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가족이 만든 실물크기의 공룡 박물관 Prehistoric World

35년 이상 실물크기 공룡을 만든 달인을 <Prehistoric World>에서 만나다!

어릴 적에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선생님, 스포츠 선수, 과학자, 문방구 주인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데요. 그중에 박물관 주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혹시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얼마 전 오타와에서 열린 연례 축제에 가볼까 제안했더니 남푠이 매년 가는 축제 시시하다며 색다른 곳을 가자고 제안하더라구요. 어느 가족이 공룡 박물관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나...."응? 가족이? 공룡을? 피규어 수집가이나 보지?"라고 되물었더니 '실물크기 복제품'이라고^^;; 이전에도 남푠이 몇 번 언급했던 곳이긴 했는데 공룡에 워낙 관심이 없었기에 한 귀로 듣고 흘렀는지만 어느 개인이 집 뒷마당에 공룡을 만들어 공개한다는 새로운 정보에 귀가 솔깃해져 다녀왔어요. 그럼, 공룡 보러 현존하는 선사시대 세계로 함께 가볼까요?^^

오타와 근교 볼거리 - 선사시대 세계(Prehistoric World)

오타와 근교 볼거리입니다

선사시대 세계(Prehistoric World)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Ottawa)에서 동남쪽으로 90km(차로 1시간) 거리에 있어요. 주소는 Prehistoric World, 5446 Upper Canada Rd, Morrisburg, ON K0C 1X0입니다. 캐나다 민속촌으로 유명한 어퍼 캐나다 빌리지(Upper Canada Village)와 차로 4분 거리에 있어요.

선사시대 세계(Prehistoric World) 공룡 박물관

박물관입니다

주차장에 주차(무료) 하고 내리니 규모가 큰 주택이 있었어요. 보이는 출입문이 박물관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이에요. 옆으로 이어진 건물은 아마도 주인이 살고 있는 주택 같아요.

박물관 운영의 계기가 되어준 사자 한 마리

사자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10, 4~15 세 $6입니다. 차고 정도 크기의 매표소 겸 사무실에 사자 한 마리가 포효하고 있었는데요. 나중에 관람 후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설명해주시길 자신은 미국 전자회사 GE(General Electrics)에서 일하는 평범한 엔지니어였는데 아들을 위해 사자 한 마리를 만들어 뒷마당에 두자 가족들이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공룡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대중에게 전시할 만큼 규모로 커졌다고 해요. 자신을 평범하다고 하셨지만, 아들을 위해 실물 크기의 사자를 만들었다는 자체가 비범하신 거 맞네요. 게다가 흰 수염까지 기르고 계셔서 마치 전설을 듣는 기분도 들었어요ㅋㅋ

뒷마당이 박물관이 되다

공원입니다

사무실의 또 다른 출입문을 통과하니 뒷마당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시립 공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끝이 보이지 않은 뒷마당에 수목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피크닉존입니다

수목 사이로 피크닉 테이블도 제법 있었어요. 하지만, 체감온도 40도 폭염에 한 가족 외에 아무도 없....@.@

공룡입니다

'공룡은 어디쯤?' 하며 시선을 돌리니 수목 사이로 어릴적 동물원에서 봤을 법한 공룡 조각상 몇 마리가 듬성듬성 놓였어요. '설마 이게 다 아니겠지.... 1시간을 달려서 왔다고!'라는 실망감이 확 들었어요. 게다가 무더운 날씨를 각오하고 왔긴 왔지만 햇빛이 따가울만큼 강하게 내리쬐어 뒷마당을 산책할 마음이 사라졌어요.

모래 놀이터입니다

한쪽에는 커다란 모래 놀이터에서 공룡의 뼈를 찾아보는 발굴 체험도 할 수 있었지만, 한 두번 만져보면 곧바로 나무 그늘 아래로 자리를 옮길 만큼 모래가 뜨거웠네요.

복제품입니다

시선을 돌리니 제법 큰 공룡 복제품 세 개 정도가 더 보여 그래도 1시간 달려왔으니 일단 보고는 가자며 발길을 옮겼어요.

박물관의 핵심, 1km의 숲속 트레일

트레일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온 김에 공룡과 기념사진 찍고 가자며 정원에서 가장 큰 공룡으로 갔는데 이곳이 본격적인 관람의 시작점이었네요! 큰 공룡 사이로 1km 길이의 트레일의 출입구가 보였어요. 이곳을 놓치고 갔다면 어쩔 뻔! 안내판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히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박물관에 대한 소개와 방법이 다소 미흡한 것 같아요.

숲입니다

트레일을 통해 첫 실망감을 충분히 달래줬던 이유는 수풀로 우거진 숲을 통과하는 길이라서 체감온도 40도의 폭염 속에도 무덥지 않고 상쾌했어요. 1km 길이의 트레일을 따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공룡 복제품이 연출되어 있어 현실감을 느껴졌구요. 또한, 트레일이 다양한 무늬의 돌로 이어져 있어 걷기 편했고 마치 몸체가 큰 공룡의 발자국에 땅이 갈라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1km의 숲속 트레일에서 50마리 공룡을 만나다

박물관은 총 55마리 공룡의 실물 크기 복제품이 야외에 전시 중인데요. 매표소 문을 열면 보이는 곳에 대략 10여 마리,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트레일 상에 있어요.

공룡입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악기 전기의 테논토사우루스(Tenontosaurus), 쥐라기 후기의 켄트로사우루스(Kentrosaurus), 백악기 전기의 이구아노돈(Iguanodon), 백악기 후기의 노도사우루스(Nodosaurus)이에요. 실물 크기의 복제품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으실까봐 같이 찍은 사진을 첨부했어요. 다만, 제가 키가 작다는 것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캄프토사우르스입니다

처음 본 순간 '무늬가 뭐 이렇게 화려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 주인이 상상 속의 공룡을 만드셨나 싶었어요^^;; 캄프토사우루스(Camptosaurus)로 중생대 쥐라기 후기에서 백악기 전기에 걸쳐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살던 초식성 공룡이에요. 실제 이미지를 찾아보니 복제품은 무늬를 조금 더 강조해서 그린 듯해요^^;

복제품입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악기 후기의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백악기 후기의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플라테오사우루스(Plateosaurus), 고생대 페름기 스쿠토사우루스(Scutosaurus)입니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육생 포유류 발루키테리움(Baluchitherium)

발루키테리움입니다

신생대 3기 올리고세의 발루키테리움(Baluchitherium)이에요. 공원에서 본 공룡 중 가장 크고 묵직했던 공룡이었는데 실제로도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육생 포유류라고 해요. 서장훈이 네 다리 밑으로 걸어가도 몸체에 머리가 전혀 닿지 않을 정도의 크기인 듯해요^^;

북극에서 생존하기 위해 긴 털을 지닌 울리 매머드(Wooly-Mammoth)

매머드입니다

코끼리가 아닌, 공룡 박물관이니까 매머드입니다!^^ 울리 매머드(Wooly-Mammoth)로 시베리아, 알래스카 등 북극권에 가까운 지역에 서식하여 두껍고 긴 털을 지닌 매머드예요. 매머드과 중에서도 홍적세 시대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최후의 매머드 아종이라고 해요.

지상 최대의 육식동물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rex)

티라노사우루스입니다

지상 최대의 육식동물 중 하나였던 쥐라기 중기의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rex)입니다. 공룡에 관심 1도 없는 사람도 다 아는 유명한 공룡씨ㅎㅎㅎ 백악기 후기의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와 마주 보는 구조로 세워 있어 마치 공룡 간의 싸움을 몰래 목격하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실제로 그랬다면 식겁해서 발조차 떨어지지 않을 순간이겠지만요ㅎㅎ

돼지의 조상님 디노히우스(Dinohyus)

디노히우스입니다

다이오돈(Daeodon)의 옛 명칭을 가진 디노히우스(Dinohyus)이에요. 돼지의 조상님에 해당하는 공룡이라고 하던데 코가 정말 돼지코ㅎㅎㅎ 신생대 3기 마이오세에 살았으며 몸의 길이는 약 3~4m으로 멧돼지류에서 갈라져 나온 엔텔로돈(Entelodon)속에서는 최대급이며 가장 마지막 시기에 등장한 속의 하나라고 해요. 딸이 2년째 365일 24시간 함께 다니는 어피치를 제물로 헌납하는 현장을 목격했- -;;;

풀만 먹어도 몸무게 30톤 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

브론토사우루스입니다

쥐라기 후기의 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입니다.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 아닌...꼬리가 길어 놀라웠던 공룡으로 몸무게도 30톤에 달하는 거대한 초식공룡이에요. 뇌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룡들의 몸체가 커서 제가 미니어처된 기분이 들더라구요ㅎㅎㅎ

몸집은 작지만 유니크한 비주얼을 지닌 공룡들

공룡입니다

이외에도 크기는 작았지만 외모가 매우 독특해 눈길이 갔던 공룡도 있었습니다. 왼쪽 상단에서 시계 방향으로 백악기 초기의 민미(Minmi), 신생대 3기 에오세의 글립토돈(Glyptodon), 신생대 4기 플라이토세의 마크라우케니아(Macrauchenia), 백악기 후기의 히파크로사우루스(Hypacrosaurus)도 볼 수 있었어요. 트레일을 다 돌고 나니 원점으로 돌아오더라구요.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숲속 안에 뭐가 있긴 있어요?"라고 물었네요. 10달러 내고 트레일에 있는 40여 마리의 공룡을 안 보고 가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네요.

공룡 만들기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

케티오사우루스입니다

아기공룡 둘리와 엄마가 연상되었던 쥐라기 중기의 케티오사우루스(Cetiosaurus)입니다. 몸길이 약 15~18m, 몸무게 약 24~27t 정도인 거대한 체구를 지닌 공룡인데 실물 크기로 복원한 모습이에요.

관람 후 주인에게 만드는 과정을 물어봤는데요. 처음에는 실물 크기이되 속이 빈 모형으로 만들었으나, 5~6개월 동안 지속되는 오타와의 춥고 긴 겨울 동안 모형들이 넘어지거나 심하게 부서졌다고 해요. 그래서 모형 안에 시멘트 등으로 거의 꽉 채워 넣기 시작해 비용과 시간이 몇 배나 더 들며 거대한 크기의 공룡일 경우 주인(Paul Dupuis)과 동생이 함께 2~3년에 걸쳐 만든 것도 있다고 해요. 그 세월이 자그마치 37년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이것저것 물어보니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으나 조금 후 방문자가 연달아 들어와 더 묻지는 못했어요.

Prehistoric World 장단점

  • 장점: 55마리의 공룡을 실제 크기로 복원한 복제품을 볼 수 있어 매우 좋음, 만지거나 안을 수 있음(다만, 낙하 방지를 위해 위로 올라갈 수는 없음), 숲속의 1km 트레일을 따라 관람해서 시원하고 상쾌함, 자연환경 속에 공룡들이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어 현실감 있음, 수목이 많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좋음
  • 단점: 입장료를 현금만 받음, 박물관 및 전시물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족함, 공룡의 크기와 전체적인 외모는 실제와 거의 흡사하나 섬세한 묘사는 없음, 1번의 방문은 추천하나 재방문할 정도의 매력은 없음, 매표소 외 별도의 내부 시설 없음, 9월~5월 동안 영업하지 않음, 자판기 1대 외 음식 없음(100m 반경에 2대의 푸드트럭 있으며 푸틴을 제외한 다른 음식은 맛있었음)

개인적으로 체감온도 40도의 무더운 날의 야외 활동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야외 전시물 대부분이 1km 길이의 나무가 우거진 숲속 트레일에 전시돼 있어 무더움을 느끼지 않고 잘 봤어요. 북미 여러 도시에 있는 박물관에서 실물 크기로 복원하여 전시 중인 공룡 화석 몇 종류는 봤어도 50마리가 넘는 공룡을, 그것도 실내가 아닌 야외 숲속에서 본 경험은 처음인데다가 눈으로만 보는 박물관과 달리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어 색다른 체험이 되었어요. 또한, 이 모든 것이 아들을 향한 아빠의 애정에서 시작해 한 가족의 사업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공룡에 관심이 거의 없는 저희 가족도 즐겁게 다녀왔기에 공룡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흥미로운 공간이 될 것 같네요. 이색적인 캐나다 박물관을 흥미롭게 보셨기를 바라며 오늘도 즐거운 흔적이 남은 유쾌한 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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