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운하에서 발견한 한국 전쟁 흔적들

캐나다 리도 운하에 스며든 가을 냄새

캐나다 리도 운하(Rideau Canal)은 총 202km로, 수도 오타와에서 시작하여 킹스턴까지 이어지는데요. 영국 식민지 지배 당시 미국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군사 물자 운송을 위해 만든 운하이지만, 실제로 전쟁에 사용된 적은 없어요.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과 레저 스포츠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주말여행을 가볼까 해서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일요일에 눈이 꽤 내린다는 것을 확인하고, 날씨 좋은 토요일에 집에만 머물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오타와와 킹스턴 사이에 있는 스미스 폴스(Smiths Falls) 도시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리도 운하가 흐르는 스미스폴에서 발견한 한국 전쟁의 흔적과 가을의 끝자락을 나눔 해볼까 합니다. 그럼, 리도 운하의 매력을 향해 떠나볼까요?^^

캐나다 전쟁 기념비

스미스 폴스(Smiths Falls)은 도시 인구 9천 명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 리도 운하의 수문이 있는 공원에 주차를 하면 보이는 전쟁 기념비입니다. 기념비에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휴전된 1953년까지의 숫자가 보이는데요. 캐나다는 한국 6.25전쟁에 참여한 21개국 국가 중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사를 파견한 나라입니다. 한국 전쟁 중 26,791명의 캐나다 군인이 참전했고, 그중에서 516명이 전사했습니다.

한국이 아닌, 캐나다 어느 작은 소도시에서 한국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어느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비를 발견할 때마다 진한 감동에서 오는 감사함이 생깁니다.

캐나다 현충일(Remembrance Day) 기념식 모습입니다.

매년 Remembrance Day인 11월 11일 11시 11분에 전 국민이 참전 용사의 희생에 대한 감사의 묵념을 전합니다. 수도 오타와 국립 전쟁 기념비 이외에도 캐나다 전역 곳곳에서 이와 같은 전쟁 기념비를 아주 쉽게 볼 수 있어요. 나라를 위한 희생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캐나다인의 애국심("Lest we forget")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에요.

캐나다 리도 강이 흐르고 있네요.

리도 운하를 흐르는 리도 강(Rideau river)입니다. 겨울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수량이 많이 없더라고요. 한국은 이제야 단풍의 끝자락에 서 있지만, 캐나다는 10월 말이면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지기에 한국보다 조금 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네요.

공원에 있는 산책로 모습이에요.

캐나다 자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호수나 강 주변에 상업 시설이 거의 없고 주로 산책로가 항상 함께 있다는 점이에요. 쌀쌀했던 요 근래의 날씨와 달리, 화창해서 강을 따라 걷기에 정말 좋았어요.

붉은 앵두가 가득 매달렸네요.

공원 한 쪽에 심어진 앵두 나무(?)가 근사하게 심어져 있었네요.

빨간 앵두가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립니다.

나뭇잎은 다 떨어졌지만 빨간 앵두는 가지마다 한가득 매달려 있어 연말에 자주 보는 사랑의 열매가 떠올라 따스한 풍성함이 느껴졌어요.

단풍 나무 밑에 노란 낙엽이 한가득 쌓였어요.

노란 은행 나뭇잎이 아닌, 노란 단풍 나뭇잎이에요. 아이가 노란 낙엽 사이로 신나게 뛰어가더니 잎을 공중에 뿌리며 한참을 놀았네요.

리도 운하의 모습이에요.

캐나다 리도 운하의 수문은 오타와와 킹스턴에 걸쳐 총 45개가 있습니다. 그중 스미스 폴에는 4개의 수문이 있어요. 그중의 하나입니다. 스미스 폴에는 45개의 수문 중 가장 높이가 높은 7.5m의 수문이 있습니다.

운하 수문이 열려 보트가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리도 운하 수문(Lock)은 계단 형태로 높낮이가 정해져있는데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떨어지는 중력의 법칙대로 높은 쪽의 수문 사이의 강물이 낮은 쪽의 수문으로 흘러가게 하여 이전 단계의 물 높이를 다음 단계 물 높이와 같게 만들어 준 후, 수문을 열어 보트가 통과하게 한답니다. 세계문화유산이다 보니, 전기 유압 방식으로 수문을 개폐하는 곳도 있지만, 사진 윗부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사람이 직접 수문을 개폐합니다. 사진 아랫부분은 보트가 통과하기 위해서 운하 위의 다리를 이동시키는 모습이에요.

댐이 보입니다.

1800년대에 이곳을 통과하는 보트가 꽤 많았다고 해요. 하지만, 워낙 많은 수량으로 보트 이동이 수월하지 않자 1827년에 만들게 된 댐의 모습입니다.

캐나다 여름철 댐의 모습이에요.

2년 전 여름 끝 무렵에 찾아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댐에서 꽤 많은 강물이 흘러내렸네요. 저희가 찾아갈 당시에는 수량이 많지 않아서 볼 수 없었네요.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 공급해주는 정수장입니다.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3층 벽돌집은 1920년대부터 스미스 폴 마을의 식수를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는 곳이에요.

강가에도 단풍잎이 한가득 떨어졌어요.

강가에 쌓인 단풍잎 모습이에요. 강물에 단풍잎에 떨어져 물 밑으로 가라앉은 모습인데, 물이 워낙 맑아서인지 단풍잎이 잘 보이더라고요.

캐나다 건국 100주년 기념 공원에 많은 꽃이 심어졌어요.

이곳은 캐나다 건국 1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Centennial Park입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겨울을 앞둔 삭막한 모습이었는데요. 여름에는 공원 곳곳에 꽃이 가득 채워져 정말 아름다워요. 그날의 추억을 기억하며 그때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어요. 참고로, 내년 2017년에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이합니다.

갈색 나뭇잎이 가득한 가을 나무 모습이에요.

전세계 메이플 시럽(maple syrup) 총 생산량의 75%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캐나다인지라, 어딜 가나 단풍나무가 보이네요. 가을의 진한 매력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어요.

한국 전쟁 캐나다 참전 용사 기념비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놀이터로 가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 따라 공원 산책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산책로 가는 곳곳에 기념석이 박혀 있더라고요. 하나씩 보다가 이 마을의 출신이자 한국 전쟁의 참전 용사인 두 젊은이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비도 볼 수 있었어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잠시 묵념을 하였습니다.

캐나다 공원에 있는 놀이터입니다.

캐나다 대부분의 공원에는 항상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데요. 이곳에도 두 곳의 놀이터가 있더라고요. 놀이터 옆에는 캐나다 공군에서 훈련용으로 사용했던 경비행기가 세워져 있었어요.

공원 나무에 걸어 놓은 크리스마스 라이트입니다.

저희가 공원을 막 방문했을 때 시에서 나와 다음 주(11월 26일)에 열릴 제4회 크리스마스 라이트 기념식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있었어요. 다음 주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요.

캐나다 국기와 주기가 보입니다.

공원을 기분 좋게 한 바퀴 돌고 나서 지역 문화유산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다시 되돌아왔어요. 전쟁 기념비 주변에 걸린 캐나다 국기와 캐나다 13개(준주 포함) 주기를 누군가 내리고 있었어요. 다가가서 물어보니, 국기와 주기는 5월부터 11월 11일 Remembrance Day(캐나다 현충일) 다음 주까지만 게양하는 거라서 겨울을 대비해 깃발을 다시 수거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도 캐나다 퇴직 군인으로 한국 전쟁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전해 들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눴어요.

캐나다 농장에서 풀을 뜯는 양 떼 모습입니다.

박물관과 레스토랑까지 들린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캐나다 농장에서 발견한 양 떼 목장이에요. 60여 년 전, 캐나다 전역 마을 곳곳에서 평화롭게 살았던 젊은이들이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한국을 위해 싸워줬다고 생각하니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듭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너무나도 쉽게 잊고 살아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평화로움은 평화롭지 않을 때 가장 절실한 법이지요. 뜨거운 침묵으로 끝없이 타오르는 촛불의 힘으로 우리가 지금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들이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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