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정말 좋은 어느 날...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을 창문을 통해 올려다보니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차에 올라탔어요.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제가 사는 오타와에서 약 1시간 거리(남쪽으로 56km)에 있는 작은 도시를 찾아가기로 했어요. 현재 인구 3,500명이 사는 Kemptville 도시에는 19세기 초반에 형성된 상업 거리의 모습을 최대한으로 보존한 구시가지가 있었어요. 오늘은 그곳의 모습을 전해보고자 합니다. 캐나다의 작은 시골에 있는 1800년대의 구시가지를 향해 출발해볼까요?
캠프빌(Kemptville) 구시가지(Old Town)에 도착했어요. 이곳은 1830년부터 1857년까지 Kemptville에서 비즈니스가 꽤 활발하게 번성했던 곳입니다.
로터리 공원(Rotary Park) 모습이에요. 시계탑이 구시가지의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사진에서 차가 달리는 도로가 구시가지의 주요 거리 Prescott Street입니다.로터리 공원 바로 옆에 다리가 있어 리도 강(Rideau river)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하늘과 강물의 푸르름이 눈부실 정도였네요.
캐나다 공원에는 가족 중 죽은 자를 기념하기 위해 유족이 만들어 기증하는 벤치, 나무, 꽃밭, 조각상 등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공원 나무 밑에도 작은 기념비가 있어 살펴보니, 어느 아이가 신경아 세포종이라는 희귀한 소아암에 걸려 3년의 짧은 생을 마치고 쉬고 있었네요. 딸이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의 기념비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무척 안타까워했어요.
공원을 떠나 구시가지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처음 들린 곳은 중고 책방이었네요. 책에 쌓인 먼지와 오래된 종이의 퀴퀴한 냄새마저 살갑게 느껴졌네요. 아이와 머무르면서 책 3권을 골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사 왔답니다.
작은 카페도 보였어요. 카페 입구에 앞에 나무와 칠판으로 만든 안내 표지판에 AC & Wifi라고 적혀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ㅎㅎ 도시에 있는 카페에서는 에어컨 가동과 와이파이 제공이 당연한 건데, 시골 마을에는 손님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네요.
길을 따라가다 보니 North Grenville 고등학교가 나왔어요. 입구 쪽에 유난히 큰 동상이 있길래 다가가보니, 제1, 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에서 전사한 이 마을 출신의 캐나다 군인을 위한 기념비가 있었네요. 캐나다 곳곳에서 이와 같은 한국 전쟁 전사 군인 기념비를 꽤 자주 볼 수 있어요. 전사 군인의 희생을 늘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캐나다인의 모습이 느껴졌네요. 아이와 함께 기념비 앞에 서서 감사의 마음을 작게나마 전해보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저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임대형 월세 아파트입니다. 캐나다 도시의 다운타운에는 이런 형태의 아파트가 많은데요. 큰 주택의 내부를 여러 세대로 분할해 임대합니다. 대부분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 많아 시설은 그리 좋지 않지만, 교통 접근성이 대체로 좋아 인기가 많아요.
장식품을 판매하는 스토어였어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품이 많아 둘러보는 재미가 꽤 있었네요. 사진에 나온 것처럼 우정 컵, 우정 유리 오너먼트, 향초, 액자 등 종류가 다양했는데요. 액자에 적힌 "집이 더러워도 양해해주세요. 아이들이 추억을 만들고 있답니다." 글귀가 인상적이어서 찍어 봤어요. 청소하기 귀찮아질 때 저희 집 현관 입구에 걸어두고 싶어지네요.ㅋㅋ
성 베드로 장로교회(St. Paul's Presbyterian Church)입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성 요한 연합 교회(St. John's United Church)도 있었네요.
구시가지에 있는 스토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Kemptville Crafters' Market입니다. 내부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어보니, 현지 장인과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을 한 곳에 모아서 판매하고 있다고 해요. 니트 헤어밴드, 입체 수제 카드, 양말 머핀, 미국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과 디즈니 미니언즈(Disney Minions) 캐릭터 인형 등 판매제품 모두 수제품들이었어요.
제가 가장 기대했던 곳인 Grahame's Bakery입니다. 1885년부터 나무 화덕에 빵을 구워 온 베이커리로, 캐나다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나무 화덕 빵집 중 한 곳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여름휴가를 가서 문이 닫혀 있었네요. ㅠ.ㅠ 빵 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요. ㅎㅎ
저희 가족은 새로운 도시에 가면 관공서나 도서관을 꼭 찾아가는 편이에요. 구시가지에 있는 시립 도서관(North Grenville Library)에 들려 각자 자리를 잡고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었네요.
도서관에서 나와 드라이브와 산책을 번갈아하면서 주변을 돌아봤어요. Kemptville에는 약 150km의 산책 및 자전거 도로(Settlers' Grant Trail)가 있어요. 산책로를 따라서 흐르는 리도 강(Rideau river)에는 카누, 카약, 동력 보트, 제트 스키 등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어요. 카누를 타려고 찾아갔더니, 렌트하는 곳이 이미 문이 닫혔더라고요. 계획 없는 여행이었기에 이 정도의 변수는 가뿐히 감내해야 겠지요.ㅎㅎ
리도 강을 따라 주택들이 있었는데요. 주택의 정원에서 이어지는 강가에 개인 부두를 설치해 보트를 정박해놓은 모습이네요. 캐나다 부자들의 여름 휴양 문화 중 하나입니다.
옥수수, 콩 등 논밭과 소와 말 우리가 있는 농장을 따라 마지막 드라이브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네요.
Kemptville 구시가지에는 주요 스토어와 레스토랑이 총 22곳, 신시가지에는 40여 곳이 있는 인구 3,500명의 작은 도시였어요. 하지만, 옛적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편리함을 공간적으로 구분하여 특색을 살린 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작은 시골 마을을 통해 캐나다 19세기 상업 거리의 모습을 연상해보는 시간이 되셨길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추억과 힘찬 꿈이 함께 하는 오늘이 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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