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토템 기둥 컬렉션과 캐나다 원주민의 주거지

캐나다 역사 박물관(Canadian Museum of History)의 원주민 전시관

캐나다 역사 박물관은 캐나다 박물관 Top 10에 항상 속하는 명성 높은 박물관으로, 개인적으로 오타와에 소재한 10여 개의 국립 박물관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에요. 하루 종일 다녀도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큰데요. 그중에서 1층에 있는 그랜드 홀(Grand Hall)은 박물관의 건축 및 조경 기술의 핵심이 다 모여 있는 곳으로, 박물관 내에서 가장 넓고 아름다운 공간에 캐나다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토템 컬렉션, 세계 최대 크기의 컬러 사진, 100~200년 전의 원주민 주택 등을 자랑하는 캐나다 역사 박물관의 원주민 전시관을 소개해봅니다.

캐나다 역사 박물관의 핵심 장소, 그랜드 홀(Grand Hall)

캐나다 역사 박물관입니다

그랜드 홀의 모습입니다. 중앙 홀은 컨퍼런스, 콘서트 등 특별 행사의 장소로도 사용되는데요. 2016년 K-POP 갈라쇼도 이곳에서 열렸어요. 제가 갔을 때에는 봄 방학 맞이 특별 액티비티가 진행 중이었어요. 그랜드 홀은 바깥쪽을 향하여 너비 112m, 높이 15m의 곡선 형태의 유리로 된 벽이 있어 캐나다 국회의사당, 오타와 강, 리도 운하 등 오타와 핵심 랜드마크의 아름다운 전경을 실내에서 즐길 수 있어 매우 좋아요. 맞은편 실내 벽에는 마치 숲 속에 있는 원주민 마을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세계 최대 규모 컬러 사진이 걸려 있어 묘한 매력을 더해줍니다. 그랜드 홀에는 무려 43개의 토템폴(Totem pole)이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장승과 비슷한 토템폴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에 면한 북서 해안에 사는 원주민이 그들의 집 앞이나 묘지 등에 세우는 나무 기둥을 말합니다.

태평양 연안의 캐나다 원주민 집과 토템폴

캐나다 원주민 주거지입니다

그랜드 홀에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살던 원주민(First Peoples)의 집 6채가 복원되어 전시 중입니다. 1989년 캐나다 역사 박물관의 개관을 위해 1800~1900년대 당시 원주민이 직접 사용했던 집과 토템폴을 원주민이 사는 지역의 조각가와 예술가가 모여 복원(일부 구입)하였습니다. 오른쪽부터 하나씩 살펴볼게요.

캐나다 인디언 집입니다

The Coast Salish House는 태평양 해안(Coast) 지역에서 원주민의 언어 중 샐리시(Salish) 언어를 사용하는 1860년대 당시의 원주민 집이에요. 집 앞에는 캐나다 북서 해안(Northwest Coast) 지역의 바위가 많은 해안선의 일부 모습이 재현되어 있었는데요. 낚시나 사냥이 힘든 겨울철에는 바닷가의 바위에 기생하는 굴, 홍합, 가리비, 전복 등을 따서 먹었다고 해요.

태평양 연안의 토착민 주택입니다

The Nuu chah nulth House는 1860년대 Nuu chah nulth 부족의 Tsesha'ath 족장이 소유하던 집입니다. 벽에는 1개의 태양, 10개의 달(파란색 원), 2마리의 천둥 새, 2마리의 뱀, 2마리의 대구가 그려져 있었어요. 오른쪽에 세워진 기둥은 Nuu chah nulth Pole로, 기둥의 맨 위에는 Nuu chah nulth 부족의 신화적인 존재로 바다표범, 해달, 고래 등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고 해요. 기둥의 제일 아랫부분은 신화적인 존재의 라이벌을 카누에 태워 바다로 보내버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바다 동물이 주 식량이었을 해안가 인디언의 강한 염원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캐나다 토템폴입니다

The Central Coast House는 태평양 중부 해안에 사는 Wakas 족장의 집으로, 189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Alert Bay에 있었던 집을 복원하였어요. 집 앞에 세워진 Wakas House Pole은 복원이 아닌 실제의 것으로, 1928년에 구입하여 밴쿠버의 Stanley 공원에 세웠다가 1987년에 캐나다 역사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Wakas 족장의 후손이 같은 토템폴을 새롭게 만들어 밴쿠버의 Stanley 공원에 다시 세웠다고 하네요. 집인데 출입구가 안 보여서 의아했는데요. 기둥의 맨 밑에 위치한 새의 검은 부리가 벌어져 출입문 역할을 합니다. 새의 부리 중 윗부분은 카누를 뒤집어서 사용했다고 해요. 굉장히 이색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같아요.

캐나다 인디언 집입니다

The Nuxalk House는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Nuxalk(Bella Coola) 부족의 Clellamin 족장이 지은 집으로, 서커스 텐트가 연상될 정도로 외관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이는 그들이 믿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Nusq'alst를 형상화한 집으로, Nusq'alst는 세상이 시작할 때 Nuxalk 부족을 세우고 Bella Coola 계곡의 산이 되었다고 해요. 5개의 삼각기둥의 지붕은 Nusq'alst 산의 산봉우리를 뜻하고, 파랑과 하양으로 된 줄무늬는 눈이 쌓인 줄기를 뜻합니다. 집 외벽에 매달린 사람들은 이 집을 지은 Clellamin 족장의 가족으로, 그중 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망치를 들고 있는데요. 잔치에 모인 손님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단풍나무판자를 망치로 두들겼다고 해요. 집에 걸린 간판은 1893년 Clellamin 족장이 사망한 후 그의 삶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주택 건축 시 자신들이 믿는 신화적인 존재와 족장의 가족을 표현한 점이 매우 특이한 것 같아요.

캐나다 서부 해안의 토템폴입니다

The Haida House은 Haida 마을의 까마귀 부족의 집으로 1800년대 당시 대중적인 주택 형태(6개의 기둥)였어요. 사진에서 맨 왼쪽에 서있는 Kwaxsuu Pole은 Nisga'a 원주민 중 늑대 씨족의 토템폴로 기둥 중간에 늑대가 앉아 있어요. 그 옆에 세워진 Fox Warren Pole은 Masset 마을에 있는 족장이 소유한 것으로, 기둥 맨 끝에 초자연적인 존재가 긴 모자를 쓰고 앉아 있어요. 그 옆에 세워진 Kayang Pole은 1800년대 후반에 Kayang의 Haida 마을에 세워진 기둥으로, 족장이 매우 기다란 모자를 쓰고 있고 앉아 있어요. 맨 오른쪽의 House Waiting for Property Pole은 '부(Wealth)를 기다리는 집'으로 불리는 Haida House의 입구에 세워진 기둥이에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원주민 집입니다

The North Coast House은 1800년대 중반에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북쪽 마을에 지은 집입니다. 왼쪽에 있는 Bear's Den Pole은 1900년 즈음에 Nass 강의 Gwinahaa 마을에 있는 토템폴로 기둥 중간에 작은 동굴 안에 있는 새끼 곰이 있어요. 오른쪽에 있는 White Squirrel Pole은 Nass 강 계곡에 거주한 Nisga'a 원주민 중 다람쥐 씨족의 토템폴로 기둥 끝에 하얀 다람쥐가 보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성을 표현한 원주민 예술가의 조각품

원주민 조각품입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거주했던 Haida 부족의 Bill Reid(1920–1998) 예술가가 만든 조각품으로, 작품명은 'The Spirit of Haida Gwaii'입니다. Haida Gwaii 지역의 거주자와 동물들이 한 카누를 타고 있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항상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서로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모습을 표현한 모습이에요. 같은 작품이 세 곳에 전시 중인데요. 미국 워싱턴 D.C. 주 캐나다 대사관에는 'the Black Canoe' 작품명으로 검은 청동으로 만든 작품이 전시 중이고, 밴쿠버 국제공항에는 'the Jade Canoe' 작품명으로 푸른 청동으로 만든 작품이 전시 중이며, 캐나다 역사 박물관에 'The Spirit of Haida Gwaii' 작품명으로 하얀 석고로 만든 작품이 전시 중입니다.

별을 따라가는 인디언의 세계관을 표현한 원주민 화가의 천장 벽화

캐나다 역사 박물관의 천장 벽화입니다

원주민의 집을 지나 1층 맨 끝에 있는 빨간 리클라이닝 소파에 누워 위를 올려다보면 돔으로 된 천장에 'Morning Star' 벽화를 감상할 수 있어요. 1993년에 캐나다 원주민 출신의 화가 Alex Janvier가 이른 아침에 떠 있는 별(Morning Star)을 보고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했던 원주민의 세계관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캐나다 원주민 전시관입니다

북미 원주민의 조상은 원래 아시아의 몽골계에 속하는 수렵민으로 약 2만 년 전 제4빙하기 해수면 후퇴에 의해 육지가 된 베링해협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의 시베리아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의 알래스카로 이주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북미 원주민의 토템 신앙이 마냥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고대 아시아인의 후손인데다가 예로부터 문화적 교류가 잦았던 몽골계이기 때문이었나 싶었어요. 특정한 동물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우상시 여겼던 그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 본연의 나약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공감이 되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6채의 집 내부에는 다양한 원주민의 생활 물품 및 예술품으로 전시 중인데요. 나중에 따로 소개할게요. 미국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캐나다 동부 원주민의 생활 문화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캐나다 토착민의 문화를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며, 건강과 행복으로 꽉 찬 4월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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