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문화 충격을 줬던 캐나다 버스커 축제

7월 말이 되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국제 버스커 축제>가 5일 동안 열리는데요. 버스커(busker)는 거리의 재주꾼을 말합니다. 캐나다 최고 버스커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에서 온 기네스북에 등재된 국제 버스커들이 펼치는 월드 클래스 급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답니다.  


2016년 올해 25주년을 맞이한 캐나다 국제 버스커 축제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코미디 서커스의 유쾌한 매력을 소개해봅니다.^0^/ 



길거리가 공연장이다!



오타와의 차 없는 거리 Sparks Street입니다. 오타와 시내 중심부로 각종 은행,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라디오 방송국 등이 있는 거리예요. 

5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에는 150여 개의 공연이 펼쳐지는 버스커들의 공연장이 된답니다.   



이게 바로 월드 클래스 급!



호주에서 온 버스커 Satya Bella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일류 아크로바틱 학교에서 훌라후프를 배운 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하여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어요.



큰 훌라후프를 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동시에 불이 붙은 작은 훌라후프를 허리로 돌리고 있어요. >.<b 



신선하다, 기부 문화!



버스커의 공연은 전부 무료이지만, 기부는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훌라후프 공연 직후, 기부가 막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에요. 공연마다 50~90%의 관람객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어요. 보통 2~5달러(2~5천 원) 사이가 가장 많고, 10~20달러(1~2만 원)를 내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요.  자신이 누린 만큼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문화가 꽤 활성화된 모습이네요.  



저희 딸도 칭찬 스티커를 모아 받았던 1~2천 원짜리 동전들을 가지고 왔어요. 공연을 본 후, 자신이 감동받은 만큼 동전을 내더라고요. ㅎㅎㅎ 



시민도 버스커가 되다!



코미디언이자 영화제작자인 Lee Ross는 18세부터 서커스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고 있어요. 사진은 원반과 풍선을 동시에 돌리는 묘기를 유치원생에게 전수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쳐 의기양양해진 아이의 모습에 공연의 즐거움은 더욱 더해진 느낌이었어요.^^ 



시민 중 한 여성을 불러내 한 몸(?)이 되는 연기를 펼쳤는데요. 버스커는 팔만 사용해 상황 연기를 했고, 여성은 등 뒤에서 들리는 대사에 맞춰 표정 연기를 했어요. 이후 역할을 바꿔서 했는데, 버스커보다 시민이 더 잘해서 박수갈채를 꽤 받았네요.ㅎㅎㅎ 



리허설 없는 시민들의 즉석 연기는 계속되었어요. 버스커의 스토리텔링에 따라 카우보이가 된 두 사나이는 한 여자를 두고 서부 영화와 6백만 불 사나이의 영화 장면을 오가며 총싸움을 했어요. 사진은 이를 말리던 여성이 총에 맞아 쓰러진 장면입니다. 시민들이 연기를 너무나 능청스럽게 잘해서, 흥미진진하더라고요.ㅎ   



놀란 표정으로 쓰러진 여성에게 다가간 두 사나이는 버스커의 스토리 텔링대로 여성을 확인 사살(?)하려는 반전을 선보입니다. 으잉?



이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상황을 끌고 가던 버스커가 남자들을 쓰러뜨리며 무대에 등장해, 힘없이 쓰러진 여성을 탐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이 죽었는지 확인하려 했을 뿐, 정말 탐냈던 사람은 옆에 쓰러진 남성이었다는 사실! 반전의 반전이군요. 


무대 안으로 불려 들인 시민을 수동적인 조력자나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공연을 위한 아마추어 버스커로 만들어가는 전문 버스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고 유쾌했어요. 



웃기기만 하지 않아!



가장 재주가 뛰어난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히는 Throw 2 Catch 팀이에요. 한 시민을 즉석에서 불러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해준 후, 코믹 댄스를 따라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시민의 맨발 투혼이 빛이 나네요.



시민의 엉덩이 사이(?)에서 잠시 머물다가 나온 당근을 입에 물려준 후ㅋㅋ 저글링으로 당근을 자르는 묘기를 선보였어요. 으악~ 공연 구경하러 왔다가, 심력 테스트를 당하는 중이군요>.< 



두 명의 버스커가 시소에 뛰어내리는 반동으로 시소의 반대편에 선 버스커가 공중 돌를 하는 묘기이었는데요. 마무리 묘기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훌라후프를 공중에서 통과하는 모습을 선보였어요.



불 훌라후프를 들고 공중에서 돌았던 사진은 못 찍어서, 공중 두 바퀴 돌기 사진을 대신 올립니다. 아까 시민 대표로 뽑혔던 남성은 공연 끝까지 무대에 남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았어요.^^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



오타와 현지 미용실에서 버스커를 연상케 하는 무대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해주고 있었어요. 



1~2만 원대 분장 서비스였는데,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전문적으로 완성시켜주더라고요. 



길거리 화가가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이의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었어요. 



타이어를 재활용하는 온타리오 주 정부의 환경 정책을 소개하는 텐트였어요. 그동안 9천만 개 이상의 폐타이어를 놀이터, 산책로, 식물 뿌리 덮개, 하키 링크와 체육관 바닥, 지붕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해요. 



캐나다 내 12,000 낙농업장의 대표 협회인 Dairy Farmers of Canada(DFC)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로 유제품에 관한 지식을 전하고 있어요.



볼보(Volvo)에서 차량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 홍보를 해주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었어요. 



코미디 서커스가 아니라면, 사절이야!



길거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진행되어 쉴 틈이 없었는데요. 그중에서 순수하게 묘기만 선보이는 공연은 그 기술이 놀라워도 의외로 인기가 없었어요. 재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많지 않아도,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고 유쾌한 멘트가 많을수록 인기가 많았답니다. 인기 있는 버스커가 되려면, 묘기와  함께 코미디도 꼭 배워야겠네요.



버스커가 되려면, 저글링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하나 봅니다. 매우 다양한 형태의 저글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어요. 원통 위의 판자와 짐볼 위에서 불이 붙은 핀으로 저글링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탄성을 지를 만한 묘기도 아닌 데다가 유쾌한 멘트까지 별로 없다 보니, 호응이 그리 후하지 않았네요.   



올림픽 종목이 서커스가 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트램펄린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어요. 캐나다 국가 대표 트램펄린 선수로 구성된 Spring Action 팀의 공연입니다. 무려 6m 이상을 뛰어 오른 상태에서 선보이는 공중회전 기술에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기술 못지않게 코미디 요소도 매우 강했는데요. 실제로 국가 대표 선수인 남자가 트램펄린을 시도하다가 스피링 부분에 자꾸 걸려 밑으로 빠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를 선보여 사람들의 배꼽을 잡아 흔들었어요. 



자신을 답답해하며 자꾸 가르치려는 여자를 말처럼 타서 신이 난 남자의 모습이에요. ㅋㅋ 이 두 사람은 실제 부부 사이로, 남자가 여자에게 트램펄린을 가르쳐주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여 8월에 결혼 9주년을 맞이한다는 해요. 



트램펄린을 전혀 할 줄 모르는 것처럼 바보 연기를 하던 남자가 주황색 작업복을 벗고 아내와 함께 멋진 공연을 선보였어요. 이색적인 직업을 부부가 함께 하니, 더 멋져 보이더라고요.  



성패는 관람객에게 달려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온 Bendy Em은 전 세계를 돌며 수천 번 이상의 공연 경력이 있는 국제 버스커였어요. 탁월한 유연성으로 신기한 묘기를 선보여줬어요.  



즉석에서 불러낸 남성 시민의 어깨 힘을 빌려 다양한 기술을 보여줬어요. 웃음 또는 탄성이 쉴 새 없이 나올 수 있도록 개그와 묘기로 공연을 꽉꽉 채워 넣어 보는 내내 유쾌했어요.



작은 투명 아크릴 상자에 몸을 구부려 넣는 모습이에요. 집중력으로 묘기를 선보여야 하는 순간에도, 자기를 돕는 시민을 활용(?)한 깨알 개그를 놓치지 않았어요.   



여성 곡예사로만 구성된 Silver Starlets 팀의 공연이에요. 그네 형태의 틀을 세워 놓고 공중 곡예를 펼쳤는데, 바닥에 매트도 없이 하더라고요. >.<



발레복으로 갈아입고, 한 그네에 두 명의 곡예사가 매달려 다양한 묘기를 선보였어요. 



이 묘기를 하기 전에 즉석에서 한 남성을 불러, 약간의 코미디를 했는데요. 여성 곡예사들의 말재주도 다른 버스커에 비해 약했고, 대표로 뽑혔던 시민이 할 듯 말 듯 무게를 잡아서 재미가 덜했어요. 웬만해서는 끝까지 다 보는 분위기인데, 보다가 떠난 사람들도 종종 보였어요. 참여하는 시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어요.



유럽 최대 규모의 서커스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Bike Boy Sean입니다. 시민들을 즉석에서 한 명씩 불러내 바닥에 줄줄이 눕혔는데요.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응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네요. 안장 위에 서서 자전거를 타며 핀 대신 칼로 저글링을 하며 뱅뱅 돌아 누워있는 시민들에게 장난스레 겁을 줬어요. >.<



버스커가 원형 전기톱의 전원을 켜서 가동하더니, 두 개의 나이프와 함께 저글링을 했어요. 저글링 핀의 무서운 진화이네요. 조금 전에 생명의 위협을 당했던 시민들은 잠시 풀려나, 노역 중이군요. ㅋㅋ



기둥 위에 놓인 자전거에 올라탄 버스커는 공중에서 풍선으로 검을 만들더니, 입안으로 삼키는 묘기를 선보였어요. 진짜 칼을 삼키는 곡예를 패러디한 거였는데, 기다란 풍선이 입안에서 사라지는 것도 섬뜩하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5년째 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요. 캐나다에서 느꼈던 문화충격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신선한 매력이 가득한 축제였어요. 그 매력을 간단히 정리해본다면....


나에게 문화충격을 줬던 

<캐나다 국제 버스커 축제>의 매력은?


코미디야? 서커스야?

다양한 기술을 시종일관 코미디로 풀어내, 정말 유쾌하다!


주인공이 버스커야? 시민이야?

시민들의 참여를 상상 그 이상으로 끌어내, 정말 신선하다!


공연이 무료야? 유료야?

누리만큼 되돌려주는 자발적인 기부 문화, 정말 멋지다!


캐나다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웃님들의 삶에도 늘 유쾌함이 머무기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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