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길에서 누리는 단풍여행

가을에 캐나다 시골길에서 마주하는 것들

캐나다 오타와에 사는 저희 가족은 단풍여행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단풍지도를 보고 차로 5시간 걸리는 토론토행을 결정했는데요. 토론토에 점점 가까워져가자 단풍지도와 달리 나무들이 점점 푸르러져 가더라구요^^;; 호텔까지 예약하고 출발한 여행인데 저희 집에서 보이는 뷰가 더 알록달록한 상태라 잠시 당황했다가 깔끔하게 포기하고 쇼핑과 맛집 투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대신 집에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 대신 시간이 더 걸려도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며 아쉬움을 달래 보기로 했어요.

고속도로보다 운치 있는 국도

시골입니다

저희 가족은 캐나다 대도시 1위 토론토에서 2년 살았고, 지금은 대도시 4위이자 수도인 오타와에서 9년째 살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북미 대도시 위주로 여행 다니다가 해가 갈수록 복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점점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가더라도 밋밋한 고속도로보다는 시간이 더 걸려도 시골길을 달리기를 좋아하고, 마음에 들면 멈춰서 그 동네를 한 바퀴 걸어보는 여행을 즐겨 해요.

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지형

순상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절반 이상이 산으로 뒤덮여 있어, 어딜 가나 산을 마주할 수 있어 학교 교가마다 각기 다른 산들이 등장할 정도인데요^^ 캐나다는 국토 면적 중 북쪽 절반은 불모의 툰드라 지대이고, 대부분의 인구는 미국 국경과 마주하는 200~300km 사이에 모여 살아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토가 큰 나라여도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은 한정돼 있는 셈이지요. 그중 제가 사는 온타리오주는 높은 산이 거의 없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나라 동네마다 있는 뒷산 같은 낮은 산들만 있는데요.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선캄브리아대의 편마암과 결질질암으로 이뤄진 캐나다 순상지(Canadian Shield)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단풍입니다

기대했던 빨간 단풍잎은 보지 못했지만ㅠㅠ 그래도 주황색과 노란색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 너무 아름다웠어요.

수많은 호수를 벗삼아 즐기는 단풍

호수입니다

캐나다에는 북미 5대호 중 4대호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인 충주호(인공호수, 67.5㎢)보다 더 큰 100㎢ 이상의 자연 호수가 561개가 있어요. 북미 5대호 중 가장 큰 슈피리어호는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큽니다. 그 외에도 100㎢ 미만의 호수가 셀 수 없이 많아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특히, 단풍철에는 호수가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는 듯해요. 북미 오대호 크기 한국 면적과 비교하기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시골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축들

가축입니다

시골길을 달리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시골 농장에서 방목하는 다양한 가축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말, 소, 양, 염소, 칠면조, 오리 등 다양한 가축들이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있는 모습은 시골의 운치를 더욱 느끼게 하지요. 그나저나 달리는 와중에 소 한 마리와 아이컨택 무엇...

낭만의 기찻길

철길입니다

고속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기찻길도 국도에서는 종종 보기도 하지요.

노란 스쿨버스

스쿨버스입니다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스쿨버스도 만나기도 해요. 캐나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대부분 100 km/h이며 일부 구간은 110km/h도 있어요. 시골길은 주택, 야생동물 보호 구간 등에 따라 40~80 km/h인데요. 만약 사람이 탄 스쿨버스를 따라갈 경우 속도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창밖 풍경을 즐기면 돼요ㅎㅎ 북미에서 빨간 불이 깜빡이며 서 있는 스쿨버스를 만나면 승하차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방향의 차량은 정지해야 하며 스쿨버스를 추월할 수 없어요. 첫 위반 시 벌금 400~2,000달러 및 벌점 6점, 다음 위반 시 벌금 1,000~4,000달러과 벌점 6점 및 최대 6개월 징역형을 받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온타리오 주 기준이며 각 주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릅니다.

추수의 계절, 가을

옥수수입니다

시골길을 달리면 농장에서 키우는 작물들을 원 없이 볼 수 있는데요. 대략적으로 옥수수, 콩, 포도, 밀, 감자 등으로 작물 종류가 다양한 편은 아니에요. 이맘때 시골길을 달리면, 가을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옥수수잎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농장에서 키우는 옥수수는 대부분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고 해요.

농장입니다

캐나다에서 농사를 대부분 기계로 하기 때문에 개인 농부가 소유하는 농장 규모가 매우 큰 편인데요. 그래서 시골길을 달리면, 빨간 농장뿐만 아니라 아파트 3~30층 높이의 타워인 곡식저장고 사일로(silo)를 자주 보게 돼요.

추수입니다

추수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기도 해요.

건초입니다

농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건초더미는 두루마리 화장지처럼ㅎㅎ 기계로 돌돌 말아 이렇게 창고에 보관하게 되는데요. 겨우내 가축들의 먹이로 사용돼요.

캐나다 온타리오주 단풍 명소, 스카이라인 파크 (Skyline Park)

전망대입니다

온타리오주 10대 단풍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가는 길에 들렀어요.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보이는 뷰에 탄성이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뷰입니다

구름의 그림자까지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와이드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네요.

마을입니다

줌을 해 마을을 내려다보니 동화 같은 모습이었어요. 지금도 아름다운데,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기 전에 왔으면 더 장관이겠더라구요.

드라이브입니다

토론토에서 오타와까지 차로 5시간인데, 시골길을 따라 달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더니 시간이 한참 지난 상태였어요. 그래도 단풍잎을 따라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니 그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네요.

달리다 차가 갑자기 멈췄다! 시골 인심으로 살았던 순간

휘발유입니다

단풍을 구경하면서 딸과 열심히 끝말잇기를 하며 놀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차를 멈추더니, "못 가겠는데...." 합니다. 주유소 지날 때마다 기름 안 넣냐고 물어봐도 아직 괜찮다고 하더니 주행 가능 거리 13km....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30km.... 캐나다 산지 11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 그 자체였네요. 저희 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배터리만 충전해도 어느 정도 갈 수 있는데 전기 충전 코드도 집에 놔두고ㅠㅠ 무료 긴급 출동 서비스 기간도 지난 달에 막 지나서 난감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주택이 딱 세 채뿐인 깡 시골 한복판이더라구요. 그러다 문득 캐나다 주택은 잔디 깎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량의 휘발유가 늘 집에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어요. 처음 방문한 두 집은 비어 있고 저희에게 문을 열어준 마지막 집에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주유해주시면서 저희가 민망해할까봐 그곳에서 한평생 토박이로 살아온 이야기도 건네주시면서 달래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ㅠㅠ 2리터 이상 더 채워주시겠다는 거 주유소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사양하고 40달러를 손에 쥐어드리니 한사코 거절하시길래 저희가 너무 감사해서 그렇다고 그럼 저희가 마음 불편해서 못 간다고 말씀드리니 겨우 받으시더라구요. 하... 그분들 아니었으면 어땠을지 지금도 아찔하네요. 집에 돌아와 감사카드를 우편으로 보내드렸어요. 한국의 따스한 시골 인심을 캐나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네요.

침염수립과 함께 하는 단풍나무들

단풍입니다

올해 빨간 단풍잎 보기는 실패인가 보다 하고 포기했는데, 저희가 사는 오타와에 가까이 와가니 하나둘씩 볼 수 있었어요ㅎㅎㅎ 캐나다 단풍잎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사계절 내내 푸르른 침엽수림이 활엽수림의 매력을 더욱 돋보여주기 때문인 듯해요.

단풍의 절정은 놓쳤지만, 추억은 얻은 올해의 가을

가을입니다

호텔까지 예약해 다녀온 토론토 단풍여행에서는 절정 시기를 못 맞혀 실패했는데, 집으로 되돌아가는 시골길에서 한 부부 덕분에 따스한 가을 추억 하나 얻고 왔네요. 그리고 며칠 뒤 저희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그렇게 보고 싶었던 새빨간 단풍나무들을 볼 수 있었어요ㅎㅎㅎ 단풍 나뭇잎 하나하나에 포토샵 그라데이션을 입힌듯 은은하게 퍼져 있는 붉은빛을 한참 바라보며 올해 가을을 되새겨 보았네요. 우리나라와 닮은듯 다른 캐나다 시골 풍경을 즐겁게 누리셨길 바라며, 남은 가을 동안 즐거운 추억 많이 쌓으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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