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여행기
2년 전, 언니네 가족과 미국 여행 2주를 다녀왔어요. 그 당시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무리한 여행을 하지 않고 싶어서 시카고 여행 1주일과 뉴욕 1주일로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는데, 의외로 뉴욕시티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뉴욕 여행 도중에 계획을 급하게 변경하여 워싱턴을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워싱턴 이야기를 당분간 나눠볼까 해요. 워싱턴 첫 나들이는 국립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이었습니다. 그럼, 아메리카 대륙의 본래 주인이었던 인디언의 세계로 함께 가볼까요?
사진 출처: By ADW44@flickr-Pixdaus
워싱턴 D.C에 있는국립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NMAI, the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의 모습이에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한 컷에 담기지 않은 굉장히 큰 규모의 건물에 직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 완곡한 곡선으로 이뤄져 있었어요. 또한, 층을 올라갈수록 넓이가 점점 더 넓어지는 형태를 지니고 있어 하늘을 향해 넓게 뻗어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화단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동상이 있었어요. 건물 외벽과 앞에는 곡선 형태로 된 꽤 널찍한 분수와 키가 큰 나무가 가득 심어진 화단이 여러 개 놓여 복잡한 도심이라기보다는 조용한 정원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 다소 이색적인 박물관 건축 디자인이 나온 이유는 원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그들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축약하여 지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원주민의 의견대로 건물의 정문은 동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시원하고 높은 중앙 홀의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지더라고요. 메인 홀의 모습입니다. 내부 역시 대부분 곡선형으로 설계돼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1층 중앙에는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원형 무대가 있었고, 무대를 중심으로 원주민들과 관련된 전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메인홀에서 올려다보이는 3~4층 높이의 천장은 원형이 층층으로 좁혀져가는 형태로 하늘을 향해 있어 굉장히 이색적이었습니다.
1층 벽에 걸려진 인디언들을 묘사한 나무 조각품이었어요. 이때 저희 딸과 조카가 특이한 사진 포즈로 경쟁하던 때라서, 인디언들의 자세 못지않는 포즈를 취해줬네요.ㅎㅎ
볼리비아와 페루에 사는 인디언 아이마라(Aymara)족의 Totora Reed(갈대의 일종) 보트입니다. 긴 갈대를 엮어 만든 보트로, 보트 앞부분이 동물의 머리로 되어 있었는데, 캐나다 연례 축제 중 하나인 드래곤 보트 축제 때 보던 것과 비슷해 보였어요. 보트에 달린 동물이 무섭다면서 잔뜩 긴장했던 순간을 현실감 있는 포즈로 보여주고 있네요.ㅎㅎ
한국에 방문했을 때 민속촌의 밀랍 인형을 무척 무서워했는데,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났는지 아이들이 원주민의 전시품을 생각보다 무서워했어요.ㅠㅠ 그래서 일반 전시관의 관람은 포기하고, magiNATIONS 체험 센터로 향했어요. 이곳은 가족들과 함께 원주민에 관한 다양한 학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서 다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갈대를 엮어 지붕, 보트, 바구니 등을 만들었던 원주민들처럼 종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엮어 모양을 만드는 체험을 했어요.
종이를 풀로 붙이지도 않았는데 서로 연결되어 있다며 의자에 한참 동안이나 앉아서 자신들의 작품에 심취한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ㅎㅎㅎ 유리 창문을 따라 원색 계열의 의자를 둬서 박물관의 녹색 조경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의자 역시 곡선 형태였습니다.
주 교통수단이 보트였던 원주민들이었기에 보트와 관련된 전시품과 체험이 꽤 많았어요. 보트의 중심을 잡기 위한 밸런스 테스트도 있었어요. 만들기 작품은 절대 내려 놓지 않으면서 불균형에서 오는 스릴을 제대로 만끽했어요.
연습을 했다면, 실행으로!ㅎㅎ 강물을 따라 보트를 타고 있는 원주민의 대형 사진 옆으로 빨간 카누가 놓여 있어 Row, row, row your boat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타는 흉내를 내더라고요.ㅋㅋ 이후에, 캐나다로 돌아와서 실제 카누를 두 번 탔었는데요. 원주민 박물관에서 타본 것과 똑같은 거라면서 기억해내 여행 다녀온 보람을 느꼈었네요.ㅎㅎ
과거 북미 원주민들의 원뿔형의 천막인 티피(tepee)도 있었어요. 안에는 동물의 털옷과 원시인이 쓰던 나무 그릇 등 몇 가지 밖에 없었는데, 아이들은 마치 공포 체험을 하듯이 한참을 주저하면서 들어가더니 나중에는 제 집마냥 들락날락하면서 잘 놀았어요.
나무로 깎아 만든 보트로 주로 아이들의 놀이기구였다고 해요. 원주민의 아이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놀거나 물 위에서 스노보드를 타듯이 판자를 타고 놀거나 혹은 자연에서 축구하며 논다고 합니다.
원주민이 살았던 스틸트 하우스(Stilt House)와 어도비 하우스(Adobe House)의 실제 모형도 있었는데요. 사진에서 보이는 집은 스틸트 하우스로, 주로 홍수의 피해를 피하기 위해 토양이나 수면 위에 나무로 높게 짓는 집입니다. 스틸트 하우스 옆에 있었던 어도비 하우스는 모래, 찰흙, 물 등의 재료로 흙벽돌을 만들어 지은 집으로, 우리나라의 토담집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다 둘러본 후, 모여서 원주민에 관한 퀴즈를 함께 풀었어요. 상호작용 방식의 전시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북미 박물관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하지요.
모카신(Moccasins)으로, 북미 원주민들이 신었던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납작한 신입니다. 화려한 색감과 정교한 문양이 원주민들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건물의 측면 모습이에요. 이날 날씨가 꽤 더워서인지, 잠시나마 분수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국립 중앙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은 녹색 건물(Green Building)의 설계, 건설 및 운영을 위한 미국 최고의 프로그램인 LEED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는데요. 미국 원주민의 전통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자 했던 박물관 설계자의 노력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이처럼 원주민들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계속적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수백 년간에 걸쳐 자신들을 말살하고 추방했던 지난 아픔을 다 채우지 못하겠지요.
같은 북미 대륙에 있는 캐나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140년 전 인디언법을 만들어 원주민의 투표권을 빼앗고 이들의 종교와 문화 행사를 금지시키는 등 원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문화 말살 정책을 20세기 중반까지 이어 왔습니다. 2015년에 당선된 캐나다 제23대 총리 저스틴 트루도(Justin Trudeau)는 기존 정부의 묵인과 형식적인 사과를 탈피하고, 지난 30년간 벌어진 1,181명 이상의 원주민 여성들의 사망과 실종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위원회(약 348억 원의 예산)를 출범시키는 등 총선에서 했던 공약을 충실히 지켜 나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비극을 되돌릴 수 없겠지만, 힘없는 자를 상대로 한 자문화 중심주의와 제국주의로 인한 약탈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 봅니다.
워싱턴 D.C.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뉴스에서 자주 보던 미국 국회의사당, 워싱턴 기념비, 백악관 등을 볼 수 있었고,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을 포함해 대부분의 박물관이 무료라서 좋았어요. 북미에 있는 박물관 관람료는 보통 인당 1~4만 원 정도로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거든요. 이날의 추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조만간 워싱턴 D.C.의 다음 이야기도 풀어보겠습니다. 따스한 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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