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눈 티, 영국 문화의 여유로움을 마시다!

Good afternoon이 되게 해주었던 

afternoon tea 


영국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캐나다 곳곳에는 영국 문화가 스며들어 있는데요. 그중의 하나가 바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입니다. 북미 호텔의 레스토랑에는 애프터눈 티 메뉴가 있는데요.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대 사이에 제공되는 메뉴로, 차와 함께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정도의 다과를 먹을 수 있어요. 


캐나다 친구에게 동부에서 꽤 유명한 비치로 곧 여행갈거라고 하니, 그곳에 애프터눈 티를 매우 잘하는 레스토랑이 있으니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더라고요. 비치보다 친구가 일러 준 레스토랑이 더 기대가 되어, 가는 내내 제 마음에 설렘이 가득했답니다. 그럼,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그곳을 소개해볼까요?^^ 


캐나다 온타리오 주 Picton 티 하우스


앗! 처음에 the O'Connor House 외관을 보고 실망했어요. 정말 이곳이 맞는지, 내비게이션을 자꾸 확인했네요. 애프터눈 티를 연상하면, 근사한 호텔이 떠오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레스토랑이 있는Deseronto 도시가 인구 1,800명의 아주 작은 소도시라는 것이 떠오르면서 그제야 이해가 되었네요. 


영국 문화 애프터눈 티


건물 입구에 놓인 화분에 찻주전자와 찻잔이 매달려 있었어요. 사소하지만, 레스토랑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아이디어네요. 영국 국기 유니언 잭(Union Jack)도 걸려 있었어요.

애프터눈 티, 영국과 무슨 상관?


Afternoon Tea1840년도에 영국에 도입된 차 문화로, 12시 점심과 8시 저녁 사이에 생길 수 있는 허기짐을 살짝 달래주는 간단한 다과를 말해요. 따뜻한 차와 함께 작은 크기의 샌드위치, 페이스트리, 타르트, 스콘 등을 과일, 잼, 생크림과 곁들여 먹어요. 

 

애프터눈 티 파티는 영국 상류층 여성의 사교모임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유럽이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애프터눈 티 문화가 동남아와 북미까지 퍼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유럽은 물론이거니와 동남아와 북미 고급 호텔에서도 점심과 저녁 식사 중간인 3시를 전후로 애프터눈 티메뉴를 볼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 입구 tea house 장식품


야외 테이블 위에 카페 이름이 적힌 티 하우스(tea house)의 장식품이 정말 귀여워 보였네요.ㅎㅎ 


afternoon_tea_house_entrance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친구가 왜 이곳을 추천해줬는지 실감이 됐어요. 겉에는 평범한 시골 카페 같았지만, 안에는 호텔 레스토랑이 연상되는 모습이었어요. 잠시 주춤했던 설렘 지수가 다시 업! 되는 순간이었네요.

  

antique_style


안내를 받아 홀 정중앙에 놓인 테이블에 앉았어요. 이날 첫 번째 손님이 저희 가족이었네요.ㅎㅎ 입구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벽을 빨간색으로 페인트 칠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restaurant_table_setting


저희가 앉은 테이블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테이블 세팅은 비슷했어요. 플레이스 매트(place mat) 위에 메뉴판과 커트러리가 놓여 있었고, 테이블마다 조화나 생화가 꽂힌 꽃병이 놓여 있었어요. 찻잔도 미리 놓여 있었는데, 모두 다 다른 종류라서 더욱 인상적이었네요.  


the_book_of_tea


특이한 점은 모든 테이블마다 책이 2~3권씩 놓여 있었는데, 대부분 티(tea)와 관련된 책이었어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더라고요. 아이에게는 어린이 책을 찾아 갖다 주셨어요.


 a_glass_of_water


물컵이 도착했네요. 레몬이 아닌, 오이를 꽂아줘서 신선했습니다. ㅎㅎ 


afternoon_tea_menu


메뉴판이에요. 애프터 눈 티 메뉴는 대체로 2~5시 사이에만 제공되는데, 이곳은 하루 종일 제공되고 있어 이색적이었네요. 다른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먹은 지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애프터 눈 티 레스토랑에 왔으니 애프터눈 티 세트 메뉴는 먹어봐야 할 것 같아 고민 없이 일단 시켰어요. 


blue_tea_pot


남편이 주문한 홍차(black tea)가 도착했어요. 찻주전자 옆에 놓인 하얀 컵에는 우유가 들어 있어요. 북미에서는 진한 홍차에 우유나 크림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후 마시기를 즐겨요.


Bone_China_tea_cup_Colclough


티 하우스이지만, 저는 커피 애호가이기에 주저 없이 커피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맛이 없어서 살짝 실망했네요. 제 커피잔은 bone China made in England 중에서도 유명한 컬렉션인 Colclough였어요. bone China는 도토(진흙)에 동물의 뼛가루를 섞어서 구워낸 영국식 고급 도자기류예요. 


a_cup_of_apple_juice


아이는 애플 주스를 주문했는데, 민트(박하) 잎을 띄워주셨어요. 메뉴가 오기 전에, 잠시 둘러봐도 되냐고 물으니 여유롭게 둘러보라고 하시네요. 첫 손님의 혜택을 맘껏 누렸습니다.ㅎㅎ 


fireplace_mantelpiece


벽난로는 겨울에 땔감을 넣어 직접 사용하신다고 해요. 


Baldwin_piano


미국의 대표적인 피아노 브랜드인 볼드윈(Baldwin) 피아노도 있었어요. 


antique_chairs


테이블에 놓인 앤티크스러운 의자마다 모양이 다 달라서 독특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China_cabinet


도기 장식장(China cabinet)은 주로 본차이나 도자기류를 보관하는 찬장으로, 앞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어 장식용 역할도 합니다. 


sideboard


테이블 옆에 놓인 뷔페장(buffet, or sideboard)도 앤티크스러웠네요.  


dining_room_furniture


집안에 넓은 다이닝 룸이 있다면, 위에서 말한 장식용 도기 찬장(China cabinet)과 뷔페장(buffet)을 함께 놓습니다. 만약 다이닝 룸이 좁거나, 불필요하다면 둘 중 하나만 놓기도 해요. 


old_bronze_kettle


뷔페장 위에 청동 찻주전자가 있었어요. 밑부분에 불을 붙인 초를 놓고 물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더라고요. 


napkin_rings


천으로 된 냅킨을 말아서 끼우는 냅킨 고리(napkin ring)도 보였는데, 왕관 형태로 멋스러웠어요.


four_different_teapots


홀 곳곳에 다양한 찻주전자가 놓여있었어요. 직접 사용하면서 장식 효과도 가지고 있어 좋더라고요. 


Queen_Elizabeth 2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이 있는 찻주전자였어요. 캐나다는 영국 연방 국가로, 현재 캐나다 국가 원수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입니다. 1952년에 26세 나이로 즉위해, 65년째 군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국 역사상 최장수 통치자입니다. 2016년 올해 90세 생일을 기념해 영국 왕실에 딸, 손주, 증손자 등과 함께 한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a_kettle_on_top_of_the_stove


앤티크 한 찻주전자가 많았지만, 간간이 귀여운 느낌의 tea pot도 보였어요.^^


silverware_miniature


실버웨어 찻주전자입니다만, 사용이 불가능한 미니어처예요.ㅎㅎ 유럽이나 북미 부자들은 은으로 만든 티 세트를 사서 직접 사용하거나 장식용으로 가지고 있어요. 


made_in_England_Bone_China_Aynsley


잉글랜드 본차이나 Aynsley로, 레스토랑 주인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찻잔이라고 알려줬어요. 


antique_mirrors


주방 입구에 걸린 거울마저도 앤티크 그 자체이네요.^^


Thai_style_vegetable_soup


오늘의 수입니다. 수프 메뉴는 딱 하나인 대신에 매일 바뀌어요. 주방장이 직접 나와 오늘의 수프에 대해 설명해줬어요. 카레, 코코넛 밀크, 고수가 들어간 채소 수프였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향이라서 남편만 주문했어요.


finger_sized_sandwiches


남편이 고른 Windsor Plate입니다. 영국 왕실 가족이 사는 윈저 성을 본 딴 이름인가 봅니다. 에그 샐러드/구이 햄/오이 & 크림치즈/연어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에 과일과 채소가 곁들어진 메뉴였어요. 애프터눈 티 메뉴에 나오는 샌드위치는 대체로 손가락만 한 크기로 작습니다. 


scron_with_devonshire_cream_and_strawberry_preserve


제가 고른 Devonshire Cream Tea입니다. 따뜻한 잉글리시 스콘에 데번셔 크림과 딸기잼을 곁들인 메뉴에요. 스콘 크기가 햄버거 사이즈만 해서 1/4밖에 못 먹고 남편에게 전달했는데, 다시 사진을 보니 급 후회가 되네요>.< 


childern's_afternoon_tea_menu


딸이 고른 Children's Afternoon Tea입니다. 햄 치즈 샌드위치에 과일과 채소가 곁들여진 메뉴였어요. 아이가 예쁜 생화와 함께 음식이 나왔다면서 공주가 된 기분이라며 정말 행복해하더라고요. >.<b


brownie_with_ice_cream_and_chocolate_syrup


어린이 애프터눈 메뉴에는 디저트도 따로 주더라고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시럽을 듬뿍 얹은 브라우니입니다. 북미에서는 달콤한 브라우니를 두세배 더 달콤하게 즐기더라고요.^^;; 수프와 3가지 애프터 눈 티 메뉴 금액은 세금과 팁 포함 총 $50(5만 원)이었습니다. 

 

antique_second-hand_store


the O'connor House의 특징 중 하나는 실내에 앤티크 중고 가게로 이어지는 문이 있어요. 1달러부터 최고 1,500달러(150만 원)에 달하는 앤티크 중고 물품이 가득했어요. 이에 관한 소개는 조만간 따로 하겠습니다.^^ 


restaurant_guests


앤티크 중고 물품 가게를 둘러보고 레스토랑으로 되돌아오니, 그 사이에 10인용 테이블을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손님들로 꽉 찼더라고요. 저희가 첫 손님이라서 몰랐는데, 인기가 꽤 많다는 친구 말을 실감할 수 있었네요. 


teapots_and_tea_cups_hanging_from_a_tree


가게 옆면이에요. 건물 외부 옆면에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나무에 찻주전자와 찻잔을 매달아뒀네요. 실은 내부에 있는 가구와 물품을 보느라 몰랐는데, 주인이 창문 밖을 보라며 알려줘서 알았어요. 


Tea_and_Bistro


예전에 여행 시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신 적이 있는데요. 호텔 레스토랑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애프터눈 티도 좋았지만, 캐나다 깡(?)시골에 있었던 앤티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마신 애프터눈 티가 더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아래는 집에서 가졌던 홈 파티에 관한 이전 글입니다.^^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로 누렸던 영국 문화를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며, 바쁜 일상 속의 차 한잔으로 삶의 여유로 잃지 않고 진하게 누리는 하루가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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