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회의 주일학교 피크닉은 어떤 모습일까?

캐나다 서양교회에 다닌 지 벌써 만 8년이 되어가네요. 제 캐나다의 삶에서 캐나다 교회 이야기를 빼면, 팥 없는 호빵, 붕어빵, 비비빅, 영양갱, 단팥죽, 팥빙수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만큼 우리 가족이 캐나다를 정착하여 타지에서의 삶을 하루 하루 채워가는 데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 어떨 땐 눈물이 펑펑 나올 만큼 넘치게 받는 사랑은 늘 고국을 향한 향수병을 달래주는 특효약처럼, 외로운 저희 삶을 만져줍니다.   

 

저희가 다니는 교회는 여느 교회처럼 매년 연례행사가 있답니다. 그중의 하나인 주일학교 소풍날의 모습을 소개할까 합니다. 연례행사 중 야외 엑티비티가 있는 날은 이 날 뿐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모두 소풍날을 기대합니다. 소풍날이라고 멀리 떠난 것은 아니구요. 교회 앞에 있는 공원의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그곳에서 매년 피크닉을 하고 있어요. 그럼, 저희가 푸른 잔디밭을 휩쓸며 즐거운 웃음을 쏟아냈던 모습들을 함께 보실래요?^^

 

 첫 번째 엑티비티는 항상 Running Race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유아반(만3~5세), 초등부 저학년(만6~9세), 고학년(만10~12세), 성인 남자, 성인 여자로 나눠서 달리기합니다. 1등을 한다고 해서, 특별한 부상은 없습니다만, 다들 정말 열심히 뜁니다ㅎㅎ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1등부터 3등까지 가슴에 배지를 달아줘서인지 경쟁이 치열합니다. 배지를 달은 아이들은 소풍 내내 어깨 뽕이 자동 장착된 의기양양한 모습이 되죠ㅎㅎ

 

 두 번째 엑티비티는 Sack Race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포댓자루 안에 들어가서 캥거루처럼 뜀뛰기를 해서 달리는 게임이에요. 이 엑티비티 역시 매년 하고 있는데, 할 때마다 인기가 만점입니다. 뜀뛰기를 하다가 포댓자루와 함께 넘어져 잔디밭에 뒹구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은근 있습니다ㅋㅋㅋ

 

세 번째 엑티비티를 하기 전에 Popsicle Break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드라고 부르는 아이스크림을 여기서는 팝씨클(Popsicle)이라고 부릅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한국처럼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구요. 달리기하는 동안의 오른 열기를 시원한 하드로 한 방에 날려보내는 타임이죠^^

 

 세 번째 엑티비티는 Ladies Bowling Game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살림살이에 소소한 보탬이 되는 것들을 볼링핀 삼아 세워두고, 공으로 맞춰서 득템하는 시간입니다^^

금액이 큰 것들은 아니지만 보통 2~3회씩 할 수 있어서, 집에 갈 때면 양손에 상품을 들고 갑니다. 그때 드는 기분은 어릴 적에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받았던 기분이랑 조금 비슷하네요ㅎㅎ 

 

 네 번째 엑티비티는 Making Hair Style Race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여기서부터 3게임이 끝날 때까지는 3팀으로 나눠서 진행했답니다. 머리에 일회용 비닐 헤어캡을 쓰고, 쉐이빙폼인 면도 크림을 듬뿍 발라주면 준비완료입니다. 왼쪽 사진의 주인공인 알렉스는 제가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오타와 탐 크루즈라고 매번 소개해주곤 하는데, 비닐 헤어캡에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써서 그런지 사진발이 안 받았네요ㅎㅎ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어떤 게임인지 감이 오시죠?ㅎㅎ 코끼리 코를 하고 제자리 돌기 하는 것처럼, 스테인리스 봉을 잡고 5바퀴를 돕니다. 그리고 치토스를 면도 크림이 듬뿍 발라진 비닐 헤어캡을 향해 던집니다. 스펀지처럼 가벼운 치토스가 면도크림이 발라진 헤어캡에 달라붙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구요. 어쨌든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심슨이 떠올려지는 헤어스타일이 완성되어가고 있었습니다ㅋㅋ  

 

 다섯 번째 엑티비티는 Cup and Water Race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첫 번째 주자가 멀찍이히 떨어져 있는 물 양동이에서 에스프레소 잔만 한 컵에 물을 퍼옵니다. 그리고 일렬로 쭉 서서, 컵의 물을 빨대나 스펀지물총을 통과시켜 다음 사람의 컵으로 이동시키는 게임이에요. 올해 처음 해 본 게임인데, 재미있더라구요^^

 

 여섯 번째 엑티비티는 Throwing Shoes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팀별로 나눠서 진행하는 게임인데요. 팀원이 돌아가면서 신고 있는 신발을 발로 걷어차서 떨어지는 거리만큼 이동하는 게임이에요. 높이 올리는 것보다, 멀리 던지는 것이 유리하기는 한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죠ㅎㅎㅎ

 

 일곱 번째 엑티비티는 Water Balloon Toss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매년 하는 엑티비티인데요.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흘린 땀을 시원하게 씻어낼 수 있는 쿨한 엑티비티이죠^^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서서 물풍선을 던지기 시작해, 점점 거리를 넓혀갑니다. 던지다가 터지는 물풍선으로 인해 흠뻑 젖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함박웃음이 저절로 나오죠.

 

 여덞 번째 엑티비티는 Candy Toss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엑티비티는 사탕 줍기입니다.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엑티비티에요. 2~3개 그룹으로 나눠서, 사탕과 초콜릿을 허공을 향해 높이 던집니다. 아이들은 숨은 보물찾기하듯이 잔디밭 사이사이에 떨어진 숨은 스낵을 찾느라 정신을 쏘옥~빼놓게 만들죠.

 

 Go inside for singing and lesson!

이렇게 8가지의 엑티비티를 마치고, 교회 안으로 들어와서 30분 정도 함께 찬양도 하고, 주일학교 설교도 들었습니다. 교회 내부는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서 찍지 않았습니다. 

 

 주일학교 소풍의 마지막은 Supper Time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항상 KFC 치킨을 단체주문해서 먹었는데, 올해는 BBQ 햄버거와 소시지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저는 치즈 햄버거를 선택해 먹었습니다만, 양이 많아서 절반만 먹었네요^^;; 파스타도 종류별로 5가지가 넘게 있었는데, 1가지만 가져와서 먹었습니다. 그 외에도 샐러드, 채소와 과일 모둠, 감자칩류도 있었네요.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교회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식후 디저트를 위해서 각 가정에서 한 가지씩 홈메이드 베이킹을 해옵니다. 마트나 베이커리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베이킹을 먹어볼 기회이죠^^ 저는 다른 것을 준비해서 이번에는 제껀 없네요. 하..이걸 보니, 베이킹 부지런히 배워야 겠습니다^0^

 

제가 캐나다 교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래 리스트인데요. 자체 이벤트의 날짜가 정해지면, 지하 Tea room에 준비 리스트가 붙여져 있답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오늘 있었던 주일학교 소풍을 위한 준비리스트예요. 필요한 음식과 그 음식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봉사활동의 칸에 원하는 사람이 자기의 이름을 적는 거예요. 자신이 원해서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평이나 부담감이 없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원하는 만큼 여러 칸에 적어도 됩니다.

 

Zoom in 해서 자세히 보실래요? 음식을 제공하는 관련된 일과 관련된 리스트입니다.

캐나다 교회 주일학교 소풍

제가 초반부에 사진을 찍어서 빈 공간이 있네요. 여러 종류의 감자 칩을 아예 맡아서 나눠주는 항목도 있습니다. 일회용 장갑을 사용해 아이들에게 나눠주라는 문구까지 덧붙여 있네요

행사 규모가 큰 경우에는 항목이 위 리스트보다 더 디테일하게 나뉜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사인한 곳의 영역을 맡아서 묵묵히 하면, 누구하나 지휘하는 사람이 없어도,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전반적으로 잘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습니다. 만약 자기가 맡은 영역의 일이 다 끝이 나서 다른 영역을 돕고 싶다면, 그 일을 맡은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매너가 필요합니다. 본인이 직접 선택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평 역시 없습니다. 주어진 일이 아니라, 자원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하는 주일학교 소풍날의 모습을 소개해봤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받아 온 사랑에 관한 일화는 정말 많은데요. 앞으로 하나씩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할게요.

 

인종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사랑은 가능합니다. 사랑은 가슴과 가슴으로 주고받는 것이니까요. 외국에서 살아오는 동안, 가족과 친지가 없어 외로운 타지 생활에, 늘지 않는 영어 실력에, 빠듯 빠듯한 재정에서 오는 긴장감에도 제가 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외로워도, 힘들어도 "I love you.", "Thank you."라는 말을 들으면, 살아가는 힘이 또 생기듯이, 저희의 타지에서의 삶 속에서 선물같이 다가오는 캐네디언들의 사랑이 저희가 이곳에 자리 잡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오늘 우리 옆에서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이에게 "I love you.", "Thank you."의 말을 전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랑은 표현해야 그 힘을 발휘하니까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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