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땅에 우리나라 꽃 무궁화가 피었습니다!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날, 광복절이네요. 계획하지 않은 이민이었지만, 어느덧 캐나다에서 삶을 꾸린 지 9년이 지났어요. 캐나다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우리 가족 모두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아이에게도 틈틈이 알려주고 있어요. 


2014년 광복절



재작년 광복절 날, 무궁화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고 우리나라 꽃이라면서 함께 그려보자고 했어요. 아이가 무궁화 사진을 보고 꽃이 참 예쁘다며 좋아했던 모습이 기억이 나네요. 

2015년 광복절



작년 광복절을 앞두고 아이가 쓴 그림일기예요. 그림일기를 다 썼는데 자기 마음에 무척 든다면서 엄마도 좋아할 거라고 제게 뛰어와 보여준 거예요. 이것을 본 순간, 마음이 어찌나 찡하던지... 만 6살 딸아이의 작은 손에서 나온 무궁화 그림과 애국가 가사가 정말 눈물나게 예쁘더군요.


2016년 광복절을 앞둔 어느 날


올해 뒷마당 공사를 끝내고, 앞마당에 작은 꽃밭을 만들기로 했어요. 아이에게 무궁화 심자고 입버릇처럼 말해 놓고 이제껏 미뤄왔는데, 올해는 약속을 꼭 지켜야 할 것 같아 지난 6월에 꽃 농장을 찾아갔어요. 저뿐만 아니라, 무궁화를 사러 함께 가는 가족의 표정에도 설렘이 느껴졌어요. ^^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꽃 농장이에요. 8채의 비닐하우스에서 다양한 꽃과 나무가 가득 있었어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무궁화를 함께 찾았어요.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 꽃 무궁화가 아니었네요. 무궁화 품종이 200여 종이 넘다 보니, 우리가 늘 봐오던 무궁화 꽃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우리가 찾는 품종은 7월 중순 즈음에 나오니, 그때쯤 다시 방문하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어요

 


7월 중순 경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홈 하드웨어 전문 스토어 Lowe's에 가봤어요. 이곳에서도 꽃과 나무 등을 판매하거든요. 



그리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무궁화가 있었네요! 영어로는 Rose of Sharon이에요. 묘목에 꽂힌 태그의 사진을 보니, 우리가 찾던 꽃이더라고요. 기대만큼 큰 묘목은 아니었지만, 튼튼하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에 사 왔어요. 



7월 말에 홈 하드웨어 전문 스토어 Home Depot에 갔더니, 그곳에도 있더라고요. 일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궁화 묘목은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 사이에 판매한다고 해요. 내년에 하나 더 사서, 뒷마당에도 심을까 해요.


7월 중순, 무궁화를 드디어 심다!



몇 가지 식물을 함께 사 왔어요. 본격적인 꽃밭 만들기는 내년에 하기로 하고, 올해는 일단 무궁화가 꽃밭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먼저 심기로 했어요. 



땅을 파기 전에 삽으로 꽃밭의 모양을 그려 보았어요. 



저와 딸은 옆에서 잡초를 뽑는 동안, 남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잔디를 걷어냈어요. 



현관 입구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무궁화를 심고, 그 주변에 억새풀과 3개의 백합과 묘목도 심었어요. 



흙을 덮었는데, 의외로 허전하네요^^;; 백합과 묘목이 자라면 10배 이상 커진다고 하니, 여름 햇살의 강력한 힘을 기대해봅니다.  



흙 분실을 막기 위해 삼나무 뿌리 덮개를 뿌리고 물을 주고 나니,  어느새 밤이 되었더라고요.



몇 년 동안 심자고 말만 하다가, 2016년 7월 15일에 드디어 무궁화를 심었어요. 어린 묘목이지만, 가지에 꽃망울이 꽤 매달려 있어서, 광복절이 되기 전에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되었어요.  



매일 밤마다 야생 토끼가 와서 백합과 3개의 묘목에 달린 꽃을 깨끗하게 다 먹었어요.ㅠ.ㅠ 야생 토끼가 토끼풀보다 꽃잎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요. 그래도 무궁화 꽃은 먹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를 심은 지 딱 보름이 지난 7월 30일, 아이가 호들갑을 떨며 저를 부릅니다. 아이의 손짓에 따라가보니, 꽃이 드디어 피어 있었네요! 이제는 아이가 무궁화를 사진이 아닌, 진짜 꽃을 보고 그릴 수 있겠어요.^^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은 꽃망울들이 여기저기에서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집을 오갈 때마다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볼 때마다 뿌듯하더라고요. 광복절이라 태극기도 함께 게양했네요. 



무궁화, 애국가, 태극기, 광복절 중 유일하게 태극기만 우리나라 상징물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광복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지금까지 학교, 올림픽 등에서 수없이 애국가를 부르고 들었으며,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피었네.'라는 무궁화 노래를 부르며 자랐건만.....  


무궁화와 애국가를 국가의 상징으로 지정하려는 각종 '나라사랑'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어요. 물론 예전부터 발의되어 왔지만, 일부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지요. 광복 71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국회에 꼭 통과되어 그 결실이 맺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년 전 광복절에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본 태극기예요. 비록 타지에 있지만, 매일 한국 뉴스에 귀를 쫑긋하며 마음은 항상 한국을 향해 있어요. 



아래는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행사가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회의사당에서 열려 다녀와 나눔한 글입니다.   


바쁜 일상에 놓여 잊어버리기 쉽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애국 순열들을 기억하고, 광복의 기쁨을 소중하게 누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빛을 되찾다'라는 의미의 광복... 조국의 빛을 되찾아 준 수많은 애국 순열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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