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리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코닝 유리 박물관

미국 뉴욕주 코닝 명소-코닝 유리 박물관(Corning Museum of Glass)

뉴욕주 이타카(Ithaca, NY) 여행을 마치고 주변 명소를 찾아보다가 근교 도시인 코닝(Corning)에 유명한 유리 박물관이 있다고 하여 다녀왔어요. 인구 1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에 명소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압도적인 규모와 유리에 대한 깊은 역사에 전시관을 돌면서 감탄이 연이어 나왔네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을 많이 느꼈던 유리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코닝 유리 박물관(Corning Museum of Glass)

코닝 명소입니다

코닝 유리 박물관(Corning Museum of Glass)은 1951년 코닝 유리 공장(Corning Glass Works)에서 시작하여 4,500가지 이상의 유리 물품을 통해 유리의 역사, 예술, 과학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에요.

박물관 로비입니다

입구에 미국 출신 Dale Chihuly의 'Fern Green Tower, 1999' 작품인 4.7m의 유리 식물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티켓은 세금 별도 $19.50(약 2.5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가 정말 많으며 연일 2일 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박물관 규모가 꽤 컸지만 사람들이 정말 많아 어딜 가나 북적거리더라구요.

현대유리예술 작품 전시관 (Contemporary Art + Design)

친환경 그린빌딩입니다

현대미술 전시관은 로비와 바로 연결돼 있어요. 흰색과 곡선으로 이뤄진 벽과 900개 이상의 채광창, 소라(Soraa) LED 조명으로 건축된 곳으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 LEED 인증을 받은 건물이에요. 사진 속의 작품은 미국 출신 Ann Gardner의 'Fog, 2007'입니다.

현대미술입니다

눈부시게 하얀 벽과 화사한 자연광 및 LED 조명은 유리의 화려한 색감과 모양을 돋보이게 해줬어요.

유리로 만든 현대미술 작품들

일본 논밭 새쫓기 도구가 유리로 재탄생하다

일본 까마귀입니다

새가 공중에 매달렸.... 묘한 공포감에 무슨 작품인지 살펴봤어요. 미국 출신 Michael Roger의 '13 Crows, 2002' 작품으로, 예술가가 일본에 사는 동안 들판에 매달린 까마귀를 보고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농촌의 허수아비처럼 일본에서는 까마귀를 매달아 걸어 다른 까마귀를 오지 못하게 막아 농작물을 보호했다고 해요. 유리로 까마귀 모형을 만들고 일본 신문으로 몸통을 감싼 작품이에요.

재활용 유리잔으로 나무를 만들다

나무입니다

3개의 대형 선반에 유리잔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으로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다가가 보았어요. 캐나다 출신 Katherine Gray의 'Forest Glass, 2009' 작품으로, 유럽의 중세 시대에 만든 녹색 및 갈색 유리잔으로 숲속의 나무 3그루를 표현한 모습이에요. 유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 용광로에서 나무를 태우는 것을 역으로 표현하여 버려진 유리잔을 재활용하여 유리 나무를 만든 작품이에요. 쓰레기 재활용 가장 잘하는 나라 TOP 20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유행 지난 유리 제품으로 정원을 만들다

정원입니다

미국 출신 Amber Cowan의 'Garden of the Forgotten and Extinct, 2014' 작품으로, 1940~198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유리 제품을 벼룩시장, 중고가게, 이베이 등에서 수집하여 깨거나 열을 가해 새로운 모형으로 만들어 하나로 완성한 작품이에요. 오래된 유리 제품들이 신문물로 인하여 빠르게 잊히듯이 오래된 미국 유리 제품으로 '잊히고 멸종된 정원'을 만들었어요. 작품 안에 한 쌍의 양, 사자, 낙타, 백조가 숨겨져 있다고 하니 숨은그림찾기놀이를 해도 좋을 작품인 듯해요ㅎㅎㅎㅎ

상상을 현실로 만들다

타이어입니다

미국 출신 Robert Rauschenberg의 'Tire, 2005' 작품이에요. Robert Rauschenberg는 일상용품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예술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매번 실천하는 예술가였는데요. 어느 날 유리로 타이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리 제조인과 함께 그의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겨 예술로 완성한 작품이에요. 세속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타이어 공장이나 가게 앞에 설치해두면 광고 효과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ㅎㅎㅎ

유리 산업의 쇠퇴를 신랄하게 비판하다

샹들리에입니다

작품 제목이 '썩은 고기'로 온통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이 작품은 스페인 출신 Javier Perez가 이탈리아에서 만든 'Carrion, 2011'입니다. 수 세기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 모라나 섬의 유리 산업이 쇠퇴하는 모습을 피로 물든 썩은 고기(붉고 깨진 샹들리에)를 먹은 까마귀(부패된 먹이를 먹는 기회주의 조류)로 표현한 모습이에요. 심오하다 못해 신랄한 비판까지 느껴지는 작품이었네요--;

사시나무 떨듯이....

사시나무입니다

미국 출신 Peter Drobny의 'Aspen Glade, 2007'입니다. 'Aspen'은 사시나무를 가리키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몹시 춥거나 공포 또는 흥분할 시 몸이 떠는 모양을 '사시나무 떨듯'이라고 표현을 해 친숙한 나무이지요. 유리로 나무의 형태와 질감을 그럴싸하게 표현하여 놀라웠어요.

베네치아 석호의 함대가 출몰하다

함대입니다

화려한 색감을 지닌 물체의 공중 설치로 눈에 확 들어왔던 이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 Lino Tagliapietra의 'Endeavor, 2004'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의 연례 축제 센사 축제(Festa della Sensa) 중 베네치아 석호에 모인 화려하게 장식된 기다란 배의 무리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베니스 문화에 아프리카 문화가 스며들다

베니스 문화입니다

온통 흰색으로 이뤄진 공간에 천장에 매달린 검은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왔어요. 미국 출신 Fred Wilson의 'To Die Upon a Kiss, 2011' 작품으로, 유리 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 섬에서 만들었는데요. Fred Wilson는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면서 베니스 문화에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이 많은 공헌을 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샹들리에를 베네치아 스타일로 만든 후, 투명한 유리에서 흑색 광택을 보이도록 샹들리에를 만들어 베니스 문화에 깃든 아프리카 문화의 공헌을 표현했어요.

악명 높은 독재 정권에 국민이 희생당하다

아르헨티나 역사입니다

천장에 유리칼 수십 개가 ㅎㄷㄷㄷ! 그 칼 아래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주택들이 있어 더욱더 놀라웠는데요. 아르헨티나 출신 Silvia Levenson의 'It's Raining Knives, 1996-2004' 작품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 초반까지 3만 명 이상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살해나 실종으로 사라지게 했던 악명 높은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Jorge Rafael Videla) 군부 독재정권 동안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겪은 경험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우리는 자신의 집을 안전하고 느끼고 안심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결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작품 소개가 안타까웠고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 및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 사건 또한 반영되었던 순간이었어요. 초등학교 저희 딸이 작품에 충격을 받았는지 자꾸 물어봐서 설명해줬지만, 인간의 잔인함에 어떠한 공감도 얻지 못한 모습이었어요.

육체에 영혼이 깃들다

영혼입니다

저......만 헛것이 보인 것은 아니겠지요?^^;; 미국 출신 Christina Bothwell의 'While You Are Sleeping, 2007'입니다. 사람의 육체와 영혼을 세라믹과 유리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에요. 유리의 성질을 잘 활용한 작품 같아요.

녹턴 유리 조각상 밤을 표현하다

녹턴입니다

미술관에서 늘 보는 석고, 나무, 돌 등으로 만든 조각상이 아닌 유리로 만든 조각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새롭게 보였던 작품이었어요. 밤(night)을 표현하는 미국 출신 Karen LaMonte의 'Nocturne 5, 2015' 작품으로 19세기 피아노 연주곡 녹턴과 19세기 유럽에서 활약했던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의 녹턴 그림(오른쪽 사진)에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세계 도시의 인구 변화를 표현하다

도시 인구입니다

미국 출신 Norwood Viviano의 'Global Cities, 2015'입니다. 전 세계 33개 세계 도시의 인구 변화를 유리 물체의 형태로 표현한 작품이에요. 각 도시의 인구 통계와 역사의 밀접성을 짐작할 수 있을 법한 작품이었습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세계 대도시 TOP 30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유리를 물감처럼 사용하다

유리 그림입니다

유리로 그림을?!!! 현대미술 전시관의 복도 벽면에 걸린 그림이길래 무심코 스쳐 지나갔는데 나중에 작품 소개를 읽어 보니 유리로 만든 그림이었어요. 독일 출신 Choreographed Geometry의 'The Portland Panels, 2007'의 작품으로, 물감으로 색깔을 조합하여 원하는 곳에 색칠하는 그림과 달리 유리로 만든 그림은 과정이 정말 복잡했는데요. 색이 들어간 유리 시트를 층으로 쌓아 뜨거운 가마에서 융합시켜 냉각한 후 원하는 크기로 절단하여 추상적인 패턴으로 조립합니다. 조립한 패턴을 뜨거운 가마에서 다시 융합시키고 냉각한 후 원하는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표면을 갈아내는 연삭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고 해요.

유리구슬로 밧줄을 엮다

밧줄입니다

밧줄이 유리 전시관에 왜 있어--;; 라며 의뭉스러웠는데, 자세히 보니 유리구슬로 만든 밧줄이었어요! 미국 출신 Liza Lou의 'Continuous Mile, 2006-2008'입니다. Liza Lou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졸루족 여성들과 함께 1년 이상 공을 들여 만든 작품으로, 450만 개 이상의 검은 유리구슬로 1마일(1,609m) 길이의 로프를 만든 후 코일 형태로 쌓아 올린 모형이에요. 예술가는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가장 느리게 만든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무엇이든 '빠름'을 강조하는 현대시대에 작은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그 외 다양한 작품들

현대 유리 예술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 위주로 소개를 해봤는데요. 이외에도 작품들이 정말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머물렀던 것 같아요.

기계로 대량생산하는 유리 제품만 보다가 유리예술품들을 접하고 나니 유리로 만들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에게 없는 예술가의 독특한 세계관과 창의적인 표현능력에 자극받는 느낌이 좋아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꿋꿋하게 미술관 관람을 즐겨 하는 저로서는 다른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유리 소재의 현대미술작품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너무나도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이외에도 유리의 역사와 과학, 유리 생산 과정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통해 문화 체험뿐만 아니라 지식도 풍부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질적·양적으로 반나절 이상 또는 온종일 관람하기에 좋은 박물관이더라구요. 코닝 유리 박물관의 다른 전시관은 조만간 다시 소개할게요. 오늘도 반짝반짝한 하루 보내시길요^^

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