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임신부가 갖는 의료복지 혜택, 어디까지?
세계적인 복지국가 중 하나인 캐나다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발달돼 있어, 예방접종, 검진, 수술, 입원 등 거의 모든 치료비를 주(province) 정부에서 부담하고 있어요. 중산층 기준 4~60만 원 정도의 연간 의료보험비를 납부하면, 신생아 예방 접종부터 시작해 의사 진료,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 등을 전액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다만, 치과 검진 및 치료(사고로 인한 치아 부상은 무료), 의약품, 시력 교정, 물리치료 등 몇 가지 의료 관련 서비스는 제외입니다. 직장이 있는 경우 주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 부분을 회사 복지 차원로 가입한 사설 보험을 통해 비용의 80% 이상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임신 여성이 캐나다 주 정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산부인과 진료, 검사, 분만, 입원, 분만 후 검진까지 모두 주정부 의료보험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신생아 예방접종 또한 무료입니다. 이 중에서 임신 여성이 받는 태아 초음파 검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몇 번 할까?
캐나다 임신 여성은 임신 중 초음파 검사를 평균 2회(최소 1회) 합니다. 하지만 의무적인 사항이 아니며, 임신부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를 포함해 제 캐나다 친구들은 모두 2회 했어요.
언제 할까?
12주 태아 초음파 사진
첫 번째 검사 : 10주~13주
정확한 임신 날짜, 태아 심장 박동, 쌍둥이, 다운증후군 여부에 대해서 검사합니다. 이 무렵의 태아의 크기와 모양이 곰 모양의 젤리 같아서 gummy bear라고 불러요.ㅎㅎㅎ
두 번째 검사 : 18주~22주
장기(심장, 위, 신장, 방광 등), 복부 둘레, 머리 둘레, 척추, 태반, 탯줄, 양수, 구순구개열(언청이) 여부 등을 검사합니다.
왜 할까?
2번의 검사를 통해 임신 여부, 태아의 모습, 아이의 성별을 알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자궁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신 초기에 임신 여부를 초음파 검사로 확인받는 경우가 많으나, 캐나다에서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저의 경우, 집에서 임신 테스트 한 후 임신인 것을 알게 되어 산부인과를 찾아갔어요. 의사를 통해 임신을 확인받고 싶었지만, 산부인과 의사에게서 들은 말은 매우 의외의 말이었어요. "오기 전에 테스트해봤나요?" "네, 임신으로 나왔어요." "그럼, 임신 맞아요. 틀린 경우 거의 없어요. 임신부용 종합 비타민을 사서 챙겨 드시고, 9주에 봅시다. 축하드려요." 이게 끝이었습니다. 진료하는 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보다 더 빠른 진료에, 의사 만나기 전에 긴장했던 제 모습이 살짝 민망해지더군요. 9주차에 다시 갔더니, 청진기로 태아 심장 소리를 들려주며 건강하다고 알려줬어요.
어디에서 할까?
우리나라는 병원 시스템이 논스톱 형태로 한 곳에서 이뤄지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캐나다는 분업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검사 시기가 될 무렵 산부인과 의사가 검사 요청서를 주면 그것을 들고 영상의학과 의원을 찾아가야 합니다. 산부인과와 함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대부분 차를 타고 가야 해요. 초음파 검사자(sonographer)는 검사 결과에 관하여 임신부에게 설명할 의무가 없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태아가 현재 몇 주차이고,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말해줬어요. 검사 결과는 검사소 측에서 의사에게 전달합니다.
임신 중 평균 2회 이상 검사하는 경우
하복부 진통이 심하거나 출혈이 있을 시 첫 번째 검사(10~13주)를 하기 전인 6~10주 사이에 검사받을 수 있지만, 특이하거나 심각한 증상이 아닌 이상 산부인과 의사가 검사를 제안하거나 추천하지 않습니다. 임신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거나 태아에 관한 불안과 궁금증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5~7주차에 생리통 만큼이나 강한 착상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듯이 누워서 쉬라는 말 이외에 별다른 진료를 받거나 별도의 검사를 추천받지 않았어요.
2회의 검사를 받은 후 의사가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여길 시(15% 이내) 검사를 임신 여성에게 제안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전에 출산한 아기가 평균보다 작았거나, 쌍둥이를 임신했거나, 당뇨 등 임신 합병증이 있는 경우, 태아가 평균보다 매우 작거나 큰 경우 세 번째 검사를 제안할 수 있으며, 이 역시 거절할 수 있습니다.
추가 또는 3D 초음파 검사가 가능한가?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 목적으로 제안한 2회의 검사는 2D 흑백 촬영이며, 무료입니다. 하지만, 3D 또는 4D 초음파 검사, 개인적인 이유로 추가로 받은 초음파 검사는 개인 부담입니다. 참고로, 7년 전에는 2D 흑백 촬영 1회당 최소 200달러(20만 원)이었습니다.
내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을까?
18~22주 사이에 하는 두 번째 검사에서 아이의 성별을 알 수도 있어요. 다만, 검사자의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대체로 "아빠 닮았네요." "바비 인형을 좋아할 것 같아요." 등 성별을 유추할 수 있는 말을 해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아이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정책을 가진 곳도 있습니다. 현재 임신 중인 캐나다 친구는 서프라이즈 베이비를 갖고 싶다며, 검사자나 의사에게 성별을 알려주지 말라고 미리 부탁했다고 해요. ㅎㅎ
부작용 있을까?
30년째, 임신부의 초음파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동안,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출산 시 신생아 몸무게, 아동 백혈병 및 암, 시력 및 청력 기능 손실, 난독증 등과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데요. 다만, 검사 시 발생하는 보통 1도 이내의 열이 아닌, 그 이상의 열(36도에서 40도까지 올라가는 경우)이 복부에 전해질 경우 문제가 된다고 해요.
결론적으로, 임신한 캐나다 여성 대부분은 임신 중 최소 1번, 평균 2번 초음파 무료 검사를 받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캐나다 의사들은 명확한 의료 사유가 없는 초음파 검사는 지양해야 하며, 검사의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태아 초음파 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건강한 9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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