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등껍질을 달력으로 삼은 캐나다 원주민의 놀라운 지혜

캐나다 원주민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에 프랑스와 영국이 캐나다를 식민지화하기 전부터 캐나다(그 당시에는 '카나타')에 살았던 토착민을 캐나다 원주민으로 보는데요. 원주민의 시작은 약 2만 년 전 제4빙하기 해수면 후퇴로 육지가 된 베링해협을 통해 시베리아의 몽골계 아시아인이 북미의 알래스카로 이동하여 정착하면서부터였어요. 그래서인지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 축제나 박물관 등에서 봤던 원주민의 모습에서 친숙함이 느껴지더라구요.ㅎㅎㅎ 그런데 지난 주말에 캐나다 메이플 시럽 축제에서 백인 원주민을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축제 진행 요원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나누며 물어보니, 노르웨이계 캐나다 원주민이었어요. 의아함을 품고 집에 와서 원주민 역사를 찾아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1천 년 전에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킹(Vikings) 해적이 캐나다 대서양 연안 뉴펀들랜드를 발견하여 유럽인에게 소개하였고, 곧이어 덴마크인들이 와서 정착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만났던 사람이 바이킹의 후손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르웨이계 캐나다 원주민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오늘 나눔 하고자 합니다.

거북이 등껍데기입니다

캐나다 원주민의 생활 물품이 전시된 테이블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거북이 등껍질이었어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무척 궁금해져서 무언가를 보관할 때 사용하냐고 물어봤더니, 달력이라고 간단히 답해줬어요.

생각지도 않은 대답에 설명을 간절히 바라는 눈빛을 보냈더니 자세히 알려주시더라구요. 원주민은 생존을 위해 자연계에 항상 의존해 왔기에 달의 변화에 따라 날짜를 세었다고 해요.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되기까지 28일이 걸리고, 그 주기가 일 년에 13번이 있다고 했어요. 계산해보니 딱 364일이네요. 그런데 그게 거북이 등껍질과 무슨 상관이 있냐구요?

캐나다 원주민의 달력은 거북이 등껍질입니다

원주민의 손가락을 따라 거북이 등껍질에 있는 모양을 세어 보니 중앙에 있는 큰 모양의 개수가 13개,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작은 모양의 개수가 28개였어요! 순간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양력은 지구의 공전을 기준으로 한 날짜이고, 음력은 달의 공전을 기준으로 한 날짜이니 거북이 등껍질을 음력 달력을 삼은 셈이네요. 우리나라도 조선 말기부터 양력 달력을 사용하기 전에 음력 달력을 사용해왔고, 지금까지도 음력으로 생일을 지낸 사람도 많기에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더라구요.ㅎㅎ

무스 뼈로 실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뭉툭한 나무망치가 보이길래 무엇을 하는데 사용하느냐고 물어보니, 옆에 있는 무스(moose) 정강이뼈를 들어 보이면서 나무망치로 뼈를 20~30분 정도 두드리면 실처럼 변한대요. 참고로, 무스는 북미산 큰 사슴으로 유럽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엘크(elk)로 알려졌지요. 무스 뼈로 실을 만들어 의류나 생활물품을 만드는데 사용했다니 정말 신기했어요.

엘크 지방입니다

오래 된 비누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80년 된 무스의 지방이라고 해요. 캐나다 원주민들은 무스, 사슴, 칠면조, 곰 등을 사냥해 먹고, 대서양, 태평양, 북극해 연안에 많이 거주하고 있기에 캐나다인(이주민과 그들의 후손)과 달리 어류 및 조개류도 많이 먹기도 해요.

곰 지방은 치료와 미용에 사용됩니다

유리병에 담긴 노란 물질은 곰의 지방(grease)으로, 원주민들은 곰의 지방을 미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머리카락이나 피부에 바르거나 벌레 퇴치제 및 상처 치료제로 사용했다고 해요. 질감, 색깔, 효능 모두 바셀린과 유사해 보였는데, 바셀린의 발견보다 훨씬 더 앞선 생활의 발견이네요.

비버 꼬리입니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인 비버의 꼬리입니다. 비버 꼬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만진 것은 처음이었어요. 비버(beaver)는 바다삵이로, 주로 수중에서 생활하고 댐을 만드는 특징이 있지요. 크게 유럽 비버와 캐나다 비버로 나뉘지만, 거의 동일종입니다. 세계적인 팝스타로 30세 미만의 갑부 스타로 등극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도 캐나다 출신이네요.ㅎㅎㅎ

캐나다 무스 장갑입니다

무스의 가죽과 비버의 털로 만든 장갑이에요. 전시 물품은 이미 사용한 것이라서 조금 낡았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보통 200달러 정도 하고 최고급 품질은 1,000달러도 넘어요. 원주민들이 주로 북극에 근접한 지역에 모여 살기에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두툼한 두께의 장갑을 끼워야 하므로, 뭉툭한 디자인이 많으나 화려한 컬러의 비즈나 실로 장식을 넣어 매우 멋스러워요.

무스를 부르는 나팔입니다

자작 나무껍질로 만든 꼬깔콘은 무스(moose)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나는 나팔이에요. 암컷 무스가 울면 수컷이 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서 짝짓기를 하는데요. 그와 비슷한 소리를 내서 무스를 유인해 사냥하는데 사용합니다.

고래 뼈로 만든 스크래퍼입니다

고래의 뼈로 만든 긁개입니다. 동물의 가죽에서 지방과 털을 제거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동물 가죽이 썩지 않도록 생가죽을 두드려서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을 처음 개발한 민족이 캐나다 원주민이라고 합니다. 핸드메이드 가죽 공예가 매우 발달하였는데요. 그중에서도 캐나다 원주민 및 장인이 만든 모카신(moccasin)이 매우 유명하지요.

캐나다 원주민의 드림캐처입니다

종영 드라마 <상속자>에서 극 중 박신혜가 이민호에게 선물해줘 한국에서 유명해진 드림캐처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이 사용하던 버드나무 고리인데요. 망으로 덮인 버드나무 고리에 구슬과 깃털로 매달아 만든 드림캐처를 머리맡이나 창문에 걸어 놓고 자면, 악몽은 드림캐처의 거미줄(망)에 걸려 들어오지 못하고, 좋은 생각만 가운데 구멍을 통해 마음속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원주민이 직접 만든 드림캐처는 캐나다에서 꼭 사야 할 물품 중 하나로 손꼽혀요.

캐나다 인디언의 눈신입니다캐나다 원주민의 이동수단, 설피

벽에 걸린 2쌍의 물건은 전통 눈신(snowshoe)입니다. 사람의 발이 눈 속으로 잘 빠지지 않도록 체중을 분산시키는 넓은 면적의 신발로, 겨울철에 사냥하거나 이동할 때 사용했습니다.

라크로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놀이였습니다

화살촉 위에 보이는 그물망이 달린 나무 막대기는 북미 원주민의 바가타웨이(baggataway) 경기 중 공중의 볼을 낚아챌 때 사용하는 도구예요. 원주민의 바가타웨이를 본 유럽 이주민이 19세기 무렵에 라크로스(Lacrosse)라는 스포츠로 발전시켜, 현재는 캐나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널리 보급되어 있어요. 특히, 북미 지역에는 메이저 라크로스 리그(10개 팀)와 내셔널 라크로스 리그(13개 팀)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코요테 가죽입니다

여우냐고 물었더니 개과에 속하는 북미산 야생 동물 코요테(coyote)의 가죽이었어요.

담비 가죽입니다

위의 가죽은 족제비과 담비(Martin)으로 저도 처음 봤는데요. 북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의 북부 등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이에요. 사진 찍으려고 하니 옆에 계신 분이 얼굴도 같이 찍으라고 들어주시더라구요.ㅎㅎㅎ

캐나다 토착민의 사냥 도구입니다

사냥하거나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도구예요. 화살을 담아두는 전동을 동물의 가죽 털로 만들어서 눈길이 가더라구요.

인디언의 담배 파이프입니다

담뱃잎을 넣는 파이프도 있었어요. 투박스러운 듯 보이면서도 멋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중국 전통차입니다

돌처럼 단단하고 벼루처럼 생긴 것이 보여 무엇인지 물어보니, 중국의 전통차로 아주 오래전에 받은 것이라고 알려줬어요. 증압하여 고형으로 만든 기압차인데, 한국인인 저는 중국 기압차를 캐나다 원주민의 텐트에서 처음 보게 되어 기분이 묘했어요.ㅎㅎㅎ

캐나다 원주민의 생활 물품입니다

왼쪽부터 나무 머리빗, 놋쇠와 가죽끈으로 만든 목걸이, 소가죽으로 만든 신발이에요.

First  Peoples입니다캐나다 메이플 시럽 축제

나무를 비벼서 불씨를 만들기 쉽도록 만든 도구를 설명해주고 있는 모습이에요. 축제가 열렸던 Vanier 동네는 영어권인 오타와에서 불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축제도 불어로 진행되었기에 원주민의 물품에 대해 설명을 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원주민 두 분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듣다 보니 흥미롭고 신기해서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설명을 불어로 또 하셔야 했기에 적당선을 지켰네요.^^;

캐나다 원주민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동안 느낀 점은 그들이 물건을 결코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최대한 버리는 부분이 없도록 각각의 특징을 살려 생활 물품을 만든 지혜가 놀라웠어요. 싸고 편리한 것만을 찾는 동안 지구는 빠른 속도로 오염되어가 이제는 천연 성분이 들어간 유기농 제품이 비싼 값에 팔리는 현대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지요. 캐나다 원주민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의 조상의 삶에서 환경 보호의 지혜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과 상호 의존성을 가져야 하는 인간의 삶이기에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삶의 편리함과 실용성이 추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네요. 캐나다 원주민의 생활 모습을 간접적으로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며, 미세먼지 유의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봄날을 이어가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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