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문화가 남아 있는 시골로 마실가다
온타리오 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샌드뱅크(Sandbank) 주립 공원을 향해 여행을 가는 길에 작은 시골 마을을 들렸어요. 그곳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이 유명하다며 꼭 가보라는 캐나다 친구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도착해서 보니 레스토랑의 영업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어요. 인구 1,800명도 채 되지 않은 캐나다의 작은 시골 마을의 모습이 어떤지 함께 살펴볼까요?^^
데세렌토(Deseronto) 마을의 기원은 미국에서 건너온 영국 충신의 마을
18세기 중엽 영국 지배하에 있던 북아메리카의 13개 식민지는 영국 본국의 가혹한 지배와 중상주의 정책에 반항하여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독립혁명(American Revolution)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1776년에 독립 선언을 하고 미국을 세웠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876년에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하였으나 현재까지도 영국 연방국가로서 영국의 국왕을 캐나다 군주로 삼고 있으며 국민들은 국가의 뿌리가 영국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미국이 독립전쟁을 치르는 동안 영국 국왕을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은 재산이 몰수된 채 추방되어 영국 본토, 캐나다 또는 서인도제도로 도피하였는데요. 데세렌토(Deseronto)는 미국에서 집을 떠나야 했던 북미 원주민 모호크(Mohawk) 족의 20 가정에게 부여되었고, 모호크 족을 이끌었던 존 데세렌토 선장(Captain John Deserontyon, 1740-1811)의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을 데세렌토(Deseronto)로 정하였어요. 그래서인지 마을 곳곳에 영국의 문화가 진하게 느껴졌어요.
온타리오 호수의 퀸트 만에 위치한 데세렌토(Deseronto)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있는 온타리오 호수예요. 온타리오 호수의 면적은 18,960km²으로 우리나라 총면적의 20%에 달하는 큰 호수입니다.
데세렌토 마을은 온타리오 호수 중 퀸트 만(Quinte Bay)에 위치해 있어요. 호수를 따라 지어진 주택에는 개인 선착장까지 구비되어 있어 개인 보트가 선박 돼 있었어요. 미국과 캐나다의 보트 문화가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온타리오 호수를 배경 삼아 지어진 놀이터의 모습이에요. 물가에 지어져 있어서 그런지 해적선 콘셉트로 지어져 있어 주위 배경과 잘 어울렸어요. 그러고 보니 캐나다에는 물을 바라보며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유럽 및 영국 건축 양식으로 지은 건물들
다운타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어서 가까이 가보니 우체국이었어요. 1901년에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양식(Romanesque Revival style)으로 지어진 것으로, 100년이 훌쩍 넘은 건물이었어요. 인구가 매우 적은 마을의 우체국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지었을까 궁금했는데, 캐나다가 영국에서 독립한지 30년도 채 되지 않은 당시에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을 도시마다 지었다고 해요.
1904년에 지어진 영국 앤 여왕 시대(1702-14)의 건축 양식(Queen Anne Revival style)으로 지어진 건물로, 이 건물 역시 100년이 넘었네요. 캐나다 Big Five에 속하는 몬트리올 은행(Bank of Montreal)의 지점과 사무소로 사용하다가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을 맞이해 문을 닫아 비워졌어요.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 캐나다 연방 군대의 쉼터로 사용되다가 1945년 11월 15일부터 마을의 타운 타운 홀(Town Hall)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읍사무소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마을의 역사가 담긴 것들
우체국과 타운 홀 근처에 아주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요. 데세렌토 마을 출신의 사업가이자 시장이었던 E. W. Rathbun(1842-1903)을 기념하는 공원이었어요. 인구 2,000명이 채 되지 않던 마을에 Rathbun이 공장을 운영하면서 채용한 직원 수만 1,500명이 되어 그 당시 마을 인구가 3,550명까지 올라 최고의 전성기였다고 해요.
어느 건물 벽에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이 보여 다가가보니 1,400개 이상의 지사를 가지고 있는 캐나다 최대 재향군인회 Royal Canadian Legion의 데세론토 지사였어요.
재향 군인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쟁기념비가 있었어요. 제1차, 2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데세렌토 마을 출신의 군인을 기념하는 비였어요. 참고로, 한국 전쟁 중 26,791명의 캐나다 군인이 참전했고, 그중에서 516명이 전사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대도시는 물론이거니와 인구 몇 천명도 되지 않은 소도시에도 6.25 한국 전쟁의 전사자를 위한 기념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합니다. 볼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져 코끝이 찡해옵니다.
전쟁기념비를 보고 길을 걷다 무궁화를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덕분에 자꾸 미뤄왔던 무궁화 심기가 떠올라 여행 후 무궁화를 사서 정원에 심었어요.
한창 여행철이었지만 워낙 작을 마을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도 많지 않았어요. 길을 걷다가 차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마을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전용 대중교통이었어요. 대부분의 차량에 해당 지역 이름이 적혀 있는데, 마을 이름 대신 마을의 시초인 북미 원주민 모호크(Mohawk) 족의 이름이 쓰여 있어 눈길이 갔어요. 약자를 배려하는 캐나다 대중교통의 문화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인상이었던 마을의 벽화
오래전의 마을 모습이 그려진 커다란 벽화도 있었어요. 딸이 마을을 돌다가 구멍가게에서 산 무지개 바람개비 들고서는 자기 몸이 날아갈 것 같다며 사진 포즈를 취하더라구요.
100여녀 전의 대장간과 장작 오븐 베이커리의 모습을 그린 벽화도 보였어요.
마을 거리에는 작은 벤치가 하나 있었는데요. 벤치 뒤로 스토리텔링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옛날 옛적에 작은 마을에..."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작은 마을의 벤치에 앉아 즐거운 상상력을 통해 여행의 추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좋아 보였어요.
공장처럼 보이는 큰 건물에 캐나다 담배 브랜드인 STAG가 크게 적혀 있어 인상적이었어요. 씹는 담배의 일종으로, 현재는 생산되고 있지 않아 STAG 담배를 담았던 깡통이 2~3만 원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희귀해졌지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이색적인 중고물품 가게들
인구 2~4천 명이 사는 도시로 종종 여행 가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협소한 다운타운이었어요. 우리나라의 아주 작은 섬에 있을법한 오래된 구멍가게만 몇 개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중고 물품 가게는 3곳이나 있었고 규모가 제법 커서 인상적이었어요. 위 사진은 그중에서 제일 작은 가게였는데, 대도시 중고가게에서는 매우 보기 힘든 오래된 물품이 많아 흥미롭게 구경했네요.
두 번째로 찾아간 중고 물품 가게는 방앗간을 개조한 곳이었는데요.
다른 도시에 있는 중고 물품 가게와 달리 IKEA의 쇼룸처럼 중고물품을 진열해둬서 정말 흥미롭게 구경했어요. Hudson's Mill 중고 물품 가게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세 번째로 찾아간 중고 물품 가게는 중고 물품 중에서도 고급 브랜드 제품 및 희귀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몇 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넘는 제품도 보였어요.
중고 물품 중에서도 1926년부터 영국 여왕(국가 원수)이자 캐나다 여왕(국가 원수)인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와 관련된 물품이 정말 많아 인상적이었어요. 그 외 The Great Deseronto Antique Emporium 가게 내부 모습이 더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영국 상류층 여성의 차 문화를 소개하는 레스토랑
작은 마을을 둘러보고 나니, 드디어 기다렸던 레스토랑의 문이 활짝 열려 있더라구요. 이 레스토랑은 19세기 중엽 영국 상류층 여성의 사교모임에서 도입한 차 & 다과 문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가게 앞에는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이 바람에 펄럭거리고 있었어요.
레스토랑의 규모가 겉에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아 실은 살짝 실망한 채 들어갔는데, 내부에 들어선 순간 반전 매력이 있더라구요!!
남편의 메뉴였던 Windsor Plate였어요. 저희가 시켰던 세 메뉴 중에서 가장 맛있어요. 저희가 갔던 O'conner-House 레스토랑의 자세한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영국 식민지 하에 있었던 미국과 캐나다가 독립하게 된 과정은 사뭇 다른데요. 미국은 전쟁을 통해 1776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캐나다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1876년에 자치 정부를 수립했어요. 독립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캐나다는 영국 연방 국가(영연방) 중 하나로 영국의 왕을 국가원수로 삼고 있으며 국민들은 영국 로열패밀리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무척 자랑스러워합니다. 일본 식민지 하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참혹하고 슬픈 역사와 사뭇 다른 정체성이자 정서여서 간혹 고개가 갸우뚱거리기는 합니다. 인구 2천 명도 되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과거 영국의 충신들이 거주했던 곳이어서인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의 문화가 마을 곳곳에 남아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캐나다에 스며든 영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미소로 꽉 찬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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