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문화재에 인공호흡을 하다!

캐나다 24개 주요 도시에서 일 년에 딱 이틀 동안 각국의 대사관, 정부기관, 박물관 등 캐나다 주요 랜드마크를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Doors Open 행사가 있는데요. 제가 사는 오타와는 매년 6월 첫째 주말이 Doors Open Day이에요. 대중에게 공개하는 장소가 무려 100곳이 넘어, 올해는 어디로 갈지 가족과 함께 고르는 즐거움이 제법 있답니다. 오늘은 저희가 다녀왔던 장소 중 하나인 캐나다 보존회(Canada Conservation Institute, CCI)를 소개하고자 해요.


캐나다 문화재 보존회


캐나다 보존회의 입구 모습입니다. 명칭만 들어서는 어떤 곳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아, 가기 전에 찾아 보았는데요. 캐나다 유형 문화재의 보존을 촉진하기 위해 보존 과학 전문가들이 모여 문화유산의 손상을 복원하고 보존 처리하는 곳이었어요. 

직접 가보니 이층 규모의 건물로 건물의 너비가 커서 내부 규모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마스크


캐나다 첫 공포 영화의 캐릭터인 유령 마스크를 실리콘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실제와 가장 비슷한 형태로 복원하는 중이었어요. 딸이 보자마자 무섭다면서 멀찍이 떨어지더라고요. >.<


캐나다 첫 3D 공포 영화


Julian Roffman 감독의 <마스크, 지옥의 눈; The Mask, Eyes of Hell>는 1961년에 미국 뉴욕에서 첫 개봉한 캐나다 최초의 공포 장편 영화이자, 최초의 3D 장편 영화로 그 의미가 큰데요. 영화의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가 고대 부족의 유령 가면을 쓰게 되면서, 공포스러운 심령 세계를  탐험하게 되는 줄거리라고 해요.


캐나다 공포 영화


1961년에 개봉한 영화 필름을 2년에 걸쳐 복구해 2015년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 사진에서 보이는 유령 마스크를 제작해 대중에게 소개했다고 해요. 영화제 후, 일부 손상된 부분을 이곳에서 복원하고 있었어요. 영화의 소품인 마스크가 정부의 소유품이어서 복원 중이냐고 물으니, 캐나다 보존 협회에서는 국가 소유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되는 물품이라면 복원 및 보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해요.   


찢어진 드럼


일부가 찢어진 드럼을 복원하고 있었어요. 한지처럼 매우 얇은 종이를 덧대어서 찢어진 부분을 최대한 정밀하게 본을 따낸 후, 가장 유사한 재료를 찾아 틈을 메꿔준다고 해요. 하나의 작업을 위해 수많은 연구와 예행연습 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배 모형


작은 모형의 배를 복원하고 있었는데요. 일종의 샤머니즘으로, 안전한 운항을 기원하기 위해서 배 안에 같은 모양의 작은 배 모형을 만들어서 뒀다고 해요. 


에스키모 생활용품


캐나다 북부의 누나부트(Nunavut)에 사는 캐나다 에스키모족의 어느 한 가족이 이유 모를 몰살을 당했다고 하는데요. 북쪽의 추운 기온으로 인하여 15세기의 시신이 거의 썩지 않고 죽은 그 당시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해요. 족장이 시신과 시신이 입고 있던 옷은 가져가지 못하게 해, 그 가족이 살던 장소의 물품 등을 가져와서 연구하고, 망가진 부분은 복원하여 다시 되돌려주고 있다고 해요. 위 물건은 고래의 구강 부위 조직으로 만든 용기라고 합니다.    


깃털


캐나다 곳곳에서 보낸 깃털을 연구하는 모습이에요. 


새 깃털


색감이 매우 강렬해서인지 인조 깃털처럼 보여서 새 깃털이 맞냐고 물으니, 브라질에서 보낸 새의 깃털로 새의 종류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새 깃털의 정교한 조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고 해요. 저희 역시 현미경으로 깃털을 확대해서 볼 수 있었어요. 


나무 바구니


나무껍질로 만든 바구니의 파손 부분을 복원하는 모습이에요.


문화재 복원


파손 당한 부분과 가장 비슷한 재료를 찾기 위해서 수많은 나무껍질을 대보면서 비교한다고 해요. 


빨간 머리 앤 작가 소품


우리나라에서도 소설과 만화 영화로 잘 알려진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1908)을 쓴 캐나다 소설가 루시 로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가 가지고 있는 조각품인데요. 그녀의 3번째 소설 레드먼드의 앤(Anne of Island, 1915)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영화 소품으로 직접 사용했다고 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얼굴 부분이 망가져서 이곳에서 복원 중이더라고요.


참고로, 빨간 머리 앤 소설에서 나오는 에이번리 마을은 작가의 고향인 캐나다 동쪽 끝에 있는 프린스에드워드 섬(P.E.I)의 캐번디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2살 때부터 외조부 밑에서 자란 작가가 친척 할아버지의 농장인 그린 게이블스(Green Gables)를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빨간 머리 앤 소설을 썼다고 해요. 빨간 머리 앤이 살던 초록 지붕의 집, '그린 게이블스'는 현재 프린스에드워드 공원에 부속되어 있으며,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어 프린스에드워드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제 블로그 이웃인 SoulSky 님께서 빨간 머리 앤의 고향인 PEI에 사시면서, 캐나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풀어주고 계신대요. SoulSky 님께서 쓰신 빨간 머리 앤과 관련된 글은 여기 있습니다.^^


항아리 복원


오래전에 사용했던 항아리를 발견돼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는 과정이에요. 역사 자료를 기반으로 원래의 모형을 찾아낸 후, 깨진 조각을 그에 맞게 맞춰가고 있었어요. 


직물 유형 문화재


캐나다 보존원에 다루는 종류가 정말 다양했는데요. 직물로 된 문화재의 찢어지거나 해어진 부분을 복원하고 있었어요. 이를 위해서 매우 다양한 바늘과 다양한 재료를 찾아 제일 유사한 도구와 재료를 사용해야 되더라고요. 


그림 손상


그림이 보관 및 전시된 곳의 습도, 온도뿐만 아니라 액자에 넣거나 그림을 운반하는 동안에 작품이 손상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요. 그 이유를 찾거나 또는 미세한 부분은 복원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림 액자 틀


그림이 액자 안에 끼워져 있는 동안 액자 틀로 인하여 손상되기도 한다고 해요. 또는 나무로 만든 액자인 경우, 눈에 보이지 않은 벌레가 나무의 액자 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손상을 입힌다고 합니다.  


문화재 보존원


복원 작업을 위해서 엄청난 종류의 재료가 가는 곳마다 가득했어요. 전국 곳곳에서 손상된 유형 문화재의 분석 의뢰가 들어오면, 각종 과학 분석기를 조작해 문화재를 분석합니다. 분석 과정을 통해 문화재의 성분, 제작 연대, 제작 기술 및 산지 추정 등에 관한 연구가 먼저 선행된 후, 그에 맞는 복원·수리·보존 작업이 이뤄진다고 해요.


사진 출처 : canada.pch.gc.ca


캐나다 보존원에 다녀온 후, 본래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과정과 노력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희 가족은 박물관에 무척 자주 다니는데요.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유산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함으로 봐야겠네요.

 

일례로, 우리나라 국보 제1호인 서울 숭례문(남대문)이 2008년 2월에 방화사건으로 누각을 받치는 석축을 남긴 채 모두 붕괴했는데요. 2010년부터 3년간의 복구공사를 통해 2013년에 복구했었지요. 태조 5년, 1396년에 축조된 서울 도성의 정문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 한 사람의 방화로 한순간에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는 뉴스 장면을 봤을 때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이렇게 예기치 않은 사고와 재해, 또는 보관상의 문제로 후세에 전해질 소중한 문화유산이 손상이 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겠지요. 문화재 보존 전문가의 복원과 보존의 업무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오래도록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꼭 필요해 보였네요.


우리 개개인의 삶도 살아 있는 하나의 역사라고 봅니다. 인생의 역사가 되는 소중한 하루, 오늘도 멋지게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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