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보다 훨씬 다양한 표정과 풍부한 제스처로 대화를 한다는 것을 종종 느끼는데요. 상황에 적절한 제스처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더 확실하고 풍부하게 전달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북미인들이 평상시에 많이 쓰는 제스처(gesture: 손짓, 몸짓)는 무엇이 있으며,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한국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제일 많이 하는 포즈가 바로 '브이(V)'가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이드를 해주시던 캐나다 지인분이 사진을 찍어주신다는 말에 남편과 동시에 자동 브이질을 했더니, 무척 재미있는 사진 포즈라면서 웃으시더라구요.
손가락으로 만든 V가 북미에서는 '승리(victory) 혹은 평화(peace)'를 뜻합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 손가락 V가 윈스턴 처칠과 연합군 지도자에 의해 '승리'를 의미하는 대중적인 제스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에 미국의 히피 운동으로 '평화(peace)', '반전(anti war)'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제스처가 되었다고 하네요.
힙합을 듣다가, 지나가는 친구에게 "peace, man"하면서, 손가락 V를 보이시면 딱 좋은 제스처입니다.
검지 하나만 세운 이 제스처는 숫자 1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것도 아닙니다. 북미에서 검지 하나만 세운 상태에서 좌우로 흔드는 제스처는 'No(아니야)', 'It's not good(좋지 않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표현으로, "옳지 않아". "그건 안돼!"라고 말할 때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유리병을 가지고 논다면, "Don't touch it, sweetie. It's dangerous to you.(만지지 마라, 아가야, 위험해)"라고 말하면서, 검지를 자동차의 와이퍼처럼 좌우로 흔들어주면 하지 않았을 때보다 단호함이 더 느껴지겠지요?
검지와 중지를 꼬는듯한 이 제스처는 자신이 무언가를 바라는 것을 말할 때, 혹은 다른 사람에게 행운을 빌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Good Luck(행운을 빌어)', 'Hope everything turns out alright(모든 일이 다 잘 되길 바라)'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미신 같은 속설로는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할 때 상대방 몰래 이 동작을 하면,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된다(거짓말의 죄를 없앨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고 하네요.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구부렸다 폈다를 2회 정도 연달아 반복하는 이 제스처는 일명 '공기 따옴표(Air quotes)'라고 하는데요. 말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의 말을 인용할 때 주로 쓰입니다. 우리가 문장에서 인용문을 끼워 넣을 때 문장부호 큰따옴표(" ")를 사용하는 것처럼, 인용문을 이야기할 때 양손의 검지와 중지로 큰따옴표를 공기 중에서 표현하는 것이랍니다.
인용문을 표현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의 말 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사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겸손한 브이 혹은 하트(love)를 뜻하는 이 제스처는 북미에서 약간 다르게 쓰입니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로 V를 만든 후, 손가락이 맞닿는 부분을 두세 번 빠르게 교차하면 '돈(money)'을 뜻합니다. 마치 지폐를 세는 듯한 동작이지요.
OK 손동작을 아래로 향하게 해 동전 모양을 만들어 돈을 표현하는 한국의 제스처와 다른 방법이네요.
만약 친구와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다는 상황을 말하고 싶었다면, "I would like to go to the movies with you, but I have no money.(너랑 영화 보러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라고 말하면서 이 제스처를 사용할 수 있겠네요.
언뜻 보면 하이파이브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ㅎㅎㅎ
손을 약간 펼치거나, 모은 상태에서 아래쪽을 향하는 이 손동작은 'stop(멈춰!)', 'talk to the hand(손에게 말해!)', 'clam down(진정해)'이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정지시키는 신호입니다. 또는 누군가를 앉게 할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talk to the hand'는 조금 재미있는 표현인데요. 영어 그대로 해석하면, '손에게 말해!'라는 뜻인데요. 상대방이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듣기 싫을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응? 뭐래? 내 손한테나 말해!"를 의미합니다.
위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더 단호한 제스처입니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수직으로 세워 상대방에게 보이는 이것은 일종의 상대방과 나 사이의 '벽'을 만드는 제스처입니다. 영어로는 'stay away(떨어져!)'라는 표현으로, 무례함을 감수하면서도 단호한 방어를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영화에서 연인이 현실감 있게 싸우다가 어느 한쪽이 다가오지 말라면서 이런 제스처를 취하며 떠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북미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이런 제스춰를 했다면, 최대한 접근하지 않으시는 것이 안전(?)하실 것 같네요. 특히 경찰이라면요!
어린아이가 부모님께 잘못했다고 빌 때 하는 동작같이 보이는데요. 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앞뒤로 비비는 이 제스처는 'I'm cold(나 추워)', 'I'm excited(흥분된다)', 'I'm anticipating(기대된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울 때 이런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한국이나 북미나 똑같네요.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흥분되고 기대될 때 한국에서는 보통 두 손을 깍지끼고 흔든다면, 북미에서는 '잘못했어요'라고 비는 것처럼 손을 싹싹 비비네요^^;; 멋진 레스토랑에서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도착해 나이프와 포크를 집기 전에, 이런 행동을 짧게 하시는 모습을 쉽게 보실 수 있답니다.
아이돌이나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제스처를 많이 보셨을 텐데요. 검지와 새끼지만 세운 이 제스처는 'rock on(마음껏 즐겨!)'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영어의 'rock'은 '앞뒤 좌우로 살살 흔들다'는 뜻이 있는데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함께 즐기자는 제스춰입니다.
마지막 열 번째 제스춰는 아마도 만국의 공통 제스처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상대방이 잘했거나, 상대방의 의견이 마음에 들었을 때 'Good job', 'Excellent', "Everything's all good', 'I agree', 'Good idea'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아이가 영어 시험을 잘 보고 온 날, "Great Job on your English test.(영어시험 아주 잘 봤네!)"라고 말하면서, 사용하시면 되겠지요?
어릴 적 웅변 학원에 다닐 때 절도있는 제스처를 외우게(?)해 말에 힘을 싣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유명 CEO와 정치인들은 특유의 제스처를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반면 과도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제스처는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요. 대화 중 이뤄지는 제스춰가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공감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제스처로 자신의 매력을 더욱더 돋보이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렇게 한국과 다른 뜻을 가진 북미 핸드 제스처 10가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북미인들이 대화하는 도중에 주로 하는 제스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엄지척! 공감 버튼'을 눌러 주시면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따스한 행복이 매순간 채워지는 연말이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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