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그기, 발효 원리 이해하면 쉬워진다

배추김치 실패없이 맛있게 담그는법

김치는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 식품으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일본의 기무치는 대부분 발효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배추를 절여 먹는 절임 식품이지만, 우리나라 김치는 유산균에 의한 발효 식품으로 깊고 시원한 맛뿐만 아니라 면역력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입니다. 캐나다 이민 11년 차가 되었지만, 김치 없이는 못 사는 신토불이로 매년 2번씩 김장을 하고 있는데요. 한국에 살았다면 양가 부모님의 찬스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타지에 있다 보니 제 손으로 김치를 담글 수밖에 없고 혼자서 김치를 담그면서 이런 저런 실패에 부딪히면서 노하우가 조금씩 쌓이고 있어요. 온라인 상에 김치 레시피는 많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 많지 않아 오늘은 캐나다에서 배추 10포기 기준 김장 담그는 법을 통해 김치 발효 원리에 대해 나눔 하고자 합니다.

캐나다에서 한국 식품 구하는 법

한국 식품입니다

제가 사는 수도 오타와에도 오타와 한국식품점이 두곳이 있지만, 한국 채소는 한정량만 판매하다 보니 김장 재료는 근교 대도시 몬트리올 한국식품점에서 주문하는 편이에요. 몬트리올 한국식품점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토요일마다 오타와 특정 장소 2곳에서 픽업할 수 있어요. 캐나다에 한국식품 구하는법 7가지캐나다 현지마트에서 판매중인 한국식품들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1. 배추 10포기 기준 김장 재료 준비

재료입니다

  • 주재료: 배추 10포기, 무 2개, 갓 700g, 실파 300g
  • 절이기: 굵은소금 8컵 (소금물에 2컵 사용)
  • 육수: 물 6~8컵, 북어대가리 1개, 무 1/3개, 표고버섯 1~2개, 양파 1개, 양파껍질, 파 뿌리, 멸치 다시마, 대추
  • 김칫소: 육수 5.5컵(찹쌀풀에 2컵 사용), 찹쌀가루 8큰술, 고춧가루 4~5컵, 무 2개, 양파 2~3개, 사과 2~3개, 새우젓 1~1.5컵, 액젓 1~1.5컵, 마늘 2줌, 생강 3톨, 설탕 1큰술

캐나다에서는 보통 낱개 또는 박스 단위로 배추와 무를 판매하는데요. 배추 1박스(7~10포기, $27), 무 1/2박스(8~12개, $15), 총각무(25개, $10)에 구입했어요. 저는 3인 가족을 위해 1년에 2번, 4월과 10월에 배추 10포기 및 기타 김치를 담그는데 양이 딱 맞는 듯해요.

2. 김치 맛 좌우하는 배추 절이기

2-1. 가능한 직접 절이세요

김치의 맛은 '배추 절이기', '육수 만들기', '발효하기'에서 크게 좌우되는데요. 요즘 절임배추를 많이 주문해 사용하기는 하지만, 청결과 배추의 아삭함을 위해서 대량이 아니라면 집에서 직접 절이는 것도 좋은 듯해요.

  • 소금 절일 때 살아남은 유산균이 김치의 효모: 우리 몸에 이로운 세균(박테리아) 중 하나인 유산균은 다른 유해 세균을 죽이기 위해 젖산(유산)을 분비하기 때문에 유산균이라고 불리는데요. 배추에 소금을 뿌려 절이면 채소 세포에 원형질분리가 일어나 세포 안의 물이 밖으로 나가 세포가 수축합니다. 이때 대부분의 미생물은 죽어버리지만 염분에 잘 견디는 내염성 세균인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은 살아남게 되어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 역할을 하게 되는 거지요.
2-2. 배추 다듬기 및 소금의 양

다듬기입니다

소금물(4L 수돗물에 천일염 2컵)에 2등분 또는 4등분 한 배추를 샤워하듯이 가볍게 적셔 주세요. 절이는 과정에서 소금물에 최대한 담그지 않은 것이 배추의 단맛과 아삭한 식감을 살리는 방법 같아요. 소금물에 적신 배추를 김장봉투에 담아 하얀 줄기 겹겹마다 굵은소금을 조금씩 뿌려 주세요. 잎 쪽은 뿌리지 않아도 됩니다. 배추 10포기 절이는 데 필요한 굵은소금의 양은 6컵이며 배추 무게의 5%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다만, 배추의 크기, 한 겹의 두께, 절이는 장소의 계절 및 온도에 따라 소금의 양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2-3. 배추 절이는 시간

절이기입니다

저는 배추를 절일 때 김장봉투를 사용해요. 5포기씩 2장의 김장봉투에 나눠 담은 후 한 대야에 쌓아 올려 절입니다. 20포기 이상의 김장 배추는 8~10시간, 10포기 이하의 김장 배추는 7~8시간이 적절해요. 다만, 배추의 크기, 소금의 양, 절이는 장소의 계절 및 온도에 따라 절이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6~7시간 후 배추를 구부려 확인해 보세요. 부러지는 배춧잎이 없으면 다 절여진 거예요.

  • 절일 때 김장봉투 사용 추천하는 이유: 김치의 발효를 돕는 유산균은 소금에 강하지만 공기 중의 산소에는 약한 혐기성 세균입니다. 김장 봉투로 배추를 절이면 공기와의 접촉으로부터 유산균의 파괴를 줄일 수 있어요. 또한, 배추를 절일 때 위에 올려놓은 무거운 물건 대신 봉투째 쌓아 올리면 되고 뒤집을 때에도 봉투째 뒤집을 수 있어 편리해요.

3. 김치 맛 좌우하는 육수 만들기

욱수입니다

육수가 진할수록 김치가 익으면서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수돗물 6~8컵에 북어대가리 1개, 멸치, 다시마, 무 1/3개, 표고버섯 1~2개, 양파 1개, 양파껍질, 파 뿌리, 대추를 넣고 졸이듯이 끓여 주세요. 집에 재료가 다 없다면 한두 개는 빼도 되지만, 북어 대가리는 넣어야 감칠맛이 훨씬 나는 듯해요. 배추 10포기 김치에 필요한 육수는 5.5컵이며 나머지는 국물 요리에 사용하면 됩니다. 육수를 오래 끓여 진하게 만들면 좋지만, 가스비를 아끼고 싶다면 물에 재료를 넣고 찬물에 1~2시간 우려낸 후 다시마를 건지세요. 가스불에 한소끔 끓인 후 30분간 더 끓이면 완성입니다.

  • 김치에 수돗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수돗물에는 대부분의 정수기 물과 달리 몸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해 미생물의 좋은 먹이감이 되어 김치의 발효를 돕습니다.
  • 수돗물 사용 시 유의사항: 배추 세척 시 고무호스를 사용하면 역한 냄새가 나거나 유독 물질이 배출될 수 있으니 직수를 사용하세요. 김치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물은 위생을 위해 한 번 끓여 사용하세요. 물김치에 사용하는 수돗물을 끓인 후 식혀 사용하고, 육수나 찹쌀풀은 만드는 과정에서 한 번 끓여지니 따로 끓일 필요는 없겠지요. 캐나다 수돗물은 끓이지 않고 바로 사용해도 됩니다.

4. 찹쌀풀 만들기

찹쌀풀입니다

김치에 사용할 육수 5.5컵 중 2컵 덜어 찹쌀가루 8큰술(밥숟가락으로 듬뿍)을 넣어 거품기로 잘 풀어준 후 한소끔 끓여주세요. 보글 거리는 거품이 오른 후 1~2분 후에 불을 끄고 식혀주면 됩니다.

  • 찹쌀풀 넣어야 하는 이유: 김치에는 믹서기로 간 밥, 밀가루풀, 찹쌀풀 등 탄수화물이 들어가는데요. 유산균은 풀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을 먹고 번식하기 때문에 김치의 발효를 도와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바로 먹는 여름 김치에는 풀을 생략할 수도 있지만, 오래 저장하는 김장 김치에는 반드시 사용해야 해요. 또한, 풀은 김치의 양념이 수분에 흩어지지 않고 서로 달라붙는 역할도 해줍니다.

5. 김칫소 만들기

김칫소입니다

먼저 육수 3.5컵, 식힌 찹쌀풀, 고춧가루 4컵을 섞어 고춧가루를 불려주세요. 이후 무, 사과, 양파, 마늘, 생강, 새우젓을 넣고 간 후 섞어 주면 완성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사과와 양파의 크기는 매우 작은 크기여서 3개씩 넣었어요. 사과, 무는 껍질채 갈아주세요. 고춧가루와 액젓은 각각 4컵과 1컵씩만 먼저 넣고 만든 후 나머지 1/2~1컵은 이후에 절임배추 상태를 보면서 추가하세요.

  • 사과 또는 배 넣는 이유: 과일의 단맛과 신맛이 김치를 시원하게 하고 향을 좋게 합니다. 하지만, 과일의 산으로 인하여 김치가 빨리 익을 수 있으므로 오래 먹을 시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캐나다 배는 단맛이 매우 적어 저는 사과를 사용해요.
  • 무 넣는 이유: 무를 넉넉히 갈아 넣으면 김치가 익을수록 시원함이 커집니다.

6. 배추 씻고 물기 빼기

물빼기입니다

배추를 구부렸을 때 부러지는 잎이 없다면 잘 절여진 거예요. 흐르는 물에 2~3회 씻어 준 후 체에서 보통 2~3시간, 최소 1시간 이상 물기를 빼주세요. 물기를 덜 빼주면 맛이 싱거워지고, 물기를 너무 빼면 겉이 건조해져 양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 가요.

  • 배추 덜 절여졌을 때 대처법: 배추가 덜 절여지면 숙성 시 군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미 헹군 후라면, 양념에 묻힌 포기를 김치통에 담을 때 굵은소금을 조금씩 뿌려주세요.
  • 배추 너무 절여졌을 때 대처법: 배추의 짠맛을 덜기 위해 양념에 무를 더 갈아 넣어주세요. 사과를 넣으면 김치가 빨리 익고, 양파, 파 등을 너무 많이 넣으면 군내가 날 수 있습니다.

7. 부재료 다듬기 - 무채를 넣지 않은 이유

무입니다

한국에서는 김치 양념에 실파, 갓, 무채 등을 넣고 버물려 김칫소를 완성하는데요. 캐나다에서는 힘들어요^^;;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갓과 실파 두께가 거의 성인 남자 손가락 정도로 배추 겹겹에 넣기에 버거운 크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파와 갓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고춧가루와 액젓을 조금 넣고 버물려 숨을 죽인 후 배춧잎이 아닌 포기 사이마다 넣고 있어요. 무는 이미 양념에 충분히 갈아 넣었기 때문에 무채를 추가로 넣지 않고 무 2개를 큼지막하게 썰어 김치통 바닥마다 깔아두는데요. 김치를 시원하게 해줄뿐만 아니라, 배추김치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시원하게 익은 섞박지까지 먹을 수 있어 좋더라구요. 또한, 김치로 요리할 때에도 무채로 지저분해질 일이 없어 좋은 듯해요.

8. 김칫소에 버물리기

버물리기입니다

양념을 바를 때 사이사이, 특히 하얀 줄기마다 골고루 양념을 발라져야 김치가 맛있어요. 양념이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많이 넣으면 익으면서 군내가 날 수 있으므로 적당량만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김칫소 바른 배추를 바로 김치통에 넣지 않고 모든 포기에 김칫소를 다 바를 때까지 켜켜이 쌓아둡니다. 배추에 김칫소가 스며들면서 간을 정확히 볼 수 있고 양념이 부족한지 가늠하면서 김칫소를 고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9. 김치통에 담기 - 배춧잎으로 덮는 이유

김치입니다

저는 손질 또는 세척하면서 떼어진 겉잎을 버리지 않고 함께 절인 후 위 커버로 사용하는데요. 양념에 버물린 김치를 차곡차곡 담은 후 절인 겉잎을 남은 양념에 묻쳐서 배추 윗면을 켜켜이 덮어줍니다. 세척하면서 떨어져 나간 작은 잎 쪼가리도 버리지 않고 남은 양념에 무쳐서 김치 요리에 사용하니 버리는 배춧잎이 하나도 없어요.

  • 김치통에 공기 빼내야 하는 이유: 발효가 진행하는 동안 김치에 있는 다른 유해균은 서서히 죽지만, 소금에 잘 견디며 공기가 필요없는 유산균은 급격히 증가해 김치의 건강과 맛을 책임집니다. 그래서 김치를 통에 담을 때 유산균이 산소와 접촉해 파괴되지 않도록 꾹꾹 눌러 담아 통을 다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 겉잎으로 윗면을 덮어주는 이유: 공기와의 접촉이 많아지면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많아져 김치에 군내가 날 수 있습니다. 발효 및 숙성하는 동안 최대한 산소와의 접촉을 없애주는 것이 좋습니다. 겉잎을 윗면에 켜켜이 쌓아 덮어두면 김치통 틈새로 오가는 공기와의 접촉으로부터 배추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어 좋아요. 커버로 쓴 배춧잎은 나중에 감자탕 등 요리에 사용하면 됩니다.

9. 만들기만큼 중요한 발효 과정

발효입니다

막 담근 김치를 상온에 보관해 '젖산 발효'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데요. 미생물들은 김치 원료에 들어 있는 수많은 유기물을 먹고 분해시키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대사산물로 인하여 김치의 맛과 향이 결정돼요. 김칫소에 수돗물, 찹쌀풀, 약간의 설탕을 넣은 이유도 미생물에게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상온 보관 시 젖산 이외에 유기산과 탄산가스까지 생산하는 '이상 젖산발효균'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김치 국물이 보글거리거나 용기에 넘쳐 흐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김치가 완전히 익는 단계에서는 '정상 젖산발효균'만이 젖산을 생산해내 김치 특유의 상쾌하고 새콤한 신맛이 나면서 맛과 건강이 최고 절정에 달하게 되는 거지요.

  • 김치통 어두운 곳 -> 차가운 곳에서 둬야 하는 이유: 미생물은 어두운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김치를 상온에 보관할 시 투명한 김치통이라면 커버를 덮어 어둡게 해주는 것이 유익균 번식을 돕습니다. 또한, 젖산발효균은 낮은 온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1일 상온 보관 후 영하 1도~영상 1도 온도의 냉장고에 보관하면 됩니다. 김치냉장고 또는 여분의 냉장고가 없다면 냉장고 문쪽에서 거리가 가장 먼 안쪽에 김치통을 보관하세요.

남편과 딸의 점심 도시락 싸서 보내고,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를 담았어요. 친구와 나눠 먹으려고 일부는 작은 통에 나눠 담았네요.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왔는데 김장에 처음 도전하시거나 김치의 발효 원리를 알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나눔해 보았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과 삶의 즐거움을 채워나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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