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주관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달리, 캐나다 교육제도는 주(province) 정부 책임하에 있어 각 주마다 독립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중앙(연방) 정부의 교육부가 없습니다. 크게 운영주체에 따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종교 여부에 따라 가톨릭과 일반, 언어(공용어)에 따라 영어와 프랑스어로 나뉩니다. 영어학교에서 불어 집중 과정(French Immersion)를 선택할 수 있어요. 저희 딸은 영어(불어 집중 과정 포함) 공립 일반 학교에 다녀요.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병설 유치원(만 4~5세, 2년 과정)을 시작으로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병설 유치원은 의무 교육과정은 아니지만, 취학률은 매우 높아요. 초등학교(1~8학년)와 고등학교(9~12학년)는 의무교육과정이에요. 학년 제도는 각 주와 주 내 학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저희가 사는 지역의 학생 인구 수가 많아짐에 따라, 저희 딸이 올해 9월부터는 주소지에 의해 새로운 학교로 전학했어요. 개학 일주일 전에 학교 시설을 소개하는 오픈 하우스를 했고, 개학 2주 후에 선생님과의 만남이 있어 다녀왔어요. 캐나다 초등학교의 모습을 살짝 공개해볼까요?
2016년 9월 6일에 처음 오픈한 학교라서 기대가 조금 컸는데요. 캐나다 다른 학교에 비하여 굉장히 단순한 건축 디자인이어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대감이 살짝 낮춰졌어요.^^;;
기죽은 기대감으로 학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건물 뒤편으로 들어섰는데, 운동장 크기에 깜짝 놀랐어요. 축구장 2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넓은 잔디밭(field)과 잔디밭과 같은 크기의 보도(pavement)가 있었어요. 제가 본 공립 초중고 학교 중에서 가장 넓은 운동장 같아요.
병설 유치원 놀이터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등하교 시와 2번의 휴회 시간에 유치원생이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안전을 위해서 울타리 내에서만 놉니다. 반대로 초등학교 1~8학년까지는 울타리 내의 놀이터에 들어갈 수 없고, 울타리 밖의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아요.
어느 학교나 정문 바로 옆에는 사무실(office)이 있어요. 사무 행정과 학교 출입을 맡습니다.
수업 중간에 아이를 데려와야 할 때나 학부모 자원봉사를 할 때 사무실을 먼저 통과해야 해요. 등교하는 시간(대략 15분)이 정해져 있어 일찍 도착해도 교실로 먼저 들어갈 수 없어요. 모든 학생들은 운동장에 머물다가 같은 시각에 교실에 함께 들어갑니다. 등교 시간이 지나 도착하면 사무실에 들려서 이름을 말해야 하며, 결석을 원할 시에는 등교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사무실에 전화하거나 음성 녹음을 남겨야 합니다. 지각과 결석 사항은 성적표(report card)에 기록됩니다.
2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있네요. 이전 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몸이 불편한 학생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1, 2층을 오가야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좋더라고요. 화장실 출입문 디자인도 예뻐서 함께 찍어봤어요.
개학 일주일 전, 학교 시설을 소개하는 오픈 하우스(학부모에게 공개)가 열린 날의 모습입니다. 친구 맘이 자원봉사로 학교 시설을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교내 체육관(gym)입니다. 체육 활동, 발표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공간이에요.
체육관 옆으로 널찍한 방이 하나 있었는데요. 사진 속 화살표가 가리킨 문과 체육관의 무대가 연결되어 있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연습하면서 대기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더라고요.
시간이 되어, 학부모와 아이들이 체육관에 모두 모였어요. 무대는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네요. 이전에 했던 오픈 하우스에서는 자연스럽게 오가며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는 분위기였는데요. 이번에는 새 학교의 첫 시작이다 보니 무대에 선생님들을 한데 모아 한 명씩 소개해주더라고요. 선생님들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손 흔들어 가면서 인사했네요. ㅎㅎ
캐나다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개학 2주 후, 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날이 있어 다시 학교에 찾아갔어요. 같은 날 도서관에서는 도서 바자회(Book Fair)가 열렸는데요. 판매 수익금만큼 해당 출판사에서 학교 도서관에 책을 기증을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도서 바자회를 통해 책을 사는 편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저희 딸의 교실입니다. 담임 선생님이 과학 선생님이다 보니, 교실 곳곳을 직접 만든 과학 체험 도구로 꽉꽉 채우셨더라고요. 꽤 흥미로운 것이 많아, 조만간 자세히 소개하고 싶네요.
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날이지만, 1:1 상담을 하거나 단체 설명회를 하기 보다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둘러보는 정도였어요. 저희 딸 담임 선생님께서는 교실의 주요 볼거리 10가지를 적는 리스트를 아이들에게 전달해, 아이들이 그 리스트를 따라 부모님께 교실의 특징을 직접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셨더라고요.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자신의 교실을 설명하기에 바빴답니다.
대부분의 캐나다 학교 교실에서는 개인 책상 대신 조별 책상을 사용해요. 선생님에게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친구들과 팀별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새 학교는 전 학년 모두 개인 책상을 없애기로 했어요. 원하는 인원 수에 따라 그룹을 만들 수 있도록 책상이 디자인되어 있어 좋더라고요. 병설 유치원부터 저학년들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필기도구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준비물이 필요없어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캐나다 병설 유치원과 초중고 학년 모두 보통 8시에 시작해 2시 30분에 끝나요. 캐나다 학교는 급식 제도가 없어 스낵 타임과 점심시간에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고, 휴회 시간(recess)을 갖습니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ex. 영하 20도 이하)을 제외하고, 교실에 남은 사람 없이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해요. 실내에서 휴회 시간을 가질 경우, 교실이나 사진에서 보이는 휴식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요.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복도에 개인 사물함(locker)이 있어요. 병설 유치원과 저학년은 교실 안에 오픈된 개인 수납공간이 따로 있어요. 저학년까지는 필기도구 등 거의 모든 물품들을 학교에서 제공받지만, 고학년은 직접 준비해야 하는 소지품이 많아지다 보니 개인 사물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거실 복도에는 실내화와 외투를 보관하는 행거가 있습니다. 저 어릴 적에는 교내에서 하얀 실내화를 신고 다녔는데, 캐나다에서는 러닝화를 주로 신어요. 실내 체육 활동이 거의 매일 있다 보니, 미끄럽지 않으면서 발을 보호하는 러닝화가 필요하더라고요.
복도 곳곳에는 음수대가 있어요. 참고로, 캐나다 레스토랑과 가정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곳이 꽤 많은데요. 학교 음수대는 필터가 있습니다.
캐나다 초등학교 모습 재미있게 보셨나요? 모습은 달랐지만, 둘러보는 동안 저의 학창시절의 추억이 문득문득 떠오르더라고요. 2주 밖에 다니지 않았던 학교를 자랑하느라 무척 상기된 아이 모습을 보니,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아갈 것 같았네요. ^^ 조만간 교실 곳곳을 자세히 소개해볼게요.
"교육은 그대의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준다. - 칼릴 지브란 -"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의 희망을 응원합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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