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주목 받고 있다! 캐나다 Bug Day

저희 가족은 주말이 다가오기 전에 갈만한 곳을 미리 알아본 후, 직접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데요. 시외로 여행 가려고 주말 날씨를 확인해보니 연일 비가 내릴 예정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실내 액티비티로 알아보니 캐나다 오타와 중앙 실험 농장에서 <Bug Day> 이벤트가 열린다고 하여 다녀왔어요. 곤충 표본을 전시하는 행사인가 싶어 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요. 이벤트장에 들어선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어 놀라웠네요. 곤충이 이렇게 인기 많을 줄이야! 그럼, 본격적으로 따끈따끈한 곤충 이야기하러 가볼까요?   


오타와 연구 개발 센터


<Bug Day>는 중앙(연방 정부 소속) 실험 농장의 오타와 연구 개발 센터에서 온타리오 곤충학회와 오타와 자연 동식물 연구가 클럽의 주최하에 진행됐습니다.


미래 대체 식량 곤충


입구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다가가보니 미래 대체 식량 중 하나로 귀뚜라미를 소개하고 있었어요. 귀뚜라미를 곱게 갈아서 넣은 마카롱, 말린 귀뚜라미를 넣은 초콜릿 칩 쿠키, 말린 귀뚜라미에 각종 양념을 묻혀 만든 스낵 등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코너였어요. 외관상 거부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초콜릿 칩 쿠키 반죽에 넣어 굽거나 곱게 갈아서 파우더로 사용하는 방법은 꽤 좋은 아이디어 같았어요. 오전에는 메뚜기 그린 스무디 시식도 있었어요캐나다 자연사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도 곤충 과자와 사탕을 이미 팔고 있어 아주 생소하지는 않았지만, 요리로 활용한 점은 매우 흥미롭더라고요. 

단백질 공급을 위해 곤충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cow)를 키우는데 필요한 식량 1/6과 물 1/13 정도만 필요하다고 하니, 미래 대체 식량으로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대벌레


행사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 중의 하나는 곤충 만지기 체험이었는데요. 사진 속의 곤충은 대벌레(stick insect)로, 이름처럼 몸과 다리가 대나무처럼 가늘고 길어요. 길이는 7~10cm 정도입니다. 색깔은 대부분 갈색 또는 초록색 계열이었어요.  


노래기


저는 겁나서 못하겠고 은근슬쩍 딸 등만 살포시 밀었네요. ㅋㅋ 사진 속의 벌레는 노래기(millipede)로, 발 부분이 체리 색깔을 띈다고 해 Cherry Foot Millipede였어요. 머리 부분이 동그랗고, 겉이 매끈하며, 초식성 절지동물이라는 점에서 지네와 다르네요. 애완충으로 키우기도 해요.


바퀴벌레 경주


이날 가장 호응이 많았던 이벤트 중 하나는 바퀴벌레 경주였어요. 무지갯빛 투명 튜브 안에 있는 바퀴벌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경주한 후, 이긴 사람에게 작은 상품을 주었답니다. 시합이 끝나고, 바퀴벌레를 꺼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렇게 큰 바퀴벌레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살짝 필요한 순간이었어요.   


땔감 장작


이게 뭘까 하고 다가가니 땔감이었어요. 이게 곤충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 물어봤네요. 캐나다는 겨울 길어 집 안의 벽난로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해로운 곤충이 숨어있는 나무를 장작으로 쓰려고 다른 곳에 옮기게 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장작은 자신의 주변에서 구하거나 사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페이스 페인팅과 만들기 액티비티


아이들을 위해 무료 페이스 페인팅과 곤충 만들기 공간도 마련돼 있었어요. 제법 넓은 공간이었는데, 사람들로 북적거렸네요.


곤충 관찰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찾아 꺼낸 후, 돋보기로 관찰하는 코너도 있었어요. 어린아이들이 흥미롭게 참여하고 있더라고요.  


곤충 표본 하기


곤충 표본 하기 체험도 할 수 있었어요. 표본 하는 방법은 알코올로 연화된 상태의 곤충을 집게로 집은 후, 언제 어디서 채집했는지 적힌 태그 위에 올려둡니다. 태그와 함께 고정되도록 곤충 등에 핀을 꽂되, 중앙 부분이 아닌 살짝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꽂습니다. 딸은 스티로폼 위에서 했지만, 표본 액자에 넣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딸은 하고많은 벌레 중 가장 흔한 파리를 표본 했습니다. ㅎㅎㅎ


곤충 현미경


곤충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현미경을 설치해 둔 곳이 정말 많아서 좋았어요. 


박각시나방 유충


일종의 박각시나방의 유충(Manduca Sexta)으로, 담뱃잎의 해충입니다. 돋보기를 사용해도 되지만, 실제로 유충이 굉장히 커서 육안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었어요. 몸집이 다른 유충에 비해 커서 해부 후 기관을 분리하기 쉬워 실험용으로 배양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신경계 조직으로의 접근이 쉬워 신경계에 관련된 생물 의학 및 과학 연구 실험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들의 애완충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식물에 좋은 유충


다른 한쪽에서는 식물에 필요한 익충을 설명하고 있었어요.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진딧물을 먹는 칠성무당벌레가 익충의 좋은 예이지요. 물론 해충과 익충의 차이는 인간의 관점으로 분류하는 것이지만, 해충을 죽이기 위해 익충까지 죽이는 소각이나 농약 뿌리기의 방법보다는 익충을 잘 활용하면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좋은 것 같아요. 


벌집 만들기


벌집을 직접 만들어 집에서 벌을 모으는 방법도 소개가 되었는데요. 종이에 무독성 풀을 마르고 돌돌 말아서 원통이나 구멍을 뚫은 나무 상자에 넣어 걸어두면 벌이 모인다고 해요. 재활용지 안의 흰 종이는 튜브 안에 들어간 벌을 관찰할 수 있도록 밖으로 잡아당길 수 있도록 추가로 넣은 거예요. 2년 전 집 지붕 밑에 걸린 벌집이 무서워 없애느라 꽤 고생했는데, 주택에서 벌을 직접 키워 자연 관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 못해봤네요. ㅎㅎ


곤충 표본


이외에도 희귀 천연기념물 곤충, 세계 각국의 나비, 캐나다 벌 등 곤충 표본이 정말 많았어요. 70여 명의 봉사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방문객들의 질문에 무척 상세하게 답변해줘서 좋았어요. 


기부 문화


이번 행사는 무료였지만, 기부금은 받았습니다. 자신이 누린 만큼 자원하여 답례하는 문화가 잘 발달돼 있어요. 이벤트를 제대로 즐겼던 저희도 그 흐름에 맞춰 기부하고 왔네요. 


곤충의 날 Bug Day


곤충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브르(Jean Henri Fabre, 1823-1915)의 [곤충기]는 어린 시절에 한 번씩은 읽어보는 필독서로 유명하지요. 가난한 프랑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곤충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철저히 검토하여 기록해나가는 실질적인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파브르의 모습이 문득 떠올려지는 시간이었어요. 그 당시 미지의 학문이었던 곤충학을 경험적인 관찰로 논박해가며 곤충학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던 파브르처럼, 현시대에 사는 우리 역시 곤충의 중요성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기에는 하찮은 벌레처럼 보이나, 먹이사슬 유지, 식물의 종자 번식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생물학적 과정을 이해하는 연구 재료로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고 있으며, 풍부한 단백질 제공원으로 미래 대체 식량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인간의 편리함과 이익을 위해서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해왔던 이기적인 역사를 멈추고, 자연을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캐나다 <곤충의 날> 이벤트를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며, 오늘도 따스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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