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 방앗간의 매력적인 변신
인구 2천 명도 채 되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갔는데, 영업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 그동안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어요. 마을이 워낙 작다 보니 다운타운이어도 웬만한 것들은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금세 다 둘러보게 되어 더 볼 것이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찰나, 운전 중이신 어느 한 아주머니가 저희를 보고 멈춰 서더니 "저기에 있는 백화점에 가봤어요?"라고 하면서 대로변에서 보이지 않는 뒤쪽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큰 백화점 하나가 있다고 알려주더라구요. '인구 2천 명도 안되는 시골인데 백화점이 있다고?' 의구심 반, 호기심 반으로 알려주신 방향으로 찾아갔더니, 아까 우리에게 백화점을 소개했던 아주머니의 차량이 세워진 곳에 방앗간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어요. 가까이 가서 보니 중고 물품 가게였어요.ㅎㅎㅎ '응? 가게 주인에게 우리 낚인 거야?'라는 생각에 풋 웃음이 나왔지만, 심상치 않은 외관에 내부가 궁금해져 둘러보기로 했어요. 내부를 소개하기 전에 북미에 있는 흔한 중고 물품 가게는 어떤 모습인지 살짝 살펴보고 갈까요?
북미는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켓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요. 사진(위)에 보이는 Value Village와 The Salvation Army Thrift Stores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전국 체인으로, 사람들이 무료로 기부한 물품을 모아서 판 수익으로 지역사회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북미 오프라인 중고 마켓 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곳이에요. 사진(아래)는 캐나다 대도시 1위 토론토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상설 재래시장 켄싱턴 마켓에 있는 중고 옷과 중고 장식품 가게입니다.
저희는 중고 물품을 사본 적은 거의 없지만, 아이가 성장해 필요 없게 된 장난감이 생겨 가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팔기도 하는데요. 벤츠와 BMW 등 고급 차량을 타고 와 곧 자녀 또는 손자가 태어나 선물해주고 싶다면서 1~3만 원짜리 중고 물품을 사가는 사람들을 보면 중고 물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곤 하지요.
저희가 갔던 곳은 방앗간이었던 건물을 2011년에 중고 물품 가게로 개조한 곳이어서 외관부터 인상적이었어요.
외관에는 중고 물품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는 것을 한눈에 각인시켜줄 만한 젖소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어요.
출입문 입구 부분은 천장까지 뻥 뚫린 공간으로 벽에는 20세기 맥주 광고 포스터들이 쫙 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빈 술병들이 가득했어요. 캐나다 주류법상 마트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없으며 주류 전문점에서만 술을 살 수 있는데요.(정부가 승인한 일부 마트에서 맥주는 살 수 있음) 이곳에서는 주류 판매는 되지 않고, 술병을 수거할 수 있도록 승인된 곳이었어요. 아무래도 시골 마을이다 보니 필요한 서비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창고 같은데?'라는 실망을 안고 작은 문을 통해 안으로 더 들어서자 마치 오래된 카페에 온 듯한 반전이 있었어요. 일반 스토어처럼 물품이 진열되는 다른 중고 가게와 달리, IKEA 같이 쇼룸 형태로 물품이 진열되어 있어 굉장히 이색적이었어요. 여행지에 있는 중고 물품 가게 구경하기를 즐겨 하는 편인데 이렇게 중고 물품을 진열하는 스토어는 개인적으로 처음 봤어요.
거실 쇼룸을 지나 작은방으로 들어가니 다이닝 룸이 나왔어요. 벽난로와 다이닝 테이블, 선반장을 활용해 장소에 어울리는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스토어가 아닌 어느 가정집에 초대되어 방문한 느낌이 들었어요. 물품들이 사용될만한 곳에 자연스럽게 진열되어 있어 구매 욕구가 자극될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겠더라구요.
물품을 분류하는 기준이 사용처가 아닌 주제로 되어 있어 낚시 도구와 물고기와 관련된 장식품이 함께 놓여 있었는데요. 서로의 가치를 더 부각되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또 다른 작은방은 서재로 꾸며져 있었어요. 책장, 책, 액자, 조화, 벽난로, 램프 및 관련 물품 등 모두 판매되는 것들이에요.
와인 코르크 마개로 만든 말 장식품이에요.
멕시코 민속 가죽 공예 피규어 시리즈였는데, 개당 2만 원이었어요. 표정이 너무 살아 있어 무셥...^^"
아프리카 흑인 나무 장식품도 있었어요. 방앗간의 내벽이 나무로 되어 있어 물건을 벽에 걸어 진열하기도 쉽고, 더욱 고풍스럽게 보이는 효과까지 있더라구요.
구슬과 나무로 만든 액세서리도 나무 장식장에 다른 장식품과 함께 놓이니 더 근사해 보였어요.
조개 껍질을 활용해 만든 조명이었어요. 중고 가격으로 약 4만 원 정도였네요. 가게 내부가 전체적으로 조명이 밝은 편이 아니었는데요. 그래서 첫인상은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계속 둘러보니 은은한 조명 탓에 오래된 물건의 매력을 더 높여주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종이 공예 인형도 있었는데요. 자꾸 옥수수 껍질이 생각나는 이유는 뭔지...ㅎㅎㅎ
나무로 만든 체반 위에 나무로 만든 나비 오너먼트를 올려놔 눈길이 가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3쌍에 약 4만 원이나! 중고 물품이어도 무조건 싼 것은 아니었어요.
1900년에 만들어진 식료품 잡화점에서 사용하는 저울이에요. 박물관에도 전시된 물품인데, 이렇게 오래된 물품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어요. 확실히 대도시보다 소도시의 중고 가게에 오래된 물품이 훨씬 더 많더라구요.
북미 가을 전통문화 중 하나는 바로 농장에서 사과 따기인데요. 가을에 농장에서 사과를 대량으로 사 오다 보니, 덩달아 사과깎는 도구도 인기가 많아지더라구요. 사진 속의 도구는 요즘 사용되는 것이 아닌 오래전의 것이어서 흥미롭게 구경했네요.
1900년대에 판매되었던 Mark Ten 잎담배 깡통과 오래된 가죽 구두가 묘하게 어울려 보였어요. 오래된 상품의 빈 깡통도 희귀성 때문에 중고 물품 가게에서 싸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하더라구요.
송화기와 수화기가 분리된 벽쾌형 수동 자석식 전화기로, 전화가 사용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 보급된 모델이에요. 영화나 박물관에서 볼 법한 전화기를 가게에서 봐서 신기했어요.
작은 카페테리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주방도 보였어요.
진열장에는 캐나다 대표 수출품인 메이플 시럽과 홈메이드 잼, 소스, 시럽 등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중고 물품이지만, 기념품이나 선물로 활용할 수 있는 식품도 있어 좋더라구요. 그 뒤로 분위기 일치율 100%를 보이고 있는 액자가 걸려 있어 주인의 깨알 같은 섬세함이 느껴졌어요.
건물 외관에서 아이스크림 든 송아지가 안내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어요. 언뜻 보면 창고처럼 보일 수 있는 작은방을 아이스크림 판매하는 곳으로 화사하게 꾸며뒀는데요. 주변에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아놔서 옛날 디저트 카페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낡아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은 녹슨 연장들이 나무 벽에 걸려 있으니, 근사한 장식품처럼 보이더라구요.^^
가게에서 파는 중고 물품 개수가 상당하였는데, 쇼룸 형태로 진열하다 보니 전혀 난잡하지 않고 박물관에 전시된 옛날 물품을 구경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저희도 작은 장식품 하나 사 왔는데, 종종 볼 때마다 즐겁게 여행했던 그날이 떠올라 좋더라구요. 중고 가게에서 물건을 잘 구입하는 편도 아니고, 아이쇼핑을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벼룩시장이나 중고 물품 가게는 그 나라와 방문한 지역의 실질적인 문화를 쉽게 느낄 수 있어 즐겨 다니는 편이에요. 이날 제가 방문했던 곳은 같은 물건을 가지고도 어떻게 진열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잘 드러내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고취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던 가게였어요. 또한, 50~100년이 넘어 흔하게 볼 수 없는 옛 물품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오래된 방앗간 건물 안에 쇼룸 형태의 상품 진열로 중고 물품이 가지고 있는 고풍스러운 멋을 배가시켰던 가게 주인의 센스와 정성이 인상적이어서 오늘 이렇게 나눔해 보았네요. 캐나다 중고 시장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새로운 활기로 즐겁게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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