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현지에서 느끼는 코로나19 분위기

캐나다 이민 12년째 되는 해 코로나 19 사태를 맞이하다

만 5년 동안 운영하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잠시 쉬고 있는 동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한국에서 1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어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걱정되는 가운데 매일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이러한 사태가 동북아시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문화 국가인 미국과 캐나다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 거죠.

캐나다 코로나19 발생 현황 (현지시각 3월 26일 기준)

캐나다입니다현재 캐나다 코로나19 현황

바이러스는 제 생각보다 더 빨리 캐나다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로부터 딱 일주일 뒤인 1월 27일에 중국 우한을 여행 다녀온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 3월 26일 기준 확진자 3,845명, 사망자 39명, 완치자 196명입니다. 한국 총인구의 70%인 캐나다 총인구 3,759만 명 중에서 증상자를 대상으로 12만 건을 테스트했으며 이중 3.2%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 건수 대비 확진 판정 비율은 한국보다 0.5% 더 높습니다.

학교 휴교령 이후 패닉 시작

캐나다 총리입니다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캐나다 총리의 부인

캐나다 사재기 열풍 및 패닉 현상은 3월 셋째 주에 한 주 동안 쉬는 'March Break'(봄방학 개념)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전주에 연방 정부에서 최소 2주분의 생필품을 확보하라고 했는데도 중국인 이외 현지인의 사재기는 거의 없었는데 말이지요. 봄방학에 가족여행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으로 본 정부는 자가격리 개념으로 봄방학 후 2주를 더해 3주간 학교를 휴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국경 폐쇄, 필수 비즈니스 외 사업장 폐쇄, 무기한 휴교 등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국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총리의 부인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진 판정돼 부부가 자가격리 중입니다.

캐나다 사재기 무엇부터 시작됐나

화장지입니다화장지 사재기 대란

생필품은 마스크, 손소독제, 화장지 순으로

한국에서 확진자가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자 한국 쇼핑앱을 통해 무엇이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물품인지 찾아보고 우리 집에서 가장 필요한 생필품과 비상식량 쇼핑 리스트 및 확산 전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2월 말까지 캐나다는 사재기 현상 전혀 없었으며 현재는 절대 못 구하는 손소독제도 그때는 어디에서나 살 수 있었어요. 심지어 가격 상승 없이 세일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는 의료 종사자, 독감 및 감기 환자, 현장 노동자들만 사용하는 물품이다 보니 마트마다 소량으로 비치된 마스크는 1월 말부터 찾아볼 수 없었지요.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어딜 가나 없으니 찾아다닐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일러주더군요ㅎㅎ 그래서 1월 말에 한국에서 마스크를 가족당 30매씩 주문해 물품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직장을 갈 때, 혹은 집안에서 아픈 사람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마련해둬야 할 것 같았어요. 마스크, 손소독제에 이어 화장지 사재기가 뉴스와 SNS로 퍼지면서 화장지 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 2달 전에 세일과 쿠폰을 동시 적용해 12개입 화장지를 3달러에 샀는데, 같은 화장지를 15달러 주고 사는 사람을 봤습니다!!

식품은 파스타, 감자, 통조림, 냉동피자

음식입니다오픈 30분 만에 동이 난 감자 판매대

신선 식품 중에서는 감자가 제일 먼저 동이 났고, 냉동식품 중에서는 냉동 피자/채소/과일, 그 외 통조림, 파스타 관련 식품 선반이 비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1월 말부터 준비해둔 비상식량과 생필품 리스트를 폰에 저장해두고 세일 기간을 통해 평소보다 2개씩 더 구매했습니다. 매주 2개씩 더 구매했더니 3월 중순 사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에는 더 이상 쇼핑하지 않아도 될 만큼 2개월분의 생필품이 확보된 상태이어서 그 이후 외출 없이 집에서 칩거 상태입니다. 현지인 분이라면, 집까지 배달이 가능한 월마트 및 라블로우즈 계열사의 Instacart 서비스 및 마트 주자창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 최소한의 접촉으로 식품 및 생필품을 구입하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비상사태 10일 만에 200만 명 이상 해고

해고입니다200만 명 이상 근로자 해고

한국은 자영업자 외 대부분 직장인은 자택 근무 또는 통근으로 직장 생활을 유지해오는 반면, 캐나다는 3개 주정부에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동시에 대부분의 회사에서 무급 휴가 또는 해고가 시행됐습니다. 저희 남편 회사도 예외 없이 전 직원 무급 휴가가 떨어져 실업급여를 신청했어요ㅠ 말이 무급휴가이지 언제까지일지 코로나 퇴치 이후 정상 복귀가 가능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비상사태 선포 2주 차인데 캐나다 전역에 200만 명 이상이 해고된 상태라니 실업률이 역대 최고를 달성할 것 같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면서도 복지국가답게 실업급여 대상 확대 및 월 2천달러 지급, 전기세 인하, 물가 안정 등 다방면으로 현실적인 대책을 제공하기 시작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의 대책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남편은 그간 미룬 인테리어 공사와 자격증 공부를, 아이는 자가 학습과 유튜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설마 나도 코로나?

자가격리입니다자가격리

지난 한 주 동안 평생 한 번도 겪지 못하는 근육통과 오한에 시달려 순간 식겁했습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설마 나도 코로나?ㅠ'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테스트 신청하러 갔다가 되돌아온 캐나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여행 경력 없고 호흡 곤란 증세 없으면 테스트도 못 받는다며 자가격리하다가 호흡 곤란 등 위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다시 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테스트 받아볼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작은방에 문 닫고 칩거에 들어갔으며 다행히 발열, 기침 증상 없이 방콕 4일 만에 근육통과 오한을 떨쳐내 현재는 거의 회복 상태이네요.

애초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서워 한국행을 택할 마음은 없었어요. 한국에 있을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고,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았기에 한국보다 못한 의료시스템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사태 중 한 번 호되게 아프고 나니, 많은 것을 쥐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네요.

차오르는 국뽕에 취하다

뉴스입니다이탈리아와 한국을 비교하는 캐나다 뉴스

손흥민 선수, 류현진 선수, BTS,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제 어깨 너비가 이미 한껏 넓혀 있었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국뽕에 취할 줄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인들이 한국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인하여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고향에 계신 가족들의 안부를 물을 때만에도 말이지요. 매일 코로나19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접했던 한국 기레기 언론들에서 피로감과 우울감을 느껴 외신보도로 눈을 돌리고 나니 기레기에 가린 한국이 제대로 보였습니다.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못해 기사를 보면서 훌쩍거릴 정도로 국뽕에 취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는 정부, 온몸을 다해 일선에서 뛰며 방어해 주시는 질본부와 의료진, 그 외 관련 종사자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모든 세계인들이 박수를 보내는 투철한 시민의식과 넘치는 정으로 똘똘 뭉친 한국인까지!! 모두 감사하고 모든 것이 감사되는 나날입니다. 그동안 안부 소식을 전하지 못해 궁금해하시는 이웃분들이 있어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게 되었네요. 저는 타지에 있기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한국에 작은 기부를 매달 전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칩거 20여 일 만에 첫 외출해 재외국민투표를 하러 대사관에 후다닥 다녀올 예정입니다. 쉽지 않은 시기이지만, 힘내어 함께 극복하길 바라며 파이팅을 보내봅니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나날 이어가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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