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어느 캐나다 가족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다
10월 27일, 캐나다 오타와에 2016년 첫눈이 내린 후 한참 조용하더니 조만간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눈이 오기 전에 가을 햇살이 좋은 날을 놓치기 싫어 근처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제가 갔던 곳은 인구가 약 9천 명도 채 되지 않은 작은 소도시 스미스 폴(Smiths Falls)이었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리도 운하(Rideau Canal)를 따라 산책한 후, 1800년대 후반 스미스 폴 초기 정착자의 집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향했네요. 캐나다 1800년대 후반 상위 중산층이었던 어느 가족의 보금자리를 향해 15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문화 유산 주택 박물관(Heritage House Museum)은 1860년에 스미스 폴(Smiths Falls)에 처음 정착한 Joshua Bates 가족의 집을 문화유산 박물관으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에요. 그 당시 Bates는 제분소와 방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수력의 힘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리도 강(Rideau river) 근처에 집을 지었어요.
사업이 점점 확장하자 집을 새로 짓고, 마을에 철도 건설 계획을 제안한 후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공사가 파산되면서 함께 파산을 당하게 됩니다. 그로 인하여 Bates는 병을 얻게 되고 얼마 못 있어 죽게 되었어요. 결국 새로 지은 집에는 약 6개월 정도만 살았다고 해요. 부채를 갚기 위해 집은 경매로 나왔고, 당시 라이벌 사업자였던 Truman Russell에게 팔렸어요. 이후 1977년에 Smiths Falls 마을에서 이 집을 샀고, 1981년부터 박물관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저희는 2년 전 여름에 한 번 방문하였는데, 12월을 앞둔 시점에 다시 찾아갔더니 크리스마스 장식품으로 입구를 꾸며 놓았더라고요.
이곳은 양쪽에 문이 있어 환기가 쉬워 주로 여름에 사용하는 주방(Summer Kitchen)으로 활용하였다고 해요. 주방에는 지금도 사용할 수 있는 벌집 모양의 오븐이 있었는데요. 오븐 앞에는 크리스마스 베이킹의 상징인 진저브레드맨(gingerbread man) 쿠키가 보였어요.
주방 옆으로는 1800년대 세탁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요. 왼쪽에 요람 모양으로 생긴 것은 세탁기(Daisy Washer)로, 두 개의 빨래판을 레버로 펌프질해 교차시켜 세탁했다고 해요. 세탁기 뒤편으로 보이는 기구(Mangle)는 빨래를 다 빤 후 물기를 짜내는 기계입니다.
여름 주방 천장에는 널따란 판자가 걸려 있었는데요. 안내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판자 위에 허브, 과일, 채소 등을 말려 벽에 걸어두고 겨우내 먹었다고 해요.
식품 저장고(Pantry)로, 현재 미국이나 캐나다 주택에서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당시에 냉장고나 찬장이 없었기에 햇볕이 내리쬐지 않은 이곳에 우유, 달걀, 설탕, 오트밀, 당밀 등 식품이나 그릇 및 주방 기구 등을 두었다고 해요.
겨울에 주로 사용하는 주방(Winter Kitchen)으로, 1867-75년에 제작 판매한 장작 난로가 있었어요. 장작 난로 위에는 무쇠나 구리로 만든 냄비, 프라이팬, 주전자 등이 올려져 있었고, 맨 위에는 다리미도 보였어요. 뒤에는 난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온풍으로 젖은 빨래나 허브, 과일 등을 말릴 수 있도록 건조대가 있었네요. 난로를 다양한 용도로 잘 활용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옛날 모습도 연상됐어요.
겨울 주방의 일부분입니다. 고용인의 식사 공간이기도 합니다. 식탁에서 자두 푸딩 만드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자두 푸딩(plum pudding)은 건포도를 넣은 푸딩으로, 영국에서 크리스마스에 온 가족이 다 모여서 반죽을 저으면서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며 함께 만들어 크리스마스 푸딩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응접실(parlor)은 예로부터 집에서 가장 좋은 공간으로, 손님을 모실 때 처음 안내하는 곳이에요. 이곳에는 1855년에 영국 런던에서 만든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는데요. 평상시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손님이 오면 열어두는 일종의 과시용 악기였다고 해요.
집안의 부유함과 분위기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다이닝 룸(Dining room)입니다. Bates 가족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으로 다이닝 룸에 놓을 커트레이(Cutlery), 은 제품, 크리스털 장식품, 수제 가구 등을 모두 영국, 스코틀랜드 등 유럽에서 가져와 꾸몄습니다. 1800년대의 중산층보다 더 부유한 상위 중산층 가정의 다이닝 룸 모습입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하는 디너 파티 상차림이에요. 추수감사절(Thanksgiving)과 크리스마스(Christmas)에 먹는 칠면조(Turkey)도 보였네요. 개인 접시 위에 놓인 포장 선물은 크리스마스 크래커(Christmas cracker)인데요. 캐나다까지 전해진 영국 크리스마스 문화 중 하나로, 크리스마스 디너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탕 모양의 선물을 각자 열어 보는 전통입니다.
서재입니다. 주로 중상류층 주택 1층에서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에서 집안의 남성들이 책을 읽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셨다고 해요. 저희가 찾을 당시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방 중앙에 전시돼 있었고, 성탄 카드가 걸려 있었어요. 북미에서는 연말에 크리스마스카드를 꽤 많이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거실 등 손님이 오가는 공간에 카드를 전시해두는 편이에요.
초기 정착자들은 주변의 초록 식물이나 농작물을 엮어 상록수(Evergreens) 화환을 만들어 겨우내 집 안에 두었다고 해요. 상록수는 다가오는 봄에 다시 움틀 새로운 성장을 위한 희망을 상징합니다.
안방 모습이에요. 북미 주택 구조상 1층에는 거실, 주방, 서재 등으로 이뤄졌고, 방은 2층에 모여 있는데요. 안방은 손님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가정에 초대를 받았을 때에도 주인이 먼저 안내해주지 않은 이상, 집 구경을 해도 되냐고 먼저 묻는 것은 실례입니다.
어린이 방입니다. 아동용과 유아용 침대와 한쪽에는 얼굴이나 손을 씻을 수 있는 물병과 그릇(wash stand)이 놓여 있었어요.
Sitting room으로, 여자들이 주로 모여 물레질과 재봉질을 주로 했던 방입니다. 재봉틀 책상은 1830년대, 재봉틀은 1870년대 상품으로 모두 100년이 훨씬 넘은 거였어요. 사진 중앙에 보이는 흔들의자의 덮개는 말털로 만들어졌어요. 그 당시에 부유한 가정이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주택의 앞면과 뒷면의 구조가 거울에 반사되는 것과 같이 똑같다는 점입니다. 보통 주택의 뒷면으로 고용된 하인이 오갔기에 주택 건설 시 앞면을 더 중시했던 그 당시였기에, 매우 흔치 않은 주택 구조라고 해요. 특히, 노란 점선으로 표시해 둔 곳은 1층과 2층으로 된 화장실로,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유일한 화장실 구조입니다. 당시에는 주로 화장실을 주택과 분리시켰고, 특히 2층에 화장실이 있는 곳은 없었다고 해요.
2층 화장실 모습이에요. 이 집을 건축할 당시에 주인 Joshua Bates가 병에 걸려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2층에 화장실을 만들게 되었어요.
원래는 장작 헛간과 창고로 활용되었던 곳으로, 현재는 안내 데스크와 기념품 및 선물 가게가 있습니다. 나무로 된 내부 구조에 아기자기한 장식품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둘러보는데 한참 걸렸네요.
크리스마스 장식품도 많아 따스하면서도 풍성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이제 크리스마스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네요.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 오너먼트(Ornament)로, 핸드메이드 작품인데요. 똑같은 것이 하나 없이 다르게 만들어서 가족 인원만큼 사서 트리에 걸어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북미 관광지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기념주화예요. 박물관을 둘러보기 전에 아이에게 여행 기념으로 하나 선물해주겠다고 고르라고 했더니, 직원이 관람하면서 숨은 사물을 찾아 체크리스트에 적어오면 선물로 하나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아이가 박물관을 휩쓸면서 흥미진진하게 둘러보아서 2배나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네요. 선물로 받은 기념주화가 너무 좋았는지, 자신의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물려 줄거라면서 소중하게 보관하더라고요.
이건 제가 고른 거예요. 집에 있는 찻잔 세트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사 왔어요. 1800년대 캐나다 중상류층 가정의 모습을 잘 보셨나요? 150여 년 이상이 지났지만, 현재 캐나다 중상류층의 문화와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사용하는 물품이 조금 더 편리하고 모던하게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고 말이지요. 빠른 유행과 끝도 없는 과시욕보다는 내실을 따지고 갖가지 물건에 관한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캐나다인의 성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아요. 오늘 하루 제가 가지고 있는 보금자리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지 생각해봅니다. 훗날, 제 스스로가 되돌아봤을 때 또는 내 아이가 또는 이름 모를 누군가가 제 삶을 들여다봤을 때 따스한 행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바람을 따라 오늘 하루도 제 보금자리에 작은 행복의 씨앗을 심어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행복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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