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닥친 겨울 폭풍(Winter Storm)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북동부 지역에 겨울 폭풍이 강타했는데요. 제가 사는 수도 오타와(Ottawa)를 포함해 토론토(Toronto), 킹스턴(Kingston) 등 폭설을 맞이한 지역은 20년 만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휴교령이 떨어졌으며, 수많은 항공 및 대중교통 노선이 연기 또는 취소됐습니다. 캐나다 이민 11년 차인지라 웬만한 폭설과 강추위에 무던해졌지만, 연일 방송을 통해 나오는 특보에 살짝 긴장이 되더라구요. 겨울 폭풍을 맞이한 다음날 모습을 나눔 해볼까 합니다.
눈보라(snowstorm) 시작한 날
오후 4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보통 10~15cm 정도의 눈은 흔하게 내리는 편이지만 최소 35cm 이상 내릴 예정인 데다가 시속 60km 이상의 바람까지 불 예정이라는 기상 특보에 긴장됐지요. 저녁이 되니 바람이 거세어지면서 눈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옆으로 날리기 시작하더라구요.
31cm의 폭설 종료 5시간 후
휴교령으로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지만, 평소대로 일어나 바깥부터 살폈어요. 두둥! 31cm가 아니었... 눈이 바람에 휩쓸려 저희 집 앞에는 거의 50cm 가량 쌓였더라구요ㅠㅠ
현관문 앞에도 눈이 수두룩하게 쌓여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어 차고 문을 올리고 밖으로 나갔어요.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날도 흔치 않을 듯싶어 눈밭에서 실컷 놀라고 자고 있던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를 불렀어요. 허리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다며 딸이 신기해 하는 모습이에요ㅋㅋ
역시나 제 예상은 적중했어요. 잠시 돕는 척하더니 한껏 쌓아 올려진 눈밭에 드러누워 스노우 엔젤(snow angel)을 만들며 신나합니다ㅎㅎ
크고 비싼 제품은 아니지만 눈 치우는 기계(snowblower)가 이럴 때 큰 도움이 되네요. 스노블로어가 없었다면, 이미 2m 이상 쌓인 눈더미 위로 눈을 던지기 위해 삽을 머리 위로 매번 올려야 했으니까요.
딸은 스노엔젤 만들다 심심했는지 갑자기 눈을 열심히 치우길래 '역시 내 딸이야'라며 감탄할 찰나, 자신의 이글루라며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네요ㅋㅋㅋ
겨우내 품고 살아야 하는 스노뱅크(snowbanks)
오타와는 연평균 230~300cm 가량의 눈이 내리는데요. 주택 소유자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도로에서 집과 차고까지의 진입로(driveway)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4월 말이 될 때까지 2m 높이의 눈더미가 항상 집 앞에 쌓여 있어요. 캐나다에서는 이를 스노우마운틴(snow-mountain) 또는 스노우뱅크(snowbanks)라고 부릅니다.
작은 이글루에 양이 안 찼는지 아예 깊은 홀을 파서 들어가 있는 딸의 모습이에요. 어찌나 행복해하던지ㅋㅋㅋ 눈을 함께 치워주리라는 일말의 기대조차도 하지 않게 만드는 저 해맑음ㅎㅎㅎ
그런데 집 앞을 서행하던 차 한 대가 눈밭에 빠졌어요. 원래 눈이 워낙 많이 오는 나라이다 보니 폭설이 내리면 시에서 제설 작업을 밤새도록 해 아침에는 왕래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는데요. 이번에는 폭설량이 상당하고 새벽까지 내려 동네 제설작업까지 마치지 못한 상태였어요.
어디가 도로인지 분간이 어려웠고 걷기에도 어려운 상태라 차가 눈 구덩이에서 빠져나와도 이동이 불가해 보였어요. 이웃집 분이 교사이셔서 이런 적이 얼마나 있었냐고 물으니 스쿨버스 운행 중단은 종종 있어도 폭설로 휴교까지 떨어진 적은 20년 만인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남편과 이웃분들이 차 근처의 눈들을 치워 주려고 시도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결국 운전자는 차를 그대로 두고 2km 거리를 걸어 출근했고, 이후에 렉카가 와서 차를 끌어갔네요. 대부분의 공무원과 회사원들도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데이케어(유치원) 휴무 및 차량 이동의 어려움으로 출근을 하지 않았어요.
31cm의 폭설 종료 10시간 후
눈 치우는 기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의 양이 워낙 많아 남편과 함께 1시간 넘게 치웠어요. 브런치를 먹고 나니 긴장이 풀려 온몸이 욱신거리더라구요.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언제 그랬냐듯이 동네 모든 길은 제설 작업으로 깨끗해졌어요. 역시, 겨울왕국 캐나다 답습니다!
눈 뜨면 눈이 사라지는 캐나다 제설작업
눈이 쌓이자마자 고속도로, 간선도로, 주요 도로, 대중교통 전용로는 제설작업이 바로 시작되어 2~4시간 이내에 완료되며, 주택가 도로는 적설량에 따라 10~16시간 이내 완료됩니다. 하룻밤 사이에 눈이 사라지는 캐나다 제설작업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하루 만에 모든 시스템 정상화
31cm 폭설이 내려도 하루 만에 모든 것들이 정상화됐습니다. 딸 아이도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들고 학교에 등교했어요. 다만, 주택 백야드에 1.5m 이상 쌓인 눈은 4월 말까지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을 듯하네요ㅎㅎ 캐나다인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글을 끝마치려는 찰나 요란한 소리에 창밖으로 보니 어떤 사람이 스노모빌(snowmobile)을 타며 눈밭을 가로지르고 있네요. 겨울 폭풍이 언제 왔냐는 듯이 화장한 겨울 햇살에 기분도 좋아집니다. 눈 치우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사고 없이 지나가서 감사가 되네요. 봄 새싹을 보려면 '30cm 이상의 폭설과 영하 30도의 강추위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5월 초까지 차분히 기다려야 합니다. 이러한 긴 기다림이 있기에 캐나다에서 맞이하는 봄과 여름은 제 마음속에 더 반짝이는 듯해요^^ 찬란할 올해의 봄을 기대하며 남은 겨울 건강하게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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