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Pickle)은 채소와 과일 따위를 식초나 소금, 설탕, 향신료를 섞어 만든 액체에 담아 절여서 만든 음식을 말하지요. 느끼한 서양 음식을 먹을 때 느글거리는 속을 한결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이지요.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상큼한 피클은 언제부터 시작해 우리에게까지 전해졌을까요?
피클의 역사
1942년 캐나다 가정집에서 겨울 동안 먹을 피클을 준비하는 모습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는 기원전 2,400년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절인 음식이 있었다고 믿고 있는데요. 고대 기록에 의하면 피클이 영양도 매우 좋을 뿐 아니라, 미용에도 효과가 좋았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절인 오이가 치료 효과가 있다고 극찬을 하였고, 고대 이집트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피클 다이어트로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해요.
기원전 2천여 년 경에 티그리스 계곡에서 인도의 원주민들이 오이를 피클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으며, 기원전 1천여 년 경에는 서아시아, 이집트, 그리스 등지에서도 오이 피클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중세 이후 영국에서는 피클이 흔한 조미료와 간식이 되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의 음식 선호도 리스트와 셰익스피어 연극에도 피클이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탈리아 탐험가인 베스푸치 아메리고는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채소 피클을 탐험선에 실어 선원들의 괴혈병 참사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밟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남아메리카 아이티에서 피클을 만들기 위해 오이를 기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프랑스 항해가 카르티에도 1535년 캐나다에서 오이를 기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요.
네덜란드인이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피클을 상업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에 피클 생산에 필요한 오이를 대량으로 재배했다고 합니다. 뉴욕에서는 2001년에 피클의 날 축하 행사(Pickle Day Celebration)를 시작해 매년 기념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매년 235만 kg의 피클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 사람당 연간 4kg의 피클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피클은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북미의 식생활에 빠질 수 없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ㅣ 북미에서는 어떤 피클을 주로 먹을까?
오색 찬란한 피클이 모여 있는 이곳은 캐나다 오타와에 소재한 '캐나다 농업 식품 박물관'의 학습 센터입니다. 피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 처음 느낀 것 같아요. 과연 어떤 피클이 있는지 줌-인! 해볼까요?^^
왼쪽부터 살짝 매운 고추 맛이 나는 바나나 페퍼(banana pepper), 비트(beet), 옥수수 콘, 마늘, 당근 피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하게 보던 통마늘 피클이 있어서 반가웠고, 옥수수 콘으로 만든 피클은 처음 보아서 신기했어요.
왼쪽부터 사과 박(Apple gourd), 당근, 오이와 껍질 완두콩, 겨자잎(mustard green), 아스파라거스 피클입니다. 아스파라거스에 통마늘과 슬라이스한 레몬을 넣은 것이 인상적이었네요.
왼쪽부터 오이, 달걀, 적채, 채소 모둠, 복숭아 피클입니다. 달걀 피클을 본 순간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왼쪽부터 당근, 달걀, 오렌지, 완두콩, 양배추 피클입니다. 채소 피클이 많긴 했지만, 과일 피클도 중간에 보였어요. 피클의 주재료는 오이, 당근, 껍질째 먹는 완두콩, 양배추 등으로 북미의 가정식에서 주로 먹는 채소로 담근 피클이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파프리카, 버섯, 무, 양파, 콜라비, 셀러리, 마늘종, 배추, 연근 등 피클이 될 수 있는 재료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네요.
저희는 캐나다 농업 식품 박물관 연간 회원권을 매년 사기 때문에, 이곳에 자주 오는데요. 여기 올 때마다 딸은 피클 앞에서 포즈를 취한 채 저를 기다립니다. 어쩌라구^^; 그래도 피클(?)이 정말 예뻐서 카메라 셔터를 지문이 닿도록 누르게 되네요. 왼쪽은 할로윈 이벤트가 있어 겨울왕국 엘사 커스튬을 입고 왔을 때이고, 오른쪽은 한국에서 온 조카와 함께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ㅣ 캐나다 농업 식품 박물관에 한국 김치가 소개되다!
딸이 서 있는 피클 전시대 바로 뒤편에 우리나라 김치와 전통 항아리가 소개되고 있어요. 처음 발견할 때 어찌나 반갑고 자랑스럽던지...갈 때마다 이 앞에서 멈춰 서서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한참을 쳐다보게 되네요.^^
옛날 캐나다인의 식품 저장 방법에 관한 전시관에 소개된 유일한 외국 저장 방법 사례로, 사진 설명은 '발효된 매운 배추인 한국 김치는 한국 수원 민속촌에 있는 것과 같은 항아리(ceramic pot)에 담아 땅에 묻습니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ㅣ 피클을 어디에서 살까?
피클은 담그기에도 어렵지 않고, 담가두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가정집에서 자급자족으로 많이 담가 먹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만든 무 피클인데요. 서양에서 비트 피클을 보고 색이 예뻐 보이길래 자주 만드는 무 피클에 비트를 넣어봤는데요. 색, 맛, 영양까지 더 업그레이드되어 지금은 저의 단골 피클이 되었답니다. 레시피는 아래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Daum 스페셜에도 오른 글입니다. ^^
[요리쿡 조리쿡] - 이렇게 이뻐도 돼? 초간단 < 비트 무피클 >황금 레시피
가족을 위해 피클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량으로 만들어 가정집에서 판매하기도 해요. 집에서 직접 만든 물품을 판매하기 위한 핸드메이드 오픈 하우스 안내 팻말을 주택가에서 종종 보게 된답니다. 저희도 지인이 핸드메이드 오픈 하우스를 한다고 저희에게 초대장을 보내와 다녀왔는데요.
캐나다 지인이 요리 솜씨와 손재주가 정말 좋으셔서 직접 만든 피클부터 잼, 소스, 빵, 쿠키, 파이, 뜨개질과 재봉질로 만든 액세서리와 장식품이 거실에 한가득 진열되어 있었답니다.
이곳은 일 년에 2회씩 오타와에 소재한 캐나다 국립도서관에서 하는 정기 핸드메이드 마켓입니다. 오타와에 소재한 주민들만 판매에 참여할 수 있어 의미가 있는 마켓이기도 해요. 피클은 다양한 핸드메이드 마켓에서 꼭 보게 되는 단골 판매제품입니다. 저도 둘러보다가 시식을 했는데, 마트에서 파는 피클보다 덜 달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있어서 한 병 샀는데요.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핸드메이드 시장에 관해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축제 및 이벤트] - 캐나다 오타와 핸드 메이드 제품들이 다 모였다! Ottawa Art & Craft Show
이곳은 오타와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인 Smiths Falls라는 도시에서 열린 피클 경연대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다양한 피클을 한 곳에서 보고 살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북미인에게 항상 인기 많은 식품이라 피클을 가장 많이 파는 곳은 바로 마트입니다. Bick's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피클 중 가장 맛있고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데요. Bick's 브랜드의 시초는 195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 근처 스카보로(Scarborough)의 지역에서 오이 농사를 짓던 네덜란드인 농부가 피클을 만들어 팔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 당시에는 피클을 6만 병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인기가 점점 많아져 1960년대에는 1,200만까지 생산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1966년에 Bick's 브랜드가 캐나다 Kraft 식품 회사에 팔렸고, 2004년에는 미국 Smucker에 팔려 현재는 Bick's 피클을 미국에서 캐나다로 역수입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인구(우리나라의 70%)가 워낙 없어서 그런지 제가 있는 10년 동안 굵직굵직한 브랜드가 자꾸 미국에 팔리고 있네요.^^;;;
ㅣ 피클을 어떻게 먹을까?
저희집 바비큐 파티 때 내놓은 피클입니다. 주로 햄버거나 핫도그 먹을 때 기본적으로 넣는 피클입니다. 파티 주메뉴가 고기였는데, 혹시 핫도그를 찾을 아이 손님을 위해 피클을 작은 병에 담아 내놓았어요.^^ 왼쪽은 독일식 김치인 사우어 크라프트(Sauerkraut: 독일식 김치) 피클이고요. 중간은 기분 좋은 매콤함이 느껴지는 핫 바나나 페퍼(Hot banana pepper) 피클이라서 한국인 입맛에 딱 좋아요. 오른쪽은 캐나다인에게 가장 인기 많은 딜(Dill) 오이 피클이에요. 이외에도 달고 시게 절인 오이를 다져서 고추, 양파 등을 넣어 만든 렐리시(relish)도 인기 많습니다. 거리나 축제에 파는 핫도그와 햄버거 판매대에서 흔하게 보는 4대 피클 왕이지요.
참고로, Bick's 피클 중에서 'Yum Yum Sweet' 오이 피클이 한국에서 먹는 오이 피클과 맛이 제일 흡사합니다.
소시지나 햄버거 패티에 각종 피클을 올리고 머스타드와 케첩을 뿌리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됩니다! 피클 없으면, 곶감 없는 수정과이에요. >.<
작년 여름에 킹스턴 포트헨리(Fort Henry)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메인 식사 전에 먹은 25달러짜리 애피타이저 세트인데요. 화살표가 가리킨 것은 피클 튀김(fried pickle)이에요. 남미에서 흔하게 먹은 피클 튀김은 피클에 반죽을 입혀 튀긴 간식이랍니다. 고기보인 저는 치킨 스트립과 게살 튀김인 줄 알고 무척 좋아했다는..^^;;
왼쪽은 소풍 시 가져간 딜(dill)을 넣은 홈메이드 피클입니다. 캐나다인이 허브 딜을 넣은 피클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을 갈 때라면, 김치, 고추장 등을 가져가는 것처럼, 북미인은 소풍이나 여행 시 피클을 많이 싸갑니다. 오른쪽은 토르티야에 생선과 채소, 살사 소스를 넣고, 멕시코 고추인 할라페뇨(jalapeno)를 절인 피클을 뿌려 싸먹는 롤입니다. 피클을 주로 사이드 디시로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요리 위에 각종 피클을 뿌려서 곁들여 먹기도 해요.
제철에 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가장 맛있고 손쉽게 저장할 방법으로 맛과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피클은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샌드위치 등 서양 음식의 느끼함을 해결할 수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은 사이드 디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북미인에게 사랑받은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피클 이야기를 즐겁게 보셨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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