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날아온 한국 택배
캐나다 이민 11년 차, 이민 초기에는 생소한 캐나다 물건과 비싼 가격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이것저것 부탁해 공수해서 쓰곤 했는데요. 점차 살아가는 해가 더해지다 보니 현지 물품으로 대체하는 요령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서 구하기 힘든 한국산 고춧가루와 마늘가루 등 김치 재료 몇 가지만 1년에 1번씩만 부탁해 받고 있어요. 가족에게도 택배를 사양하고 있기에 블로그 이웃님들 중에서 종종 무언가 보내주고 싶다며 주소를 물어보시는 분도 몇몇 계셨는데 죄송한 마음이 앞서 마음만 감사히 받았네요. 그런데 얼마 전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우체국에 택배가 보관 중이라며 찾아가라는 메모가 문에 걸려 있었네요. '누굴까?' 궁금한 마음으로 택배 찾으러 다녀왔어요.
우체국에 들린 남편이 큰 박스를 낑낑거리며 힘겹게 들고 나왔네요. 다소 저렴한 선편 소포도 있는데, 항공소포로 보내 택배비만 10만 원이 훌쩍 넘은 큰 박스였어요. 한국에서 캐나다 국제택배(항공/소포) 보내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딸의 배꼽친구로 이어진 친구네 가정
택배는 캐나다에서 만났던 친구가 한국에서 보낸 거였는데요. 토론토 온라인 맘카페에서 만나 오프라인까지 만남이 이어진 친구로, 2년 정도 토론토에서 왕래하다가 친구네가 중국으로 이민 가서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약 3년 전 친구네가 저희가 사는 동네로 이사 와 꿈만 같은 재회를 했지요. 반가움도 잠시 5개월 후에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그간 나눈 추억을 떠오를 때마다 미소와 코끝 찡함이 오가게 할 만큼 저희 가족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었지요. 서로의 존재감을 추억의 사진으로만 확인했던 두 딸들은 5년 만에 8살이 되어 다시 만나 둘만의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친구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선물들
실은 이번 택배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는 가족 생일 때마다 선물을 꼬박꼬박 보내왔어요.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의 시댁과 친정 어르신들까지 선물을 보내주셔서 어찌나 황송하던지ㅠㅠ 사진은 친구네 시어머니께서 직접 담그신 된장과 고추장 및 여러 식재료를 캐나다로 보내주신 사진이에요.
세상에나....ㅠㅠ 친구의 친정어머니께서 그림을 그려서 보내주셨더라구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올해 18회 한국 회화의 위상전에서 우수상까지 타실 정도로 솜씨가 좋으신 분이신데요. 가끔 그림 소재가 삼으시라고 배경이 좋은 사진을 보내드리는데, 그중에서 저희 남편과 딸이 나온 등대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주셨어요ㅠㅠ
그림의 모델이 된 사진에요. 크리스마스 여행 시 들린 온타리오 호수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캐나다 온타리오 호수의 겨울 운치에 대한 글을 써서 Daum 메인에도 소개된 적도 있고 해서 그리기 연습하시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사진을 보내드린 건데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딸과 남편은 본인들이 그림 모델이 되었다며 호들갑 떨면서 너무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찍사의 서러움을 이런 데서도 느낄 수 있는 거군요ㅎㅎㅎ
그림 선물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네요. 작년 이맘때에도 저희 동네에 있는 호수의 사진을 보고 그려 보내주셔서 그때도 정말 놀랐고 감사했거든요. 오래 보관하려면 유리 액자에 넣으면 좋은데 혹시 배송 중 유리가 깨지면 그림이 찢어질까 봐 캔버스만 보낸다며 미안해하는 친구... 뭐래니ㅠㅠ 60% 할인 쿠폰을 사용해서 액자를 맞춤 주문하는데 30만 원이 들었지만, 저희를 아시는 분이 직접 그려주신 그림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귀한 그림이기에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그린그린한 그림이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어머니의 정성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림이에요. 이번 그림도 똑같은 프레임으로 맞춤 주문해서 나란히 걸어둘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어집니다! 페인트도 몇 개월전에 사두고 여태 미루고 있는데 얼른 페인팅도 하고 두 액자를 나란히 걸어두고 싶네요.
버블랩과 골판지로 꼼꼼하게 싼 물건에서 친숙한 친구 글씨가 보여 웃음이 나왔네요. 서울 토박이면서 맨날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ㅋㅋㅋ '뭐길래 겁주는거야' 하면 조심스레 포장을 뜯었네요.
재작년부터 친구의 어머니께서 그릇 만들기를 배우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접시를 직접 만드셔서 보내주셨어요ㅠㅠ 게다가 스푼까지 세트로!!! 사진 찍는 와중에 설레다가 행여 깨트릴까 봐 살짝 긴장되더라구요ㅎㅎㅎ 색감과 무늬가 너무 이뻐서 한참을 들여다봤네요. 어머니 최고!! >.<b
그뿐만 아니라 친구네 딸과 저희 딸의 우정 접시로 사용하라며 곰돌이 모양의 접시를 똑같이 만들어 주셨어요. 접시 쓸 때마다 서로 기억하면 좋겠다면서ㅠㅠ 딸이 평생 간직할거라고! 당연한 소리지^^
접시에 이름까지 넣어 주셨다는 것은 친구의 톡으로 알게 되어 뒤늦은 감동 하나 더 추가했지요.
실은 그릇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작년에도 그릇을 보내주셔서 감동받았지요.
감사한 마음에 귀한 그릇을 처음 사용할 때 어울리는 음식을 담고 싶어서 시어머니께서 직접 보내주신 도토리 가루로 도토리묵을 쑤어 담았더니 핸드메이드 그릇과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리더라구요^^ 도토리묵 쑤는 법과 백종원 도토리묵 무침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캐나다에 없는 한국 간식들
친구가 큰 박스 안에 그릇과 그림 위아래에 과자와 문구용품을 꽉꽉 채워 넣었더라구요. 하나라도 더 넣겠다는 친구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상자 안에 작은 빈틈 하나 없이 채워진 물품들을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두니 한상 가득 차려졌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예스!!! 더군다나 신제품 수박맛이기에 제가 다니는 한인 마트에서 아직 못 본 제품이에요. 보자마자 당장 하나 꺼내 먹고 싶었지만, 다음날 모닝커피와 함께 차분하게 음미하고 싶어 참았습니다ㅎㅎㅎ 다음날 바로 꺼내 맛보니 수박바와 오예스를 동시에 먹는 기분이 들더군요!ㅎㅎㅎ >.<
허니버터칩도 프랑스 고메버터, 캐나다 메이플시럽, 체리블라썸 신제품 3종으로!! 당연히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거였네요. 캐나다 메이플시럽을 한국 과자를 통해 맛볼 줄이야!ㅎㅎㅎ
대한민국에서만 판매되는 포스트 오레오 오즈(POST OREO Oz) 시리얼도 들어 있었어요. 미국 넬슨 펠츠(Nelson Peltz)가 식품회사 크래프트(Kraft) 지분을 대거 매수하면서 크래프트의 시리얼 브랜드인 포스트(Post)를 매각해 분사시켜 현재 미국에서 오레오 오즈의 생산이 중단되었는데요. 매각 당시 크래프트와 포스트 양쪽과 제휴를 맺은 한국의 동서식품은 두 브랜드를 동시에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되어 한국에서는 생산이 계속 가능해요. 교포들이 한국에 다녀오면 외국 친구들을 위해 하나 이상은 꼭 사 온다는 오레오 오즈를 친구가 보내줬네요. 미국 시리얼 판매 인기순위 Top 10 및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시리얼 고르는 법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풍성한 한국 과자 중에서 제일 먼저 고른 과자는 남편은 쿠크다스, 저는 빅파이, 딸은 마이쮸였어요ㅎㅎㅎ 캐나다 한국 마트에서 장 볼때마다 양념장과 고기 등 식재료를 사다 보면 한 번에 몇 십만 원이 나오기 십상이어서 과자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딸이 먹고 싶어하는 거 한두 개만 골라 담아오곤 했는데요. 어릴 적에 과자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처럼 눈앞에 가득 쌓인 과자들을 보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ㅎㅎㅎ
딸을 위한 선물들
딸은 위한 선물은 친구의 딸이 직접 골라 보내줬는데요. 딸이 선물 중에서 몰랑(Molang) 캐릭터 다이어리를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제가 이민 온 후에 나온 캐릭터라서 저도 처음 본 건데요. 딸이 유튜브로 몰랑을 검색해서 영상을 찾아 보더니 몰랑이 너무 귀엽다며 거짓말 조금 보태서 "몰랑, 너무 귀여워요!" 이 말을 백 번쯤 들은 것 같아요ㅎㅎㅎ 봉숭아꽃 물들이는 것도 안 해봤을 것 같아 보냈다며.... 선물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른 정성이 고스란히 다 느껴졌어요.
그 외에도 네일 스티커, 캐릭터 스티커, 볼펜, 종이접기 등 보내줬는데요. 아이가 스티커에 써진 한글을 자꾸 이상하게 읽길래 "응? 한글 가르쳐 준거 까먹은 거야?"라고 물으며 스티커를 보니, 상표권 때문인지 짜파게티는 파파게티, 3분 카레는 30분 카레, 새우깡은 새우깽, 에이스는 나이스ㅋㅋㅋㅋㅋㅋ 캐나다 한인 마트에서 친숙하게 본 상표들이라 그런지 아이도 제 설명을 듣더니, "어쩐지 읽으면서도 뭔가 이상했어요"하더라구요ㅎㅎㅎ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쾌한 친구네 가족다운 선물 덕분에 훌쩍거리다 한바탕 웃었네요.
친구의 어머니께서 직접 그리신 그림과 직접 만드신 식기들, 친구와 친구의 딸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른 과자와 문구용품들, 그리고 준비한 선물들이 배송 중에 파손될까봐 하나하나 꼼꼼하게 포장된 것들을 보니 아이 앞이라서 참으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자꾸 뜨거워지더라구요. 해외에 살다 보면 왕래가 거의 없는 사람들로부터 부탁도 쉽게 받게 되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한국인이라면 그저 반갑고 좋은 저희 가족은 내 일처럼 돕다 상처도 종종 받곤 하는데요. 딸 때문에 만난 친구맘이지만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인데 되려 언니처럼 저희 가족을 챙겨주고서는 내가 더 행복해서 하는 거니까 고맙다는 말 하지 말라며 민망해하는 친구에게서 나눔이 뭔지 매번 배워가게 되네요. 글을 쓰는 지금도 코끝이 찡해옵니다. 저도 친구처럼 소중한 인연을 아끼는 법을 잘 실천해야겠다며, 뜬금없지만ㅎㅎㅎ 블로그 이웃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이다 보니 이웃님들의 안녕을 블로그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에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고유한 매력으로 롱런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게 없었던 새로운 엔돌핀이 솟기도 한답니다. 오늘도 주어진 곳에서 함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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