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에, 여행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동차 극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집까지 가려면 3시간을 운전해야 하는데 '자동차 극장'에 관한 호기심에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예정보다 늦은 도착을 감수하고 다녀왔습니다. 캐나다 하늘 아래서 본 영화 감상, 그 매력을 들여다볼까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극장, 북미에서는 Drive-in Theater이라고 부릅니다. 인구 5천 명도 채 되지 않은 작은 소도시의 다운타운에서 살짝 벗어나니 가로등도 없는 허허벌판만 계속 나와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자동차 극장이 보였어요. 차에 탄 채 오래된 버스를 활용한 매표소에서 표를 샀어요. 요금은 어른은 11달러(11,000원), 아이는 5달러(5,000원), 밤새 보는 것은 12달러로 영화관보다 조금 저렴했어요.
자동차 극장의 과거와 현재
자동차에 탄 채로 영화를 보는 Drive-in Theater는 1933년 미국 뉴저지(New Jersey) 주에 있는 항구 도시 캠든(Camden)에서 동물 탐험가 리처드가 몸이 커서 영화관 좌석을 불편해하는 가족을 위해 두 나무에 흰 천을 매달아 영상을 쏘아 자동차 안에서 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어요. 곧 특허를 획득하여 자동차 극장 사업이 시작됐지만, 큰 수익을 내지 못한 채 3년 후 뉴저지 영화관에 소유권을 넘기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1980년대 사이에 일종의 레저 문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1970년대 비디오 플레이어, 1980년대 부동산 상승과 함께 이후 실내 영화관의 최신식 설비 창작, 케이블 TV, 인터넷 등으로 관객이 분산되면서 수 천 개였던 자동차 극장이 점점 줄어 현재 미국에는 400여 개가 있다고 해요. 그래도 국내외 전체 영화 스크린의 1.5%, 국내 영화 스크린의 25%나 차지한다고 하니 그 비율이 적지는 않네요.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엑스포(Expo) 야외극장에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가, 현재는 마찬가지로 줄어들어 현재는 약 20여 곳이 있습니다. 을숙도의 명물이자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던 부산의 유일한 자동차 극장 <부산 시네마>도 이번 달(2016년 8월)에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안으로 들어서니, 대형 스크린 2개가 세워져 있어, 저희가 볼 영화 스크린 앞에 주차했어요. 저희가 본 영화는 디즈니 실사 영화 <Pete's Dragon, 피터와 드래곤>으로, 1977년에 공개된 <Pete's Dragon>의 실사 및 애니메이션 영화를 40년 만에 리메이크한 영화였습니다. 현재 북미 영화관에서도 상영 중입니다.
북미 자동차 극장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지만, 북미에서는 가족 단위로 더 많이 찾기 때문에 놀이터와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된 곳이 많아요.
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놀 수 있는 작은 유아 놀이터도 있었어요.
매점도 있었어요. 캐나다는 한여름이어도 열대야 현상이 거의 없고 밤에는 약간 쌀쌀한 기운이 돌기에 저희 부부는 따스한 커피를 주문했어요. 또, 영화 감사의 필수 간식인 팝콘도 챙겼습니다.^^
트럭 중에서 뒷부분이 오픈된 소형 트럭을 Pickup truck이라고 하는데요. 무릎담요와 쿠션까지 챙겨와 트럭 뒷부분에 자리를 잡으니, 정말 낭만과 실용성을 다 챙긴 모습이더라고요. 밴 트렁크 문을 위로 올리고, 트렁크에 앉아 보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붉은 노을이 사라지고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갔어요.
저희 딸은 이동형 해먹 위에서 누워 집에서 보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누렸네요. 이외에도 야외 접이식 의자와 소형 라디오를 챙겨와 차 밖에서 보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소리를 듣기 위해 FM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췄어요. 실내 영화관처럼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아날로그 느낌이 들어 더 운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내용은 사진에 담지 않았네요.^^
저희 쪽 스크린 주변에는 밝다 못해 눈부신 달빛과 수많은 별빛들이 영화 스크린과 함께 깜깜한 시골 하늘을 밝혀주고 있었어요. 달빛이 너무 밝아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자꾸 눈길이 갈 정도였는데요. 가로등 불빛이었다면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만, 달빛 아래에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도리어 낭만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1달러만 더 내면 2개의 스크린에서 동시 상영하는 여러 편의 영화를 모두 감상할 수 있었지만, 저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3시간 운전을 앞둔 상황이라 한 편의 영화만 보고 나왔네요. 휴양지에 있는 자동차 극장이다 보니, 주변 캠핑장에 묵은 야영객들이 많이 온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도 가보지 않았던 자동차 극장을 캐나다에서 경험해서 더욱더 특별한 경험이 되었네요. 앞으로 점점 줄어들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그전에 가족의 추억으로 담을 수 있어 좋았어요. 특별한 추억을 위해 오랜만에 자동차 극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북미 자동차 극장의 유래와 캐나다에서의 실제 모습을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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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자동차 극장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곳도 몇군데가 있는데 최근은 가보진 않았습니다
예전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다고,,ㅎ
편안한일요일 오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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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낭만이 넘치는 경험을 하셨네요.
자동차극장엔 한번도 못가봤어요... 여기는 거의 커플단위로 가기 때문에.. ㅠ
그보다 자연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개념이 더 와닿고 있어서...
엄청 좋았을 것 같아요. ^^
달빛 아래 영화관람이라니~~~ ㅎㅎ -
우리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정말 낭만 적인 것같아요.. 캐나다에서 사는 것이 어쩌면 축복인것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정보와 다양한 포스팅 부탁드려요.볼때마다 힐링되고 재미있어요.기대하고 있어요. -
자동차 극장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
한국에도 있는 걸로 아는데.... 한국은 가족단위은 없고... 연인들만 있는.. ㅋㅋㅋㅋ -
한국에선 경험하기 힘든것들을 올리시니
블리스님 블로그는 인기가 좋은것같아요.
그리고 중간광고도 설치하셨네요
좋은결과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제 블로그 방문하셨길래 답방왔습니다.
제 블로그는 아직 업뎃을 안했어요
오늘은 쓸거리를 못발견했어요 ㅋㅋ -
가끔 자동차 극장 좋지요.
뭔가 프라이버시하고 편리한 느낌
다른 이들 상관없이 누워서 보고 바로 차로 돌아가니 더욱 좋고요. -
한국에서도 자동차극장을 한번도 가 본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글을 볼때마다 가볼까, 가야지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네요~
언젠가는 해 볼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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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네는 무조건 2편을 봐야 합니다. 저도 와이프랑 딱 한번 다녀왔는데요. 개인적으로 극장보다는 괜찮은거 같아요. 캐나다 극장은..아무래도 시설이 한국보다..흠...이상입니다. 올해도 갈려고 하다가 아쉽게도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가질 못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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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정말 좋네요. 저도 예전엔 한 번씩 데이트 코스로 갔었는데, 요즘은 많이 없어졌더라구요. 아무튼 어딜 가든 아이들 먼저 생각하는 캐나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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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자동차 극장에는 한번도 가본 적 없는데 말씀하신대로 별빛과 함께 하는 영화감상이라면 안 가볼 이유가 없겠네요.
행복한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 블리스님 별빛처럼 늘 블링블링하시길~~~ -
bliss님 오랜만에 왔어요. 딸아이가 개학을 하니 정신 없이 바빴어요.
자동차 극장에 놀이터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네요. 저희는 아직 자동차극장을 가본 적이 없네요. 아이 방학이라 그냥 극장만 1반 다녀왔네요. 담에는 자동차극장에 도전해보아야겠어요. 꾸욱 누르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