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 샤워의 모습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지인의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 파티에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파티를 소개하기 전에 브라이덜 샤워에 관하여 살짝 짚어보고 갈까요?^^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는 뭐예요?

결혼을 앞둔 신부(bride)에게 신접살림용품을 선물하는 파티(shower)입니다. 보통 예비 신부를 위한 파티이지만, 예비 신랑과 함께 참여하기도 합니다. 웨딩샤워(Wedding Shower)라고 부르기도 해요.


브라이덜 샤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브라이덜 샤워는 1860년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지참금이 없는 가난한 신부나 부모의 반대로 지참금을 받을 수 없는 신부를 위해 신부의 친구들이 선물을 주어 신부가 선택한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서 시작되었습니다. 

1890년대 들어서서 미국 도시에 사는 상위 중산층에서 브라이덜 파티를 하기 시작하여, 1930년대에는 농촌 지역까지 퍼졌다고 해요. 현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일반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앞둔 연예인이 브라이덜 파티를 하기 시작해 조금씩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 같네요. 


브라이덜 샤워는 누가 주최하나요?

대부분 예비 신부의 친한 친구나 지인이 주최합니다. 예비 신부나 신랑의 가족이 주최하지 않은 이유는 브라이덜 샤워가 선물 파티이다 보니, 손님에게 선물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무례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브라이덜 샤워와 웨딩 파티의 차이점은?

브라이덜 샤워는 결혼식 전 2~8주사이에 하는 파티입니다. 브라이덜 샤워에 초대된 사람은 결혼식에도 초대받을 손님들(주로 여성)입니다. 결혼식에 초대할 손님을 다 초대하지는 않으며, 주로 최측근이나 특정 그룹을 초대합니다. 


그럼, 브라이덜 샤워 파티가 열린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파티 초대장에 기본 선물외에 요리에 필요한 양념과 해당 레시피를 가져오면 좋겠다고 적혀 있어 준비해 보았어요. 저는 마늘과 고추가 들어간 핑크 소금(pink salt)을 사서 나이프, 포크, 스푼 모양의 입체 스티커와 리본으로 소심하게 꾸며 보았어요.ㅎㅎ 참고로, 브라이덜 샤워 선물은 결혼 선물보다 저렴하게 준비하는 편입니다.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파티 주인공인 예비 부부예요. 저는 이제까지 예비 신부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 파티만 초대받았는데요. 이번 파티는 예비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파티였어요. 함께 간 캐나다인 친구들도 예비 신랑까지 참여하는 웨딩 샤워는 처음이라고 할만큼 예비 신랑까지 참석하는 파티는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북미에서는 주로 파티를 할 때 파티 콘센트를 정하고 그 콘셉트와 통일되게 꾸미는 편인데요. 파티 주인공이 아이인 경우에는 보통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나 동물 중에서 고르고, 어른인 경우에는 주로 특정 색을 선택합니다. 이번 파티는 파랑과 노랑을 파티 색으로 정해 그것에 맞게 이벤트 룸을 꾸몄더라고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손님 테이블에도 꽃병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어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보통 베이비 샤워, 브라이덜 샤워는 게임, 간식(또는 식사), 선물 공개로 진행됩니다.  파티의 첫 번째 순서는 '예비부부에게 덕담하기'였어요. 초대손님들이 예비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건넸고, 예비부부가 하나씩 다 읽었어요.    



주택 융자(mortgage) 외엔 빚지지 말고 큰 지출을 할 때는 꼭 상의할 것과 상대방에게 항상 솔직할 것 등 부부생활의 지혜에 관한 덕담이 많았어요. 또 첫날밤을 위한 팁(?)도 있었고, 화장실 사용 후 변기 커버를 꼭 내리라는 매우 실질적인 메시지도 종종 있어서 다들 한바탕 크게 웃었네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두 번째 순서는 '예비 신랑의 가족과 친척이 준비한 축가'였어요. 예비부부를 지긋이 바라보며 축복을 가득 담아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저도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세 번째 순서는 '가사 분담 약속하기' 시간이었어요. 예비 신랑과 신부가 등을 맞댄 후, 각자의 신발을 하나씩 나눠 가졌어요. 사회자가 "설거지하기, 분리수거하기, 통장 관리하기, 화장실 청소하기, 요리하기" 등 집안일을 하나씩 열거할 때마다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의 신발을 드는 거예요. 예비부부는 대부분의 집안일을 함께해야 한다고 두 신발을 들더라고요.ㅎㅎ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하지만, 손님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님을 바로 코앞에 모셔두고 하는 약속인지라 예비 신랑과 신부가 신중함을 잃지 않고 질문 앞에 인간적인 모습으로 잠시 망설이는 모습에 파티 손님들은 마냥 즐거웠네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게임을 마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이 왔어요. 파티 테이블도 파티색인 노랑과 파랑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이날은 여러 사람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나눠 먹는 potluck 파티였습니다. 손님들이 가져온 다양한 음식들이 테이블에 가득 채워졌습니다.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초대 손님 중 한 분이 직접 만든 축하 케이크예요. 파티 색에 맞게 노랑과 파랑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네요. 케이크 만드신 분이 제 옆자리에 앉으셔서 과정을 여쭤보니, 장미꽃을 직접 만드시느라 시간이 걸렸다면서 장미꽃은 설탕으로 만든 것이라서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각종 음료, 커피, 차도 준비되었어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다양한 토핑을 얹은 핑거푸드 요리이네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미니 레몬 타르트이에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올리브 피클이 정말 귀여운 그릇에 담겨 있네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익힌 쿠스쿠스에 파슬리, 토마토, 양파, 오이를 잘게 썰어 넣고 새콤하게 무친 쿠스쿠스 파슬리 토마토 샐러드입니다. 쿠스쿠스(couscous)는 좁쌀 크기 파스타로, 파스타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입니다. 옆의 페이스트(paste)는 곱게 간 아보카도가 주재료인 것 같은데,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네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이렇게 토르티야(Tortilla) 위에 올려 먹으면 맛있어요.^^ 입안 가득 메우는 파슬리의 향과 새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게 합니다.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참치가 메롱! 하고 있는 참치 샌드위치입니다. ㅎㅎ 언뜻 보면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해 보기도 해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티타임에 거의 빠지지 않은 크래커와 치즈입니다. 담백한 크래커 사이에 슬라이스한 치즈를 넣고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먹어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캐나다 전통 디저트 나나이모 바(Nanaimo bar)입니다. 1950년대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에 사는 가정주부가 요리책에 레시피를 올리면서 유명해진 나나이모 바는 캐나다의 대표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초콜릿, 견과류, 코코넛 - 바닐라(민트, 모카) 커스터드 - 초콜릿을 3층으로 쌓아 만든 디저트로 캐나다에서 꼭 먹어야 할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이전 글 참고>>> [북미 음식문화] - 놓치지 말자! 캐나다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TOP 8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어느 파티를 가나, 파티 음식의 시작은 주인공부터입니다. 바로 뒤에 양가 부모님이 따랐습니다.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약 500km 거리인 토론토와 오타와를 오가는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할 예비부부의 모습이네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초대손님들이 가져온 음식 재료와 해당 레시피들입니다. 북미에서는 딸이 결혼하면, 엄마의 레시피 노트를 물려주는데요. 이번 브라이덜 파티의 주인공은 친정엄마의 레시피뿐만 아니라, 초대 손님의 레시피까지 풍성하게 전달받았네요.^^ 3~4월이 메이플 시럽 생산철이라 그런지 메이플시럽 선물도 많았고, 그 외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올리브유, 초콜릿 칩 등 다양한 음식재료와 해당 레시피가 있더라고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이번 웨딩 샤워를 주관하신 어르신께서 손님들의 축하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예비 신랑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예비 신랑을 아주 어릴 적부터 봐와서 그런지 파티 내내 무척 흐뭇해하시더라고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선물 개봉 시간입니다. 북미에서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선물을 주는 사람 앞에서 선물과 축하카드를 일일이 꺼내어 확인한 후 선물을 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답니다. 베이비 샤워, 브라이덜 샤워 등 파티에서도 초대 손님의 선물을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씩 뜯어 보아요. 그래서 베이비 샤워나 브라이덜 샤워의 선물은 상품권이나 현금보다는 실용적이거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물이 좋습니다.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예비 신부를 위한 선물은 오븐 장갑, 도마, 핸드 믹서기 등 주방용품 선물이 많았어요. 쌍둥이칼로 유명한 독일 헨켈(Hankel) 칼 세트는 예비 신부의 친정엄마 선물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칼과 도마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친정엄마나 예비부부가 사지 않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칼을 물려주거나 대신 사주는 풍습이 있어 현재도 지키는 사람이 있는데요.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맥락으로 칼을 웨딩 샤워나 결혼 선물로 주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에 개의치 않고 유용한 살림살이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도 있어 칼은 결혼 선물 품목 중 베스트와 워스트를 오가는 것 중 하나입니다.   

예비 신랑을 위한 선물은 다양한 공구와 스포츠용품이 주를 이루더라고요. 북미에서는 인건비가 비싸서 사람을 부르지 않고 집안 곳곳을 직접 고치는 일이 많다 보니, 실생활에 유용한 전기톱이나 드릴 같은 공구는 브라이덜 샤워나 결혼 선물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예비 신랑의 부모님은 예비부부에게 여행 보험을 선물로 줬어요. 신혼여행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 중국을 거쳐 한국까지 3주 동안 아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해요. 저에게 마지막 종착지가 한국이라면서, 무척 기대된다고 갈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대부분 예비부부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알아서 사서 전달하기도 하지만, 특정 가게나 온라인 사이트의 물품 리스트(registry card)에 예비부부가 필요한 물품을 미리 체크해두면, 축하하는 손님이 리스트를 보고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사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선물을 개봉한 후 예비부부가 웨딩 샤워 케이크를 자르고 손님들에게 나눠 줬어요. 북미에서는 케이크를 먹을 때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곁들어 먹는답니다. 달콤함이 두 배가 된다는!ㅎㅎㅎ


예비부부를 위한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마지막으로 예비 신랑이 축하해주시는 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행복해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예비 신부와 여성들만 모이는 브라이덜 샤워의 은밀한 토크(?)는 없었지만, 양가 부모님과 함께 한 자리여서 예비부부에게도 축하해 주는 손님에게도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캐나다 브라이덜(웨딩) 샤워 파티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타와도 겨우내 쌓인 눈이 거의 다 녹고 있네요. 파릇파릇 돋아날 새싹이 주는 설렘을 본격적으로 누려야 할 것 같아요. 항상 건강하시고, 여름이 오기 전에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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