푸른 잎이 가득 채워지길 바래보네요. 

 

캐나다에 처음 와서 신기한 것도 잠시, 한국에서의 편리한 생활을 하다가 오니, 불편한 점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구요. 3년이 지나가자, 긴 겨울 때문에 향수병같은 우울증이 매년 겨울마다 스물스물 올라와서 심리적으로 힘이 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맞더라구요. 다 가진다면 욕심이겠죠. 캐나다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듯이, 캐나다이기 때문에 누릴 수 없는 것 역시 포기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참 당연한 이치인데, 저는 끼앙끼앙 거리면서 버티다가 이제서야 마음을 내려놓는 훈련을 하나봅니다. 농부의 아들이신, 남푠 덕분에ㅋㅋㅋ 저희집 텃밭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름내내 무럭무럭 자라줄 한국 채소들을 기대하며, 오늘 또 소소한 일상으로 행복을 누렸네요. Enjoy my bliss around me every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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