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국경 지대에서 느낀 새봄과 6.25전쟁 흔적

온타리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계 캐나다인의 마을, 브락빌(Brockville)

겨울이 춥고 길기로 소문난 캐나다는 4월 중순이 넘어서야 겨우내 눈이 녹으면서 봄이 시작되는데요. 연이은 봄비로 흐린 날씨만 이어지다가 주말에 날씨가 반짝 개인다는 기상 예보를 보고, 조금이라도 더 일찍 봄을 느끼고 싶은 욕심에 제가 사는 오타와에서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브락빌(Brockville)은 인구 약 21,000명의 작은 소도시로 미국과의 국경지대에 있어요. 그럼 온타리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계의 캐나다인의 소도시 브락빌의 봄소식을 전해 볼까요?

세인트 로렌스 강과 천(千)섬

세인트 로렌스 강입니다

1,197 km 길이의 세인트로렌스 강(Saint Lawrence River)은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에서 시작하여 미국 뉴욕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와 퀘벡 주의 국경지대를 따라 대서양으로 흐르는 강이에요. EBS 4부작 세계 테마 기행 '세인트 로렌스 강을 떠나, 캐나다'에 소개된 강이기도 하지요. 강 중간부터 건너편은 미국 뉴욕 주 모리스타운(Morristown)이에요.

천섬 별장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 지대에 1,864여 개의 군도가 모여 있는 천섬(Thousand Islands)이 있는데요. 주로 북미 부자들이 섬마다 개인 별장을 짓고 여름휴가를 보내는 곳이에요. 브락빌과 옆 도시 킹스턴에서 천섬 유람선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천섬 유람선 비교와 백만장자의 여름 휴양지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첫 봄햇살을 누리다

Brockville 선착장입니다

브락빌 아쿠아리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화사한 봄 햇살이 너무 아까워 서둘러 강가로 나왔어요. 저 멀리에 등대와 전투기 조형물이 보여서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가보기로 했어요.

미국과 캐나다 국기입니다

캐나다 국기, 미국 국기, 온타리오 주기가 나란히 바람에 펄력이고 있었어요. 미국과의 국경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에요.

캐나다 국가색은 빨강과 하양입니다

등대를 향해 가던 길에 보트 색깔이 캐나다 국기를 연상케 하는 듯해 찍어봤어요. 캐나다 국가색은 1921년에 영국 조지 5세에 의해 빨강(영국 상징)과 하양(프랑스 상징)으로 선언되었습니다.

Brockville 선착장입니다

이렇게 멋진 배도 있어 강의 운치를 더해줬어요.

산책로입니다

선착장 때문에 빙 돌아서 등대를 가야 했지만, 푸른 하늘과 푸른 강을 바라보며 걸어서 정말 좋았어요. 걷기 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어디냐고 물었는데 방향이 같다면서 동행해주셨는데요. 브락빌 토박이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담긴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걸어서 더 의미 있었던 산책이었던 것 같아요.

캐나다 왕립 공군 제트 전투기입니다

캐나다 왕립 공군(Royal Canadian Air Force, RCAF)의 비행기 공중 곡예팀인 골든 호크스(Golden Hawks, 1959~64년)가 만든 F-86 Sabre 제트 전투기입니다. 미국 공군의 설계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950~58년 동안 1,815대를 생산했어요. F-86 Sabre 제트 전투기로 1959~1963년 동안 북미에서 317번의 에어 쇼를 열었다고 해요. 하지만, 1964년에 재정적인 이유로 중단되었고, 1968년에 F-86 Sabre #426 제트 전투기가 이곳에 설치되어 브락빌의 역사적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남성 폭력의 희생 여성 기념비입니다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 de Montréal)에서 입학을 거부당한 한 남자가 주요 직책에 여성이 점령하는 현상과 페미니스트들을 혐오한다면서 학교에 침입해 14명의 여성을 총으로 사살했는데요. 브락빌에서도 남성의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을 위한 기념비를 세웠어요. 캐나다에는 70개 이상의 여성 기념비가 있습니다. 2명의 여성 목에 보라색 목도리가 둘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소녀상이 생각났어요.

등대 그림입니다

소녀상 밑의 두 여학생이 등대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어,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에 담아봤네요.

Brockville 등대입니다

등대가 산책로의 반환점이 되어 사람들이 되돌아오고 있었어요. 저도 등대 주변을 서성이면서 푸른 하늘과 강을 바라보며 햇살을 한참 즐기다가 다시 되돌아왔네요.

캐나다 봄의 모습입니다

햇살을 즐기는 사람은 저뿐만 아니었어요. 추운 기온과 봄비로 바깥을 나오지 못하던 사람들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나와 봄 햇살을 자신의 방법대로 제각각 즐기고 있었네요.

캐나다 요트 클럽입니다

선착장의 요트는 다 어디 갔나 싶었더니, 강가의 요트 클럽 주차장에 선박 돼 있더라구요.

캐나다 레저 보트 문화입니다

지난여름에 찍은 사진이에요. 선착장에 빼곡하게 요트와 보트들이 정박해있답니다. 캐나다 레저 보트 문화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놀이터입니다

딸과 함께 온 단짝 친구는 봄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어요.

Brockville 벽화입니다

화장실 건물의 벽화가 브락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해요.

캐나다 단독 주택 모습입니다

집에 돌아오던 길에 발견한 집이에요. 캐나다 주택의 뒷마당에는 울타리가 있지만, 앞마당과 출입구에는 울타리가 없는 곳이 매우 많아요. 하지만, 종종 부자들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집 앞에 아치를 만들어 두기도 합니다. 자갈돌로 만든 아치가 독특해서 찍어봤어요. 본격적인 원예 작업을 위해 낙엽을 쓸어 담아 여러 종이봉투에 한가득 담아 내놓았네요.

브락빌 다운타운의 랜드마크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입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터널로, 브락빌 다운타운에 있어요. 1854년에서 1860년 사이에 건설된 터널로, 1970년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일부 구간은 여름철에 대중에게 공개되는데요. 위 사진은 2년 전에 공개 당시 찍은 사진이에요. 이번에 가니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아 확장 공사를 하고 있더라구요. 8월 12일에 개장한다고 하니 그때 다시 찾아오고 싶어집니다.

Brockville 아쿠아리움입니다

오늘의 주 목적지는 아쿠아리움이었어요. 작년 봄에 개관한 곳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네요. 이곳은 조만간 자세히 소개하도록 할게요.

Brockville 시청입니다

1864년에 지어진 빅토리아 홀(Victoria Hall)로, 그 당시에 콘서트홀과 정육 시장으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브락빌 시청으로 사용 중이에요. 육각형 모양의 건물 꼭대기에 4개의 시계가 걸려 있어 매우 이색적입니다. 역사적인 건물로 보존 중입니다.

캐나다 공립 도서관입니다

1904년에 지어진 브락빌의 공립 도서관으로, 무려 100년이 넘은 건물입니다. 도시 인구가 작다 보니, 브락빌의 유일한 공립 도서관이었어요.

Brockville  법원 청사입니다

다운타운 중심부에 있는 법원 청사입니다. 역사적인 건물로 보존 중입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겨울 점퍼를 입어야 할 만큼 쌀쌀했는데 이날 날씨가 확 풀려서 여름 옷을 입은 사람이 벤치에 앉아 봄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어요.

캐나다 연합 교회입니다

법원 청사 뒤편에는 캐나다 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anada)가 있었어요. 캐나다 연합교회는 1925년에 장로교, 감리교, 프로테스탄트교가 연합하여 이뤄진 교단으로, 캐나다에서는 가톨릭 다음으로 가장 큰 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률 사무소 벽화입니다

법원 청사 바로 앞에 있는 법률 사무소의 건물 벽에는 변호사와 상담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요. 그 어느 간판보다 시각적인 효과가 제법 있더라구요.

2천 명 인구의 소도시에서 발견한 한국 전쟁의 흔적

캐나다 전쟁 기념비입니다

언덕 위의 법원 청사에서 아래로 조금만 내려오면 서 있는 전쟁 기념비예요.

한국 625 전쟁 기념비입니다

제1차, 2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브락빌 출신의 군인을 기념하는 비였어요. 참고로, 한국 전쟁 중 26,791명의 캐나다 군인이 참전했고, 그중에서 516명이 전사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브락빌 도시 출신의 전사자여서 그의 희생을 함께 기념하고 있었어요. 캐나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소도시에도 6.25 한국 전쟁의 전사자를 위한 기념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합니다. 볼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져 코끝이 찡해옵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딸과 꼭 나누려고 노력하네요. 2017년 첫 봄 햇살을 제대로 누리고 온 날이었어요. 춥고 긴 겨울을 잘 이겨낸 것에 대해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어 더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봄이 간절히 기다려지듯이 오염된 환경에서는 깨끗한 자연이 가장 절실해지며 전쟁 중에는 평화가 가장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인류의 이기적인 역사가 자꾸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아래는 브락빌 전쟁 기념비의 비문에 쓰인 글귀(왼쪽 사진)입니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을 가진 남자가 없다 - 한 남자가 그의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한국 1950-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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