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을 위한 아침 상차림 5~8주차

부모님과 함께 한 두달째 아침 식사입니다. 한 달이 넘어서니, 한국음식을 더욱더 그리워하십니다. 알지요, 그 마음.... 타지에서 8년째 사는 저는 더 그러니까요. 저는 식탐이 있지도 않고, 과식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체중관리를 위해 운동도 가끔 하지만, 음식을 조절해서 10년 넘게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사는 년수가 더해질수록 식탐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한국 음식에 대한 집착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향수병이 짙어져 마음이 울적해질 때마다 바로 항공권을 끊고 한국을 갈 수도 없는 일...그렇다보니, 한국음식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오타와에는 한국음식점이 여섯 곳 정도 있습니다. 물론 입맛에 맞으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제 입맛에는 도저히 맞지 않아 몇 번씩 다녀보곤 더는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음식을 제 손으로 해서 먹는 방법 외엔 없더라구요. 한국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라, 한국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퓨전 한국음식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감사가 됩니다. 한국 음식재료를 구할 수 없는 곳에 사는 이민자도 많이 계시니까요. 재료도 실력도 부족하지만, 한국 음식을 흉내 내서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가 되며, 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번째 달은 딸의 여름방학도 시작되어서, 여행을 자주 가다보니, 불가피하게 서양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토론토나 벤쿠버,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 이외에는 한국식당을 찾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집에서는 최대한 한국음식을 해드리려고 노력했네요.

 

단출하지만, 여행일정을 제외하고 차려드린 시부모님을 위한 아침을 올려 봅니다.

 


여행 다녀온 늦은 밤, 속이 느글거린다고 힘들어하셨네요. 아무리 잘 먹어도 서양 음식 먹고 난 이후의 느글거림은 김치나 고추장 같은 것을 먹지 않으면 해갈이 되지 않는 것을 잘 알지요. 더군다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지라, 차를 오래 타서 더 그러셨을 거라 생각되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는 다른 날보다 1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비빔밥 준비해 보았습니다.

 

우선 무생채를 만들 무를 채를 썰어 소금에 절이는 것으로 시작해, 콩나물 무치고, 호박나물 볶고, 달걀 단을 흰자와 노른자로 나눠 만들었습니다. 절인 무를 짜서 새콤달콤 무생채를 만든 후, 다진 고기를 매운 고추와 적양파를 볶아서 재료준비를 끝냈네요.

 

실은 아침에 비빔밥을 해보기는 저도 처음이긴 하네요^^ 저 역시 느글거림에서 헤매고 있던 차라, 함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멸치무침배추김치, 블루베리 케이크체리도 함께 곁들여 차렸습니다.

 

간식으로 드린 과일 모둠입니다. 체리, 멜론, 파인애플, 망고, 복숭아입니다. 어머님께서 체리를 매우 좋아하셔서, 저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에 냉장고에서 체리가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두 달동안 체리만 거의 200달러 정도는 산 것 같네요ㅎㅎ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시는 청국장입니다. 솔직함은 포기하셨는지, 매번 맛있다고만 하시는데, 청국장만큼은 특별하게 엄지까지 척! 올려주셨습니다

네이버 서로이웃 블로그에서 본 새우 시금치 갈릭 버터 볶음도 따라 해 보았습니다. 맛이 깔끔해 아침상 사이드 메뉴로 먹기에 좋더라구요. 무생채비트무피클, 체리도 함께 차렸습니다.

 

비트무피클에 대한 레시피가 궁금하시다면, 이전글을 참조하세요^^

 

시금치 두 단을 사 와서 전날에는 시금치를 새우와 함께 볶아서 먹었고, 다음날에는 나물로 무쳐서 참치 쌈장 덮밥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참치, 호박, 양파, 버섯에 매운 양념을 넣어 조린 참치쌈장과 시금치 나물은 색감뿐만 아니라, 맛과 향에서 최고의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요. 

무생채, 멸치무침, 웨지감자 오븐 구이, 체리, 복숭아와 함께 차렸습니다. 

 

이날 아침은 서양식으로 차려 드렸습니다. 새싹 채소, 달걀, 치즈와 함께 만든 칠면조 햄 샌드위치, 홈메이드 토마토소스를 얹힌 새우 오이 핑거푸드,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연어말이를 준비했습니다.

늘 드시는 체리멜론도 역시 한쪽을 차지하고 있구요, 빨간색 음료로 보이는 것은 주스가 아닌, 로즈베리 젤리입니다. 식후에 간식과 함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냉커피즐겨 드시는데, 오늘은 서양식이라서 냉커피도 미리 만들어 아침상 음료로 드렸네요. 

 

눈이 시원해지는 여름날 참치 채소 비빔밥입니다. 그릇에 새싹 채소와 밥을 담은 후, 참치, 파프리카, 채를 썬 오이를 올리면 끝! 재료도 방법도 간단한데, 맛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부대찌개의 라면 수프나 백종원 레시피의 설탕처럼,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초고추장이 있기 때문이죠ㅎㅎ

노란색 가루는 삶은 달걀을 체에 내려서 가루로 만들어 뿌렸습니다. 왜냐구요? 아버님께서 삶은 달걀을 잘 안 드시거든요^^;; 그래서 가루로 만들어서 뿌려 드렸는데, 달걀인 줄 아셨을까요?^^;; 모른 척 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삶은 노른자가 들어간 비빔밥 한 그릇 다 드셨습니다. 비트 무피클, 체리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전날 밤 중복이었습니다. 삼계탕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네요. 먹기 전에 미리 덜어낸 닭고기와 육수로, 다음날 닭죽을 만들었습니다. 호박, 당근, 버섯, 대추 등을 넣고 현미 찹쌀밥과 함께 끓였네요. 아침에 죽을 먹으니, 속이 편하면서도 든든해 좋더라구요^^ 무생채, 방울 토마토, 멜론, 요거트, 미니 타르트 에스프레소, 냉녹차를 함께 곁들여 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셔서, 새우 김치 콩나물국을 끓여보았습니다. 참치채소전, 갓김치, 방울토마토, 멜론, 냉녹차를 드렸네요. 사이드 메뉴를 더 차려드리고 싶어도, 아침에는 국만 입맛에 당기시는지 밑반찬은 잘 안 드셔서 가짓수가 줄어들 때도 종종 있네요^^;;

 

 

여행이나 박물관 관람을 하지 않는 날은 아침 식사 후 냉커피와 함께 간식을 드립니다. 그리고 전날밤 방영된 한국 뉴스를 찾아서 보여드리면 대개 반가워하시네요. 계시는 동안 한국 뉴스는 빠지지 않고 보셨네요. 이번 여름에 유행한 메르스로 한국의 돌아가는 상황에 마음에 더 쓰이셨나 보더라구요.

어머님은 팝콘과 견과류를 좋아하시고, 아버님은 초콜릿, 사탕, 젤리 등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셔서 골고루 챙겨드리고 있어요. 시카고에서 유명한 가렛 팝콘과 맛이 거의 똑같은 PC 시카고 캐러멜 & 치즈 팝콘을 드렸더니, 정말 즐겨 드시더라구요^^

 

닭가슴살 오븐구이, 쇠고기 쌀국수 볶음배추김치깍두기, 무생채, 비트무피클, 오이사과무침, 김과 맛간장으로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아침에 늘 김을 드신다고 하시더라구요. 한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다니 - -;; 그래서 어머님께서 사오신 김을 기름과 소금으로 양념해 미니오븐에서 살짝 구워 드렸습니다.    

 

김치제윢볶음 덮밥입니다. 제육볶음이 빨간색이라서, 달걀 지단과 호박나물로 데코를 했습니다. 함께 하는 밑반찬으로는 멸치고추장무침콩나물, 적채 파인애플 샐러드, 배추김치, 무생채, 깍두기를 준비했습니다. 디저트로 애플 캐러멜 파이를 준비했네요.

어머님께서 김치제육볶음을 좋아하시더라구요. 어머님께서는 제육볶음 하실 때 물기 없이 센 불에서 재빠르게 볶아 하시는 편이시라는데, 저는 김치국물을 넣어서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김치제육볶음을 해서 밥에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어머님께서 제가 만든 스타일의 제육볶음도 마음에 드신다고, 한국에 가시면 해보신다고 하시네요. 며느리 기 살려주느라 그러신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국물이 있다보니, 밥을 씹기가 더 편해서 그러신 것 같기도 합니다^^

 

전날 밤 과식하셔서 속이 조금 불편하다고 하시길래, 유산균과 소화제를 챙겨드렸던 것이 기억나서, 아침에는 국 대신에 누룽지를 끓여 드렸습니다. 오븐에 잡곡밥을 30여 분 동안 구워 노릇노릇하게 만든 후, 냄비에 20분간 푹 끓였습니다. 엄마가 아침 안 먹는 저를 위해, 매일 아침 밥을 눌려 누룽지를 끓여서 쟁반에 담아, 제가 먹든 안 먹든 나갈 준비하고 있는 제 옆에 항상 두고 나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일상처럼 반복되는 일이라 잘 몰랐는데, 캐나다에서 가끔 속이 불편하거나 아파서 혼자서 누룽지를 만들어 끓일 때면, 엄마 생각에 마음이 갑자기 울컥해지곤 하네요. 오이 사과 고추장 무침, 호박전, 해물전, 두부전, 새우 샐러드, 무생채, 블루베리 로즈베리 젤리도 함께 드렸습니다.

 

메이플 햄 샌드위치, 요거트, 팀홀튼 도넛, 체리오렌지, 냉커피 이렇게 심플한 아침을 차려 드렸습니다. 오랜만에 드시니, 맛있다고 좋아하셨네요. 서양식 음식은 역시 오랜만에 먹어야 맛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청국장을 다시 끓였습니다. 이주일에 한 번씩은 끓이는 단골 메뉴가 되었네요.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각각 데쳐서 깻잎나물쑥갓나물로 무쳤습니다. 데치고 무치고 먹는 동안 내내 한국 채소의 향이 정말 좋아서, "아~ 향긋해!" 이 말이 자꾸 나왔던 것 같아요. 친정 엄마가 각종 나물을 맛깔스럽게 잘 무치셔서, 나물을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한국의 각종 진미요리보다 엄마표 나물이 제일 그립습니다.

 

잡채가 주 메뉴고, 미역 초고추장 무침, 새싹 채소 겉절이, 콩나물, 배추김치, 그리고 언제나 아침상에 오르는 체리가 이날의 아침상이 되었습니다.

 

매운 쇠고기 청경채 국스테이크가 오늘의 아침상 메뉴입니다. 쇠고기를 아침에 먹어주면 한동안 속이 든든해서 장시간 외출할 때 좋습니다. 이 날 박물관 관람으로 외출할 예정이어서, 아침상 메뉴에 쇠고기 스테이크를 올려 보았네요. 김치와 깍두기, 체리는 아침상마다 따라오는 기본메뉴입니다.

 

집에서 스테이크 요리하기 주저되신다면, 저의 이전글을 참조하세요^^

 

이날의 상차림 메뉴는 잔새우를 넣고 끓인 배추 된장국, 아스파라거스스모크 베이컨, 블루베리 미니 파이, 로즈베리 냉차, 배추김치, 체리입니다. 어머님께서 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셔서 자주 사는 채소가 되었답니다.

 

아스파라거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나요? 이전글을 참조하세요.

 

시부모님께 한국 입국 전에 마지막으로 차려드린 아침상입니다. LA갈비, 스테이크, 소시지구이베리 그린 샐러드브로콜리참깨 초밥, 체리, 로즈베리 냉차로 준비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요란하지도 않고, 가짓수가 많은 것도 아닌 아침상입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맛있고 다양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또 만든 음식을 최대한 예쁘게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선물을 받는 것도 기쁘지만, 선물을 주는 기쁨도 그와 못지않게 큰 것 같아요. 선물 받을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선물 포장이나 카드 메시지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무더운 여름날이다 보니, 뜨거운 조리 열기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요리할 의욕이 사라지기 쉬운데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요리하면, 요리하는 사람도, 그 요리를 먹는 사람도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무더운 여름날, 건강한 음식으로 무더위 잘 이겨내시기를 바라봅니다. 오늘이 벌써 7월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 마무리 잘하시구요, 8월에도 각자의 삶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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