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시원한 냉면 많이 드셨나요?^^
토론토 시이모님 댁을 찾아뵈었더니, 되돌아는 길에 이것저것 손에 들려주셔서, 한 보따리를 차에 가득 싣고 왔네요. 타지에서 받기 힘든 친정엄마 같은 사랑이지요. 집에 와서 주신 음식들을 정리하니, 냉면 사리도 있더라구요.
매년 여름, 저희 집은 손님 복이 넘쳐나기에 평소보다 더 다양한 요리를 하게 되는데, 올해는 냉면은 한 번도 해먹지 않았네요. 냉면육수 만들어서, 한번 해먹어야겠다 싶어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나서 2주 후에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게 되었는데, 이웃집 언니가 시판 냉면 육수를 가져오셨더라구요. 각각 다른 곳에서 선물을 받았는데, 받고 보니 환상의 조합입니다.^0^ 냉장고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잃고 있는 냉면사리가 냉면육수를 반기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 물냉과 비냉을 해서 먹었네요.
시판냉면을 활용해 냉면 맛있게 먹는 법 한번 보실래요?^^
이모님께 받은 냉면사리와 친한 언니에게 받은 냉면육수입니다. 제가 가끔 사던 것이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요리하기 6시간 전에 냉면사리를, 2시간 전에 냉면 육수를 냉동실에서 꺼내 실온에 두었습니다.
비법 1. 편육 대신 햄
냉동실에 꺼내놓은 냉면 육수가 절반 정도 녹자,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한쪽에는 달걀을 삶고, 다른 한쪽에는 냉면 사리를 삶을 물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햄을 굽기 시작했네요. 웬 햄이냐구요?^^
시판냉면과 음식점 냉면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편육의 유무라고 생각해요. 고기보인 저는 시판냉면이어도 고기는 포기할 수 없어요!ㅎㅎ그렇다고 해서 냉면육수는 시판용으로 사놓고 수육을 만든다면, 어불성설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시판냉면을 먹게 될 때 항상 햄을 구워 넣습니다. 시원한 냉면육수와 짭조름하면서도 쫄깃한 햄이 입안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드셔 보시기 전에는 모르실거예요^^ 이번에 선택받은 햄은 칠면조 햄입니다. 노릇노릇 구워놓습니다.
비법 2. 추가 양념 대신 피클 단촛물
저는 면 요리를 즐겨 먹지 않지만, 물냉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육수 때문인데요. 시판냉면의 1인분 육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부분 시판냉면을 드신 분들은 열무물김치 등을 넣어서 많이 드시는데요. 올해 열무를 살려고 한인마트에 전화와 방문을 수차례 했건만, 결국 열무를 사지 못했습니다ㅠㅠ 열무김치는 사치입니다. 크하~
그래서 저는 항상 피클의 단촛물을 활용합니다. 저는 여름 내내 2~4 가지의 피클을 항상 담가놓고 먹는데요, 그중의 하나인 무 생강 피클입니다. 무피클에 편썰은 생강을 넣어 만든 거예요.
저는 피클의 단촛물을 새콤달콤한 음식에 자주 사용합니다. 어차피 피클을 다 먹고 나면 단촛물은 버리잖아요. 다시 끓여서 사용하시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는 잘 안되더라구요. 대신에 오이 냉국, 초무침 등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단촛물에 식초, 설탕, 소금이 이미 들어가 있는 데다가, 생강과 무의 시원함까지 배여 있어서 맛깔스러움을 더해준답니다.
동치미 육수가 절반정도 녹으면 볼에 담고 무 생강 피클의 국물을 넣어주면 끝입니다. 추가로 넣어주는 것은 겨자일 뿐!ㅎㅎ
이미 간이 되어있는 단촛물이기에 간을 맞출 필요도 없어요. 동치미 육수와 쿵짝이 잘 맞는답니다. 이렇게 되면, 제가 사랑하는 냉면 육수의 양이 넉넉해집니다. 살얼음이 녹기 전에 후다닥 남은 과정을 해치워야 합니다.
비법 3. 사리 삶는 시간은 1분 이내!
냉면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면의 쫄깃함이라고 생각해요. 시원한 육수와 함께 쫄깃쫄깃한 면발이 씹히는 식감은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줍니다. 이러한 냉면의 매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면 삶는 시간이 중요하겠지요? 시판용 냉면사리 조리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분을 넘기면 냉면사리의 탱탱한 매력은 한순간에 사라져요ㅠ
시원한 냉면 육수에 면발이 뚝뚝 끊어지고 씹히는 식감이 없는 냉면사리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 ;;
팔팔 끓어 오른 물에 냉면 사리를 잘 풀어서 넣어주신 후, 젓가락으로 5번 정도 휘저어 주신 후 얼음물에 바로 투하하시면 됩니다. 30초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불안하시나요? 그럼 딱 1분만 지켜주세요!
이렇게 물냉면을 완성했습니다. 동치미 시판육수에 무피클의 단촛물 섞어 그릇에 담은 후, 30초만 삶은 탱글탱글한 냉면사리를 넣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채 썬 오이, 무생강피클, 칠면조 햄, 찐단걀, 텃밭에서 갓 따온 토마토를 얹었습니다. 집에서 편하게 드시면서, 음식점의 냉면과 흡사한 퀄리티를 맛볼 수 있습니다.ㅎㅎㅎ
시판 냉면이어도 나쁘지 않지요? ㅎㅎ 비법같지 않은 비법이지만, 이 3가지의 비법이 시판냉면의 질을 끌어올려 준다는 사실! 이왕 먹는 것, 맛있게 기분 좋게 먹자! 가 제 요리 신조이거든요ㅎㅎㅎ
저는 겨자를 좋아하지 않아서, 통깨만 뿌려 먹었습니다. 식초의 신맛과 입에서 씹혀지는 통깨의 고소함이 제법 잘 어울려요^^
물냉만 먹다 보면, 비냉이 질투합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과 박빙인 수준의 딜레마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 고민하는 데 시간 낭비하기엔 아깝습니다. 비냉~ 콜!입니다^^
텃밭에서 나온 토마토와 깻잎입니다. 작은 텃밭의 채소가 저희 집 식단을 더욱 풍성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네요. 시판용 채소처럼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지만, 그런 모습들이 더 정겹습니다.
비법 4. 고명의 다양함
집에서 하는 요리의 장점 중 하나가 융통성인데요. 식당 요리는 모양과 재료가 거기에서 거기잖아요. 하지만 집에서 하는 요리는 그야말로 요리사 마음입니다.
냉장고 안의 채소도 정리할 겸, 그리고 늘 먹던 패턴이 아닌 새로운 맛을 느낄 겸 비냉의 사리 패턴을 다르게 하곤 합니다.
오늘의 비빔냉면에 들어갈 사리들입니다. 냉장고와 텃밭에 있는 것들을 다 모아봤네요. 저는 비냉에는 삶은 달걀보다는 지단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물냉은 달걀노른자를 살살 풀어가며 먹어야 맛있지만, 비냉의 삶은 달걀은 왠지 따로 국밥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보이시나요? 여기에도 어김없이 햄이 들어갑니다^^ 이번 햄은 메이플햄으로 거의 수육과 버금가는 고급진 햄입니다ㅎㅎ메이플햄, 채썬 오이, 깻잎, 4색 파프리카, 달걀 지단, 토마토를 준비했어요. 쑥갓이나 깻잎 등 향긋한 채소도 비냉에 잘 어울립니다.
비냉에 복숭아나 사과를 채썰어 넣어도 대개 맛있습니다만, 제 일감 덜어주려고 그랬는지 냉장고에 과일이 하나도 없네요^^;;;
비법 5. 초간단 양념장
양념장입니다. 저는 항상 초고추장을 만들어놓는데요. 거기에 레몬즙, 고춧가루, 통깨만 더해서 양념장을 만듭니다. 만들어놓은 초고추장이 없다면, 시판 초고추장이나 시판냉면에 이미 포함된 양념소스에 집에 있는 양념들을 조금씩만 더해도, 맛깔스러운 집요리가 됩니다.
비법 6. 김보다는 김자반
짜잔~^^ 비냉도 완성입니다. 냉면사리와 양념장이 다양한 냉면사리 때문에 꽁꽁 숨바꼭질하고 있네요ㅎㅎ 준비한 냉면사리를 넣고, 맨 마지막으로 서양마트에서 발견한!!!>.< 김자반까지 넣었습니다. 김을 잘라 넣는 것보다 김자반을 넣는 것이 더 맛있더라구요^^ 바삭한 식감도 좋고, 김과 달리 달달한 맛도 있어서 비냉과 잘 어울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위질하지 않아서 좋고, 입안에 덜 달라붙어 좋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쫄면에도 김자반을 넣어 먹습니다.
비법 7. 비냉에도 국물이?
이게 끝이냐구요?ㅎㅎ 아니요~ 비비실 때 위에서 보여드린 무생강피클의 단촛물을 5숟가락 정도 넣습니다. 그러면 면이 잘 비벼질 뿐만 아니라, 먹는 내내 면이 마르지 않고 촉촉하면서도 탱글탱글함을 유지한답니다.
어때요?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활용한 것뿐인데, 시판냉면의 단순함을 버렸고, 맛과 건강을 얻었습니다.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니니, 한번 시도해보셔서 여러분에게도 성공적인 시판냉면 레시피가 되었으면 좋겠네요^0^
남북고위접촉이 해결점을 찾지 못해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왜 합의를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ㅠ) 단 한 분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 군인들 감사합니다.
'요리쿡 조리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네디언 손님초대요리와 양식 테이블 세팅법 (15) | 2015.09.03 |
---|---|
캐나다에서 키운 한국채소 활용법 텃밭채소요리 (19) | 2015.08.26 |
5분이면 끝! 초간단 젤리 만들기로 손님 초대상 파티 분위기 UP! (9) | 2015.08.15 |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LA갈비 양념 비법 & 핏물 빼기 노하우 소개 (24) | 2015.08.08 |
시부모님을 위한 아침 상차림 5~8주차 (12) | 201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