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차린 추석 상차림이 내게 준 선물

캐나다에서 가정을 꾸린 지 9년을 채우고 만 10년을 향해 가고 있는데요. 매년 오는 추석과 설날은 소소하게라도 꾸준히 챙기고 있어요. 토론토에 사시는 시이모님의 영향도 있고, 여기에서 태어난 딸에게 한국 명절에 관한 추억도 선물해주고 싶어서인데요. 해가 갈수록 향수병이 진해지는 저희 부부에게도 잠깐의 쉼을 줄 수 있는 기분 좋은 날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매년 추석마다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지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가족끼리만 보내기로 했어요. 엄마의 손길은 차마 따라 할 엄두는 못 내고, 캐나다에서 준비한 소소한 추석 상차림을 살짝 나눔 해봅니다.^^   


캐나다에서 준비한 추석 상차림


한국에서는 연휴이지만, 캐나다는 평일이기에 저녁 식사로 추석 음식을 준비했어요. 

남편과 딸은 피아노 학원에 가는 사이, 음식을 차렸어요. 이틀 동안 오전 시간대에 음식 종류를 나눠 준비했더니 큰 부담은 없었네요.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한국 명절에 비하면, 일거리가 귀엽습니다.


명절 전 부치기


올해는 꼬지 전은 안 하고, 생선전, 호박전, 새우 채소전으로 준비했어요. 고추를 구하지 못 해서 뒷마당 텃밭에서 깻잎순을 따와서 호박전 위에 올려봤어요.ㅎㅎㅎ 


명절 나물


친정에서 보내주신 말린 나물도 꺼내 요리했네요. 한국 식품 마트에 가면 말린 나물도 늘 파는데, 친정에서 보내주신 거라 그런지 손님 올 때나 가족 생일이나 기념일에만 꺼내 쓰면서 아껴 먹게 되네요. 숙주도 사지 못 해서 콩나물로 대체하고, 장조림 먹고 싶다는 남편을 위해 달걀 꽈리고추 장조림도 준비했어요.   


잡채 만들기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잡채도 했네요. 저는 시금치를 꼭 넣는 편인데, 전날 밤에 간 마트에는 샐러드용 시금치만 팔아서 넣지 못했어요. 타지에 있다 보니 필요한 재료를 구하지 못해도 그러거니 하고, 그 안에서 해결하게 되네요.


김치 장아찌


한인마트에서 사 온 무로 무생채도 만들고 담고, 전에 담가둔 오이소박이와 고추 장아찌도 담았어요. 


깻잎 김치 장아찌


텃밭에서 키운 깻잎으로 만든 깻잎 김치와 깻잎장아찌에요.


LA 갈비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와 함께 돌아온 남편이 LA 갈비를 그릴로 구워줘 상차림이 완성되었네요. 


과일


저녁 상차림이라서, 사과 대신에 소화에 도움이 될만한 파인애플과 포도를 준비했어요. 


추석 음식


조금씩 접시에 담았더니, 그래도 한 접시는 채워졌네요. 후..... 저는 엄마가 되어도 여전히 어린 딸처럼 어리숙한데, 엄마는 어떻게 그 많은 명절 음식을 혼자 다 하셨는지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네요.


추석 상차림


딸에게 한가위와 캐나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과 다른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면서 맛있게 식사를 했네요. 한국에 계시는 양가 부모님과 친지들께도 사진과 함께 추석인사를 드렸네요. 늘 따로 지내는 명절이기에, 저쪽 한구석은 조금은 허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몬스터 인형


디저트 먹는데, 갑자기 딸이 잠시 방에 다녀와도 되냐고 묻네요. 그러더니, 요즘에 24시간 데리고 다니는 몬스터 인형에게 추석 상차림을 차려줬어요. 혼자 먹기에 미안했나 봐요. ㅎㅎ 


전통 명절 놀이 윷놀이


식사를 마친 후, 윷놀이를 했어요. 딸에게 윷놀이하자고 하면, 언제나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올 만큼 좋아하는 놀이가 되었어요.


젠가(Jenga) 보드게임


윷놀이를 마친 후 젠가(Jenga)도 했는데요. 추석 때 보드게임을 할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이웃 블로거이신 따뜻한 사람 Peterjun 님께서 추석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로 보드게임을 추천하는 글을 보고, 올해 추석에 처음 해봤네요.ㅎㅎ 윷놀이만큼이나 재미있게 놀아서, 매년 추석마다 찾게 될 것 같아요.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라는 속담이 있는데요. 옷은 시집올 때 가장 잘 입을 수 있고 음식은 한가위에 가장 잘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언제나 잘 입고 잘 먹고 싶다는 말입니다. 한국의 명절 상차림만큼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음식을 차려놓고 가족과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제 마음은 어느새 풍성하게 배부른 상태로 되어 있었네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내 삶의 행복을 찾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는 것을 오늘 또 깨달아 봅니다. 풍성한 한가위 연휴 동안 진한 행복과 쉼을 누리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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