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비엔날레] 오늘날 쾌락주의가 가능한가?

몬트리올 비엔날레 웅대한 발코니(Le Grand Balcon)

개인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퀘벡 주 몬트리올로 여행을 갈 때마다 몬트리올 미술관(Montreal Museum of Fine Arts)를 주로 다녔어요. 그런데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에서 몬트리올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2016년 10월 19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열리는 2016 몬트리올 비엔날레를 위해 23개국에서 55명의 작가가 초대되었고 그중 18명이 캐나다인이며 우리나라 양혜규 작가도 있습니다. 몬트리올 비엔날레의 제목은 상류층을 위한 사창가를 다룬 Jean Genetd의 1957년 연극 '발코니(Le Balcon)'에서 따와 '웅대한 발코니(Le Grand Balcon)'입니다. 많은 작품들이 물체의 물질성과 미적 쾌락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현대 미술 작가들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보러 함께 가볼까요?

캐나다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입니다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Musée d'art contemporain de Montréal)입니다. 이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외관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아, 홈페이지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1964년에 설립한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은 캐나다에서 유일한 현대미술 전용 미술관입니다. 현대 회화, 조각, 사진 등 1,500여 작가의 7,000여 작품을 상설 전시 중이며, 특히 퀘벡 주에 기반을 둔 현대 미술에  관심을 두되 캐나다와 다른 나라의 현대미술작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Luis Jacob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원형으로 된 중앙 홀에 키가 매우 큰 조각상이 있었어요. 본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음... 눈높이에 맞춰주면 좋겠건만^^;; 이 작품은 Luis Jacob의 "Sphinx"(2015)입니다. 언뜻 보면 머리가 없는 고대의 조각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제가 간 곳은 현대 미술관으로 고대 조각품이 있을 리가 없지요. 자세히 보시면, 남성의 포즈에서 고대의 조각상에서 볼 수 없는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데요. 사진작가가 자신의 손으로 사용해 카메라의 앵글을 미리 예측하는 것처럼, 외부의 세계를 자신의 특정 프레임을 통해 인식하고 의미를 형성해가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입장료는 성인 15달러,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무료였습니다. 박물관 관람료가 대체로 비싼 캐나다이지만, 그중 미술관은 12세 미만의 아이는 무료인 곳이 많아 좋아요.

몬트리올에 전시된 한국 양혜규 작가의 작품입니다

조각상을 뒤로 하고 2층 홀에 들어서자 갤러리 한 중앙에 한국 양혜규 작가의 작품들이 보였습니다. 왼쪽은 "Dragon Conglomerate"(2016)이고, 오른쪽은 "Naturalized Klangkörper"(2016) 작품입니다. 인공 짚, 식물, 플라스틱 끈 등을 활용해서 만든 작품으로 둘 다 180cm 높이로 꽤 큽니다. 양혜규 작가는 서울 태생으로 주로 인공 짚으로 만든 작품으로 여러 나라의 무속 신앙이나 의례 등을 빗댄 작품이 꽤 많았어요.

한국 양혜규 작가의 작품 입니다

이 역시 양혜규 작가의 "Rooted Stones on Parallel Dimension"(2016) 작품입니다. 평행 차원의 뿌리박힌 돌이라는 뜻인데, 뿌리가 연상된 나무에 작은 돌들이 세워져 있었어요.

스팸 통을 활용한 양혜규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역시 양혜규 작가의 "Can Cosies Pyramid-Tulip 340g Silver"(2011) 작품입니다. 저희 아이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 있게 본 작품이었어요. 340g의 스팸 통을 큐빅이 달린 끈으로 감싸서 피라미드 형태로 쌓았고, 주변에는 드럼, 하프 등을 연상케 하는 작은 악기들이 있었어요. 입체적인 작품 옆으로 가벽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 더 인상적이었어요.

Elaine Cameron-Weir의 Snake series입니다

양혜규 작가님의 작품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Elaine Cameron-Weir의 Snake series입니다. 거대한 뱀 가죽 같은 조각이 천장에 3개가 연달아 매달려 있었는데요. 자세히 다가가 보니, 에나멜로 만든 판을 이어서 만든 것으로 세로 배너처럼 천장에 달고 도르래 시스템과 연결한 후 흙 자루를 고정해둔 상태였어요. 크기와 소재가 눈에 띄어 유혹적이면서도, 그 무게가 상당해 보여 위협적인 느낌도 함께 주는 작품이었어요. 갤러리 중앙에 조각품을 입체적으로 전시하여 벽에 걸린 작품을 보려는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함정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확실히 벽에 걸린 그림보다 중앙에 걸린 뱀의 조각품을 사람들이 더 오래 보더라고요.ㅎㅎㅎ

아르카디아의 우울증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시선을 확 사로잡았던 Nicole Eisenman의 "Shooter 1"과 "Shooter 2"(2016)입니다. 눈의 초점과 총구는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을 향해 있고, 강한 색감과 단순한 선으로 분노가 가득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했어요. 마치 지금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말이에요.

Hüseyin Bahri Alptekin의 "Melancholia in Arcadia"(2006) 작품입니다. 아르카디아(목가적 이상향)의 우울증이라는 뜻인데요. 같은 앵글의 다른 시각, 같은 시각의 다른 앵글의 사진들을 배치하여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으스스한 느낌이 감도는 여러 사진을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보고 있노라니 긴장감과 함께 불편함이 느껴졌어요. 작가의 의도가 이런 거였다면, 제대로 낚인 거 맞네요.ㅎㅎ

몬트리올 비엔날레 전시 작품입니다

제가 가장 관심 있게 봤던 작품이에요. 깨진 유리, 찢어진 옷감, 버려진 페트병 등으로 만든 굉장히 난잡해(?) 보이는 구조물이었는데, 프로젝터와 미니 선풍기 등을 활용해서 자연의 빛과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만든 작품이었어요.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비엔날레 전시 작품 입니다

여러 사람의 얼굴을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놓은 액자 모음이 전시관 입구 벽에 걸려 있었어요. 얼굴마다 굉장히 직관적이고 우울한 느낌이 들어 들어갈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고 전시관을 다 둘러본 후 다시 꼼꼼하게 봤는데요. 이 역시 2016년의 몬트리올 비엔날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캐나다 퀘벡 몬트리올 조각가의 작품입니다

이것은 퀘벡 주 몬트리올 조각가 Pierre Granche(1948~1997년)의 "Comme si le temps... de la rue"(1992) 작품으로, 전시관이 아닌 미술관 기념품 가게 앞에 있는 공공미술이었어요. 몬트리올 중심부에 있는 몽 로열(Mount Royal) 산에서 세인트로렌스 강(St Lawrence River)까지 이어지는 도시 구조를 폭포의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새 머리를 하고 있는 이집트 여인이 도시 곳곳에 토템 기둥처럼 세워져 있었고, 도시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스핑크스의 머리 위에는 사슴뿔이 달려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기념품 가게 입니다

기념품 가게도 있어 잠시 둘러보았어요. 독특한 작품이 정말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과 한국 작가의 작품 위주로 몇 가지만 소개해보았습니다.

2016년 몬트리올 비엔날레(La Biennale de Montréal)은 "오늘날 쾌락주의가 가능한가"라는 특이한 질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윤리적 쾌락주의와 즐거운 공리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두뇌와 신체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물질적이고 관능적인 접근법으로 세계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엔날레의 주제와 전시 작품이 직관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조금 어려웠고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노출시킨 작품이 많아 마냥 즐겁지는 않았지만, 현대 미술 작품의 창의적인 표현법으로 인하여 종종 짜릿한 자극을 받았던 전시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적절히 노출시켜 해소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쾌활한 웃음과 편안한 기쁨이 항상 넘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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