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네디언 가정집 디너초대로 캐나다 문화 배우기

캐나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가정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만 8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감사하게도 다양한 가정집에 초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캐네디언과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때론 눈치껏 배우거나 알게 된 것들은 타지에서의 삶을 꾸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저희를 정말 돌봐주시고 늘 응원해주시는 분의 집에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한국에서 오신 시부모님께 캐나다 식사문화를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 많이 준비는 못 하겠지만 부모님을 꼭 모시고 오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꼼꼼한 배려에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오늘 두 분의 사랑이 담긴 대접을 듬뿍 받고 온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볼까 합니다. 원래 초대받은 가정집의 모습을 사진에 잘 담지 않는 편인데요. 오늘은 두 분께 양해를 구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사진촬영을 넉넉히 해왔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캐네디언 분 중에서 제일 큰 집을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캐나다 주택문화를 소개하고 싶어서 사진 찍었습니다. 

캐나다 주택 대부분은 담이 없습니다. 그런데 규모가 조금 있는 주택들은 담을 만들기도 합니다. 담이 있어도 대부분 대문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대문까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대문에 들어서고 집을 잘 못 찾은 줄 알았습니다. 차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집이 나왔거든요. 오버를 조금 더 하자면,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런 집에 살겠구나 싶더라구요.

캐나다에서 주택규모를 알고 싶다면, 차고의 개수를 보면 됩니다. 보통 캐네디언들이 꿈꾸는 드림 하우스는 3개의 차고(three garages)가 있는 집이거든요. 참고로 저희 집은 차고가 1개입니다만, 긴 겨울 동안에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요.

 

집 앞 정원에도 멋진 분수가 있어서, 주택인지 공원인지 더 헷갈리게 해요.ㅎㅎ

오른쪽 사진은 뒷 정원이에요. 좌우로 더 넓게 있는데, 한 컷에 안 담겨지더라구요. 사진 속 건물은 웬만한 단독 주택보다 더 큰 창고랍니다.

잔디밭이 없는 저 부분은 개인 승마 연습장이었는데, 지금은 더는 안 타신다구 하더라구요. 평소에 워낙 겸손하시고 검소하셔서, 몇 년 전에 이 집을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큰 집에 사시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네요. 

 

대를 받아 내부에 들어가면, 보통 패밀리룸 혹은 응접실로 안내를 받습니다. 저희는 패밀리룸으로 안내를 받았는데요. 음식을 만들 동안 그곳에 있는 사진액자와 앨범을 보며 기다려 달라구 말씀하시더라구요. 다른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1층 패밀리룸은 가족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캐네디언은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를 집안 곳곳에 굉장히 많이 둡니다. 그리고 책꽂이에 꽂힌 다양한 앨범들을 꺼내주고 가셔서 다양한 사진도 잘 봤습니다.  

 

15년 전에 결혼한 딸의 결혼 청첩장과 결혼앨범도 보여 주셨어요. 딸의 결혼앨범의 사진을 모두 본인이 찍어주셨다고 하더라구요. 사진을 워낙 잘 찍으셔서 전문가의 솜씨처럼 느껴졌네요.

 

왼쪽 위의 사진은 뭘까요? 이 신발은 벽난로 앞에 있었는데요. 바로 나무를 떼고 남은 재를 치우는 청소도구랍니다. 청소도구가 멋진 인테리어 데코도 될 수 있네요. 체스도 있어서, 밥 먹기 전에 그리고 밥 먹고나서도 몇 게임 했네요.

일본 여행가실 때 사온 인형과 친척이 중국여행 다녀오신 후 선물 받은 장식품도 장식장에 놓여 있어서 반갑더라구요. 나중에 한국에 가면, 기념품을 사서 드려야겠어요. 

 

이곳은 응접실입니다. 패밀리룸보다 격식이 더 갖춰진 곳이죠. 한쪽에 놓인 장식장에는 각종 크리스탈 혹은 자기로 된 장식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에는 이야기하기 바빠서 잘 둘러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독특한 장식품이 무척 많더라구요. 

 

다이닝룸(dining room)입니다. 간단한 식사는 보통 주방 옆 가족 테이블에서 먹구요. 손님이 오거나 가족파티를 하는 경우 사용하게 되는 곳입니다.

요즘 캐쥬얼하게 가는 분도 있지만, 보통 격식을 갖춘 다이닝룸의 기본 구조는 이렇습니다.

장식장(찬장:China cabinet), 디너 테이블(Dinner table), 뷔페장(buffet or sideboard)입니다.

보통 손님상에 내놓을 다이닝 그릇세트나 크리스탈 식기류 등을 장식장 안에 넣어둡니다. 젊은 세대들은 묵직한 느낌의 장식장 대신 뷔페장 정도의 낮은 높이에 가로로 긴 형태의 장식장을 선호하는 편이긴 합니다.

 

뷔페장 위에 올려둔 은 찻잔 세트(silver tea set)가 정말 이쁘더라구요.

 

캐네디언 가정집 식사초대로 캐나다 문화 배우기

캐네디언의 정식 디너 테이블셋팅입니다. 교회를 끝마치고 함께 온지라, 일부 도와드렸습니다. 도와드리면서도 많이 배운답니다. 캐네디언의 정식 디너 식기 세트는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Bone China England가 인기가 많습니다. 사진 속의 셋트는 Bone China England 중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것 중의 하나인 Old Country Roses 디너세트입니다. 매우 가볍고, 꽃무늬가 질리지 않고 항상 이쁘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저는 그릇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예전에 친하게 왕래하던 캐네디언 분의 가정집에서도 이 세트를 사용해서 그때 알게 되었네요.

 

캐네디언 가정집 식사초대로 캐나다 문화 배우기

테이블 세팅을 zoom in 해볼까요?

보통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 나이프, 포크, 수저와 접시와 그릇의 개수가 달라집니다. 저희 가족만 왔을 때보다 디너 테이블 세팅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어서 감사가 되었답니다.

제가 가 본 캐네디언들은 보통 이런 세트가 주를 이뤘고, 이날은 특별하게 샐러드 전용 그릇과 빵을 놓는 접시가 더 추가되었습니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더 놓는 그릇이 몇 가지 있답니다. 대부분 음식을 한 접시에 덜어서 먹는 뷔페식으로 식사하므로, 샐러드 소스를 뿌려 먹는 샐러드나 물기에 젖기 쉬운 빵은 이렇게 별도의 그릇을 이용해 다른 음식과 분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통 식사 후 디저트가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디저트용 포크와 스푼까지 같이 둡니다. 메인 디너에 사용할 나이프와 포크는 접시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둡니다. 그리고 디저트에 사용할 포크와 스푼은 가장 바깥쪽에 둡니다.

냅킨은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펼쳐서 무릎 위에 올려두는 행위는 식사 시작의 신호탄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만약 초대받을시, 사용할 용도나 순서가 헷갈리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물어보세요. 제대로 알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 주제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캐네디언 가정집 식사초대로 캐나다 문화 배우기

이번에 초대받으면서 한 가지 배울 수 있었던 사진입니다. 음식을 담을 그릇에 물이 한가득 담겨 있어서, 여쭤봤습니다. 제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릇을 만져보라구 하니, 따뜻하더라구요. 따뜻한 사이드 메뉴를 담기 전 뜨거운 물을 부어 그릇을 데워놓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디너 접시도 사용 후 열기가 다 식지 않은 오븐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삶의 지혜네요. 따뜻한 음식 기온을 먹기 직전까지 그대로 전하고 싶어하시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더라구요. 

 

그럼, 음식을 살펴볼까요?

캐네디언 가정집 식사초대로 캐나다 문화 배우기

생활의 수준 차이가 엄청나게 크지 않는 한, 캐네디언 디너 메뉴는 대부분 고기류 1, 사이드 메뉴 2~3, 샐러드, 빵입니다. 점심 초대라면 더 간단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역시 점심초대였지만, 감사하게도 저녁 초대처럼 잘 갖춰진 상을 받았습니다.

고기류를 종류별로 내놓는 한국 손님초대상과 사뭇 다른, 어찌 보면 심플한 손님초대요리 같아 보이시겠지만, 매우 잘 차린 식사이니, 초대받아 가서 혹시 심플한 가짓수에 실망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으시길 바래요^^

 

캐네디언 사이드메뉴도 대체로 채소류를 익혀서 살짝 간한 정도의 심플한 음식이 주를 이룹니다.

이날 준비해주신 사이드 메뉴는 그린 샐러드, 옥수수콘찜, 당근과 완두콩찜, 머쉬드포테이토였습니다. 샐러드를 제외한 3가지 요리는 찜을 통해 재료를 익힌 후, 버터와 후추만 뿌린 사이드메뉴입니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혼자서 분주해 보이시길래 도와드리면서, 3개의 사이드 메뉴에 알려 주신대로 버터와 후추를 제가 넣었거든요. 여기에 원하는 허브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캐네디언 가정집 식사초대로 캐나다 문화 배우기

디너 메인은 오븐에서 최소 여러 시간 이상 구워야 부드럽게 나오는 로스트비프(roast beef)였습니다. 살결이 엄청나게 부드러워서 낮은 온도에 꽤 오랫동안 구워 나온 것 같더라구요. 구운 동안 나온 육즙에 쇠고기 육수와 옥수수 전분, 소금, 후추, 허브 등을 넣어 만든 그레비(gravy)를 고기와 머쉬드포테이토 위에 뿌려서 먹는데요, 그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저희 어머님도 매우 맛있으시다면서 그 맛을 즐기시는 듯했습니다. 같은 맛은 낼 수 없지만, 조만간 한 번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디저트로는 달걀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분리해서 직접 만드신 레몬파이를 먹었습니다. 대부분 캐네디언 디저트가 단맛과 짠맛이 강한데, 저희 입맛에 딱 맞아서 맛있게 먹었네요.

 

올해 자제분 중의 한 아드님이 베트남 여자와 결혼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만나게 된 사이라고 하는데, 베트남 여자분의 환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정말 이쁘더라구요. 1년 반 전에 둘이 사귀게 되었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내년 3월에 결혼날짜가 잡혀서, 온 가족이 베트남으로 가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하더라구요.

 

두 분 다 유쾌하셔서 정말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식사와 디저트를 함께하면서 근황도 더 자세하게 나누고, 딸 아이의 엉뚱한 질문과 자기 자랑에도 즐거이 받아주셔서 감사되었네요ㅎㅎ

 

사진기 들고 온 김에 가족사진 찍고 가라고 하셔서, 덕분에 찍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진심으로 좋아하셔서 더 감사가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뿐만 아니라, 이 두 부부의 순수한 사랑은 종종 저희를 감동하게 하곤 하는데요. 몇 달 전 저희 가정에 안 좋은 일이 생겼지만, 저희는 정말 괜찮았어요. 인생을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겪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동안 정말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에 감사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공부라고 생각하자고 생각했기 마음을 붙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두 부부는 첫 아이 임신 때 같은 일을 경험했다면서, 본인 일이신 것처럼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매주 저희 만날 때마다 격려해주시면서 여러모로 실질적인 상담과 도움도 많이 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랑 손잡고 낙심하지 말고 힘내라고 이야기하시면서 눈물을 글썽거리시면서 말을 맺지 못하시는 거예요. 항상 밝은 분이셔서 실은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근데 말을 안하셔도 알겠더라구요.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정확히 3개월 후에 좋은 소식을 받게 되었고, 두 분께 감사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상대방의 좋은 소식에 이렇게 기뻐해 줄 수도 있는지를 그분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이 찡합니다. 이런 분들이 제 곁에 없었다면, 난 어떤 캐나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허전해지고 삭막해집니다. 생각하기도 싫어지네요ㅎㅎ

 

인종과 문화, 언어가 다르고..게다가 생활 환경의 수준 차이도 나지만, 그 모든 것을 막론하고 그분들의 마음은 느껴집니다. 이유 없는 사랑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런 사랑을 받을 때면, 아무리 이 세상이 변하고 험해진다고 해도, 또 살아갈 맛이 납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사랑이라도 전해줄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용기를 갖게 해주기도 하구요.

 

오늘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이유 없는 사랑을 표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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