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발견한 바르샤뱌 봉기 50주년 기념비

캐나다에서 발견한 폴란드 바르샤바 대봉기 기념비(Szare Szeregi Monument)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단풍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오페옹고 라인(Opeongo Line)을 달리다가 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건물을 보게 되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들러 보았어요. 언뜻 보아서는 옛 교회의 폐허처럼 보였으나 내막을 전혀 알 수 없는 건물의 포스에 안내판부터 찾아 보게 되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에 저항하는 폴란드 소년과 소녀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비였어요. 폴란드의 역사적인 기념비가 왜 캐나다 시골길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안내판을 조금 더 신중하게 읽기 시작했어요.

독일 나치군에 저항한 폴란드 바르샤바 대봉기

폴란드 바르샤바 대봉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에 폴란드는 독일군의 침공을 받아 항복하게 되는데요. 수많은 핍박을 받아오던 중 1944년 8월 1일에 폴란드 지하국가의 국내군은 수도 바르샤바로 진격하는 소련 육군의 진격에 힘입어 바르샤바 대봉기(Warsaw Uprising)를 일으켰어요.

나치군에 맞서 싸운 폴란드 스카우트 소년들과 소녀들

Gray Ranks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지하국가 군대의 일부가 된 폴란드 스카우트 협회를 그레이 랭크스(Grey Ranks, 폴란드어 Szare Szeregi 또는 Szarych Szeregów)로 불렸는데요. 점령당한 1939년부터 해방한 1945년까지 수도 바르샤바에서 독일의 점령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싸운 10,000명의 보이 스카우트와 11,00명의 걸 스카우트 단원으로 구성된 군대를 가리킵니다. 입구 팻말에는 폴란드 지하국가의 국기와 함께 군사가 된 스카우트 협회 Gray Ranks 명칭이 폴란드어로 적혀 있었어요.

바르샤바 대봉기 희생자입니다

바르샤바 대봉기는 제2차 세계대전 저항 운동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군사 행동이었으나 약속과 달리 소련군의 미온적인 원조로 인하여 크게 패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16천 명의 폴란드 저항군 및 15~20만 명의 시민들이 죽게 되었어요.

캐나다에 세워진 폴란드 바르샤바 대봉기 50주년 기념비

바르샤바 대봉기 희생자 기념비입니다

1944년 바르샤바 대봉기로 인하여 희생당한 20만 명 중 폴란드 스카우트 소년과 소녀 1만 명도 포함되었는데요. 폴란드계 캐나다인 단체에서 1995년 바르샤바 대봉기 50주년을 맞이하여 독일군에 맞서 싸우다 희생당한 젊은 스카우트 아이들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폴란드인들을 위해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폴란드 스카우트 단원 희생자입니다

기념비가 세워진 곳은 인구 1,300명이 사는 시골 마을 배리스 베이(Barry's Bay)에서 약 7km 정도 떨어진 숲길에 위치해 있어요. 6.25전쟁은 캐나다 군인이 참전한 전쟁이었기 때문에 수도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립전쟁기념비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6.25전쟁기념비를 정말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폴란드 전쟁 기념비는 처음 본 것 같아요.

폴란드 전쟁기념비입니다

보통 반듯한 비석 형태로 세운 기념비와 달리 폐허가 된 건물 구조로 세워져 있어 약 70년 전 폴란드군과 독일군의 치열한 접전 분위기가 아주 조금 느껴졌어요. 실제로 바르샤바 대봉기가 일어난 약 2달 동안 독일 나치군은 수도 바르샤바의 85%를 파괴시켰다고 해요.

수도 바르샤바입니다

폐허가 된 건물을 향해 올라서는데 계단마다 이름 같은 것이 적혀 있더라구요. 찾아보니 바르샤바에 속한 지역 이름들이었어요. 우리나라 행정 구역 단위로 치면 동(洞)에 해당하는 지역명 같아요.

기념비입니다

계단에 올라서자 건물 내부 및 뒤편 외벽은 전혀 없는 형태였어요.

폴란드 지하국가입니다

건물 측면과 후면의 외벽 대신 폴란드 지하국가의 국기를 상징하는 마크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어요.

폴란드 전쟁기념비입니다

건물 전면벽의 뒷부분이에요. 한쪽에는 Gray Ranks 스카우트에 속한 소년과 소녀를 새긴 평면 조각이 있었는데요. 철모를 쓰고 있었지만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애잔한 마음이 들었네요. 실제로 Gray Ranks 스카우트 군대는 세계 최연소 군대 중 하나였다고 해요.

전쟁기념비입니다

기념비의 측면 모습이에요. 바르샤바는 1945년 소련군의 공세 재개로 인하여 결국 나치군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했으나 살아남은 도시 인구는 단 6%뿐이었으며 도시의 85%가 파괴되었을 정도로 폐허 그 자체였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년 동안 시민들이 재건에 힘을 모아 옛 도시의 교회, 궁전, 시장 등을 세심하게 복구하여 바르샤바 역사지구는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캐나다의 작은 폴란드이자 스카우트 캠핑존

캐나다 폴란드 커뮤니티입니다

폴란드의 역사적인 기념비가 왜 대도시가 아닌 인적이 매우 적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시골길에 세워졌을까 의문이 들었는데요. 1950년대 초 폴란드 신부 Rafal Jan Grzondziel가 기념비가 있는 Kaszuby 지역을 처음 발견하여 현재까지 '캐나다의 작은 폴란드' 중 한 곳으로 이어져 오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주변 곳곳의 주택 및 산책로에서 십자가와 성모마리아 상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스카우트 캠핑존입니다

Kaszuby 지역은 깨끗한 호수와 침엽수림으로 매우 유명하여 스카우트 및 청소년 캠프장으로도 매우 유명합니다. 실제로 기념비가 세워진 옆으로도 커다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다양한 커뮤니티 및 액티비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어요. Kaszuby 지역의 캠핑장을 찾은 캐나다 및 외국 스카우트 단원들에게도 이 기념비가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네요.

전쟁의 아픔입니다

단풍을 즐기기 위한 드라이브 도중에 우연히 발견한 폴란드 전쟁기념비를 둘러보고 차에 올라타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중국 등 해외 곳곳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이 떠올려지기도 했어요.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전쟁의 아픔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인데 트럼프와 김정은의 기싸움을 바라보며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를 애써 부인해야 하는 현 상황이 서글프기도 했구요.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디에서도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네요.

18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 둘리토비 2017.10.22 22:53 신고

    역사를 잊지 않는 폴란드 후손들의 정신이 참 멋있네요.
    Memorial이라는 부분이 언제나 참 사람의 마음을 공손하게 하고
    역사에 대해 새로운 마음을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광주항쟁에 대한 이슈가 요즘 참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네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포스팅, 감사합니다~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3:46 신고

      저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기사 꾸준히 챙겨보고 있는데 가해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다 밝혀지면 좋겠어요. 지역감정의 큰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숨겨진 것들이 모두 다 밝혀지면 좋겠어요. 평온한 하루 되세요.

      수정

  • 2017.10.23 00:21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3:53 신고

      맞아요. 어떤 의미에서 그랬는지 저도 알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거든요. 그런데 캐나다에서 한국전쟁기념비를 워낙 많이 발견하게 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타지에서 우리나라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어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우연이든 아니든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 희생을 기념하고 앞으로의 숙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좋은 것 같아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수정

  • peterjun 2017.10.23 00:38 신고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져 있는 곳이네요.
    스카우트 학생들의 연령대는 많이 어렸을텐데... 글 읽으면서 괜히 마음이 저려옵니다.
    이런 아픔의 역사는 계속 돌아봐야 해요.
    인간의 어리석음이 다시 재발되지 않기를...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05 신고

      맞아요..일제 시대 징병제와 위안부가 생각났어요. 타지에서 타국의 전쟁의 흔적을 알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수정

  • 악랄가츠 2017.10.23 00:57 신고

    북미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기념비, 기념관이 많더라고요!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과 관심이 존경스럽습니다!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13 신고

      맞아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잊지 않고 기념하는 캐나다인을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런 태도는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수정

  • IT세레스 2017.10.23 05:19 신고

    기념비 알고보면 슬프고 아픈역사 그런 역사를 되돌아보는 곳인거 같습니다.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15 신고

      짧은 순간이어도 역사와 그로 인한 희생을 기억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요^^

      수정

  • 버블프라이스 2017.10.23 06:15 신고

    가슴아픈 역사가 담겨진 곳이군요.. 전쟁은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오늘도 좋은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 멋지게 보내시길 바래요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18 신고

      맞아요. 전쟁에서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가 되는 것 같아요. 평온한 하루 되시길요^^

      수정

  • 空空(공공) 2017.10.23 09:52 신고

    다른 나라에 이주 정착한 후손들이 그 역사를 잊지 않고
    기념할수 있도록 한곳이로군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42 신고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 정말 공감이 많이 됩니다. 폴란드 이민자들이 세운 기념비를 보면서 같은 이민자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수정

  • 문moon 2017.10.23 10:57 신고

    폴란드의 아픈 역사가 새겨진 기념비군요.
    어떻게든 참혹한 전쟁은 피해야되겠지요.
    우리나라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야 될텐데요.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46 신고

      안으로는 적폐들이 끝도 없이 드러나고 밖으로는 불안한 정세인 현재의 고비들을 잘 이겨냈음 좋겠네요.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수정

  • T. Juli 2017.10.23 19:50 신고

    캐나다에 폴란드 기념비가 있군요
    역시 전쟁의 기억은 늘 지구상에 존재하는 아픔이지요.
    좋은 글 공감합니다.

    답글 수정

    • Bliss :) 2017.10.25 04:51 신고

      저도 의외였어요! 덕분에 폴란드의 역사를 알게 되었네요.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수정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