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도에 32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닥쳤지요. 1월 23~24일 양일간 제주에 내린 30cm의 폭설로, 피해액이 59억 원으로 최종 확정되었다는 한국 뉴스를 본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타와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창밖을 보니 평소에 내린 눈만큼 내렸길래 딸을 깨운 후 등교 준비를 하고 딸과 스쿨버스 정류장에 갔습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스쿨버스가 보이지 않아 그제야 앱으로 확인해 보니, 오늘 스쿨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알림이 떠 있더라고요. 종종 겨울철 얼음 비(freezing rain)가 내리는 날에는 안전상 스쿨버스 운행이 중단된 적은 있어도, 폭설로 운행이 중단된 적은 처음이네요. 오늘 폭설로 인해 저희 딸 학교뿐만 아니라, 온타리오 주 동부에 있는 학교의 스쿨버스 운행이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뉴스를 찾아보니, 1947년 3월 2일 40.6cm 폭설 이후 69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이었어요. 오늘 하루 만에 쌓인 눈이 무려 49cm이라고 하네요. 어쩐지...제가 캐나다 사는 동안 처음 보는 적설량이었네요.ㅎㅎ
저녁에 퇴근할 남편이 걱정되어 오후 2시쯤 전화를 했더니, 벌써 퇴근해서 오고 있는 중이래요. 보통 오후 5시에 퇴근하는데 오늘은 2시에 퇴근해서 집으로 왔어요. 아마 평소대로 퇴근했더라면, 오후 8시가 다 되어 도착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남편 회사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을 포함한 여러 회사에서도 안전을 우려해 퇴근을 평소보다 서너 시간 일찍 시켜주는 분위기였어요.
집 근처에 거의 다 왔다는 남편이 30분이 넘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그랬더니, 동네로 들어오는 길목에 눈이 너무 쌓여서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요. 간신히 차를 끌고 집 앞까지는 왔는데, 집 앞에도 쌓인 눈이 한가득이어서 가까이 오지를 못하네요 .^^;; 멀고도 먼 당신입니다.ㅎㅎ
퇴근하는 남편이 피곤할까 봐, 하지 말라고 해도 남편이 오기 전에 눈을 치워 놓은 편인데요. 오늘은 눈이 쉬지 않고 계속 내려서 언제 치워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찍 퇴근한 남편이 제설기로 치웠는데도 집 앞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네요. 힘들었을텐데 제설기 없는 옆집까지 다 치워주고 나서야 들어 오더라고요. 치우고 나서도 계속 눈이 내려서, 저녁에 두 번 더 치웠네요.^^;;
하루 평균 50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오타와에서 오늘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12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시내버스도 곳곳에서 폭설로 인해 움직이지 못해 일부 버스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시내버스 운행이 평균 15~20분 연기됐다고 해요.
폭설로 인한 기상 악화로 오타와 공항에서 출발하는 수 십 대의 비행기가 취소 혹은 연기되었습니다.
캐나다는 제설 작업이 무척 발달하였는데요. 폭설이 내려도 밤새 주요 도로와 동네 도로까지 깨끗하게 치워 놓아 아침이 되면 출근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오늘 밤새 하게 될 제설 작업을 위해 도시 주요 도로에 주차를 금지하는 대신 제설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시 소유 주차 차고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요.
시에서 하는 제설 작업의 우선순위는 고속도로와 주요 시내 도로이기 때문에, 동네에 있는 길은 아직 눈이 치워지기 전이에요. 창밖을 통해 보니, 도로가 아닌 집 앞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는 제설 작업이 먼저 시작되고 있었어요. 제설차에서 눈을 끌어 모아 뿜어내는 눈 줄기가 보이시나요? 창문이 얼어서 열리지 않아, 사진이 뿌옇습니다.^^;;
아직 제설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도로 모습이에요.
드디어 제설차가 동네 도로를 치우고 있어요. 우리는 저 제설차를 고마우면서도 미운 차라고 그러는데요. 제설차가 지나가면 도로는 깨끗해지지만, 그 눈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쌓여 큰 담을 만들거든요. 단단하게 뭉쳐 있는 눈을 부서뜨리면서 치워야 하기에, 눈이 내려 쌓인 것보다 3배 이상 시간이 걸린답니다.
밤 10시에 제설차가 지나가자,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어요. 그대로 두면 밤새 눈이 더 단단하게 굳기 때문에 제설차가 지나가자마자 치워야 그나마 수월하답니다.
남편 혼자서는 도저히 치울 수 없는 양이라서, 일손을 돕기 위해 이 글을 쓰다 말고 나갔네요. 우리 집 앞을 치우는 데 한 시간이 걸렸고, 제설기 없는 옆집에서 눈 치우느라 고생하길래 한 시간 동안 함께 치워줬어요.
오늘 내린 49cm의 폭설을 3회에 나눠 총 4시간 동안 눈을 치웠어요. 다 치우고 나니 집 양옆으로 쌓아 올린 눈이 2미터가 넘네요. 눈을 치우고 집에 들어오니 밤 12시이네요. 손이 후들후들 합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얼른 자야겠어요.
새벽이 되면 눈이 완전히 멈춘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작년 12월에 엘니뇨 현상으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올겨울은 눈 구경을 제대로 못 하나 보다 했는데, 그동안 밀린 눈 구경 오늘 실컷 했네요. 다만, 폭설로 인해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봅니다.
아래는 캐나다 겨울 대비에 관한 이전 글입니다.
>>> 2016/01/14 - [북미 정보&문화] - 눈 치우는 법이 있다! 신기한 캐나다 제설 작업
>>> 2016/02/02 - [북미 정보&문화] - 캐나다인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법
69년 만의 폭설이었지만, 오타와 시의 발 빠른 제설 작업으로 큰 피해 없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 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자연 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에 더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과 복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이 되길 바랍니다.^^
- 자료 출처 : CTV, SUN, CBC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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