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집으로 걸어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탑니다.
학원에 다닙니다.
집에서 친구와 놉니다.
동네 친구 집을 찾아갑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친구와 놉니다.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돌봅니다.
부모님 심부름으로 가게에 다녀옵니다.
엄마가 장 보러 가신 동안 집에서 TV를 봅니다.
부모님께서 잠시 일을 보는 동안 차에서 기다립니다.
위의 예시는 '미국과 캐나다에 사는 12세 미만(초 6년)의 아동이 보호자 없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다 해본 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부모님 심부름을 혼자서 잘 다녀와 칭찬을 받기도 했고요. 이렇게 나라마다 규정하는 법과 문화 및 생활방식이 다른데요.
오늘은 캐나다에 자녀를 키우면서 느꼈던 <우리나라와 다른 북미의 '아동 방임'에 관한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ㅣ 가정에서 지키는 아동 보호법
앞서 언급한 예시처럼,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인데, 북미에서는 아동 방임에 해당이 됩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2세 미만의 아동이 보호자 없이 집, 차, 공공장소에 혼자 있을 시 부모는 아동 방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체포되어 감옥에 가거나 양육권을 박탈당하기도 합니다. 보호자가 12세 미만의 아동과 항상 함께해야 하는 의무는 사회 전반적으로 매우 잘 지켜지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 행동을 목격할 시 시민의 신고 의식도 매우 투철한 편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가 연방제 국가라서 주마다 법이 조금씩 다른 데다가,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는 아동의 나이를 명확하게 제시한 주가 많지 않아 북미에 사는 부모 중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나이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요.
캐나다의 경우 13개의 주·준주 중에서 Manitoba(12세), New Brunswick(12세), Ontario(16세) 주로 3개의 주만 나이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부모(보호자)에게 막중한 책임을 지게 하면서도, 나이 제한을 확실히 규정하지 않은 이유는 문제 발생 시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아동의 나이로만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동 방임으로 신고가 들어오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의 과거 신고 및 범죄 경력부터 아동과 함께하지 않은 동안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또 어느 시간대에 비웠는지, 주변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 포괄적으로 그리고 자세하게 문제 원인을 살핍니다. 그래서 다양한 판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는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어느 정도 컸다고 판단해 집에 혼자 두기로 할 때 자녀의 나이뿐만 아니라, 자녀의 심리 상태 및 위기 상황 시 기본적인 대처 방법 숙지 여부, 집 안팎의 물리적인 환경 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마다 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인(강력한) 권고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만 10세(초 4년) 미만 어린이는 3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집, 차, 공공장소 등 어디에서나 절대 혼자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슈퍼에 다녀온다거나,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아이를 두고 근처에 커피를 사러 다녀오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등 예외가 없습니다. 상시 동반해야 합니다.
만 10세(초 4년)~11세(초 5년) 어린이는 낮 시간대 1~2시간 동안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보다 어린아이(동생)를 돌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 큰 아이를 집에 두고, 유치원생 작은 아이 하교를 위해 집을 잠시 비울 수 있습니다만, 초등학교 4학년에게 그보다 더 어린 동생을 맡기고 집을 비울 수는 없습니다.
만 12세(초 6년) 이상이면 저녁 이전(early evening)까지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으며, 자기보다 어린아이(동생)를 2명까지 돌볼 수 있습니다. 또한, 파트 타임으로 베이비 시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루 4시간 이상 돌볼 수 없고, 목욕을 시키거나 음식을 준비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북미에 청소년 베이비 시터가 많은 이유는 부모가 되기 전 육아를 경험할 기회이자, 아동 방임에 대한 위험성과 그 책임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적십자 등에서 12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베이비 시팅을 위한 프로그램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 16세 이상이면 불가피한 이유로 밤 시간대(overnight)에 자녀만 두고 외출할 수 있으나, 2일 이상 연달아서 외출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권고 사항이며, 주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이민자, 장단기 거주자인 경우 거주하는 주의 법규를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ㅣ 학교에서 지키는 아동 보호법
아동 방임에 관한 규정은 부모만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도 등교가 시작하는 시간부터 하교 후 스쿨버스에서 내려 보호자를 만나는 시간까지 아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각 학교마다 등교가 시작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딸이 다니는 학교는 오전 7시 45분에 등교가 시작됩니다. 그 전에는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습니다. 아이를 지켜 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7시 45분에 학교에 들어가도 교실로 바로 갈 수 없습니다. 등교가 끝나는 시간인 8시까지 학교 외부 공간에 머뭅니다. 기상이변이 있을 시에는 내부 로비에 머뭅니다. 등교가 이뤄지는 15분 동안 선생님 몇 분이 학교 울타리 안에 모인 학생들을 보호합니다.
등교 시간이 끝나는 8시가 되면, 학교 외부 공간에 모여 있던 아이들은 동시에 각자 교실로 이동하고 학교 문은 닫힙니다. 지각한 아이들은 닫힌 출입문의 벨을 누르고 신원을 밝힌 후, 학교 내부로 들어가서 사무실에 들러 자신의 이름을 적습니다. 지각 횟수는 성적표에 적힙니다.
오전에 있는 긴 쉬는 시간(recess)에 단 한 명도 교실에 머물 수 없습니다. 모두 건물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려 놀다가, 함께 이동합니다. 교실에 혼자 남은 학생에게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비가 온 날은 학생 모두 교실에서 머물러 쉬는 시간을 보냅니다.
상담, 조기 하교, 이벤트 참여 등으로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할 시 학교 사무실에 들러서 방문 이유를 밝힌 후, 이름, 서명, 출입 시각을 적고 방문자 스티커를 받아 옷에 붙여야 합니다.
스쿨버스 기사는 아이의 안전한 하교를 위한 책임이 있습니다. 정각에 해당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아이를 마중 나오는 보호자가 보이지 않거나 이전에 보지 못했던 사람이 마중 나오는 경우에는 아이를 스쿨버스에서 내리지 않게 합니다. 학부모 혹은 학부모가 남긴 긴급 연락처로 연락하거나, 다시 학교로 데려갑니다.
ㅣ 정부에서 뒷받침해주는 아동보호
어린아이를 혼자 다니게 하고 불안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점점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하교 후 집으로 혼자 걸어가고, 여러 개의 학원을 혼자 다니며, 집에서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범죄와 각종 사고에 어린아이들이 점점 더 노출되어 가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에서는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역 아동센터, 청소년 위원회에서는 청소년 공부방 등을 지원해 아동을 돌보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보육 서비스가 필요한 아동 의 1/100 정도만 지원하고 있어, 보육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합니다.
작년 2015년 12월, 우리나라에서 친부의 학대를 피해 맨발로 탈출한 11세 16kg 아이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해 장기 결석자를 대상으로 학교 교직원, 주민 센터, 사회복지 공무원이 합동 점검하는 전수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숨겨져 있던 아동 학대 및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밝혀져서 아이를 키운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나라 현행 아동복지법에서는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은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를 소홀히 하는 행위'를 아동방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고의적인 방임에만 아동 방임을 규정해 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한다면, 북미에서는 고의적인 방임뿐만 아니라, 고의적이지 않더라도 아동의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모든 경우를 아동방임으로 처벌합니다.
북미에서 아동 방임에 관한 법이 엄격해 부모의 책임에 많은 무게를 준 만큼, 그 무게를 함께 뒷받침해주는 복지 및 교육 정책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져 있기에, 아동보호법이 사회 전반적으로 잘 준수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상으로, 제가 자라온 환경과 사뭇 다른 환경에서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것들을 나눠 보았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곳이 없고 어딜 가나 장단점이 있기에, 서로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장점은 받아 들이고, 단점은 개선해 나가면 좋겠지요.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가지고 있는 실업의 두려움과 위험에 노출된 아이에 대한 염려는 일개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실질적인 교육 및 복지 정책이 끊임없이 발전되고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도, 아이들도 전보다 더 마음이 편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보며, 긴 글을 마무리 합니다. 부모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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