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 숙제도 재미있다!
캐나다는 OECD 국가 중에서 공교육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로, 교육 환경이 무척 우수하고 안정적입니다. 교사의 가르침을 수동적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들간의 상호 교류를 매우 중시하고 학습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수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그중의 한 예로, 매년 9월 새 학년으로 진학하면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자기소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형식적인 자기소개가 되지 않도록, 매년 새로운 주제와 방법으로 시행합니다. 딸이 이번에 하게 된 캐나다 학교 <자기 소개>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온 ET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외계인과 함께한 흥미로운 캐나다 학교 숙제를 소개해볼까요?
지난 9월, 캐나다 공립학교 오픈 하우스(Open House)에 갔을 때 찍은 딸의 교실 모습이에요. 과학을 전공한 선생님의 센스가 곳곳에서 보이는 교실은 마치 작은 우주 같았어요.
그중에서 가장 신기했던 곳은 ET의 타임캡슐이었는데요. 타임캡슐 안에서 앉아있는 외계인 E.T는 중요한 임무 수행하기 위해 딸의 교실로 온 시간여행자로, 아이들의 도움으로 현재의 정보를 타임머신을 이용해 미래로 가져가는 임무를 맡고 있어요.
학생들은 자기소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금요일 하교 시간부터 월요일 등교 시간까지 1명씩 돌아가면서 ET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집으로 데리고 온 ET와 주말 동안 함께한 일들을 ET 앨범에 기록한 후 월요일에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게 되어요. 자기 차례는 언제 오나 기다리던 딸이 드디어 지난 주말에 ET와 ET의 친구 캐나다 bear를 데리고 왔어요.
저희 가족의 일원이 된 ET와 함께 처음 한 일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거였어요. 북미에서는 12월 초순이 되면 창고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내 집 안팎을 꾸민 후, 1월 초순에 다시 정리한답니다. 딸은 ET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트리에 오너먼트를 걸어 함께 완성했어요. 이곳저곳을 함께 꾸미다 보니 금요일 오후를 후딱 보내고 벽난로 앞에서 따뜻한 핫초코를 마시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을 함께 나눴어요.
다음날 ET와 어떤 추억을 만들까 가족회의를 마친 후, 캐나다 우주 항공 박물관을 가기로 했어요. 우주에서 타임캡슐을 타고 온 ET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를 했거든요.ㅎㅎ 캐나다 우주 항공 박물관은 저희 가족이 매년 연간 회원권을 구매해 자주 다닐 정도로 저희 가족의 추억이 가득 담긴 곳이기도 해요. ET에게 박물관 이곳저곳을 소개하면서 친숙한 곳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딸의 모습이 귀여웠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의 첫 신호탄 산타 퍼레이드(Santa Parade)도 함께 했어요. 영하 기온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보기보다 제법 무거운 ET를 2시간 내내 꼭 안고 퍼레이드를 즐겁게 즐기는 모습에 묘한 질투가 나더라고요.ㅎㅎ
주말 동안 ET와 함께 했던 일들을 적을 수 있도록 마련한 ET 앨범이에요. 학급 아이들의 <자기 소개> 프로젝트를 하나의 바인더에 모아뒀더라고요.
ET 앨범의 맨 앞부분은 ET와 함께 한 선생님의 자기소개서가 있었어요. 프로젝트의 훌륭한 예도 되고, 가족과 함께 선생님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계기도 되어 좋았어요. 선생님의 자기소개를 잠시 엿보니, 스포츠카와 오토바이(motorcycle)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ET에게 맞는 작은 헬멧을 구하지 못 해서 오토바이는 함께 타지는 못한다고 적혀있네요. 하키를 열정적으로 즐기기에는 늙었지만 건강을 위해서 일주일에 여러 번 하키를 한다고 해요. 자신의 하키 가방에 숨은 ET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며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네요.ㅎㅎㅎ 오른쪽에는 ET와 함께 한 가족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같은 직업을 가진 부인과 댄스, 컴퓨터, 체조 등을 하는 3명의 자녀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ET 앨범에서 이미 숙제를 마친 다른 친구들의 프로젝트도 볼 수 있었어요. Lianne는 ET와 함께 실내 농구를 하여 상품을 받은 추억을 나누었고, Vincent는 ET와 베스트 프렌드 Jack과 함께 집에서 게임과 기타 연주를 하며 놀았다고 적었네요.
딸의 베스트 프렌드 중 한 명인 Brooke의 프로젝트 모습이에요. "지난 금요일, 나는 ET를 데리고 집으로 왔어요. ET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내 방에 잠자리를 만들어줬어요. ET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토요일에는 나는 ET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칼튼 대학교의 나비 쇼를 보러 갔어요. 그곳에서 아주 많은 나비가 있었어요. 나비가 내 팔과 ET의 팔에 앉았어요. ET를 위해 나비를 만들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나비 가면을 만들었어요."라고 적었네요.
또 다른 반 친구 Ava는 아이스 스케이트 수업에 ET를 데려갔다고 적었고, Mya는 아빠가 일하는 경찰서에 가서 ET와 함께 경찰차를 타 보았다고 적었네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ET도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었군요.ㅎㅎ
딸의 프로젝트 모습이에요. ET와 함께 할 일부터 프로젝트 작성까지 아이의 의견을 100% 따라 함께 만들었어요. 아직 워드를 배우지 않아서 워드 작업만 도움을 주었답니다. 아이는 "나는 ET와 곰이 잘 수 있도록 잠자리를 만들어줬어요. 작은 알람시계도 뒀어요. ET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 Scoops와 친구가 되었어요. 또, ET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어요. 수많은 오너먼트를 트리에 쉽게 달 수 있도록 ET가 건네줬어요."라고 적었네요.
캐나다 항공 우주 박물관과 오타와 산타 퍼레이드에 다녀온 것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적었어요. "나와 ET는 캐나다 항공 우주 박물관에 갔어요. ET는 우주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워 했어요. ET와 함께 산타 퍼레이드를 보러 갔어요. ET는 산타 썰매를 타고 싶어 했지만, 하지는 못했어요. 나는 ET가 슬퍼하지 않도록 캔디 케인 사탕을 많이 줬어요.
참고로, 캐나다 공용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저희 딸은 영어 공립학교에서 프랑스어 집중 교육 과정을 받을 수 있는 French Immersion School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3학년인 현재 영어와 수학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프랑스어로 받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 프로젝트도 프랑스어로 작성해야 합니다.
뻔한 자기소개가 아니라서 정말 좋네요. 아이는 숙제를 하는 동안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이 이미 했던 일들을 통해 소개할 수 있어 심리적인 부담이 덜 될 테고요. 또한, 매주 다른 아이들의 색다른 소개를 보면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도 배우게 될 것 같네요. 이러한 캐나다 학교의 이색적인 프로젝트는 아이의 창의력과 발표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실제로 캐나다는 토론 문화가 매우 자연스럽고 꽤 많이 발달하였습니다. 캐나다 교육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추억을 쌓아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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