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대 성지를 찾아가다

[캐나다 국가 순례지] 퀘벡주 트루아리비에르 '노트르담 드 캅 성당 (Notre-Dame-du-Cap Basilica)

전 세계에서 천주교 국제 성지(International Shrines)는 8곳이며, 국가 성지(National Shrines)는 157개가 있는데요. 국가 성지는 그 나라의 주교회의가 인정하고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해요. 전 세계 국가성지 157개는 중 5개는 캐나다에 있어요.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200곳이 넘는 성지가 있지만 국가 성지로 지정된 곳은 아직 없습니다. 오늘 소개할 '노트르담 드 캅 성당'은 캐나다 천주교 주교회의(CCCB)가 인정한 '국가 성지(National Shrines)' 다섯 곳 중의 한 곳이며 북미 성지 순례 코스에서도 꼭 포함되는 곳이라고 해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매년 25~50만 명이 다니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가족과 함께 다녀왔네요.

캐나다 퀘벡주 트루아리비에르(Trois-Rivières, QC)

트루아리비에르입니다

오늘 소개할 성당은 퀘벡 주 트루아리비에르에 있는데요. 캐나다 이민 12년 차가 되다 보니 대도시 여행에 지쳐 요즘은 도시 인구 15만 명 미만의 작은 시골 마을을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2주 전에 다녀온 곳이에요. 1634년에 설립된 트루아리비에르는 퀘벡 주에 있는 퀘벡시티와 몬트리올 사이에 있는 인구 13만 명 도시로, 퀘벡 주에서 퀘벡시티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퀘벡시티 구시가지 올드퀘벡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노트르담 드 캅 성당 (Notre-Dame-du-Cap Basilica)

성당입니다

성당 명칭은 불어로 'Notre-Dame-du-Cap Basilica'이며 영어로 'Our Lady of the Cape Shrine'입니다. 캐나다 동부에서 유명한 몬트리올, 퀘벡시티, 오타와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여러 번 다녀왔던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성당 규모에 놀랐어요. 민트색 지붕 덮개(shingles)가 군데군데 벗겨진 모습이었네요. 굉장히 허술한 캐나다 지붕 마감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모자이크 지붕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어요^^;;

북미에서 가장 큰 순례 장소 (The largest North American pilgrimage site)

순례지입니다

1659년에서 목조 건물에서 시작된 가톨릭교회로 1720년에 석조 건물로 대체되었다가 현재 건물은 1888년에 설립된 건물이라고 해요. 79m, 폭 60m, 돔 높이 38m, 십자가 높이 78.5m의 팔각형 모양의 화강암 건물로 이제까지 다녔던 캐나다 성당 중 규모도 컸고 구조도 꽤 독특했어요.

돔입니다

예배당은 황금빛 테두리를 띈 삼각형 대형 창문 8개가 팔각형을 이뤄 황금 왕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에요.

성소입니다

중앙을 차지한 성소는 초록빛이 채워져 있었고 다른 곳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져 있었어요.

제단입니다

제단은 캐나다 노트르담 성당 중에서 가장 단순했어요. 화려하지 않은 제단 모습에 개인적으로 경건함이 더 느껴졌어요.

마리아입니다

제단 왼쪽에는 성모 마리아 상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는 기도한 사람들이 켜둔 초가 타오르고 있었네요. 초는 크기에 따라 2달러, 5달러, 10달러로 금액이 달랐어요. 딸이 성당 내에 켜진 촛불 냄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한 바퀴 둘러본 후 남편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고 저는 조금 더 둘러봤어요.

아베 마리아입니다

제단 맨 왼쪽 옆에는 가톨릭교회의 기도문 중 하나라는 '아베 마리아(Ave Maria)'의 첫 구절인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Ave Maria, gratia plena)'이 적힌 대리석 상이 세워져 있었어요.

제단 오른쪽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설교단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십자가입니다

제단 맨 오른쪽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형상이 세워져 있었어요. 다른 교회에서 본 형상과 달리 매우 마르고 슬프게 묘사된 느낌이었지만, 바로 옆 벽면에 표시된 헌금함 안내판에 또 다른 감정이 교차되기도 했네요.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제단을 등지고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꽉 차게 들어왔어요. 파이프의 개수는 5,425개로 1879년에 설립한 캐나다 오르간 제조사 카사반트(Casavant)의 제품입니다. 매일 1시에 오르간 연주가 있으며 저희는 1시 전이었는데 잠시 연습 중이었던 연주자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었어요.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여행 도중 도시 곳곳에 있는 성당을 방문하게 될 때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담지 못하는 무딘 곰손이 늘 아쉽네요. 예배당은 1,660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라고 해요.

정원 (Garden)

정원입니다

전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예배당보다는 가든이 더 좋았어요. 푸르름이 가득한 트레일을 따라 걸을 수 있어 기분이 꽤 상쾌했어요. 세워 놓은 조각상을 보면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사색이나 인간 본연의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했네요.

십자가의 길 (Way of the Cross)

십자가의 길입니다

푸르른 잎이 우거진 숲길에 10~20보 간격마다 예수님의 삶과 관련된 청동 조각상 수십 개가 연대기 순으로 세워져 있었어요. 이렇게 많은 조각상이 모여 있는 성당 정원은 처음 본 듯해요.

한국인이 데모하는 사진이 이곳에????

한국입니다

갑자기 딸이 "한국인데요, 엄마?" 라며 저를 부르네요. 조각상마다 예수님의 삶과 지구촌 곳곳의 현실을 비유한 글귀를 적어 놓았는데요. 사진 옆에는 "나라의 불의에 맞서는 이 젊은이처럼 예수님도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불의를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워준 희생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아야겠어요.

기적의 샘물, 루르드(Lourdes)

루르드 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이는 지하수 같은데 사람들이 왜 모여있나 궁금해서 살펴보니, 'Natural spring water source, Lourdes, 1858'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루르드(Lourdes)는 가톨릭교회가 공식 인정한 프랑스에 있는 성모 발현지로, 1858년에 성모 마리아가 마사비엘 동굴에 있는 베르나데트 소녀에게 여러 차례 발현돼 가르침을 따라 어떤 장소를 팠더니 신비한 물이 솟아났다는 전설이 있는데요. 실제로 루르드 샘물은 매우 높은 게르마늄 함량을 보유하고 있어 상처나 질병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었으며 당시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를 통해 치유받았다고 고백했다고 해요. 루르드 성지는 세계적으로 '기적의 샘물'로 알려지면서 샘물로 몸을 씻어 치유받고 싶어 하는 수많은 환자를 포함해 연간 500만 명의 순례자가 방문하는 가톨릭 최대 성지 중 하나입니다. 이곳 샘물이 루르드 샘물처럼 게르마늄이 풍부한지는 모르겠지만 성지에서 나오는 샘물이라는 점은 같네요.

연못 (Pond)

연못입니다

트레일 중앙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고 연못 중앙에는 성모마리아 상이 세워져 있었어요. 저희 가족은 성모 마리아 상 주변에 심어진 식물을 과거와 현재 각각 어떤 방법으로 심었을까 추측하며 걸었어요^^;

첫 번째 기적: 얼음 다리 (Ice Bridge)

얼음 다리입니다

현재 성당이 성지 순례지가 되게 한 '얼음 다리'예요. 1879년 새 성당 건설에 필요한 돌을 운반하려면 두 개의 둑 사이를 흐르고 있는 세인트로렌스 강물이 얼어붙어야 가능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 해 겨울 날씨가 온화하여 3월 초순(캐나다에서는 겨울 기간)이 되어도 강이 얼지 않아 당시 신부가 "얼음 다리를 지을 수 있다면 옛 성당을 허물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성당을 지어 헌정하겠다"라고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며 약속했다고 해요.

다리입니다

기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중순에 두 개의 둑 간에 빙집(ice jam)이 생겨 교인들이 눈으로 채워 넣어 단단한 얼음 다리를 만들어 많은 양의 돌을 실은 마차가 다닐 수 있게 돼 현재의 성당이 건축될 수 있었다고 해요. 신기하게도 마지막 자재를 다 운반한 직후 두터웠던 얼음 다리가 금방 녹아버렸다고 합니다. 현재는 '얼음 다리'를 기념하는 다리가 세워졌으며 다리의 정식 명칭은 'Rosary Bridge'입니다.

갈보리 언덕 위의 십자가 (Calvary)

갈보리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갈보리 언덕을 표현한 모습이에요. 예전에는 언덕을 오를 수 있도록 설치한 것 같은데 현재는 출입구를 막아 놓아 지나가며 바라봤어요.

예수님의 무덤 (Christ's tomb)

무덤입니다

열린 출입문과 텅 빈 내부로 예수님의 무덤을 형상화해놓은 건물이었어요.

세인트로렌스 강 (St. Lawrence River)

강입니다

성당이 세인트로렌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져 있어 어딜 가나 강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어요. 성당 언덕 바로 아래 강가에는 RV 캠핑장이 있어 신기했네요^^ 세인트로렌스 강은 오대호와 대서양을 잇는 1,197km 길이의 강으로 캐나다 퀘벡주와 온타리오주, 미국 뉴욕주 사이의 국경을 지나갑니다. 세인트로렌스강의 하이라이트 천섬(Thousand Island)세인트로렌스강의 놀이학습센터(Aquatarium)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꼭 챙겨 봐야 할 옛 성지 (The Old Shrine)

성지입니다

성당의 시초인 목조 건물은 철거됐지만, 1720년에 지어진 석조 건물은 정원 입구에 고스란히 서 있었어요. 옛 성당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로, 18세기에 지어진 전형적인 퀘벡 교회의 모습이라고 해요.

두 번째 기적: 성모 마리아상 (Our Lady of the Cape)

마리아 상입니다

노트르담(Notre-Dame)은 불어로 '성모 마리아'를 뜻해요. 이 곳에 세워진 마리아 상의 정식 명칭은 성당 및 성소 명칭이기도 하는데요. 영어로 'Our Lady of the Cape'이며, 불어로 'Notre-Dame-du-Cap'입니다. 1888년 6월 22일 현재의 성당 건물이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된 날, 축하 저녁 식사 후 휠체어를 탄 한 남자가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기를 요청해 프레드릭(Frederic) 신부와 당시 방문자였던 프란체스코(Franciscan) 신부가 동반했는데요. 세 사람은 성모 마리아 동상의 눈이 동상 아래를 내려다보며 연민 어린 눈빛으로 몇 분 동안 자신들을 바라봤다고 각각 간증했다고 해요. 3주 동안 머물 계획이었던 프레드릭(Frederic) 신부는 14년을 더 머물렀고 성당 최초의 순례 감독이 되었으며 1988년 9월 2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을 받았다고 합니다.

편의시설- 일반 및 대형 버스 주차장, 기념품 가게, 카페테리아, 카페 등

편의시설입니다

북미 최대 순례 장소라고 하더니 성당 앞 광장 무료 주차장 이외에도 기념품 가게 및 레스토랑 앞 주차장에는 대형 버스 여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버스 전용 주차 공간이 따로 있었어요. 기념품 가게(Souvenir Shop)는 이제껏 다닌 성당 내 기념품 가게 중 규모가 가장 컸고 가격도 가장 비쌌어요. 이외에도 셀프서비스식 식당인 카페테리아와 카페도 있었네요. 메뉴는 지극히 평범했지만, 널따란 다이닝 홀에서 세인트로렌스 강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어 좋았어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명소] 노트르담 대성당

몬트리올입니다

오늘 소개한 성지는 몬트리올과 퀘벡 중간에 위치한 트루아리비에르에 있는데요. 몬트리올과 퀘벡에도 캐나다 주요 명소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어요. 북미에서 가장 화려한 몬트리올 노트르담 대성당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오늘 소개한 성지와 함께 캐나다 대표 성지 순례지로 손꼽히는 몬트리올 성 요셉 성당(Saint Joseph's Oratory)도 조만간 나눔 하겠습니다.

캐나다 국가 성지 (Canada's National Shrines)

안성이 고향인 남푠이 다 둘러보더니 규모는 이곳이 훨씬 크지만 분위기는 안성에 있는 미리내 성지와 비슷하다고 말하더라구요. 미리내 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사적지로,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이자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거행한 시상식에서 카톨릭 성인으로 인정받은 김대건 신부의 안장지이기도 하지요. 이곳도 동일한 해인 1984년 8월에 교황 요한 바오르 2세(Pope John Paul II)가 캐나다 방문 시 들렸으며 이는 'Cap-Jeunesse'으로 알려진 젊은이들을 위한 연례 순례의 전통을 시작한 계기라고 해요. 또한,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수 천개의 조명으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북미 및 캐나다에서 유명한 성지를 방문하고 왔네요. 오늘도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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