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타와에서 남서쪽으로 9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석회동굴을 투어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경치가 매우 좋아 보이는 산책로가 보이더라고요. 잠시 산림욕을 즐겨볼까 싶어 내려서 보았더니, 야생 독수리가 둥지를 튼 곳으로 꽤 유명한 곳이었어요. 동물원이 아닌 자연에서 보게 된 야생 흰머리 독수리를 소개해볼까요?
Shaw Woods 자연 교육 센터
Shaw Woods 교육센터로, 이 일대를 관리하고, 자연관찰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곳이었어요.
저희는 산책이나 가볍게 할까 하고 내렸는데, 60만 평으로 서울 여의도 공원의 9배 정도의 규모였네요.
저희가 도착할 무렵에는 교육 센터 문이 닫혀 있었고, 건물 앞에 꽤 큰 쉼터가 있었어요.
30여 명은 거뜬히 앉을 정도로 널찍한 테이블과 의자를 통나무 모양 그대로 살려 만들었더라고요. 테이블 받침대의 양쪽 끝을 길게 빼내 앉을 수 있도록 홈을 파낸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지붕의 마룻대, 지붕보, 버팀대 등도 통나무를 사용했어요.
교육센터 건물 뒤편으로 작은 오솔길이 있었어요. Shaw Woods 일대에 자라고 있는 야생 식물의 종류를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곳이었어요. 교육 센터의 기운이 이제야 느껴졌네요. ㅎㅎ
미국 동부에서 주로 피는 청색 또는 보라색 아이리스(Iris versicolor)로 뿌리는 의학적인 용도로 사용됩니다.
북미산 참나무과(Bur Oak)에 속한 가시나무(Quercus macrocarpa)입니다.
북미산 사탕단풍(Sugar Maple) 나무예요. 전 세계 85%의 생산을 담당하는 캐나다 메이플 시럽이 사탕단풍나무의 수액을 오랜 시간 동안 끓여서 물을 증발시킨 후 남은 당분이랍니다.
캐나다 메이플 시럽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이외에 야생 베리와 갈대 등 여러 식물들을 둘러보다가, 수풀 위에 가만히 앉은 잠자리도 발견했어요.
야생 독수리를 찾아가다
왜 이름이 Shaw Woods 일까?
1847년, 오타와 바이타운(bytown)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의 방앗간 주인 John Shaw가 가족과 함께 카누를 타고 여행하다가 발견한 이곳에 방앗간과 제재소를 세워 정착하게 됩니다. 이후 Shaw의 후손이 이 삼림(woods)을 그의 이름을 넣어 Shaw Woods라고 명명했다고 해요.
저희는 여러 산책로 중 169년 전에 Shaw가 처음 발견한 곳을 걷기로 했어요.
방앗간에서 사용했던 곡식 찧는 돌절구예요.
근처의 작은 계곡도 보였어요. 일가족이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게 되어 물고기를 많이 잡았냐고 물어보니, 꽤 잡았는데 방생해줬다고 해요. 캐나다인은 연어와 참치 외에는 생선을 거의 먹지 않아서, 물고기를 낚은 후 다시 놓아주더라고요.
저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서서 찍은 모습이에요. 멀리 보이는 다리 부분은 댐이에요. 이 댐을 기준으로 건너편에 흐르는 물은 Shaw 연못이고, 제 앞에 흐르는 물은 Snake 강입니다.
저 멀리 낚시하는 가족 외에 사람을 처음 보았어요! ㅎㅎ 기다란 망원렌즈를 가지고 있길래, 초행길인데 이곳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물어봤네요.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이곳에 사는 독수리를 찍기 위해 2시간 30분 동안 운전해 왔다고 해요. 야생 독수리가 있다고?!!!!!
저희가 무척 궁금해하자, 자신이 찍은 새끼 독수리를 보여줬어요. 때마침, 독수리 둥지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라고요. 야생 독수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온타리오 사진작가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하다고 해요.
야생 독수리도 무척 궁금했지만, 가는 길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서둘러서 앞서가는 사진작가와 달리, 주위를 감상하느라 자꾸만 발길이 멈춰졌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일대에 2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많아 역사가 깊은 삼림이라고 해요.
강물에 하늘거리는 연잎도 유난히 예뻐 보였어요. 이곳에 희귀한 야생 개구리가 많이 산다고 하던데, 저 연잎 위에서 종종 노나 봅니다. >.<
바위가 듬성듬성 있어 가는 길이 매끄럽지 않았고, 인적도 거의 없었어요. 독수리 둥지로 향하는 길에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지 알려주는 번호판이 군데군데 있어 도움이 되더라고요.
드디어 찾았다! 나무 꼭대기에 독수리 둥지가 보이네요. 무겁다고 홀대했던 DSLR 카메라가 갑자기 그리워졌다는...
휴대폰의 카메라로 강 건너편 나무에 있는 둥지를 최대한 줌 해서 찍은 사진이에요. >.< 새끼 독수리가 둥지에 앉아 있었네요. 다른 한 마리는 둥지 안쪽에 앉아 있어, 머리 부분만 살짝 보였어요.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여성 사진작가가 이미 진치고 있더라고요. 새끼 독수리가 있는 둥지로 어미 독수리가 곧 올 것이라고 예상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대요. 흰머리 독수리를 카메라에 담겠다는 열정이 대단해 보였어요. 곁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줌인해서 보고 있는 제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자신의 망원 렌즈로 보라며 자리를 잠시 비켜주더라고요. ^^;;
진득하지 못한 저는 어미 독수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공원 웹사이트(shawwoods.ca)에 올려진 사진을 나눔 해봅니다. 새끼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는 대머리(bald)가 되려면 멀었군요.^^;;
흰머리 독수리는 미국의 국조(national bird)로, 미국 대통령의 문장(seal), 하원의 장식용 지팡이, 미군의 휘장, 1달러 지폐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새 이지요.
작은 새도 가까이에서 보면 살짝 겁이 나는데, 동물원 철장 안이 아닌 눈앞에서 흰머리 독수리를 본다면 다리가 후들후들 거릴 것 같아요. >.<
금세라도 먹잇감 위에서 선회비행을 하다가 쏜살같이 낚아채 오를 것만 같은 포스이네요.
Snake 강의 Snake?
안내판에 이곳의 역사와 생태계에서의 역할 등에 관하여 적혀 있었어요. 민물 가재, 홍합, 조개, 달팽이뿐만 아니라, 악어 거북이, 표범 개구리 등 이곳에 사는 동물의 종류도 알 수 있었어요.
이곳에 오기 직전, 근처에 있던 석회동굴에서 고생대 화석을 보고 왔는데요. 어느 소녀가 석회동굴 주변의 강가를 걷다가 화석을 발견했다는 가이드 설명이 생각났는지, 딸이 자기도 고생대 화석(?)을 찾겠다면서 강가로 가더라고요.
장단 맞춰주려고 딸을 따라가 화석을 찾는 흉내를 내려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발밑을 보니, 돌 사이로 뱀이 지나가고 있었다는!!!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빠른 뱀의 움직임에 심장이 순간 얼어붙는 줄 알았네요.ㅎㅎ 이곳에 흐르는 강의 물줄기가 뱀이 꼬불꼬불 기어가는 모습과 비슷해 이 강을 Snake river라고 부른다는데... Snake 강에서 진짜 Snake를 보았네요.^^;;
집에 돌아오는 길 곳곳에 농장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키운 말과 소를 실컷 보았네요.
농장에 있던 송아지 모습이 귀여워,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와 구경하려고 차에서 내렸어요.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어미소가 어린 송아지가 자신에게 올 때까지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 모습이 차를 탄 후에도 마음에 한참 동안이나 남아 있더라고요.
Bonnechere 석회 동굴에서 5억 년 전의 고생대 화석을 보고, Shaw 삼림에서 야생 흰머리 독수리와 뱀을 보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있던 농장에서 말과 소를 실컷 본 평범치 않은 하루였습니다.
아래는 같은 날 다녀온 개인 소유지에 있는 석회 동굴 투어기입니다.
평범한 일상 안에서 크고 작은 추억들을 하나둘씩 만들어가며, 나의 역사를 활기차게 이어가시기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파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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