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캐나다 정치인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날 아침,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제대로 누려보고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근교 도시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찾아간 곳은 19세기 정치인의 사유지와 저택이 보존되고 있는 캐나다 국립 문화 유적지인 Manoir-Papineau National Historic Site입니다. 그럼, 19세기의 정치인이 살았던 가을 날로 함께 가볼까요?^^
몽트벨로 안내 센터에 문화 유적지 입구가 바로 보여서 찾기는 쉬웠어요. 안내 센터 앞에 호박과 허수아비가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네요.
Louis-Joseph Papineau(1783~1871년)
저희가 찾아가 곳의 소유자였던 루이스 요셉 파피뉴는 캐나다의 정치인이자 법조인으로,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독립운동인 로어 캐나다 항쟁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영국군에 의해 진압되면서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1848년에 캐나다 의회의 의원이 되어 캐나다 정계로 복귀했습니다. 화려한 정치 생활을 마치고, 세인트로렌스 강이 보이는 몬트벨로(Montebello) 지역의 언덕 위에 집을 짓고 가족 중심의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산책길이 쭉 이어졌어요. 비 오는 날에 맡을 수 있는 흙냄새와 땅에 떨어진 알록달록한 낙엽이 가을 오솔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어요.
비에 젖은 잎 사이로 야생 버섯도 보이네요.
오솔길에 놓인 다리 밑으로 개울도 흐르고 있었어요. 개울 위로 떨어진 빨간 단풍잎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교회 장례식장(Funeral Chaple)입니다. 1800년대에 돌로 지은 건물이에요.
교회 앞마당에 큰 개구리 한 마리가 보슬비를 맞고 있었네요. 비 오는 날의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져 더욱 반가웠네요.
가을 오솔길에 만나는 작은 그루터기도 특별해 보입니다. 캐나다 문화 유적지와 국립 또는 주립 공원은 다소 불편하거나 근사해 보이지 않더라도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 유지하려는 애쓰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무엇을 가미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멋스러움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오솔길을 따라 15여 분 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19세기의 정치인이 살았던 저택인 Manoir House가 보였습니다. 불어로 Manoir(영어로는 Manor)는 영주의 저택이라는 뜻이에요.
별장은 강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어요. 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빨간 정원 의자가 놓여 있어 멋진 전망을 바라보며 노곤해진 몸을 잠시 기댈 수 있었어요.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인트로렌스(St. Lawrence) 강입니다. 강 옆에도 가을 따라 작은 오솔길이 나 있더라고요.
강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 1860년대에 지어진 가설 건물이 있었어요. 강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야외 정자 같은 곳으로, 현재도 차를 판매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도 성수기 시즌에만 운영하는지 저희가 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네요.
1858년에 지어진 영주의 저택은 영어 또는 불어로 내부 투어를 할 수 있었어요. 내부 투어를 예약하려고 했더니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배가 너무 고픈 저희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로 하고 내부 투어를 포기했는데 살짝 후회가 되네요.
제가 가보지 못 했던 화려한 내부 모습입니다. 루이스 요셉 파피뉴가 사는 동안 자신의 저택에 관한 애정이 깊었는데요. 몬트벨로의 근교 도시인 몬트리올에 사는 아들이 올 때마다 흔치 않은 꽃의 모종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여 저택의 정원을 손수 가꿨다고 해요.
저택 앞에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300여 년이 넘은 북미산 참나무(red oak)가 있었어요. 1855년에 루이스 요셉 파피뉴가 이곳에 저택을 세웠던 1850년대 당시에 이미 100여 년이 넘은 나무로, 이 나무를 보존한 상태에서 건축을 시작했다고 해요. 나무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보조 나무로 지지대를 마련해두었더라고요.
정치인의 삶을 소개하는 가족 박물관(family museum)도 별장 앞에 바로 있었지만, 무슨 연유인지 출입 금지 표시가 되어 있어 둘러보지는 못했어요. 1880년에 돌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1855년에 지어진 곡물 저장 창고로 저택과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었어요.
곡물 저장 창고에 들어가 보니 현재는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돼 있었어요. 내부도 빨간 벽돌로 되어 있어서 멋스럽더라고요.
유적지를 다 둘러본 후, 유적지와 바로 연결된 페어몬트 샤토 호텔(Fairmont Chateau Montebello)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네요.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외부 풍경 또한 유적지 못지않게 제법 근사했는어요.
1800년대의 모습을 보존한 캐나다 문화 유적지의 모습을 즐겁게 보셨나요? 비 오는 가을날에 200여 년 전의 유적지를 둘러봐서 그런지 옛 정취가 더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떤 삶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알찬 행복이 가득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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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을도 가을이지만
북미지역 최고 브랜드 중 하나인 페어몬트 호텔이라니... 매우 로맨틱한 식사가 되셨을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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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봄 직한 멋진 장소군요. 촉촉히 젖은 가을풍경이라 더 인상 깊어요. 숲 속의 교회 장례식장은 정말 뭔가 느낌이 차분해지는 무언가가 있는거 같아요. 덕분에 캐나다의 가을을 함께 만끽하게 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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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도 역사의 집들과 산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일본도 그런 공원이 있지요. 전부 옮겨다 놓아서 자세하게 과거를 유추한답니다.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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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곳이네요
저런곳을 거닐면 가슴속에서 없던 감성도생길것 같네요
낙엽을 밟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 합니다
잠시라도 영주가 된 느낌입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
이야~ 꼭 반지의 제왕, 호빗 등 판타지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중세풍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부럽네요 이런곳도 다녀오시고~ 앞으로의 사진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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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노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느낌이 어떨까 ..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더 운치있는 것 같아요.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비가 내리고 있지요.
어쩐지 마음이 더 잔잔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내부 사진을 보니 관람을 못하셔서 좀 아쉬울 것 같네요. ㅎㅎ -
조금 오랜만에 왔어요. 회사일로 이번 주 내내 바빴어요.
인공적인 요소보다 자연미를 살려서 더욱 운치가 있고 멋있네요.
더구나 비 오는 날의 분위기가 더욱 멋을 살려 주네요. 오늘도 즐거운 주말 되시고 꾹 누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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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걷기의 매력에 빠져 있어요.
미국의 존 뮤어트래일이나 PCT,
스페인의 산티아고
그리고 스웨덴의 쿵스레덴
(쿵스레덴에 관한 부분은 이미 책으로도 2권정도가 있어서 얼마전 1권 독서)
여기 길을 보니까 마구마구 걷고 싶어지는군요~^^
어서 때를 만들어야 하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