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립 아트센터(NAC)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
북미의 최대 명절은 크리스마스(Christmas)로, 12월 첫째 주에 집 안팎을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소품으로 장식함으로써 크리스마스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북미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전통적으로 내려온 가족문화 중 하나는 가족과 함께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칸타타 등 명성 있는 공연을 관람하는 일인데요. 워낙 인기 있는 연말 공연이다 보니 평균 티켓값이 150달러(15만 원)가 될 정도로 비싸지만, 몇 개월 전부터 매진 사례가 이뤄질 정도예요. 오늘은 가족과 함께 다녀온 '크리스마스 캐럴' 연말 공연을 나눔 하고자 합니다.
캐나다 국립 아트센터(The National Arts Center, NAC)
@dsai.ca
1928년에 설립한 국립예술센터(The National Arts Center, NAC)는 수도 오타와(Ottawa)에 위치한 공연 예술 공연장으로, 캐나다 국회의사당과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어요. 2006년 국립 사적지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캐나다 랜드마크 중 하나입니다.
메인 홀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3.65미터의 호두까기 인형 2개가 머리 위로 우뚝 서 있어 눈길이 갔는데요.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인 '호두까기 인형' 1막과 2막에 나오는 녹색과 보라색 인형으로, 1,150시간을 걸러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호두까기인형 공연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꼭 보고 싶네요.
국립 아트센터는 어딜 가나 천장이 높아 개방감이 있어 좋아요. 분수에 동전 던지는 행동은 어느 나라를 가나 똑같은 것 같아요.
국립 아트센터 '크리스마스 캐럴' 공연장 로비
공연장에 입장하려고 로비를 통과하니 하얀 크리스마스트리 숲이 나타났어요.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오너먼트(ornament) 대신에 공원, 침실, 학교 등 특정 장소를 축소해놓은 새장 크기의 미니어처 상자가 걸려 있어 눈길이 갔는데요.
오늘 공연의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핵심 장소를 축소하여 만든 무대 세트 미니어처로, 공연 전후에 스토리를 연상하며 둘러볼 수 있어 좋았어요. 실제 공연 중 무대의 장소가 바뀔 때마다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동일한 미니어처 상자들을 매달아둬 스토리의 전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한쪽에는 공연의 한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카메라를 통해 미리 엿볼 수 있었고, 네모난 상자에 손을 넣어 고스트를 만져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공연장 입구에는 출연 배우들의 의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뒀어요.
무대 의상과 소품들이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어요.
@dsai.ca
국립 아트센터에는 4개의 공연장이 있는데요. 가장 큰 2,065 좌석의 'Southam Hall' 공연장은 주로 오케스트라 연주가 포함된 공연을 할 때 사용합니다.
저희는 2번째로 크고 가장 많은 공연이 열리는 897 좌석의 'The Theatre' 공연장에서 봤어요. 디즈니 '겨울왕국'이 연상되는 대형 무대에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어요.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
저희가 본 공연은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중편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A Christmas Carol)'을 바탕으로 한 연극이에요. 사진은 주인공 스크루지를 맡은 앤디 존스(Andy Jones)입니다.
주인공 스크루지(Scrooge)는 동업자 시신에 저승길 노잣돈으로 올려진 동전까지도 챙기는 희대의 구두쇠인데요. 온 세상이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홀로 잠든 구두쇠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 혼령이 찾아와 스크루지의 과거·현재·미래의 크리스마스로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게 돼요. 이를 통해 스크루지는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고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내용입니다.
무대 배우의 의상을 흰색으로 통일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아마도 고스트와의 시간 여행에 초점을 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하얀 의상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 듯했네요.
짐 캐리 주연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
@www.jimcarreyonline.com
크리스마스 캐롤은 1843년에 영국 런던에서 소설로 출판된 이후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영화와 연극, 뮤지컬, TV 시리즈 등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는 명작인데요. 2009 개봉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에서는 캐나다 출신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짐 캐리(Jim Carrey)가 스크루지와 과거·현재·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 등 1인 4역을 맡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크리스마스이브까지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티켓 비용은 성인 59~86달러, 15세 이하 어린이 29.5~43달러, 세금 13%와 시설 이용료는 별도로 추가됩니다. 몇 년 전에 봤던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 티켓 비용은 200달러가 훌쩍 넘어섰는데, 그것에 비하면 매우 착한 가격인 듯해요. 정말 보고 싶었던 '호두까기 인형'은 1.5~2배 정도 더 비싸 고민하는 사이 이미 매진되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아요.
스토리에 맞게 적절했던 무대 조명과 소품, 흰 크리스마스트리 숲, 새장 크기의 미니어처 전시 등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작 소설을 공연으로 접해 개인적으로 좋았지만, 배경음악과 노래가 적고 웃음기를 덜어낸 심오한 대사가 상당히 많아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초등학교 4학년인 저의 딸은 뮤지컬만큼 신나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미있었다며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빌려 봐야겠다고 말하더라구요. 겨울 방학에 짐 캐리(Jim Carrey) 주연의 '크리스마스 캐롤' 영화를 가족과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뮤지컬, 연극, 오케스트라, 발레 등 공연 이외에도 아이스 스케이팅쇼와 아이스하키 등 스포츠 경기도 인기가 꽤 많은데요. 저희 가족은 매년 연말마다 장르를 바꿔 가면서 한두 개씩 관람하고 있어요. 북미 크리스마스 가족 전통문화를 엿보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연말에 즐겁고 신나는 추억 많이 만들어가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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