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에 사는 저희 가족은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500km 떨어진 곳인 광역 토론토(GTA)에 사시는 시이모님 가족을 찾아뵙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때부터 신정까지 거하며 연말과 연초를 함께 보낸답니다. 대략 10여 일 동안 시이모님 댁에 거하면서 꼭 하는 일이 있는데요. 바로 자원봉사입니다.
시이모부님과 시이모님께서는 병원에 소속된 노인 요양 시설에서 매주 수요일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는데요. 두 분을 통해 저희 가족도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되네요.
저희가 찾아간 곳은 미시사가(Mississauga) 병원에 소속된 Care Center입니다. 심신이 미약하거나 불편하신 분들이 상주하면서 치료를 받는 곳입니다. 대부분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으며,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꽤 되어 휠체어에 의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올해 겨울은 기상이변으로 크리스마스 당일 영상 17도까지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는데요. 행복함도 잠시, 저희가 자원봉사를 예약한 날부터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면서 겨울왕국이 입성했답니다. 아직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기 전이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서행 운전으로 무사히 잘 다녀왔네요.
이모님 가족이 매주 찾는 곳이라, 반갑게 맞이해주시네요.
캐나다 모든 병원(치과 제외)은 주(Province) 정부가 운영합니다. 정부가 운영해서 그런지 대부분의 병원 시설은 낙후되지 않았지만, 그리 세련되지는 않아요. 여기도 역시 그렇네요.
케이크는 아니구요^^ 진저브레드 하우스, 아니...진저브레드 병원입니다.^^;; 생강가루와 시나몬 가루를 넣어 만든 쿠키 반죽으로 건물의 평면 모형을 만들어 구운 후, 아이싱을 접착제처럼 사용해 건물을 조립합니다. 아이싱을 페인트처럼 발라서 꾸미면 완성입니다. 입구의 네 개의 기둥과 건물 외벽과 창문에 붙인 은색 구슬도 먹을 수 있는 사탕이랍니다. 그런데 정말 예뻐서 못 먹을 것 같네요.^^;;
저희가 모인 휴게실입니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더라구요.
저희가 이번에 찾아온 것은 정기 봉사가 아녀서, 두 달 전에 예약 전화를 했어요. 그 시간대에 도착하니, 저희의 작은 공연에 관심 있어 하시는 어르신들께서 이미 휴게실에 모여 계시더라구요.
아기 예수께 경배를 드리기 위해 예물을 들고 찾아온 동방 박사의 모습이네요.
약속한 시각이 되어, 저희의 작은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모님 댁의 이웃도 함께 했는데요. 매년 자원봉사를 함께하는 가족이랍니다. 중학생 친구가 첼로를 연주했어요.
플루트 연주도 있었어요.
다함께 크리스마스 캐럴도 불렀습니다. 캐럴을 부르니 따라 부르시며 좋아하시더라구요.
인형들도 저희와 함께 노래를 불러 주네요.^^
이모님의 첼로 연주입니다. 평소에도 피아노, 오르간, 첼로 등 악기 연주로 많은 봉사를 하신답니다.
저희 딸의 댄스 타임^^;; 징글벨 노래를 부르며 양손에 종을 들고 춤을 추고 있어요. 뛰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딸이 어리다 보니 많이 예뻐해 주시더라구요.
이모님의 피아노 연주도 있었습니다. 연주에 따라 흥얼거리시면서 따라 부르시더라구요. 뒤편으로도 여러분이 계셨지만,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다른 요양시설입니다. 중증 환자들이 많은 시설이라서, 휠체어에도 앉지 못하셔서 이동 침대에 눕혀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여기서도 저희 딸의 재롱이^^;; 박수 쳐주시면서 많이 좋아해 주셔서 저희가 되려 감사가 되었답니다.
이모부님의 따뜻한 새해 인사와 위로도 있었습니다.
앙코르 요청이 들어와서 이모님의 피아노 연주, 사촌 동생의 첼로 연주, 저희 딸의 댄스가 합쳐 마지막 공연으로 마무리했네요.
캐나다 오기 전에 보육원 사무실에서 일했는데요. 후원금 및 아동 계좌관리와 자원봉사 안내 등을 맡아 다양한 자원봉사자를 맞이하면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웠네요.
봉사는 후원물품 및 후원금 등의 물질 기부뿐만 아니라, 과외, 친교(1:1 방문 및 자택 초대), 재능(이발,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노력(김장, 청소 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요. 저도 그곳에 일하는 동안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학습지도 및 상담을 해왔는데요,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맹목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알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가진 일부를 전했지만, 아이들은 마음 전부를 저에게 주더라구요. 그때 마음에 가득 채워진 그 느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만약 내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을 때면, 병원만큼 무서운 곳이 없을 테지요. 병원을 찾아야 치료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겁이 나는 곳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파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겠지요. 그러기에 특별한 재능, 많은 기부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미소, 진정한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오랜 병원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행복과 희망이 따스한 미소와 말에서 올 수 있으니까요.
작은 공연을 마치고 새해 인사를 건네며 손을 잡아 드리니, 손자 손녀 맞이하시듯이 그리 반가워하시며 고마워하시더라구요. 그분들의 열린 마음이 되려 제 마음의 따스한 온기가 되어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현재 제가 다니는 서양 교회에서도 한 달에 두 번 지역 병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늘 사람과 사람의 따스한 온기를 나눠 갖습니다.
2016년의 새해가 밝아, 한 해의 목표를 세우는 시점인데요. 올해 안에 주변을 둘러보며 봉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새해에는 세월호 참사, 파리 테러 같은 비극적인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손길이 모이고 모여 따스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희망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 잊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내 안의 희망을 조금씩 키워나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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