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차린 한가위 추석 상차림

캐나다에서 한국 명절 기억하며....

 

추석 연휴가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고향 집에 이미 가 있건만, 쏘울 없는 제 몸은 캐나다에 있네요^^;; 저희는 한국의 추석, 신정, 구정은 소소하게라도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한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제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며 그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향수병에 특효약이기도 하구요.

 

내일은 친구네 가족과 사과농장에 갈 예정이라서, 추석을 하루 앞당겨 지내기로 했답니다. 소소하지만, 한국의 맛을 더듬더듬 기억하며 차린 저희집 한가위 추석 상차림을 소개합니다.^0^

 

식탁 위 뷔페장 위를 가을 추석맞이 데코로 소소하게 꾸며 보았습니다. 바구니 안에 호박, 도토리, 말린 옥수수, 솔방울인데요. 모두 다 리얼입니다. 호박은 모양과 색깔이 참 다양하지요?^^ 추석맞이 가렌더도 직접 만들어 달았습니다. 부엉이 인형 두 마리는 2년 전 딸 생일파티를 위해 만들어 본 거예요. 생일파티 주제가 '부엉이'이었거든요. 어설픈 재봉질이라 가까이 다가가면 실례가 되는 작품이지만, 매년 가을마다 보니 이젠 내 살림인마냥 애착이 생깁니다.ㅋㅋㅋ

 

추석맞이 감사 성경구절도 식탁 유리 밑에 넣었습니다. 원래 액자에 넣으려고 출력한 건데, 남편이 자기 사무실을 꾸민다고 저 모르게 새 액자를 납치해갔더라구요. - -;;

 

한국에서 한 달 전에 온 친구네 가족을 초대했습니다. 오기 3시간 전에 추석 상차림 세팅을 완료했습니다. 음식을 담을 그릇도 미리 골라 어떻게 배치를 할지 고민해봅니다. 손님들이 도착하고 요리하다 보면 우왕좌왕하게 되거든요. 저는 테이블 세팅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한데요. 테이블을 채울 음식과 저희 집을 찾는 분들과 함께 나눌 즐거움이 기대돼서 참 좋아요!  

 

개량한복도 입혔습니다.^^ 어설픈 발짓으로 한복에 어울리는 땋은 머리도 해보았어요. 그 사이 친구네가 도착했습니다. 친구네 딸과도 같은 한복이에요. >.< 둘 다 외동딸인데요. 같은 옷을 입은 두 딸내미를 보면서,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다복함을 또 느껴보았네요.^^

그럼, 추석 음식을 살펴볼까요?^^ 

 

갈비찜입니다. 한인 마트에서 찜 갈비용 고기를 사서 2일 전에 양념해 숙성한 후, 3색 감자와 미니 당근과 함께 슬로우쿠커에서 8시간 동안 슬로우쿡한 요리입니다.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결이 쭉쭉 찢어질 정도로 부드러워 그릇에 담을 때 살살 달래가며 신중을 기해 담았네요.^^;;;

  

레시피는 따로 올리겠지만, 8시간 동안 슬로우쿠커를 사용한 것 빼고는 LA갈비 만들기와 거의 비슷합니다. LA갈비 레시피는 이전글을 참고하세요.^^

 

직접 쑤어서 만든 도토리묵으로 무친 도토리묵 무침입니다. 아침에 도토리묵을 만들어 굳힌 후, 부추, 쑥갓, 3색 파프리카와 함께 무쳤습니다. 어머님께서 직접 주워서 불리고 말리고 빻아서 보내주신 금같이 귀한 도토리가루로 만들었기에, 도토리묵을 먹을 때마다 묵직한 어버이 사랑이 느껴집니다.

 

도토리가루로 도토리묵 만드는 법과 요리법은 이전글을 참고하세요.

 

숙주나물입니다. 3분 이내로 데쳐서, 마늘, 소금, 참기름, 고추, 실파를 넣고 깔끔하게 무쳤습니다.

 

새우 무나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물 중 하나예요. >.< 저희 친정엄마는 쇠고기나 조개를 넣기도 하는데, 저는 이번에 건새우를 넣었습니다. 맛이 향긋하면서도 시원합니다.

 

들깨 고사리 나물입니다.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들깻가루와 친정에서 보내주신 고사리를 합쳐 만들어 보았네요....라고 쓰는데, 갑자기 왜 눈물이 나려고 하지요?ㅠ

 

마늘쫑 무침입니다. 이전에 친구네가 와서 식사할 때 한 반찬인데, 무척 맛있게 먹어줘서 또 해보았습니다.^^ 마늘쫑을 살짝 데쳐 물기를 뺀 후, 양념게장의 양념을 만들어 무치시면 맛있습니다. 조만간 레시피 올릴게요.^^ 

 

평소에 반찬으로 먹는 깍뚜기, 비트 무피클, 생강 무피클은 많이 먹을 것 같지 않아 작은 유리그릇에 담아 반찬 사이사이에 배치해뒀습니다.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다른 새로운 음식에 밀려, 오늘은 찬밥신세가 되었습니다. ㅋㄷㅋㄷ

 

추석 명절의 대표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전'이지요. 원래는 동그랑땡, 고추전, 깻잎전 이런 명절전을 해야 하는데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한결 간편한 꼬치전, 호박전, 두부전을 했습니다.

 

꼬치전은 마늘쫑-스팸-맛살-표고버섯-실파 순으로 꼬치에 꿰어 만들었습니다. 호박전은 서양 호박이 한국 호박보다 맛이 덜하기에 달걀 노른자만을 활용해 노랗게 부쳐 보았네요. 두부전은 텃밭에 키운 깻잎 순을 얹혀서 부쳤습니다.

 

아무래도 명절이니 쇠고기뭇국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주메뉴가 쇠고기 찜갈비라 생각만 해도 입맛에 당기지 않더라구요. 새우 순두부 달걀국으로 대체해보았는데, 맛이 굉장히 깔끔해서 성공적이었습니다.  

 

추석맞이 상차림이 완성되었습니다.

 

반대샷도 찍어보고 >.<

 

음식을 조금씩 접시에 담았는데, 한가득이네요. 그래서 저는 밥은 한 숟가락도 먹지 않고 반찬과 국만 먹었습니다. >.<

 

이틀에 나눠 음식 준비를 틈틈이 해서 그리 힘들지 않게 준비했네요. 한 번에 했음>.< 명절증후군이 제게 임했을지도ㅎㅎㅎ 

 

친구네가 딸기 쇼트케이크와 망고 주스를 사 왔습니다.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다들 손사래를 치다가, 맛만 본 케이크 맛에 뿅~ 반해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와 함께 또 신나게 먹었습니다. -- ;; 하.....제 위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며... 

 

괜찮다고 사양하는데, 친구네 가족이 뒷정리를 도와줘서 뒷마무리도 수월하게 끝냈네요. 감사, 감사...

친구네와 함께 한 샷은 못 올리지만, 부엉이 식구들은 우리가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는지 알지도 모르겠네요>.< 3시간 내내 어찌나 웃었는지, 먹는 것과 소화가 동시에 되어서 자꾸 더 먹게 되었던 것 같아요.ㅋㅋㅋ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내려놓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계획에 없던 이민생활이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삶이기에 한국을 향한 그리움 역시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단출할뻔한 저희 추석 상차림에 친구네가 함께 해줘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답니다. 내일은 각종 나물을 한데 모아 나물 비빔밥을 해먹고, 사과 농장에 사과 따러 갑니다. 사과 픽킹 이야기는 내일 전해 드릴게요^^

 

여러분도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겠지요?^^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라며, 안전운행도 잊지 마시길 바래요. ^0^/ 

아래는 비록 타지에 있지만, 한국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지키고 싶은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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