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한국음식점 고려(Koryo) 솔직후기, 한식의 세계화 가능할까?

캐나다 몬트리올 한국음식점 '고려(Koryo)' 후기

캐나다 이민 생활 10년 동안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과 서양 음식의 느끼함 때문에 북미 주요 도시의 한국 음식점을 셀 수도 없이 많은 곳을 다녔는데요. 오늘은 2주 전에 다녀왔던 캐나다 퀘벡 주 몬트리올(Montreal, QC)에 있는 한국음식점 고려(KORYO)에 대해 솔직하게 나눔 하고자 해요.

몬트리올 데자르댕 콤플렉스(Complexe Desjardins)

몬트리올 쇼핑 센터입니다@http://www.projectcredits.com

캐나다 대도시 2위이자 퀘벡 주의 최대 도시인 몬트리올(Montreal) 다운타운에는 총 99층의 거대한 복합 빌딩 데자르댕 콤플렉스(Complexe Desjardins)가 있어요. 금융협동조합인 데자르댕 본사와 쇼핑센터로 구성된 3개 빌딩으로 몬트리올 다운타운의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입니다. 퀘벡 주 민간부문 1위 기업인 데자르댕 금융협동조합 본사뿐만 아니라, 각종 스토어와 음식점이 즐비한 곳입니다. 또한, 지하 도시(underground city)를 통해 몬트리올 종합예술 극장((Place des Arts), 하얏트 리젠시 호텔(Hyatt Regency Hotel), 2개의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어 다운타운 중에서도 유동 인구가 정말 많은 곳이에요. 밤이 되면 초록빛의 빌딩으로 변해 더욱 눈길이 가는 곳이지요.

몬트리올 쇼핑몰 사운드&라이트 분수쇼(Fontaine boréale Show)

몬트리올 분수쇼입니다

오타와(Ottawa)에 사는 저희는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몬트리올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요. 연말에 여행 도중에 데자르댕 빌딩에서 연말 때마다 열리는 분수쇼를 보기 위해 잠시 들렸어요. 2017년 분수쇼 주제는 '북극의 분수쇼'(불어 Fontaine boréale Show, 영어 Boreal Fountain Show)입니다. 몬트리올 쇼핑몰 사운드&라이트 분수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캐나다 한국음식점 브랜드 체인 '고려(Koryo)'

한국 음식점 고려입니다

분수쇼를 보기 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분수 바로 옆에 위치한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쭉 훑어보는데 딸이 "엄마~ 한글이네요?"라고 하길래 보니 한국 음식점이 있더라구요. 재작년 연말에도 분수쇼를 보고 푸드코트에서 식사도 했는데 미처 못 본 건지 그 사이에 생긴 건지 잘 모르겠네요.

캐나다 한국 음식점입니다

찾아보니 Koryo Korean BBQ는 1998년에 창립한 한국 음식 체인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ombia), 앨버타(Alberta), 서스캐처원(Saskatchewan), 온타리오(Ontario), 퀘벡(Quebec) 주 등에 15개 이상의 지점이 있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퀘벡 주 몬트리올 지점이에요.

퀘벡 주 몬트리올 한국음식점 '고려(Koryo)' 메뉴

한국 비비큐입니다

메뉴 가짓수는 많지 않았어요. 상호 밑에 한국 바비큐(Korean BBQ)라고 적힌 것처럼 쇠고기, 닭고기, 연어 바비큐에 몇 가지의 사이드 메뉴를 조합한 메뉴였고 그 외 비빔밥과 버거가 있었어요.

고려 메뉴판입니다

종이로 프린트된 메뉴판이 있어 자리를 잡은 후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먹을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이곳에 오기전 몬트리올 한국 식당 여러 곳을 검색해보니 12월 31일인데다가 일요일이라서 문 닫는 곳이 많아 아쉬웠거든요. 가격은 캐나다 쇼핑몰 푸드코트의 아시아 음식점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어요.

사이드 메뉴입니다

메뉴를 고르니 고기는 주방에서 직접 구운 듯했고, 반찬은 카운터에 이미 만들어진 음식 중에서 메뉴에 정한 가짓수(2종류 또는 4종류)에 따라 원하는 것을 고르면 접시에 담아주더라구요. 사이드 메뉴는 그린빈, 양배추 샐러드, 김치,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감자 튀김 등 대부분 서양에서 주로 먹는 사이드 메뉴였어요.

몬트리올 한국음식점 '고려(Koryo)' 주문 메뉴

캐나다 한인 식당입니다

남편은 메뉴 중에서 가장 비쌌던 Koreen BBQ Trio Plate(불어: Assiette Trio BBQ Coréen)를 주문했어요. LA갈비, 쇠고기, 치킨 3종 BBQ에 사이드 메뉴 4개를 조합한 세트였는데요. 음식의 양과 종류에 비해 접시가 작아서였을까요. 밑부분에 흰쌀밥과 사이드 메뉴가 깔렸고 그 위에 그릴에 구운 고기 3종류가 구분 없이 마구 섞인 상태에서 얹혀 나왔어요. '그래, 북미 음식 플레이팅에서 뭘 기대해, 더군다나 푸트코트야'라고 여겼어요.

LA 갈비입니다

아이가 시킨 Korean BBQ(불어: BBQ Coréen) 메뉴입니다. LA갈비와 사이드 메뉴 2개를 조합한 세트였어요. 절대 실패하지 않는 LA갈비 황금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고민할 것도 없이 고른 메뉴였어요. 고기는 쇠고기와 닭고기 중 선택할 수 있어 쇠고기로 골랐어요. 음식이 나와서 보니 비빔밥의 정갈함을 찾아보기 힘든 비주얼이었지만 맛있으면 됐지 싶은 마음에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고려 웹사이트입니다

3개의 메뉴를 시켰지만, '고려' 웹페이지와 제가 찾아갔던 몬트리올점 메뉴판에 있는 음식 플레이팅과 매우 다른 비주얼이었습니다.

몬트리올 한국음식점 '고려(Koryo)' 솔직 후기

비비큐 음식입니다

고기류는 양념한 고기를 그릴에 바로 구워 나와서인지 맛있었어요. LA갈비에 지방이 꽤 많아 다소 먹기 번거롭다는 점 빼고는 두께도 도톰한 편이었어요. 하지만, 집 안팎 어디에서든지 음식을 절대 남기거나 버리지 않은 남편이 밥을 먹다 말고 휴지에 음식을 옮기기 시작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사이드 메뉴 중 잡채인지 볶은 국수인지 헷갈리는 음식이 딱딱해서 씹히지 않는 데다가 쉰 냄새가 심해 먹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구요.

푸드코트 한국 음식입니다

아이가 고른 사이드 메뉴 중 고구마 맛탕처럼 기름에 튀긴 감자를 설탕 시럽에 묻혀둔 메뉴가 있었는데요. 바삭함은 전혀 없었고 감자의 속은 꽤 물러진 상태였어요. 흰쌀밥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먹는 단중립종 쌀이 아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먹는 장립종 쌀밥 같았어요. 캐나다에서는 장립종 쌀이 대중적이고 가격도 5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캐나다에서 파는 다양한 쌀과 한국쌀 찾는법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은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착하지 못했어요. 일단 재료로 그릴 쇠고기, 브로콜리, 숙주, 당근, 그린빈, 노란 파프리카가 들어갔어요. 비빔밥의 재료를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닌 사이드 메뉴로 팔고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비빔밥에 브로콜리, 그린빈, 파프리카가 들어간 것도 생소했는데 크기마저도 꽤 커서 입안에서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비빔밥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고기는 그릴에 구운 탓에 탄 부위가 있어 비빔밥의 맛과 식감에 어울리지 않았어요. 또한, 양념장은 매운맛이 거의 없고 단맛이 지나치게 강한 맛이어서 긴 쌀로 지은 푸석한 밥과 함께 먹으니 도리어 식욕을 잃게 만들더라구요. 비빔밥이 아닌 고기 채소 샐러드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먹으려 했지만, 상큼하거나 신선한 맛도 아닌 묘한 맛이어서 정말 배고팠는데 거의 먹지 않고 남겼네요.

캐나다 한국 음식점에서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제기했을 때

미국 뉴욕 한인 타운입니다미국 뉴욕시티 한인 타운

북미 주요 도시에 있는 한국 식당을 수없이 다녔지만, 한국과 비슷한 맛을 내는 곳은 캐나다 토론토 한인거리와 미국 뉴욕시티에 있는 한인 식당들이었어요. 그래서 그 외 도시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타지에 한국 식당이 있는 것이 어디냐라며 감사히 여기고 가끔 다니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10년 동안 사는 동안 불만을 제기한 적이 딱 2번 있었어요. 임신 중 토론토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만둣국에서 거뭇한 당근 껍질이 나왔을 때, 한국에서 온 친정 가족이 캐나다 한국 식당이 궁금하다고 해서 동부 여행 중 들린 몬트리올 어느 식당에서 쉰 밥이 나왔을 때였어요. 거뭇한 당근 껍질은 육수의 재료인데 실수로 들어간 것 같다며 먹어도 괜찮고 정 못 먹겠으면 돈으로 환불해주겠다는 쌀쌀맞은 대답을 받았고 쉰밥은 날이 더워 상했나 보다라며 다른 밥으로 교환받았습니다. 다른 손님들에게 들리지 않고 행여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히 얘기했는데 되돌아오는 반응에 마음이 되려 상하더라구요.

캐나다 토론토 한인 식당입니다캐나다 토론토 소재 중식당(내용 무관)

암튼 남편은 상한 음식을 골라서 버렸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성의 없는 비주얼과 음식맛에 이미 실망을 한 상태에서 상한 음식까지 받으니 기분이 우울해지더군요. 한참을 고심하다가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맛이 아닌 위생의 문제였기 때문에 누군가 먹고 탈이 나거나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한 외국인이 먹고 원래 이런 맛인가 하고 의뭉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에게 상한 음식을 가리키면서 "음식의 상태를 확인해보면 좋겠다. 내가 맛보기에는 상한 것 같아 먹을 수 없어 버렸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상한 여부를 꼭 확인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어요. 직원이 "어떤 거죠? 이거예요? 아, 네."라고 답하더라구요. 별 반응이 없길래 제 자리로 돌아왔어요. 이후 직원이 주방으로 들어가 어느 분과 대화를 나눴고 주방의 그분은 카운터로 나와 직원의 손짓에 따라 저를 찾는 표정으로 둘러보더라구요. 때마침 이동하려고 테이블에서 일어난 상태이어서 아이컨텍을 했습니다. 눈빛이 마주치자 확인했다는 듯이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고 그게 끝이더라구요. 불만을 제기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궁금증이 풀렸나 봅니다.

계산서입니다

세금 포함 $38(약 3만 5천 원) 정도 나왔어요. 얼마 전에 tvN <윤식당2>를 시청했는데 이번 시즌의 메인 메뉴는 비빔밥이더라구요. 한국의 고유한 맛과 멋을 살렸는데 싱겁다는 현지 평가단의 말을 고려해 고기의 간을 더하며 레시피를 수정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한식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되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하지만, '고려'의 비빔밥은 비빔밥의 정체성을 전혀 찾을 수 없는 묘한 비주얼과 맛이었기에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반감을 더 갖게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더라구요. 더군다나 상한 음식까지... 같은 한인으로서 혹평을 남겨야 하는 제 마음도 편치 않지만 유동 인구가 꽤 많은 대도시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고려>라는 상호와 함께 '한국 음식'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만큼 한식의 정체성, 음식 플레이팅과 위생 상태, 소비자의 의견에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한 음식으로 겨울 추위 잘 이겨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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